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립 잭 버티고 시리즈
이언 랜킨 지음, 최필원 옮김 / 오픈하우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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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추리 스릴러는 전통적으로 미국 영국이 강세를 보이는 장르다. 요즘에 북유럽쪽에서도 좋은 책들이 많이 나오지만 아무래도 양과 질에서 그 두 나라가 다른 나라보다는 우위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중에서 미국은 워낙 양이 많아서 그 배경이 되는 도시도 미 전역에 있는데 영국은 수도인 런던을 중심으로 한 잉글랜드 지역이 배경이 많았던거 같다.

 

그런데 스코틀랜드를 배경으로 한 아주 인기있는 시리즈가 있으니 바로 이언 랜킨의 '존 리버스 컬렉션'이다. 영국에서는 매년 팔리는 범죄 소설 중에서 이 시리즈가 전체의 10%라고 하니 참 대단한 시리즈라고 할만하다. 어쩌면 영국에서는 셜록 홈즈만큼이나 유명한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렇게 많이 유명하지는 않은듯하다. 하지만 읽어본다면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은지 실감이 날것이다.

 

일단 이야기는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에서 시작된다. 주인공인 존 리버스는 어느날 주택가에 위치한 매음굴에 대한 기습작전에 동원된다. 예상치 않은 뜻밖의 작전이었는데 더 뜻밖의 인물을 만나게 된다. 바로 잘나가는 하원 의원 '그레고르 잭'이 그 매음굴의 어느방에서 발각이 된것이다. 언론은 득달같이 달려들지만 이 하원 의원에 호감을 가진 존은 최대한 그를 보호할려고 한다. 그러는 도중 잭의 부인이 실종되고 이어서 시체로 발견된다. 과연 부인의 살인범은 누구이며 잭의 정치생명을 끝장낼려는 세력은 누구일까. 그리고 잭은 어떤 비밀을 갖고 있을까.

 

한편 존은 하원 의원 사건을 수사하는 동시에 고서 도난 사건도 맡게 된다. 나름 희귀서적이라서 그런 책을 많이 취급하는 서점들을 탐문하는 도중 수이라는 이름의 서점에 가게 되고 그 가게 주인이 잭과 아는 사이라는것이 밝혀진다. 책 도난 사건은 또 어떻게 잭과 연결이 될것이가.

 

어떻게보면 단순해보이는 사건 같지만 그속을 들여다보면 복잡한 관련이 있고 그 속에 비밀이 있으며 그것이 얽히고 섥혀서 사건이 일어난다. 그런것을 하나하나 헤치고 결국 사건을 해결하게 되는 과정이 참 흥미롭고 재미있게 그리고 있다. 존 리버스는 미국 소설에 나오는 첨단 기법을 막 사용하고 그런건 아니다. 셜록 홈즈로 대표되는 끈기있는 영국 탐정의 전통을 잇는듯하게 존은 발로 뛰고 머리를 쓰면서 사건을 해결해나간다. 그래서 더 사실적이고 현실적으로 느껴지게 하는거 같다.

 

이 시리즈의 좋은 점은 여러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잘 구축되어 있다는 것이다. 주인공인 존 리버스는 아주 뛰어나고 천재적인 그런 경찰이 아니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수있을법한 스타일이다. 영리하면서도 느리고 윗사람에게 때론 굽히고 때론 버팅기면서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모습이 잘 그려지고 있다. 그밖에 동료로 나오는 인물들도 티격태격하면서도 깊은 신뢰로 뭉쳐있어서 미소를 짓게 한다. 이 시리즈는 각각 독립된 작품들이지만 등장인물들은 1편에서부터 나와서 조금씩 관계가 성장해나간다. 그래서 처음부터 읽는다면 그들의 관계가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느낄수 있게 될것이다.

 

배경이 스코틀랜드라서 거기에서 쓰이는 스코틀랜드식 영어, 즉 스코틀랜드 사투리를 이용한 말장난식의 대화가 나오는데 나름의 특색있는 부분이었다. 비록 영어를 몰라서 그 느낌을 오롯이 알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영국 특유의 음습한 날씨와 분위기가 사건과 잘 어울어지게 묘사가 되어서 분위기를 더 짙게 잘 만들었다.

 

전체적으로 쉽게 잘 읽히면서도 다음 내용이 궁금하게 잘 만들어진 내용이다. 과연 존 리버스 시리즈답다. 영국식 추리 스릴러의 전통을 발전적으로 잘 계승한 작품이란 생각이 들어서 이 시리즈 다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20편가까이 시리즈가 나왔다고 하는데 어서 우리 나라에서 따라잡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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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오어 데스 스토리콜렉터 50
마이클 로보텀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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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올로클린 시리즈로 이름만으로 따지지도 말고 읽어야할 작가라고 할만한 마이클 로보텀의 새로운 작품이다. 라이프 오어 데스. 우리말로 죽느냐 사느냐 뭐 그쯤 될꺼 같은데 사실 제목만 봐서는 어떤 내용인지 가늠이 안 되었다. 스릴러는 스릴러일텐데 어떻게 진행이 될까. 그런 생각으로 책을 펼쳤는데 그런 의문을 곧 날릴만큼 내용이 바로 진행이 된다.

 

주인공은 죄수 오디 파머. 긴 감옥생활을 끝내고 이제 풀려나기 하루만 남았다. 하루만 잘 보내면 자유의 몸이다. 그런데 그 하루를 남기고, 그가 탈옥한다. 감쪽같이 달아난다. 왜? 아니 하루만 버티면 감옥을 나가게 되는데 대체 왜? 그가 향하는곳은 어디일까.

 

이런 의문을 안고 소설은 시작되는데 그럼 이 특이한 탈옥범 오디 파머가 어떤 사람인지가 궁금해졌다. 그는 수년전에 일어난 무장 트럭 강도 사건의 용의자다. 그때 그 사건으로 무려 7백만 달러를 도둑맞았다. 그런데 그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가 바로 오디 파머다. 7백만 달러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수가 없고 살아남은 사람은 파머뿐이니 모든 관심이 그에게 쏠린다. 그리고 그가 수감된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노린다. 그만이 돈의 행방을 알수있으리라 여겼기 때문이다. 수많은 협박과 위협..그것을 묵묵히 견뎌낸 그였는데 석방을 하루 앞두고 탈출한것이다!

 

하루 남겨놓고 힘겨운 탈출을 감행한 그 자체가 좀 짜증이 났기도 했다. 아니 왜? 틀림없이 어떤 억울한 사연이 있으리라 생각은 했지만 탈옥하지말고 하루 더 견뎌서 무사히 나와서 자연인의 신분으로 억울함을 풀지 왜 그렇게 나왔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참 순진한 생각이란 것을 책을 읽으면서 금방 느끼게 되었다. 그가 무사히 감옥을 빠져나간다면 7백만 달러의 행방도 그만이 알게될것이고 그러면 그것을 노리는 감옥의 사람들이 결국 놓치게 된다. 그들이 그냥 순순히 그를 나가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내가 못먹는거 파머 니도 먹지는 못하게 하겠다! 이렇게 나오지 않았을까. 오디는 그것을 알고 탈옥을 결행한것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으로만 탈옥했다고는 볼수가 없을것이다. 다른 무언가가 있는게 틀림없다. 예상이 맞았는듯 이야기는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간다. 오디를 쫓기 위해서 경찰이 아닌 다른 사람이 등장하게 되는것이다. 바로 파머의 친한 감방동료였던 모스. 알수없는 세력에 의해서 오디를 쫓게 한다. 종신형을 살고 감옥에있는 그를 끄집어 내는 어둠의 세력. 그들이 어떤 세력이고 또 어떤 능력을 갖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모스는 어쨌든 오디를 쫓기 시작한다.

물론 FBI를 비롯한 경찰도 오디를 쫓게 되고. 이제 탈옥범의 신분에서 탈주자가 된 오디가 향할곳은 어디고 또 어떤 행동을 하게 될까가 자못 흥미롭게 이야기가 펼쳐진다.

 

책은 아주 재미있다. 작가의 이름에 걸맞다. 조 시리즈의 작가답게 치밀하면서도 흡입력있게 잘 쓰여졌다. 기존 시리즈물에 비해서는 잔인하고 피가 떡칠하는 장면은 많이 나오지 않는다. 그보다는 드라마가 좀더 강조되고 아무래도 탈옥한 주인공이라서 탈주와 추적이라는 스릴러면이 좀더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했다.

주인공의 모습도 잘 표현이 되었지만 다른 등장인물들도 잘 그려낸거 같다. 오디를 쫓는 감방동료 모스와 은행 강도 사건에 의심을 품는 FBI의 키작은 요원등의 캐릭터가 풍부하게 잘 그려져서 좀더 사실성있게 잘 다가왔다.

 

오디가 선택한것은 사실 쉽지 않다. 그의 삶이 여러모로 굴곡진 삶이었지만 사랑을 위해서 그렇게 살기가 어디 쉬울까. 한 우직한 사내의 순정이라고 할까. 세상에 별 사람이 있으니 오디같은 사람도 있긴 하겠지만 그 사랑을 위해서 인내하고 기다린 시절이 너무 처절해서 한편으론 가슴 아픈 느낌이 들기도 했던 책이었다.

 

탈옥을 한 오디가 결국 어떻게 될까. 7백만 달러의 행방은 어떻게 된것일까. 그 두가지의 결말을 알기위해 책을 읽기에도 충분하다. 정신없이 읽을수밖에 없는 책이기에 밤늦게 읽는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밤을 꼬박 새어야 할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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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시간 형사 베니 시리즈 2
디온 메이어 지음, 송섬별 옮김 / artenoir(아르테누아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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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나 스릴러쪽 책은 주로 영미권에서 많이 나온 장르다. 그쪽으로 쓰는 작가들도 많겠지만 기본적으로 기괴한 사건 사고들이 많은 지역이라서 그럴꺼다. 그런데 다른 지역이라고 해서 복잡한 사건들이 없지는 않을터인데 그래서 최근에는 북유럽을 배경으로 한 책들도 많이 발간되어서 색다른 재미를 주고 있다. 여기에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한 책이 나왔다. 바로 디온 메이어의 형사 베니 시리즈다.

 

사실 아프리카라고 하면 단순하게 동물들, 사막, 원시적인 부족 막 이런걸 생각하게 하는데 아프리카는 큰 대륙이다. 수많은 나라가 있고 그중에서 유럽을 닮은 나라도 있고 선진화된 나라도 있다. 아마 나이로비 같은 초원과 동물이 주인인 곳에서는 큰 사건이 없을런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책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이 배경이다. 아프리카 최남단의 과거 인종차별의 대명사였던 그 나라. 어쨌든 익숙하게 보던 미국이나 영국의 배경이 아니라서 낯설면서도 신선한 느낌을 준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책, 신선함만 이야기할수없는 재미를 주는 스릴러다. 배경이 새롭다고 해서 재미를 담보할수는 없는 법인데 배경이 어디든 재미를 준다는게 중요한 요소일터.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스릴러세계의 또다른 한 축을 충분히 담당할수있을 내용이라 할만했다.

 

부제가 형사 베니 시리즈니만큼 형사 베니가 주인공이다. 베니는 그전에 봐왔던 많은 형사들의 전형적인 요소를 갖고 있다. 능력은 있으나 가정적으로 불성실한. 이번 책에서는 급기야 집에서 쫓겨나기까지한다. 술때문에. 그 술을 끊지 않으면 이혼을 당한다는 나름의 '위기'에 처해있는 베니는 약속 시한인 6개월에 별탈없이 접근해가고 있다. 그런데 사건은 꼭 이럴때 생기는 법. 몇가지 사건이 터지면서 베니의 능력을 시험하기 시작한다.

 

처음 베니는 사건을 담당하는 형사의 멘토로써 출발한다. 말하자면 형사 교육 교관비슷한 직책이었으려나. 자신이 직접 맡지는 않고 각 형사의 사건에 도움을 주는 형태로 참여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사건들이 초보 형사들에게는 쉽지 않은 사건들이었고 결국 베니가 전면에 등장하게 된다.

 

사건은 2가지 살인사건이다. 하나는 한 유명한 음악인의 죽음이고 또 하나는 배낭여행중에 참혹하게 살인당한 한 10대 미국소녀의 죽음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유명 프로듀서였던 그 음악인의 죽음은 쉽지 않았다. 그와 원한이 얽혀있은 인물도 많았고 복마전같았던 음악계를 파헤치면서 접근해야하는데 그것도 복잡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무엇보다 시간이 급박하게 돌아한것은 미국소녀 살인사건이었다. 사실은 그녀 한사람만 죽은게 아니라 그녀와 함께 여행하던 다른 소녀가 있었는데 죽지않고 쫓기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제 그녀를 구하고 쫓는자들을 추적해야한다. 어떻게 그녀를 구할수가 있을까.

 

제목이 13시간인데 사건이 일어나서 해결하는 시간까지를 말한다. 새벽 5시 정도부터 7시 정도까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짦은 시간인데 그 시간동안 수많은것들이 휘몰아치고 급박하게 돌아간다. 하룻만에 일어나는 사건들이라서 스릴감을 더 배가시키고 긴박감을 느끼게 한다. 책내용이 꽤 긴편인데도 불구하고 휙휙 내용이 잘 넘어가서 오히려 책이 짧은듯한 느낌을 들게 할 정도다.

 

배경이 남아프리카공화국인 만큼 낯선 지명들이 등장한다. 사실 그 나라에 대해서는 케이프타운이라는 도시 이름만 아는데 여기에는 더 많은 거리이름들이 등장하고 아프리카라는 것을 느끼게 하는 여러 장치들이 나와서 흥미롭게 느껴졌다.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는 과정을 통해서 남아프리카의 처해진 현실을 간접적이나마 알수있는것도 좋았다. 인종차별로 오랫동안 신음했던 나라였다가 그것이 철폐되었음에도 여전히 남아있는 인종갈등의 여러 문제들과 연예계의 타락상등이 사건과 어우러져서 사건의 사실성을 짙게 만들고 있다.

 

이런 시리즈는 뭐니뭐니해도 주인공이 어떤 인물인가에 따라서 더 흥미를 주곤 하는데 이 책에서 나오는 베니 형사는 그야말로 우리가 이웃에서 흔히 볼수있는 사람 같다. 형사로써는 능력있지만 현실 생활인으로써는 실수도 많은 평범한 사람 같다. 책은 그런 인물을 입체적으로 잘 그려내고 있어서 인물에 대한 몰입감을 높이고 있고 여러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를 잘 구축해서 더 실제적이고 영상을 보는듯한 느낌을 들게 한다.

 

기본의 보던 스릴러와는 또다른 재미를 느끼는 괜찮은 책이다. 두꺼운 분량의 내용이 금방 지나갈 정도로 속도감도 좋다. 색다른 재미를 느끼고 싶어하는 스릴러팬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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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스토리콜렉터 49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황소연 옮김 / 북로드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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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연구기관이 기억을 분리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적있다. 좋은 기억은 살리고 나쁜 기억은 지우고. 자기가 원하는 기억만 살리는 그런것이 실현된다고 했는데 아직 소식이 없는거보니 제대로 안되는거 같다. 하기야 인간의 두뇌가 그렇게 만만한게 아닌데 그렇게 딱딱 분리해낸다는게 쉬운건 아닐터. 나쁜 기억이나 좀 덜 기억나게 해준다면 좋을텐데 그것 조차 참 어렵다.

 

이렇듯 기억이란건 우리가 의지로 어떻게 할수있는 것은 아닌데 여기 특이한 기억 형태가 있다.

눈에 보는건 무조건 전부 다 기억하는것. 이른바 과잉기억증후군. 마치 사진으로 전체를 딱 전사하듯 그냥 보면 다 기억하는거다. 그냥 이론적으로 만든줄 알았는데 실제로 존재한단다. 공부할때는 참 좋다고 여기긴했는데 세상에 좋은일만 있는게 아니라 기억하고 싶지 않은 나쁜 기억도 있을테니 모든 것을 기억한다는 이게 축복인지 저주일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이 책은 그런 과잉기억증후군을 가진 사람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키가 2미터 전후의 장신에 몸무게는 100킬로가 넘는 거대체격의 소유자인 전직 형사 데커. 그런데 거의 죽지못해 살아가는것처럼 완전 넝마에 거의 노숙자다. 그야말로 억지로 살아가고 있는데 그에게 과잉기억증후군은 그야말로 자신을 갉아먹게 하는 증상이다. 그가 그렇게 거지처럼 살게 된것이 끔찍했던 기억때문이기 때문이다. 바로 자신의 가족이 처참하게 살해당한걸 목격했고 그 기억이 오롯이 떠오르니 그야말로 살기가 싫은건데 무엇때문에자신이 살아있는지 그 자신도 모른다. 아마 범인을 잡아야하다는 무언의 몸부림이 있어서 그랬을지 않았을까.

 

그렇게 무의미한 세월을 보내던 데커에게 어느날 범인이 잡혔다는 소식이 온다. 범인은 자신을 데커가 무시했다는 이유로 그런 짓을 저질렀다고 하는데 데커에게는 아무런 기억이 없다. 그런일도 없었고 범인의 얼굴도 본적이 없다. 과잉기억증후군을 가진 그에게도 기억의 헛점이 있을까. 그가 과연 범인일까. 한편 범인이 잡힌 시간과 비슷한 시간에 근처 고등학교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나고 그것을 계기로 데커도 범인을 잡는데 협력하게 된다. 그리고 밝혀지는 진실. 어처구니없는 하나의 불씨에서 그 거대한 피의 계획이 세워졌으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잘 쓴 스릴러의 특징대로 이 책은 무척이나 흡입력이 좋다. 그냥 막 책을 읽어내려간다. 뒤의 내용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막막 책장을 넘기게 된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 특이한 능력을 가진 주인공이 제일 매력적이다. 전직 형사에 그전에는 미식 축구까지 했던 우람한 체격의 데커는 처음에는 형편없는 몰골로 등장한다. 그가 다시 맨정신을 차릴꺼란 생각도 못하게 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충격의 살인사건현장. 정신없이 앞부분을 읽고 난뒤에 이어지는 사건들에서 본격적으로 수사가 시작되는데 그 덩치 크고 굼뜬 주인공이 참으로 섬세하고 세밀하게 수사를 해 나가는 과정이 흥미로우면서 아이러니하다. 주인공이기 때문이겠지만 그의 캐릭터가 마치 활어처럼 잘 살아있고 입체감있게 그려져서 더 내용이 살게 된것이 아닌가 싶다.

 

사건의 치밀함도 이 책의 재미를 돋보이게 하는 장치다. 주인공도 몇번이나 헛물을 켤 정도로 정교하고 치밀하게 계산된 사건이 보는 재미를 더한다. 한꺼풀 한꺼풀 벗기면 나올듯한 진실이 또다른 벽에 부딪치게 되고 그런 악조건을 헤치고 결국 진실에 이르게 되는 전개가 책에서 손을 떼지 못하게 하는거 같아서 참 좋았다. 책을 덮고 전체 내용을 상기하면 마치 복잡한 퍼즐을 푼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정교한 미로를 빠져나왔다고 할수도 있을 정도로 진이 빠지면서도 흥미로왔던 책이었다.

수사를 도왔지만 형사신분은 아니었던 데커가 책 말미에 새로운 수사팀에 합류할수도 있음이 그려지는데 분명 시리즈로 나올 사전 포석이다. 하긴 이 독특한 능력의 인물을 그냥 일회성으로 썩히기에는 아까우니깐.

 

그나저나 초장부터 주인공이 그렇게 처절하게 불쌍하기는 근래 들어 처음이다. 아마 그 설정이 두고두고 중요한 포인트로 작용하지 않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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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어처리스트
제시 버튼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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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소재의 미스터리 소설이다. 우리가 다 아는 미니어처가 하나의 중요한 단서가 되는 소재로 사용되고 그것에 따라서 뭔가 사건이 이루어지는 이야기. 이거 먼가 심상치 않은 이야기가 전개될듯한 느낌이었는데 배경도 현대가 아니라 중세다. 네덜란드가 최고의 무역국가로 승승장구하던 암스테르담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간만에 특이한 스타일의 이야기란 느낌이 들었다.

 

17세기 암스테르담. 어린 신부 넬라는 여러가지 상황으로 인해서 어느 거상과 결혼을 하게 된다. 아직 꽃다운 나이인 18살...시골에서 살던 넬라는 대도시에 기대와 함께 걱정을 하면서 오게 되는데 그 대단한 집이 무엇인가 이상하다. 대저택임에도 불구하고 하인은 둘 뿐. 그것도 남자 하인은 하인이라고 부르기 애매한 위치에 있고. 그런데 무엇보다 이상한 사람은 남편의 여동생인 마린이었다. 차갑냐 하면 차가운것도 아니고 불친절하냐면 또 그것도 아니다. 하지만 왠지 불편한 느낌을 주는 그런 사람. 애매모호한 분위기의 대저택에 들어선 넬라는 그래도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현모양처가 되겠다고 결심한다.

 

그러나 그 누구보다 힘이 되어야할 남편은 자신이 결혼한지도 모르는건지 넬라에게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분명히 친절하고 예의를 다하지만 그렇다고 애정을 주는것도 아니다. 그저 바쁘다고 일해야한다고 그 자신의 서재에만 틀어박히거나 외부 출장을 간다. 그에 비해서 마린은 여러가지로 오빠를 대신해서 실질적으로 집안을 통제하고 있다. 어딘지 모르게 음울한 분위기였는데 남편은 결혼 선물이라고 미니어처를 선물한다.

 

자신의 집을 그대로 복사해서 아주 정교하고 세밀한 작은 미니어처로 만든것이다. 여기에 넬라는 광고집에서 한 미니어처리스트를 발견하고 미니어처를 의뢰한다. 그런데 배달되어 오는 미니어처는 넬라가 주문한게 아니었다. 그리고 연이어 배달되는 미니어처들...문제는 이 미니어처가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가 되긴 했는데 앞으로 일어날 어떤 것을 미리 예견을 한다는 것이다. 인물 미니어처에 묘사되어 있는 어떤 행위가 실제로 일어났다! 과연 어떻게 알고 그것을 예상했을까. 무엇보다 그 일들이 대부분 나쁜일이어서 더욱더 넬라의 신경을 쓰게 한다. 미니어처리스트는 대체 누구길래 이런 일들을!!

 

단조로울꺼 같은 집안은 점점 비밀스러운 일들이 일어나고 그 내막이 밝혀지면서 점점 긴장이 고조된다. 처음에는 서먹했던 집안 식구들과도 더 가까와지게 되는데 남편에게는 더 큰 비밀이 있었고 그 비밀로 말미암아 큰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과연 넬라는 집안도 지키고 남편도 지키게 될것인가.

 

미니어처라는 특이한 소재에 17세기 네덜란드의 모습을 잘 재현한 이번 소설은 기본적으로 미니어처와 그것을 만든 미니어처리스트의 정체를 쫓아가는 미스터리의 틀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넬라와 그녀 남편과의 로맨스도 적절히 있는 미스터리 로맨스물 같은 느낌을 준다. 무엇보다 시골에서 막 올라온 갓 18살의 수줍은 새색시가 점점 더 성장해나가는 것을 보여주는것이 좋았다.

그리고 인상적인 인물로 마린이 있다. 당시는 우리의 옛날과 마찬가지로 여자의 존재 자체가 희미하던 시절이었다. 여자는 그저 남편 수발이나 잘 들고 아이들 잘 낳고 돌보는 그런 존재. 그 자신의 주체적인 삶을 살수 없던 시절인데 이 책의 마린은 그렇지 않았다. 무역과 관련해서 자신의 오빠와 논쟁을 벌이기도 하고 자주 집을 비우는 오빠를 대신해서 실질적으로 집안을 이끌어가고 있었다.

 

아마 마린이 남자로 태어났다면 자기 오빠보다 더 큰 장사 수완을 발휘했을수도 있다. 시대를 잘못 타고 난 탓이리라. 물론 그런 마린도 한계가 있긴 했지만 동시대 여성들에 비해선 상당히 진보적인 성격을 갖고 있었다고 생각이 든다. 아마 평범한 주인마님이 될 생각을 갖고 있었던 넬라에게 영향을 끼쳤으리라.

 

책은 재미있게 잘 읽힌다. 아주 큰 반향을 불어일으킬 정도의 내용은 없지만 실체를 모르는 미니어처의 적절한 배달과 함께 벌어지는 여러가지 사건들로 인해서 적절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아주 몰입도가 뛰어난 서술이 아님에도 끝까지 읽게 하는 힘을 가진 책이었다.

 

다만 끝부분은 물음표를 갖게 한다. 넬라의 선택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소재였던 미니어처리스트의 존재에 대해서 별다른 기술이 없어서 용두사미격이 되버린 느낌이 든다. 혹시 후편을 생각하고 그런것인가. 아무튼 결말 부분은 마음에 안든다.

하지만 그 마음에 안드는 결말 부분이 있다고 해도 색다른 소재와 잘 보지 못한 시대적 배경이 잘 어우러져서 짜임새있는 미스터리였음은 분명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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