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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인 캐빈 10
루스 웨어 지음, 유혜인 옮김 / 예담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오랫만에 잘 읽히는 소설을 만났다. 분명히 잘 쓴거 같다거나 아주 설정이 좋다거나 하는데 의외로 진도가 잘 안 나가는 책들이 있다. 그런 책은 그런책대로 나름의 매력적인 요소가 있겠지만 분명한건 책은 잘 읽히는게 제일 큰 장점이란것이다. 잘 읽힌다는것은 그만큼 글을 잘 쓴다는 뜻이리라.
전작인 '인 어 다크, 다크 우드'에서도 색다른 재미를 주었던 지은이가 이번에는 밀실 살인 사건이라는 소재를 들고 왔는데 설정상 아주 신선한것도 아니고 캐릭터의 독창성이 뛰어난것도 아닌데 아주 쉽게 잘 읽혔다. 다른 책보다 훨씬 빨리 진도가 나갔다. 물론 재미가 있으니깐 그런거기도 하지만 자질구레한 것들은 묘사하지 않고 사건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키기 때문에 그렇게 느낀건 아닌가 싶다.
주인공인 로라 불랙록은 여행 잡비 '벨로시티'의 밑바닥 기자다. 독립된 글을 쓰는 기자가 아니라 윗 사수의 심부름꾼이나 마찬가지인 처지다. 그런 그녀가 한 호화 유람선의 첫 번째 항해에 탑승할 행운을 누리게 되었다. 이번 기회에 멋진 기사로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면서 좀 더 나은 신분으로의 상승을 꿈꾸는 로라. 그런데 항해 이틀전에 집에 강도가 들게 된다. 어떻게 어떻게 크게 번지지 않고 마무리가 되었지만 이미 그에게는 큰 마음의 상처가 되었다. 어딘지 모르게 자꾸 불안감이 생기고 두통은 달고 산다. 보통 사람이라면 여행을 포기했겠지만 그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 그것을 놓칠수는 없다.
그래서 드디어 유람선에 탑승하게 된다. 근데 탑승객 중에서 아는 사람도 있고 뭔가 묘한 느낌이 들던 와중에 여자의 비명소리를 듣게 된다. 베란다로 달려간 로라는 여성으로 느껴지는 한 물체가 바닷물에 가라앉는것과 핏자국. 그러나 그 배에서 없어진 사람은 아무도 없고 그녀의 말을 증명할 길이 없다. 사건의 진실을 찾아서 조사하게 되는 로라. 그리고 결국 엄청난 사실과 마주하게 된다.
주인공인 로라는 오랫동안 잡지사 기자로 있었지만 주목받는 위치에 있지 않고 그저 겨우 붙어있는 처지나 다름없다. 그것이 어찌보면 중요 배경일것이다. 나름의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다고 볼수 있는것이다. 그리고 처음 당하는 강도. 거의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온 그녀에게 일상에서 불안감을 늘 느낀다는것은 상상이 간다. 그런 바탕위에서 거대한 밀실이라고 할수있는 바다위를 항해하는 유람선에서 아무도 본 사람이 없는 존재를 쫓는다는 것은 그만큼 다른 사람에게 신뢰를 얻지 못한다는것이나 다름없다.
이 책의 포인트는 그렇게 남도 믿지 못하고 어떨땐 나 스스로도 믿지 못하는 극도의 혼돈 속에서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을 이야기한다고 볼수 있다. 그래서 앞부분에 실제 유람선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 로라의 신상에 관한 것을 좀 길게 서술했다고도 볼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로라의 치밀하지 못한 행동과 말 그리고 실수등에 조금 짜증이 나는건 어쩔수가 없다. 어찌보면 로라가 그만큼 불리한 상황에서 악전고투하고 있다고도 볼수 있겠지만.
책은 로라의 1인칭 시점에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책을 읽다보면 나의 시점이 로라의 시점이 되어서 어느새 내 눈으로 사건을 쫓는것같은 느낌을 들게 한다. 사람을 상대할때나 여러 사건이 일어날때의 심리를 잘 묘사하고 있어서 마치 실제 영상을 보는듯이 생생하게 잘 표현하고 있었다.
아주 복잡하고 신선한 트릭이 있는 스릴러는 아니었지만 불안증이 있는 주인공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빠르게 잘 전개시켜서 흥미있게 읽을수 있는 책이었다.'재미있다'라는 표현에 딱 맞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