중동전쟁 - 전쟁이 끝나면 정치가 시작된다 임용한의 시간순삭 전쟁사 2
임용한.조현영 지음 / 레드리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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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품절


지금은 미국의 가장 큰 관심 지역은 우크라이나다. 러시아가 침공을 해서 전쟁을 한지 조금 있으면 1년이 다 되어간다. 그렇다면 미국이 수 십 년 동안 우선 순위 관심을 기울인 지역이 어디라고 묻는다면 단연코 중동이다. 정확히 말하면 이스라엘이겠지만. 중동은 지리학적인 중요성도 있겠지만 석유 생산과 관련된 곳이기에 이 곳의 평화가 미국의 이익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기에 가장 중요한 지역이라고 하겠다. 


미국의 입장은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이 평화롭게 살기를 바라는 것이지만 어디 그것이 쉬운 일일까. 이미 여러 차례 전쟁까지 치루었고 기나긴 협상 끝에 팔레스타인이 독립을 하긴 했지만 심심하면 이스라엘과 분쟁이 일어나고 있다. 중동은 언제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화약고 같은 곳이다.


중동 전쟁을 알기 위해서는 당사자가 누구인지 알아야 한다. 우선 이스라엘. 수 천 년 동안 떠돌아 다니면서 자신 만의 국가가 없었던 민족. 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여러 민족들이 독립 국가를 만드는 분위기에 자신들만의 국가를 만들려고 했다. 그런데 이스라엘이 국가를 세우려고 했던 지역은 옛날 성경에 나오는 그때와 상황이 바뀌었다. 그때는 이스라엘 민족이 강성했을때였지만 이스라엘이 나라를 잃고 뿔뿔이 흩어진 동안 그 땅은 다른 민족이 들어와서 살게 되었다. 그렇게 산 지도 오래 된 것이다. 바로 팔레스타인. 이 지역에 여러 왕조가 통치 할 때는 사실 큰 문제가 없었다. 이스라엘도 팔레스타인도 그냥 그 나라의 신민으로 살면 되었을테니까.


그런데 이 지역에 나라를 세워준다고 한다고 한다. 누가? 이 모든 문제의 원흉인 영국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에게 약속을 한다. 당시 영국은 2차 세계 대전에서 독일에게 밀리고 있었다. 그래서 뒷일은 생각도 안 하고 무턱대고 양 진영에 국가 설립을 약속했던 것이다. 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영국이나 프랑스의 힘이 떨어지면서 그들의 식민지에서도 독립 바람이 불었는데 문제는 팔레스타인 지방이었다. 이 지역은 이스라엘인들의 성지인 예루살렘이 있었고 여기는 유대인들의 마음의 고향이었다. 한편으로는 이 지역에서 오랫동안 살아 온 팔레스타인인들에게도 영유권을 주장할 만 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에게 전쟁의 이익을 얻으려는 영국의 무책임한 행동 때문에 이 지역에서 영국군이 철수 하고 난 뒤 양 진영의 전쟁이 시작되는데 이것이 중동 전쟁의 시발이다. 물론 이 지역에 평화를 보장하기 위한 국제 사회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UN에서 마련한 지역 분할론 부터 신탁 통치론 까지 여러 방안이 강구 되었으나 어느 하나 강제 되지 않았고 어영부영 지나면서 결국 전쟁을 하게 되었다. 결국 땅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 이었으나 이스라엘은 너무 약했다. 인구도 군대도 상대보다 약했다. 팔레스타인 자체는 그렇게 강한 것은 아니었지만 주위 아랍 국가들이 종교적, 지리적 유대감으로 함께 힘을 합쳐 이스라엘과 싸우게 되는 형국이었다.


전쟁은 수 십 년에 걸쳐서 4번이나 일어나게 되지만 최종 승자는 이스라엘이었다. 전 세계에 흩어져 있던 유대인들이 단결해서 이스라엘을 도왔고 통합된 아랍을 마땅치 않게 여겼던 미국이나 유럽의 은근한 지원 등이 더해져서 이스라엘이 이기게 된 것이다. 이에 비해서 이스라엘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 아랍 국가들은 영토나 인구, 군대 등이 압도적이었다. 아무리 이스라엘군이 강하다고 해도 전력차가 뚜렷했다. 특히 전쟁의 가장 큰 축을 담당했던 이집트는 나세르의 지도 아래 위협적이 국가가 되어 가고 있었다.


아무리 한 쪽의 전력이 떨어진다고 해도 싸워봐야 아는 것은 전쟁이다. 이스라엘은 여러 가지 불리한 상황이었지만 하나로 똘똘 뭉쳐서 결국 전쟁에서 승리하게 된다. 반면 아랍은 훨씬 많은 수적인 우위에 있었지만 단결하지 못했고 이스라엘에 일격을 당했다. 특히 3차 전쟁에서는 단 6일 만에 모든 것이 끝나 버릴 정도로 이스라엘이 아랍을 압도했다.


그러나 아랍이 늘 지고 있을 수는 없는 법. 이집트는 새롭게 군대를 개편하고 군비를 정비해서 강한 군대를 만든 다음 기습으로 이스라엘을 공격한다. 초기에는 이집트의 공격이 성공해서 이스라엘은 패퇴 하게 된다. 하지만 저력의 이스라엘은 다시 전력을 가다듬어서 반격을 하고 결국 이집트를 몰아내는데 성공한다. 이것이 4차 전쟁인 욤 키푸르 전쟁이다.


이집트를 위시한 아랍이 승리하지는 못했지만 이들도 제대로 준비해서 싸우면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게 되었고 이스라엘에게도 늘 자기들이 승리할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스라엘 국민들은 많은 전상자들을 대하면서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언젠가 질 수도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 것이다. 아랍에 둘러싸인 이스라엘이 자꾸 이런 소모적인 전쟁에 내몰린다면 결국 무너지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듯. 아랍과 이스라엘은 여러 번의 희생을 통해서 평화에 대한 길을 모색하게 되고 오랜 협상 끝에 팔레스타인을 인정하고 평화 협정을 맺게 된다.


책은 이러한 수 십 년에 걸친 정치, 군사적인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이 지역 분쟁의 원인 제공자인 영국이 그렇게 멋대로 하지만 않았어도 이 지역에는 진작 평화가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중동이 우리 나라에서 멀기도 멀고 아랍 국가와 이스라엘 모두와 교류가 있는 처지에 북한을 상대하고 일본, 중국을 곁에 두고 있는 우리로써는 중동 문제에 관심을 갖기가 힘들다. 중동 지역에 대한 정부의 오래된 공식 입장도 평화와 중립이다. 그러나 결국 이 지역이 안정되어야 세계 평화가 안정이 되고 우리의 이익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본다면 중동 지역과 전쟁에 대한 이해는 중요하다고 하겠다.


책 내용은 좋다. 전쟁사를 쉽고 재미있게 쓰기로 유명한 임용한 작가가 영상에서 했던 내용을 보강해서 책으로 펴냈는데 술술 잘 읽힌다. 각 전쟁을 아주 세밀하게 설명한 책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중동 전쟁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내용이다. 이 책 정도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이 어떤 연원을 거쳐서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지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관련된 내용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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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보는 난중일기 완역본 - 한산·명량·노량 해전지와 함께
이순신 지음, 노승석 옮김 / 도서출판 여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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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의 수 많은 위인들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두 명이 있다. 그것은 세종 대왕과 이순신 장군. 세종 대왕은 업적도 많지만 기본적으로 한글을 창제했기에 존경하지 않을 수가 없고 이순신 장군은 자칫 일본의 노예가 될 뻔한 것을 지켜주었기에 존경을 한다. 


이 중에서 세종 대왕이야 왕의 신분이었기에 비교적 어렵지 않게 많은 일을 할 수 있었지만 이순신 장군은 변변치 않은 지원에 당시 왕이었던 선조의 미움으로 죄를 짓지도 않았는데 죽기 일보 직전까지 가는 등 어려운 상황에서도 임진왜란의 전세를 역전시키는데 큰 공을 세웠기에 상대적으로 이순신 장군이 좀 더 안쓰럽게 느껴진다.


1592년 왜는 15만명의 대군을 앞세워 조선을 침공했다. 왜가 침략할 것이라고 예상을 하고 여러 조치를 취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이순신 장군을 전라 좌도의 수군을 지휘하는 전라좌수사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나 몇 가지 대비를 하긴 했지만 그렇게나 많은 왜군이 침략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기에 초반 왜군의 공격에 조선 군대는 패퇴를 거듭했다. 결국 선조가 의주까지 도망가고 조선의 운명은 거의 다 된 것처럼 보였다. 이때 이순신 장군이 남해 바다에서 왜 수군을 격파하고 제해권을 장악하면서 거의 기울었던 전세를 만회했다. 이때 장군이 없었더라면 조선은 멸망했을지도 모른다.


이런 장군은 군의 기강을 잡기 위해서 엄하게 군율로 다스렸지만 상을 내릴 때는 한 명 한 명 세세하게 챙겨주고 백성을 위한 조치를 취하는 등 당시 조선 민중들에게는 빛이나 다름 없었다. 여러 기록에서 말수가 적고 신중한 성격이라고 하는데 그런 성격이었기에 전란을 승리로 이끌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장군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일기를 통해서 알 수가 있다. 장군은 전라 좌수사로 부임한 이후로 노량에서 전사할때까지 거의 매일 일기를 썼는데 이 것이 임진왜란을 연구하는데 큰 도움도 되지만 내용을 보면 장군의 평상시 성격을 짐작하는데도 도움이 되는 것이다.


원래 일기에는 이름이 따로 없었으나 정조때 장군의 전적을 간행하면서 난중 일기라는 이름을 얻었는데 거의 매일 기록하면서 그날의 날씨나 있었던 일, 누구를 만났던 일 등을 짤막하게 적고 있다. 매일의 날씨를 살핀다는 것은 언제라도 출전할 준비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늘 날씨를 적은 것은 그만큼 장군이 세밀하게 대비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말한다.


일기는 대부분 그리 길지 않다. 개인의 감정을 적은 것 보다는 날씨와 인물을 만난 일들, 진영에서 일어난 일들이 주를 이루고 간간히 인물평도 하는데 장군이 참 엄격하게 사람을 판단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백성들에게 나쁜 짓을 한 사람들은 가차 없이 엄벌에 처하는 모습을 보면 장군의 애민 사상을 잘 느낄 수 있었다.


비교적 객관적이고 간략한 내용이지만 장군의 어머니에 대한 글에서는 내용도 길고 애절한 모습을 보인다. 특히 삼도수군통제사에서 해임되어 한양으로 끌려갈 때 놀란 어머니가 따라 가다가 세상을 떠난 사실을 알고 절절한 슬픔을 표현하고 있는데 읽는 사람에게 같이 슬픔을 느끼게 한다.


책은 사실 읽기가 쉽지 않다. 기존의 난중 일기를 최대한 쉽게 풀어서 쓴 책이긴 해도 기본적으로 간단한 형식의 일지 형태고 날씨 이야기가 많은 부분 계속 나오고 있어서 조금 지루한 면도 있다. 게다가 장군을 방문한 인물들도 많고 관직명도 많아서 당대의 역사를 모르는 상태에서는 이해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임진왜란이라는 배경과 주요한 인물, 관직 등을 좀 안다면 쉽게 읽어 나갈 수 있다.


책은 좋다. 난중 일기는 장군이 말 그대로 난중에 기록한 글이라서 정자로 쓰여진 것이 아니라 흘림체인 초서로 쓰여져서 해독하기 쉽지 않고 쓰여진지 오래된 터라 더욱 쉽지 않다. 그래서 번역한 사람 자체가 많지 않은데 우리 나라에서는 노산 이은상 번역본이 대표적으로 오랫동안 이어져 오다가 지은이의 수년 간에 걸친 연구로 오역된 것을 바로 잡고 빠진 것을 채워서 그야말로 정본 중의 정본을 만들어냈다. 그래서 난중 일기를 읽을 때는 옮긴이 이름으로 '노승석' 만 확인하면 된다. 이 책은 그런 번역을 좀 더 쉽게 옮겼기에 많은 사람들이 읽고 이순신 장군의 인간적인 면모를 잘 느꼈으면 좋겠다. 이순신 장군을 흠모한다면 난중 일기 정도는 읽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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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으로 보는 문화유산 - 유물의 표정을 밝히는 보존과학의 세계
신은주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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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많은 문화재를 보면서 와 대단하다 멋지다 그렇게 감탄을 하면서 감상을 하는데 보통은 거기에서 끝이다. 여기서 좀 더 들어가면 어떤 의미를 가졌나 하는 정도는 공부할 수가 있는데 이 문화재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상태에 있는지 알려고 하는 사람은 잘 없을 것이다.

우리가 겉으로 봐서 외적인 것에서 문화재의 아름다움을 보긴 하지만 사실 그 당시에 그런 것을 만들어낸 '기술'이 어찌 보면 더 대단한 것이다.


유명한 문화 유산이 탄생한 시점을 보면 과학이란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던 열악한 시절이다. 그 때 어떻게 그런 대단한 것을 만들었을까 생각해보면 더 대단하게 느끼게 되는 경우가 있다. 기술이 발달한 현대에 와서도 그대로 재현 하기가 어려운 경우도 많아서 특별한 제조 공법이 일반화되어 있지 않던 그 옛날에 그것을 만들었다니 그 기술력에 감탄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여러 유물들을 과학의 눈으로 살펴 보는 내용이다. 우리 주위에 있는 많은 유산들이 어떤 재료로 만들어졌고 또 오랜 세월을 거치는 동안 망가진 부분은 어떻게 보완해서 복원하는지 등의 보존 과학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만들어진 재료의 종류에 따라서 이야기를 진행 시키고 있는데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재료들을 어떤 방식으로 이용해서 관련된 문화재를 만들었는지 알 수 있었다.


처음에 1부 금속 부분에서 신라의 금 귀걸이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신라는 외국과도 무역을 했었는데 서구에서는 신라를 금의 나라라고 이야기 할 만큼 금으로 유명했다. 금관 같은 경우도 신라에서 출토된 경우가 많은데 그만큼 금 가공 기술이 뛰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출토된 신라 금귀걸이를 보면 조그마한 금 알갱이나 가는 금실을 금속 바탕에 붙여 섬세한 무늬를 표현하는 '누금세공기술' 을 사용 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 현대에 이 기술을 재현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만큼 대단한 기술인 것이다. 외적으로 보이는 아름다움은 저리 가라고 할 정도로 너무나 세밀하면서 정밀하게 만들었는데 그 자체로 감탄이 나온다. 이 금귀걸이를 더 조사해보니 금의 강도를 높이고자 가장 알맞은 비율로 은과 합금 하기도 했다.


2부 도자기에서는 그 유명한 고려 청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고려 청자의 '비색'은 당대도 최고였지만 지금도 전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고 이 또한 재현이 불가능하다. 특히 고려 청자에 쓰인 '상감 기법'은 고려만의 독창적인 기법인데 적절한 재료가 절묘하게 배합이 되어야 실물이 나온다. 도자기 표면에 흰색을 내는 고령토와 산화철이 포함된 자토, 그리고 맑고 투명한 유약 등이 잘 어우러져야 그 유명한 상감 청자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오늘날 수 많은 학자에 의해서 고려 상감 청자의 제작 기법은 밝혀냈지만 정작 똑같이 만들지는 못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무엇 인가를 아직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밖에 왕릉이나 큰 무덤에서 발견된 여러 관을 조사해서 어느 시대의 어느 목재인지도 밝혀내고 있고 그것을 바탕으로 피장자와 관련된 당대의 역사를 복원하는 실마리를 얻게 된다. 한자의 제지 원리나 곤룡포의 안료를 분석하면 이 재질이 당대에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알게 되고 오늘날에 되살릴 수 있는 천연 기술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책은 각 재료별로 유명한 유물, 유적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면서 설명하고 있다. 그 유물이 어떤 과학적인 의미를 갖고 있는지 쉽게 잘 설명하고 있어서 그 유물을 더 가깝게 느끼게 한다. 그리고 과학이 발달했어도 복원이나 재현이 어려운 부분도 많이 있다. 현대에서도 과거를 다시 보는 것은 한계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전에는 알 수 없었던 것들이 좀 더 과학이 발달한 시대에 와서는 그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있게 된 경우도 있다. 보존 과학이 발달하는 존재 이유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많은 문화재는 그 나름의 존재 의의와 가치가 있다. 외적인 아름다움도 있고 희소 가치성도 있다. 그런 눈에 보이는 것 말고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서 어떻게 만들어지고 보존되어 왔는지를 안다면 그 문화 유산을 더 깊이 있고 흥미롭게 알아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문화재를 보는 눈을 더 넓히게 해주는 귀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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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굴레 - 헤이안 시대에서 아베 정권까지, 타인의 눈으로 안에서 통찰해낸 일본의 빛과 그늘
R. 태가트 머피 지음, 윤영수 외 옮김 / 글항아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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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우리 나라를 자주 침략했고 기어이 식민지화 했던 일본. 전쟁에 패한 이후로 반성이라고는 하지 않는 일본을 우리는 늘 경계하고 있다. 우리가 힘이 약해질 때 언제라도 헛된 야망을 품는 다는 것이 역사가 증명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근대화에 있어서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성공한 나라이기 때문에 그 성공과 실패에 대해서 배울 것도 많다.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말이 딱 맞는 국가다. 일본은 우리랑 비슷한 면도 많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나라다. 무엇이 다르고 무엇을 경계해야 하는지 알아야 하는데 일본이나 우리의 입장이 아닌 서양의 눈에 어떻게 보였는지 아는 것은 객관성에서 의미가 있다고 보겠다.

 

이 책은 일본인 스스로도 아니고 일본에 복합적인 감정을 가진 한국인도 아닌 서양인의 입장에서 일본의 역사와 그로 인한 한계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미국인이지만 오랫동안 일본에서 살면서 관찰자의 입장에서 느낀 일본이라는 나라를 설명하고 있다. 감정적이 아닌 이성적인 관찰이 가능했기에 일본의 실체를 좀 더 객관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책은 우선 일본의 역사를 요약해서 들려주고 있는데 일본이라는 나라를 규정지을 수 있는 독특한 풍습이나 제도를 설명하면서 그 특성을 알게 해준다. 일본 천황은 실질적인 권력을 행사하는 때 보다 상징적인 존재로 더 오래 존속 되어 왔다. 어쩌면 정신적인 존재였기에 그토록 오랫동안 이어졌을 것이다. 실질적인 존재였다면 다른 나라처럼 정권이 교체될 때 마다 쫓겨났을 것이다. 헤이안 시대는 일본이 다른 나라와 다른 독자적인 문화를 형성한 시대다. 이때 이룩한 정치,사회,예술의 많은 제도가 일본화가 되어서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몽골의 침략은 당시 일본의 존망이 달린 문제였는데 두 번에 걸친 침공이 태풍 덕분에 물리치게 되었다. 이것은 일본인들의 자의식을 강화시켰지만 전쟁의 여파로 당시 가마쿠라 막부가 무너지게 되고 일본은 분열되게 된다. 이후 봉건 시대를 거친 일본은 다시 전국 시대의 분열기를 맞이하고 이것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근대 국가 일본의 실질적인 제도적 기틀을 마련했다.하지만 그는 명나라를 무너뜨리겠다는 과대 망상에 빠져서 조선을 두 번 침략했다. 히데요시가 죽자 침략은 실패하고 또다시 내전이 벌어진다. 여기서 승리한 도쿠가와는 새롭게 에도 막부를 세우고 두 세기 반 동안 일본에 평화를 가져다준다. 

 

도쿠가와 막부는 내적으로는 정국을 안정시켰지만 외적으로는 쇄국을 단행했다. 유럽의 신문물을 흡수해서 당대 최고의 총기를 만들기까지 했던 일본이지만 쇄국으로 더 이상의 발전은 없었다. 대신에 안정된 사회는 인구 증가를 가져왔고 그것은 경제 성장으로 이어진다.경제가 성장함과 동시에 각종 선진적인 제도가 만들어지고 사회와 문화가 발달하게 되었다. 이때 이루어진 대중 문화는 그 뒤로 일본을 상징하는 모습으로 발달하게 되었다. 이런 내적인 역량의 축적인 훗날 근대화의 밑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서양 세력이 몰려오게 되는 18세기에 막부는 몰락하고 천황제가 확립되는 메이지 유신이 단행된다. 이후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 한 세대 만에 근대화에 성공하게 된다. 거기서 그쳤으면 이들의 역사도 빛났겠으나 국가주의 길로 들어선 일본은 이웃 한국과 중국을 침략하고 결국에는 태평양 전쟁을 일으키면서 미국과 맞서게 된다. 결국 전쟁에 패망하고 스스로의 운명을 통제하고자 했던 일본 역사의 궤적은 실패하게 된다. 1945년 이후 일본은 미군에게 점령당하고 그 점령은 여러 측면에서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일본은 미국에 패했지만 공산주의 소련과 중국을 견제한다는 수단으로 미국으로부터 여러 지원을 받았다. 여러 요인으로 전후 일본은 엄청난 경제 성장을 하면서 선진적인 경제 강국으로 변모한다. 하지만 그 밑바탕에는 미국이 있었고 전후 일본은 미국의 절대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물론 전세계에서 미국과 대등한 국가는 없겠지만 특히 일본은 미국에 종속되다시피 했고 지금도 어느 정도는 거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책은 이렇듯 연대기 적으로 역사상 중요한 지점을 짚어주면서 그것이 일본에 어떠한 작용을 하게 되었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책만 보면 일본이라는 나라가 어떻게 형성되었고 어떻게 발전하게 되었는지 전체적인 조망을 할 수 있다. 비교적 최근까지의 일본의 상황을 정리하고 있어서 시류에도 뒤쳐지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건조하고 담백하게 일본을 바라보고 있기에 좀 더 객관적으로 일본을 알아가기 좋은 내용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일본의 저력에 대해서 긍정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미국을 비롯한 서양의 일본에 대한 시각 자체가 선진적인 나라라고 여기고 있는 현실을 늘 생각하고 있어야 하겠다. 어떤 면에서는 우리가 더 일본을 잘 알 수 있고 또 어떤 면에서는 서양인 같은 제 3자의 시각이 더 정확할 수도 있다. 적절하게 이용하면 된다는 점에서 다른 각도에서 일본의 실체를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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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충돌 - ‘차이메리카’에서 ‘신냉전’으로
훙호펑 지음, 하남석 옮김 / 글항아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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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전세계인의 가장 큰 관심사가 되었지만 몇 년 동안 많은 사람들의 우려 속에 있는 것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다. 소련의 붕괴 이후에 유일한 초강대국의 위치에 있는 미국과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한 이후로 미국에 맞서기 시작한 중국의 대립과 갈등은 관련된 여러 나라 입장에서도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입장인지라 늘 주시하고 있는 문제다.


특히 우리 나라는 안보면이나 문화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미국이 중요하긴 하지만 막대한 무역 이익을 거두고 있는데 다가 북한을 견제할 수단으로 중국도 무시 못할 나라라서 어느 한 편으로 서기가 어려운 상태다. 중립을 취하면서 그때그때 우리의 국익에 맞게 행동해야 하는데 중요한 것은 이 두 나라의 갈등이 왜 일어나는가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본질을 알아야 선택의 순간에 조금이라도 유리한 방향으로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평범하게 본다면 민주주의의 미국과 공산주의의 중국이 이념적으로 갈등이 일어났다고 할 수 있다. 뭐 틀린 말은 아니다. 중국이 공산주의 국가가 아니었다면 이토록 큰 갈등 구조로 커지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상황은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다. 과거 미국과 중국이 밀월 관계 일 때는 중국이 공산주의 국가가 아니었는가. 그때나 지금이나 중국은 여전한 공산 국가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 두 국가의 대립을 불러온 것인가. 그것은 자본의 문제고 자본의 경쟁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라고 지은이는 주장하고 있다.


거칠게 말해서 '돈'때문이다. 1972년에 미국 닉슨이 중국을 방문한 이래로 두 나라는 큰 충돌 없이 평화적인 사이가 되었다. 미국으로서는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서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선 것인데 당시의 중국은 미국에 경제력으로 비할 바가 못되었기에 갈등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미국은 중국의 경제가 발전하고 자본주의가 보편화된다면 공산주의도 붕괴될 것이라고 믿었는데 그런 논리는 어느 정도 타당했다. 동유럽의 여러 나라들도 결국 민주화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 경제 발전을 위해서 여러 방면으로 도움을 줬는데 그중에서 큰 것이 바로 '최혜국 대우'였다. 그리고 중국에서 싼 임금으로 생산한 상품은 미국에게도 이익이었기에 두 나라는 공생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중국의 발전 속도가 높아지면서 그야말로 세계의 부를 휩쓸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미국은 조금씩 경제가 나빠지기 시작했고 특히 2008년의 세계 금융 위기로 한바탕 휘청거린다. 중국 또한 그것에 영향을 받아서 경제가 나빠지면서 과잉 축적의 문제가 심각해진다. 이것을 타파하기 위해서 내적으로는 민간 기업과 중국 진출 외국 기업에 대한 압박을 가하고 외적으로는 차관 등의 형태로 다른 나라로 진출하게 된다. 중국의 내수를 바라보던 미국 기업들은 불공정한 중국 기업과의 경쟁에 불만이 쌓이게 되고 자본의 흐름이 명백히 미국에 불리하다고 여기게 된다. 이런 경제적인 문제와 함께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되는 행동을 하는 중국 정부에 대한 불신이 쌓이면서 양국의 갈등은 격화되고 있다.


이 책은 서로 공생의 사이였던 미국과 중국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갈등에 이르게 되는지 그 내막을 잘 설명하면서 결국 자본의 경쟁이 이런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중국은 공산 국가이긴 하지만 자본주의 보다 더 자본주의적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돈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만들어내고 있다. 그런데 미국은 중국이 이렇게나 경제적인 발전을 빠르게 이룩하게 될 지 예측하지 못했고 경제 발전과 관계 없이 중국 공산당의 국가주의가 이토록 강력하게 고착될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자유와 민주주의가 성숙해진 많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 중국 공산당은 그 위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이 두 나라의 갈등은 20세기 초반의 영국과 독일의 갈등을 닮아가고 있어서 종국에는 전쟁에 이를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미 대만 문제와 관련해서 미국과 중국은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의 승리로 일찍 끝났다면 다음이 대만 차례라는 말도 있다. 대만을 사수하기 위해서 미국이 참전한다면 엄청난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다행이라면 중국은 2차 세계 대전때의 독일보다는 덜 군국적이라는 점이다. 어떤 점에서는 협상의 여지가 많고 다른 방법으로 경쟁이 더 격화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수년 동안 악화되었고 단기간에 해소될 문제가 아니다. 과잉 자본과 과잉 생산의 재분배가 잘 이루어진다면 어느 정도 갈등이 가라앉겠지만 그럴 가능성이 있을까. 세계적인 경제 침체 속에서 우리 나라의 경제도 힘들어 가고 있는 이때 미국과 중국 모두에 발을 걸쳐 있는 우리는 이 나라들의 갈등을 면밀하게 살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한 좋은 통찰력을 주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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