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이 새겨진 소녀 스토리콜렉터 44
안드레아스 그루버 지음, 송경은 옮김 / 북로드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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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날이 지속되는 여름에는 사실 책 읽기가 여간 고역이 아니다. 더운 날씨에 집중력이 떨어져서 책진도가 잘 안나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럴때일수록 딱딱한 내용의 책들보다는 속도감있고 흡입력있는 소설이 읽기에 좋은데 참 오랫만에 정신없이 빠져들게 하는 책을 만난거 같다.

바로 이 책 '지옥이 새겨진 소녀'다. 제목부터 뭔가 심상치 않는 느김낌을 주면서 표지가 선명한게 인상적인 책인데 지은이는 '안드레아스 그루버'라는 작가인데 국내에는 아직 출간된 책이 얼마되지 않아 생소한 이름이었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오랫동안 베스트셀러 목록에 그의 저작물이 있을정도로 인기가 많은 작가라고 한다. 기본적으로 범인을 쫓는 경찰시리즈인데 이 책은 그 두번째 시리즈다. 사실 전에 나온 책을 들어만 봤지 아직 읽어보진 않았는데 과연 어떤식으로 내용을 전개시킬지 궁금하기도 기대되기도 했던 작품이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그냐야 시간을 망각하게 하는 책이랄까. 재미있는 좋은 스릴러 작품은 많다. 분명히 재미있고 좋은 책이긴 한데 막 뒤의 내용이 궁금해서 쭉쭉쭉 읽어내려가고 싶어지는 정도는 아닌 책들도 많다. 그런데 이 책, 그냥 시간 가는줄 모르고 읽게 된다. 밤에 읽는다고? 그럼 날밤 샐 각오는 해야한다. 덥고 잠온다고? 그럼 정신이 또렷해지는걸 경험하게 될것이다. 그만큼 흡입력있고 도저히 끊을수없게 만드는 매력적인 내용의 책이었다.

 

주인공은 최고의 프로파일러이자 경찰아카데미 교수인 슈나이더와 당찬 여형사 자비네다. 두 사람은 이미 전작에서 악전고투끝에 함께 사건을 해결한 사이다. 자비네의 능력을 알아본 슈나이더에 의해서 매번 떨어지던 독일 연방범죄수사국 아카데미에 그녀가 합격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소수정예로 교육이 시작되는데 얼마안가서 실전같은 일들이 벌어지면서 슈나이더와 자비네의 활약이 시작된다. 서로 연관성이 없어보이는 여러건의 잔혹한 살인사건들이 일어난것이다.

 

한편 또다른 공간인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1년간 실종되었던 한 소녀가 갑자기 발견된다. 그것도 피투성이가 된 채 등에는 천사와 악마모양의 문신이 새겨진 상태로. 내용은 단테의 '신곡' '지옥편'을 묘사하는 서사시중의 한 편이었다. 그리고 연이어 등 피부가 벗겨진 소녀의 시신들이 하나 둘 발견된다. 대체 누가 이 소녀들에게 이런짓을 했단 말인가. 그리고 살아남은 그 소녀는 어떻게 그 지옥으로부터 탈출을 하게 되었을까.

 

이야기는 두개의 시공간에서 동시간에 일어나는 내용을 교차해서 보여주고 있다. 독일의 비스바덴에서  여러건의 잔혹한 살인사건을 쫓는 슈나이더와 자비네, 그리고 오스트리아 빈에서 아동 살인 사건을 수사하는 멜라니 검사. 한 챕터가 독일이면 그다음에는 오스트리아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자칫 느슨해질수있는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각 챕터의 내용이 길지 않고 빠른 템포로 끊어지고 연결되어서 도무지 끊을수가 없게 하는 것이다. 각 지역에서 수사를 해나가는 과정이 계속 연결이 되기에 끝까지 읽을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

 

책을 읽다보면 짐작하겠지만 두 공간의 사건은 합일점을 찾게 된다. 연관성이 있는것이다. 둘이 합쳐졌다가 떨어졌다가 결국에 합쳐지면서 거대한 밑그림의 전체적인 윤곽을 잡게 하는 형식이었는데 각 사건의 진행이 대단히 치밀하고 논리적으로 잘 짜여진 작품이었다. 조금씩 풀리는듯하면서 또다른 벽을 만들고 그 벽을 부수고 나면 새로운 갈림길이 나오게 하는 식으로 차근차근 나아가지만 결코 소홀함이 없게 이야기 구조를 구축해서 흡입력 높게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었다.

 

슈나이더와 자비네의 시리즈라고 할수있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다른 공간과 사건의 또다른 주인공이라고 할만한 멜라니 검사가 있어서 흥미로왔다. 슈나이더와 자비에의 활약에 전혀 뒤지지 않는 활약상을 보여줘서 이 사람을 주인공으로 한 또다른 시리즈를 만들 계획이 있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는 출간되지 않았지만 이미 또 다른 형사를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가 있다고 하니 멜라니 검사 시리즈가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마침 외적으로도 매력적이라고 하니깐.

 

전체적으로 참 흡족하게 봤던 책이었다. 내용에 나오는 살인도 그 참혹성을 상세히 묘사함으로써 긴박감을 더 배가시킨거 같고 사건과 인물을 촘촘하게 배치해서 빈틈없이 진행시키면서도 작은 반전과 예상치 못한 순간을 혼합해서 스릴감을 더 증폭시켰다. 그러니 책에서 손을 놓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읽어내려갈수밖에 없었다. 이제 '안드레아스 그루버'라는 작가는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읽어야하는 작가가 되버렸다.

 

아쉬운점이 있다면 등장인물들간의 대화체다. 캐릭터상 슈나이더는 유머없고 냉철한 성격에 유아독전적인 거만함이 있는 인물인데 원작에는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번역상 그 성격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 강의에는 반말하다가 강의실문을 나서는 순간 높임말을 쓰는건 대체 무슨 경우인지 모르겠다. 아예 반말을 하던가 아니면 좀 무뚝뚝한 높임말을 쓰던가 하는 걸로 통일을 했어야 했다. 그리고 범인들의 말투도 그 악랄한 범죄에 비해서 왠지 상냥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여기 나온 범죄자들이 죄다 친절한 성격이던가? 평소땐 그렇다고 해도 적어도 악마성을 드러낼때는 거칠고 사악한 모습이 말속에 나왔어야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말투가 몰입에 좀 방해가 된 면이 있었다.

 

그밖에 위험을 자초하는 전형적인 실수나 상황등이 있긴 했지만 이만한 재미를 느낀 책도 근래에 없었던것 같다. 날 더운데 잠오는 책 붙잡고 있지말고 이 책을 읽으면 시간 가는줄 모르는 시원한 스릴감을 만끽할수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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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격전이의 살인 스토리콜렉터 42
니시자와 야스히코 지음, 이하윤 옮김 / 북로드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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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발상이 아주 독창적인건 아니다. 영혼이 뒤빠뀐다는 설정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주로 남녀가 바뀌어서 그때문에 여러가지 재미난 에피소드가 일어나고 뭐 남녀가 결국 사랑을 하게된다 그런 정도의 이야기는 늘 있어왔다. 아마 그런 생각 자체를 하는 사람들도 많았을것이다. 남자들은 여자가 되면 제일먼저 여탕에 들어가보고 싶다고 한다던지...그런데 이 작가는 영혼이 아니라 비슷한 인격이 바뀐다고 말한다. 그것도 여러사람들이 동시에 서로 서로. 그리고 그것이 다람쥐 챗바퀴돌듯 계속 전이가 된다는 것. 아! 이거 뭔가 특이하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하는 시작이었다.

 

처음에 이 인격전이를 일으키는 공간이 설정된다. 스위치서클이란건데 누가 왜 어떻게 설치를 했는지 아무도 모른다. 이 장치를 연구하던 아크로이드 박사는 이 존재가 아마 외계인이 만들었을꺼라고 말하지만 그조차도 실체에는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가 그는 커다란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고...그로부터 20년후 본격적인 일들이 벌어지게 된다.

 

아마 핵전쟁이 일어났던거 같은데 그 장치는 핵전쟁이나 지진으로부터 피하는 공간이라고 불리고 딱히 어떤 존재인지 아무도 모르고 있다. 그런 어느날 한 작은 주점에 여러 사람들이 들어오게 된다. 6명의 사람들이 있었는데 사소한 몇가지 일로 시비가 붙으면서 뭔가 싸움이 일어날듯한 분위기가 조성된다. 그러던중 지진이 일어나고 기적같이 이 사람들이 살게된다.

 

그런데 이들은 살긴 했지만 뭔가 이상한 점을 느끼는데 그것은 자신이 자신 같지가 않다는 것이다. 바로 6명의 인격이 서로 뒤바뀌었다는것! 그리고 그들이 모르는 사이에 또다시 바뀌고...누가 왜 어떻게 바뀌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아크로이드 박사와 정부 사람들이 나타나게 되고 이들은 '연구대상'으로 갇히게 된다. 그리고 그 와중에 일어나는 살인...누가 살인을 저질렀을까. 살인을 저질렀다면 그 살인자는 인격이 바뀐 사람인가 아니면 원래의 인격을 가진 사람인가.

 

우리가 흔히 생각했던 두 사람만의 영혼바꿈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전이가 일어난다는 사실은 점점 갈수록 복잡한 느낌이었다. 일정한 공간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라는 점에서 밀실 미스터리라고 할수도 있고 여기에 살인이 일어나니까 누구의 인격에 의해서 사건이 일어났는지 추리하는 재미도 있었다. 인격이 전이가 되어서 헷갈리는점도 있어서 차근 차근 읽지 않으면 이해가 가지 않을수도 있긴 하지만 흥미롭게 잘 전개가 되어서 책을 덮을수가 없었다.

 

SF적인 설정이어서 처음에는 그쪽 장르가 아닌가 했는데 여러명의 용의자 가운데서 진범을 잡는 추리 미스터리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내용을 좀더 풍부하게 하기 위해서 약각의 로맨스도 넣어서 좀더 흥미롭게 읽을수 있었다. 이번 책으로 '니시자와 야스히코'라는 작가를 눈여겨 보게 되는 계기가 되어서 그의 다른 작품들도 기대가 될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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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매니저 1
존 르 카레 지음, 유소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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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르 카레는 특이한 소설가다. 실제 영국 정보국에서 첩보 업무를 맡았던 이력으로 작가가 된 사람인데 자기 자신이 그 치열했던 냉전의 한복판에 있었기에 누구보다 그쪽 업계(?)에 밝은 사람이다. 그래서 같은 스릴러 스파이물을 써도 이 사람의 글은 생생하다. 마치 실제로 그렇게 하는것처럼 느껴진다. 다른 잘 쓰여진 스릴러물은 잘 썼다고 여기면서도 실제같다는 느낌이 적은데 이 작가의 글은 원래 그렇게 하는것을 보여주는것처럼 느끼게 한다. 물론 실제로는 다른 부분도 많을것이다. 하지만 실제를 반영했기에 적어도 대충 이런 분위기는 될것이다라는 생각은 하게 한다.

 

이번에 나온 책은 최신작은 아니다. 이미 과거에 우리나라에서 한차례 발간된적도 있고 원작은 무려 23년전인 1993년산이다. 근데...전혀 올드하지 않다. 뭐 아주 새롭다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따르지만 스파이의 모습을 그린 흔해빠진 이야기치고는 지금 읽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매끄럽게 잘 진행이 된다. 책을 읽어가다보면 점점 전체적인 윤곽이 그려지는데 강대 강의 느낌이 든다. 강한 남자 대 또다른 강한 남자의 대결.

 

이야기는 스위스 취리히의 한 호텔에서 시작된다. 제목인 나이트 매니저 즉 야간 지배인을 하고 있는 조너선 파인은 무기 중계상인 리처드 로퍼와 그의 일당을 손님으로 맞이하게 된다. 로퍼는 과거 그에게 상처를 준 사건과 관련있는 인물. 세상이 좁은건지 좁은 곳만 찾아 다니는건지 조너선은 어쩌면 운명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냥 평범하게, 적당하게 악한 악당을 맞이하게 된것이 아니라 악 중의 악, 어떻게 손써보기가 힘든 거악중의 거악을 상대하게 된 조너선은 그를 거꾸러뜨리는것이 운명아닌 운명이었으리라.

 

상황에 맞춰서 러너드 버라는 영국 정보 요원이 찾아와서 제안을 하게 된다. 로퍼를 잡기 위한 은밀하고도 치밀하면서도 엄청난 계획. 고육지책이었다. 선택권은 온전히 조너선에게 있었지만 그는 선선히 수락한다. 이때쯤 조너선의 이력이 공개가 된다. 역시나 평범한 나이트 매니저가 아니었는건 예상한바다.

 

그냥 팔방미인쯤 된다랄까. 다재다능한 능력자라고 할수있는게 여러개의 언어를 구사하고 특수요원다운 여러가지 기술들에 통달해있는데 험한 산속에서만 살아남는것이 아니라 사람들 속에서 생활속에서 빈틈없이 살아갈수있는 여러 능력들도 있었다. 바로 기막힌 요리솜씨와 그보다 더 기막힌 여자 홀리는 능력.

뭐 이 정도면 조금 전형적이라고 할수있는 완전 무결한 첩보원이다. 007같은 영화에서나 봐왔던 그런 사람. 아 007은 요리를 못하던가. 어쨌든 이 조너선 파인의 캐릭터를 멋지게 잘 그려내고 있는것이 1권의 내용이라고 할수있다. 그가 단순히 과거의 경력으로 첩보원이 되는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사건들이 얽히고 섥히면서 악에 대항하고자하는 그의 신념과 뭉쳐져서 선발이 된 것이었다.

 

이야기는 처음에 천천히 시작한다. 몇가지 사건들이 있고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면서 주인공의 상황과 심리 상태등이 교차로 나타난다. 그러면서 중반쯤 되면서 본격적으로 거사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시작되면서 흥미진진하게 단계별로 진행된다. 워낙 거물급의 악이라서 그냥 한번에 잡을수는 없어서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서 접근하게 되는데 그 접근하는것이 참 시간도 걸리지만 심적으로 육체적으로 고된 작업이다. 그러니 아무나 못하고 이 주인공이 선발이 되었을것이다. 치밀한 계획하에 서서히 로퍼에 접근하는 조너선. 그리고 결국 로퍼의 끄트머리를 잡는데 성공하게 되면서 1편이 마무리된다.

 

책은 역시나 존 르 카레 답게 쓰여졌다. 이 작가는 전개가 빠르고 장면 전환이 화려하게 쓰는 사람이 아니다. 나중에 보면 등장 배경은 제법 와일드하지만 어찌보면 느리다. 사람마다 느낌이 다를수있지만 약간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을만큼 주위 묘사를 치밀하게 한다. 주인공이 어느 지역에 있다면 그 지역에 대해서 혹은 주인공이 발을 디딛은 그 장소에 대해서 직접 가서 본것처럼 상세히 묘사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좀 심심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졸음이 오기도 한다. 근데 그 고비만 넘기면 슬슬 시동을 건다. 그리고 시동이 걸리면 좀처럼 책에서 손을 떼지 못하게 진행하는 스타일인데 이 책도 마찬가지였다. 중반쯤부터 흥미롭게 진행이 되었는데 그 진행을 위해서 앞부분에서 여러가지 장치를 한거 같아서 이 작가의 책을 읽으려면 초반에 졸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작이 나온지 오래되었지만 내용이 방대하고 톱니바퀴처럼 촘촘하게 서술이 되어 있어서 드라마나 영화로 나오기가 힘들었는가보다. 그래서 오랫동안 묵혀있다가 올해초에야 6부작 드라마로 방영이 되었다고 하는데 책을 읽어보면 수긍이 간다. 1편만 해도 한편의 영화에 다 담기 어려운데 2편까지 비슷한 분량이라면 쉽게 만들수없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드라마와 함께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1편만 나왔는데 2편까지 동시에 내달려야 좋을꺼 같다. 1편에서 달아오른 감흥을 2편으로 바로 이어주어야하는데 그냥 쉬다가 읽으면 다시 불지피기에 좀 시간이 걸릴꺼 같아서다. 1편의 후반부로 갈수록 눈이 명료해지는것을 느낄수 있는데 이번에 2편이 동시에 안 나와서 아쉽다.

 

책은 존 르 카레의 책을 조금이라도 읽은 사람이라면 바로 흥미를 느낄수 있겠지만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처음에 좀 지루할수있다. 말했듯이 너무 상세하고 자세한 묘사로 인해서 진행이 빠르지 않은데다가 이번에 나온 책은 영국 특유의 유머나 냉소적인 표현들이 나오고 정보쪽 세계에서 쓰이는 일종의 은어들이 나와서 무슨말인지 이해가 잘 안갈수도 있다. 내용상 대충 무슨말인지는 나중에 알게되겠지만 당최 먼말하는지 모르는 순간도 있다. 그 부분은 솔직히 졸음이 왔다.

 

그래도 존 르 카레는 존 르 카레다. 실망안할 작품이다. 2편이 동시에 안 나온게 좀 아쉬울뿐.

편 나오면 동시에 바로 달리시길. 이 책은 그렇게 읽어야 그 진가를 확 느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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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것이었던 소녀 스토리콜렉터 41
마이클 로보텀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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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문학에서 추리 스릴러는 인기가 많은 만큼 작품도 참 많다. 무슨 무슨 상을 타고 어떤 유명한 사람이 칭찬을 했다 어쨌다 그러면서 광고하는 책들이 많은데 실제로 읽어보면 그 완성도면에서 고개를 갸우뚱하는 경우가 많았다. 완성도가 떨어진다기 보다는 극의 개연성이나 사실성,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용면에서 아쉬운 부분이 분명이 있었던 것이다. 아마 어쩌면 많은 작품이 나와서 더이상 만들어낼 이야기가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정말 잘 만들어진 스릴러 소설 쓰기가 쉽지 않을것이다.

 

그런데 이 책, '조 올로클린' 시리즈는 단언컨데 이제는 나오면 꼭 읽어봐야할 시리즈라고 감히 말하고 싶은 작품이다. 이미 외국에서 상도 타고 유명하다고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본격적으로 많이 소개된 작가는 아니다. 10여년전에 그의 초기작이 나오긴 했는데 크게 주목받진 못한듯하다. 10년이 흐른 지금 이 작품을 포함해서 시리즈 2편이 소개되었는데 찜리스트에 무조건 올린 시리즈다. 그만큼 재미있고 완성도 있는 작품이란 말이다.

 

추리 스릴러는 간단하게 말해서 나쁜놈, 아주 강력하게 나쁜놈이 있는데 그 나쁜놈을 잡는 착한 주인공?의 이야기 구조라고 할수있다. 이때 나쁜놈은 그냥 단순한 범죄가 아니라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악마급의 탈인간적(?)인 나쁜놈이다. 여기에 대적하는 우리의 착한 주인공은 어쩌면 이 나쁜놈에 비해서 덜 똑똑할지는 몰라도 끈기와 집념 그리고 의지력으로 무장해서 결국에는 잡아낸다. 그런 주인공의 모습은 형사나 변호사 때론 평범한 직업, 경찰조력자, 탐정, 프로파일러, 법의학자 등등 다양하다.

 

이제 우리는 이 시리즈에서 좀 생소한 직업인 '심리학자'를 주인공으로 맞게 된다. 사실 심리학자는 여러 분야에서 활동을 하지만 옛날에 비해서 점점 더 범죄수사에 많이 동원되는 직업이기도 하다. 프로파일러는 심리학을 공부한 경우가 대부분일 정도로 심리를 파악하는것이 참 중요한것이다. 그런데 심리학을 전공한 '경찰'이나 '탐정'이 아닌 순수한 심리학자가 주인공이 되는건 또 다른 느낌이다.

 

이 책의 주인공 올로클린은 경찰에 종종 도움을 주는 심리학자다. 그런데 사건 해결 도중에 신변에 해가 되는 것을 당해서 경찰과는 거리를 두고 싶지만 또 이렇게 저렇게 얽히게 되어서 사건에 뛰어들게 된다.

이미 전작에서 가족의 목숨이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러서 다시는 경찰일을 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올로클린은 자나께나 잠시 별거중인 가족과 다시 합칠 생각만 하는 가정적인 사람이다.

 

그런데 어느날 그의 집에 피범벅이 된 한 소녀가 찾아온다. 그녀는 올로클린도 잘 아는 사람. 바로 그의 딸의 절친인 소녀다. 분명히 무슨 큰일을 당했는거 같은 그 아이가 찾아와서는 그냥 가버린다. 겨우 다시 찾게 되지만 이내 그녀는 자신의 아버지 살해범으로 지목당하게 된다. 여러가지 정황이나 증거들이 그녀를 범인으로 단정지게하지만 올로클린은 그녀가 범인이 아니란 직감이 든다. 그리고 결국 처음의 결심과는 달리 사건의 실체를 향해서 돌진하게 되고 결국 엄청난 사건의 진실앞에 마주치게 된다.

 

직업이 심리학자여서 그런지 몰라도 이 시리즈는 사람의 심리와 관련된 범인이나 사건이 많다. 전작에서도 그렇지만 이번 작품에서도 결국엔 사람의 심리가 문제였다. 겉으로는 강해도 속으로는 약한, 겉으로는 친절해도 속으로는 사악한, 겉으로는 평범하지만 속으로는 엄청난 트라우마가 있는...그런 불안한 심리가 결국 범죄에 빠지거나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것을 사실적으로 잘 그려지고 있다. 이번에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기본적인 배려과 신뢰는 면에서 그것이 깨어졌을때 그것이 어떻게 미래에 작용하게되었는지를 새삼 깨닫게 해주는 책이었다.

 

전개가 빠르고 뭔가 짜릿한 스릴감을 느끼게 하는 그런 내용은 적다. 어떻게 보면 하나 하나 세밀하게 사건과 인물을 묘사하면서 천천히 나아간다. 그래서 책도 보통 내용보다 두껍다. 그런데 그 두꺼운 내용이 하나도 안 지루하고 한장 한장 어서어서 읽고 싶어지게 한다. 한번 손 잡으면 책 놓기가 망설일 정도로 몰입감이 있게 했다. 그만큼 극의 이어짐이 치밀하고 뒤의 내용을 짐작하지 못하게 하면서 흡입력이 좋게 내용이 진행되기 때문에 그런거 아니겠는가. 전체적인 구조를 치밀하게 촘촘히 잘 짰고 그 바탕위에 사건과 인물을 적절히 배치를 해서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어낸거 같다.

 

어떤 책을 읽을때 그 책의 내용에 애착감이 들때는 등장인물이 잘 흡입이 될때가 아닌가 싶다. 이 책은 시리즈라서 같은 인물들이 계속 나오는데 이 캐릭터들의 구축이 얼마나 잘 되어있나에 따라서 흡입력이 달라진다. 정말 있을만한, 그리고 내가 아는 사람인것처럼 익숙하면서도 보고싶게 만들어야 그 캐릭터구축이 잘되었다고 보는데 단 2편만에 여기 나오는 인물들 모두가 그리워졌다.

 

주인공인 심리학자 조 올로클린뿐만 아니라 그의 유력한 조력자인 전직형사 빈센트 루이츠, 그리고 조에게 사건해결의 도움을 구하면서 또 그를 도와주기도 하는 형사인 여성경감 크레이의 삼각 캐릭터가 참 잘 짜여있어서 이들의 모습을 보는게 참 기분이 좋다. 그리고 조의 삶의 근원인 그의 부인과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것도 좋다. 명색이 심리학자인 조가 부인이랑 헤어지지 않기 위해서 전혀 이성적이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것도 현실적인 이야기같아서 더 몰입이 된거 같다. 이번까지 2편이 나왔지만 두 편 모두 조의 가족들이 사건에 직접적으로 연루가 되기에 마치 내 가족이 사건에 마주치게 되는듯이 지켜보게 된것도 그만큼 등장인물들을 잘 소개한 덕분이 아닐까도 싶다.

 

이 책의 내용은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삼은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더 실감이 있었는데 몇가지 사건을 참 치밀하게 잘 교차를 시켜서 극의 단조로움을 방지하고 고차원적인 내용으로 전개를 시킨거 같다. 그러니 그 두꺼운 내용을 한번에 다 읽으려고 했지. 가족을 기본 밑바닥에 깔아놓으면서 은근설쩍 노출도 시키면서 밀당을 하다가 본격적인 사건에 휘몰아가는 솜씨가 아주 좋은 책이었다.

 

뭔가 평범하게 보이는 심리학자가 주인공인 시리즈의 전작을 읽고 그 뛰어난 재미에서 불구하고 긴가민가했지만 이번 작품을 읽으면서 아 이 시리즈는 그냥 아무소리없이 닥치고 읽어야 할 시리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속도감있고 스케일 큰 스릴러 소설도 물론 재미있지만 이런 소소하면서도 그 밑에 흐르는 격렬한 내용이 가득한 이 조 올로클린 시리즈를 주목하시라. 후회없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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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미스터리 스토리콜렉터 39
리 차일드 외 지음, 메리 히긴스 클라크 엮음, 박미영 외 옮김 / 북로드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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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 배부르다. 책 읽고 푸근한 느낌을 받기도 참 오랫만이다. 역시 배부를려면 여러 가지를 한번에 맛봐야 하는가...

많은 작가들의 작품을 보고싶기는 하지만 시간적, 물리적인 제약때문에 쉽게 보기는 힘든데 그 맛을 조금이라도 볼 수 있는것은 역시나 단편 모음집이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딱 어울리는 책이라고 할만한 책이다. 나름의 스타일을 구축한 여러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는데 비록 단편이긴 해도 작가 개개인의 글쓰기 느낌이 잘 살아있어서 한편으로도 그 재미를 잘 느낄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미국추리소설가협회라는 곳에서 뉴욕이라는 공통된 지역을 배경으로 여러 작가들이 쓴 미스터리 단편들을 모은 책이다. 여기에 참여한 작가들의 이면을 보면 정말 화려하다. 현재 미국에서 그야말로 꽤나 이름을 알리는 작가들이 총망라되어있다. 리 차일드, 제프리 디버, 토머스 H 쿡, 메리 히긴스 클라크 등 우리나라에서도 알려진 사람들이 많다. 그 이름들만 봐도 책에 대한 기대가 상승하게 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정말 잘 차려진 전라도 한정식을 먹은듯한 느낌이랄까. 반찬 가짓수도 많지만 그 반찬 하나 하나가 다 정성이 깃들인 빼어난 맛으로 유명한 전라도 한정식처럼 여기에 실린 각 단편들의 성격이나 스타일이 다 다르면서도 미스터리라는 장르의 뼈대를 잘 세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추리 미스터리 장르는 그 특성상 다른 단편에 비해서 짧은 분량으로 그 느낌을 제대로 발휘하기가 힘들다. 사건이 일어나고 그 진실을 풀어나가는 과정이 복잡해서 짧게 압축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역시 대가는 대가인지 연장탓을 하지 않고 각 작가들이 자신들의 스타일을 유감없이 발휘한 느낌이다. 물론 장편에 비해서 구조적인 치밀함이나 이야기의 재미가 약한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여기 실린 작품만 해도 장르의 참맛을 느끼기에는 충분한 생각이 들었다.

 

책은 제일 먼저 리 차일드의 작품,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이 작가의 대표 캐릭터인 잭 리처가 나오는데 오랫만에 뉴욕에 온 잭 리처가 우연히 맞닥뜨린 상황에서의 모습이 잘 드러난다. 사실 잭 리처는 소설에서 종횡무진 활약은 해도 뭔가 좀 도 닦은듯이 초연한 스타일인데 여기에서도 그 담백한 느낌이 잘 드러난다. 잭이 느꼈던 뉴욕은 어쩐지 쓸쓸하면서 조용한 느낌을 주는거 같다.

 

줄리 하이지의 [이상한 나라의 그녀]는 가벼운 미스터리의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플롯이 아주 복잡한것이 아니기때문에 책을 읽다보면 결말이 예상되기는 하는데 추리소설의 재미를 잘 느낄수 있는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낸시 피커드의 [진실을 말할 것]은 고전적인 추리 소설같은 느낌이 들었다. 수록된 작품중에서 꽤 인상적인 느낌을 준 작품이다. 내용이 좀더 길었으면 좋았을꺼란 생각이 든다. 주인공이 버킷 리스트를 작성했는데 그것을 이용해서 여러 사건이 있었다면 더 풍성했을꺼 같다.

 

[지옥으로 돌아온 소녀] 에서 토머스 H 쿡은 그 특유의 문체를 잘 나타내고 있다. 이 작가는 아주 복잡하고 반전이 뛰어난 미스터리를 쓰지는 않지만 뭔가 알려지지 않는 사연이 있고 그 사연이 드러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여러 인물들의 모습을 참 서정적이면서 부드럽게 쓰는데 이 작품에서도 그런 느낌이 잘 드러 난거 같았다.

 

S.J 로전의 [친용운 여사의 아들 중매]는 유쾌하게 봤던 작품이었다. 아마추어 탐정인 친용운 여사가 나오는 작품인데 이른바 할매 탐정이다. 할매 스파이로 유명한 폴리팩스 부인 시리즈가 생각나게 하는 재미난 작품이었다.

 

반전의 제왕인 제프리 디버의 [블리커 가의 베이커]는 두드러진 반전이 나오진 않지만 제프리 디버 특유의 물흐르듯 유연한 진행이 돋보였던 작품이었다. 사실 제프리 디버는 신선한 반전을 잘 하기로 유명한데 이런 단편보다는 장편에 더 장기인 작가이긴 하다.

 

대략적으로 인상적인 작품들을 이야기해봤는데 다른 작품들도 대부분 미스터리 단편이 주는 맛을 느끼기에는 괜찮은 작품이었다. 사실 이 책은 어느정도 장르 소설을 많이 접한 사람들에게는 가벼운 디저트같은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편하게 오며가며 읽어도 호흡이 떨어지지 않을 만한 내용같은 느낌이다.

미스터리 추리 장르쪽 책을 많이 접하지 못했던 사람에게는 오히려 더 좋은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긴 장편이 아니라서 분량 부담이 크지 않으면서도 어느정도 장르의 특성을 확인하면서 그 맛을 느낄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단편을 접하면서 점점 범위를 넓혀간다면 이 장르의 진정한 맛과 멋에 빠지게 될꺼 같다.

 

정성들인 여러 반찬이 있다고 해도 정성과는 별도로 다 맛있는건 아니다. 마찬가지로 여기에 실린 17편의 작품이 하나같이 다 100점인건 아니었다. 기대에 비해서 밋밋한 편도 있었고 반대로 별 생각없이 보다가 의외의 재미를 느낀 작품도 있었다. 하지만 역시 다들 글쓰기에는 나름의 실력들이 있는 작가들이라서 전체적으로 단편의 묘미를 잘 느낄수 있어서 편하게 볼수있는 책이었다.

미추리소설가협회에서 이런식의 단편집을 이 책 말고도 또 엮었는데 그것도 나왔음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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