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테 미안해서 비행기를 탔다 - 오기사가 다녀온 나르시시즘의 도시들
오영욱 글.그림 / 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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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으며

어느 순간 내가 겁이 늘었다고 느꼈을 때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했다.

위안의 도시 상트 페테르부르크 中 312p

 

 

겁은 늘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내게도 상트 페테르부르크가 위안이 될까?

 

 

사람들은 다양한 감성을 지니고 살아가지만

라스베이거스에 오는 여행자들은 대개

흥분 상태로 들어와서 허망하게 떠난다.

나는 허망하게 떠날 마음의 준비를 했다.

욕망의 도시 라스베이가스 中 030

 

나도 그렇게 떠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데.....

 

짧은 여행이 해결해주는 건 많지 않다.

추억이 남는다고는 하지만 일상의 힘이 너무 강하기에 곧 묻혀버린다.

여행 중의 단상들은 마치 지난밤 꾸었던 두 번째 꿈처럼 희미한 기억으로 흩뿌려지게 된다.

일탈의 도시 찬디가르 中236

 

사실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할 때는 위로가 필요하지 않는 법이다.

그건 그냥 묵묵히 혼자서 어떻게든 견뎌내야 하는 종류의 과정이다.

 

2010년 9월의 라스베이가스

2010년 12월과 2011년 1월이 겹치는 기간의 인도

2011년 6월의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

오기사의 말처럼 기간도 떨어져 있고, 기간도 연결되어 있지 않지만 그 세 도시가 모두가 꿈을 위해 만들어진 계획도시라는 공통점이 있다.

 

오기사의 책마다 나오는 위트는 이번에는 글 중에는 많이 줄었지만(더 생활인에 가까워지고 있어서 일까>), 늘 보게 되는 스케치 중에 그의 유머는 여전하다.

 

사막 위의 생긴 마법 같은 도시, 라스베이가스를

겜블러가 되어 보기 위해서, 밤의 마법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건축물을 보러도 가는 구나...

 

르코르뷔지에가 만든 인도의 북부 도시 찬디가르도, 

얼마 전 친구가 다녀와 칭찬을 하던 러시아의 도시

유럽을 닮고 싶어 만들어진 러시아의 계획 도시 상트 페테르부르크도... 

 

건축가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 3개의 계획도시는 여느 여행자들의 시선과는 다를 수 밖에 없어 좋다. 예를 들면, 라스베이가스를 다니며 밖에서 볼 수 있었던 스케일 크던 뮤지컬을 free로 보여주던 보물섬 호텔의 창문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면서 재미있다. 그렇구나...아무 생각 없이 봤는데..

 

책도 예쁜 게 좋긴 하다. 나도 책의 사이즈나 활자도 중요하게 생각하며 먼저 보기도 한다.

하지만, 여백의 미를 좋아하는지 활자 크기가 보물찾기 하는 것처럼 너무 작은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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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함이 번지는 곳 벨기에 In the Blue 2
백승선 / 쉼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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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는 다른 나라를 침략한 역사가 없는 나라다.

평화의 나라, 벨기에

 

와플과 초콜릿의 나라.

 

낯선 나에게 핑크빛 돌던 맥주까지 특별한 맥주들(무려 약 1,000여 종의 맥주를 생산하는 나라란다.)을 많이 맛보게 해 준 나라.

 

그렇다.

그 외에도

책의 첫 머리에 나와 있는 스머프와 플란다스의 개, 틴틴의 모험이 만들어진 만화의 나라.

르네 마그리트와 루벤스, 오드리 햅번이 태어난 나라다.

 

오래 전 첫 유럽 여행에서 벨기에는 바쁜 일정에 겨우 1박 2일의 채 24시간이나 머물렀을까? 스쳐지나간 나라이다.

그럼에도 내겐 특별하다. 나의 친구의 신혼집이 있던 안트베르펜

 

시청사의 뾰족 탑도 인상적이지만, 그 앞의 기울어진 돌바닥 광장, 그랑 플라스의 밤과 아침의 변신(더운 여름날 바닥에 드러누워 맥주를 마시던 청년들의 놀이터이던데, 아침이 되니 꽃시장으로 만개한 꽃동산-물론 엽서로 본 플라워 카펫 정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되어 있었다)에 놀랐던 브뤼셀도 잊을 수가 없다.

 

마네킨 피스 오줌싸개 동상은 실제 보면 실망할 거란 소리를 듣고서도 올려다 봐야하는 곳에 서 있는 오줌싸개를 보고선 너무나 아담한 사이즈(60cm의 신장이란다.^^)에 더더욱 웃어댔던 기억이 난다. 홍합 거리인 부세 거리...

휴가기간 내가 브뤼셀에 도착하던 전날 한국을 떠난 친구 때문에 혼자 두어 시간 차를 몰아 호텔까지 찾아와 있던 친구의 부군 덕분에 밤의 드라이브로 가본 1958년 만국박람회를 기념하여 만든 아토미움의 야경까지...

 

전 세계의 다이아몬드 원석의 80%가 거래되는 다이아몬드의 중심도시,

그보다 우리에겐

프란다스의 개로 유명한 ‘손’의 도시, 안트베르펜

네로가 파트라슈와 보러 간 루벤스의 그림이 있는 노트르담 대성당.....

 

그리고 나는 가보지 못했지만, 작가가 사랑에 빠진 도시 브뤼헤가 있다.

 

사람이 살면서, 같은 곳을 두 번 여행하는 일이 어디 흔할까. 그것도 내 나라가 아닌 바다 건너 나라, 비행기로 꼬박 열 몇 시간을 날아가야 하는 어느 나라의 어느 도시를 두 번이나 가게 된다는 것은 무척 특별한 일일 것이다.

내게 특별한 도시, 브뤼헤, 아마도 나는 너와 연애하고 싶은 모양이다.

Bruges 당신과 나의 사랑이 이루어지는 곳 브뤼헤 中

 

많은 지면을 할애한 브뤼헤를 읽고 있으니 아주 그 작은 도시가 가보고 싶어진다.

그리고 그 보다 더 작아 2시간이면 다 둘러볼 수 있는 겐트가 나온다. 7세기에 세워졌다는 벨기에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겐트.

 

브뤼셀, 안트베르펜, 브뤼헤, 겐트까지 어느 하나 사랑스럽지 않을 수가 없다.

베네룩스 3국의 작은 나라로 알려진 벨기에 결코 작은 나라만은 아니다.

 

백승선. 변혜정의 [~~곳, ___] 시리즈 중 더욱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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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에 반하다 - 양소희의 101가지 타이베이 다이어리 반하다 시리즈
양소희 지음 / 혜지원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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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여행을 떠날 수 없는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속상하다고 토로하는 젊은 친구들이 많다. 또 단 한 번의 여행이라도 제대로 하고 싶다고 어디를 가면 좋을지 묻는 친구들이 있다. 여행이 일상인 나는 2시간 반이면 도착하는 가깝고도 안전한 여행지 타이페이를 추천한다. 시간도 삼일이면 충분한 곳이다. 왜 꿈만 꾸고 있는가. 여행은 사치가 아니다. 여행은 “나중에 노년이 되어서 시간과 돈이 넉넉할 때 해야지/”라고 뒤로 미뤄두는 것이 아니라 돈이 비록 빠듯하더라도 젊었을 때 부지런히 다니며 견문을 넓혀야 지적 재산으로 축적되어 세상에 다른 모습은 재생산 될 수 있음을 나는 여행하면서 배웠다. 하루라도 어렸을 때 여행을 떠나야 한다.

애필로그,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中 301

 

몇 년 전에 한 번 타이완을 가려다 계획을 옮기지 못했는데, 장난스레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가 함께 가게 되어 그 전에 대만 있을 때 많이 참고했던 책이라며 읽어보라 해 가기 전에 읽고, 또 여행 중에도 도움이 많이 되었던 책이다.

 

사실 1주일간의 여행 중에 타이페이에는 오래 머물지 못했지만, 명소별로 간략하게 잘 정리되어 있어 좋다.

 

책을 읽으며 느꼈는데, 책의 말미에도 그렇게 나와 있다.

중국스러운 분위기지만, 일본처럼 깨끗한 곳이 타이완과 타이페이의 인상인 듯 하다. 게다가 일본보다 더 좋은 건 가격 착하면서 맛난 먹거리가 많다는 점이 더욱 매력이다.

 

타이완에 와본 이들 중 타이베이 이미지가 너무 일본 같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여기는 일본 어느 길 같고 저기는 일본 어느 길 같다고. 틀린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일제 강점기에 개발된 것들을 그대로 보존하고 발전시켰기 때문에 타이베이 골목은 일본스러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곳은 맥주와 같이 먹는 안주가 전부 일본식 요리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일본에서 먹었던 일본식 음식보다 타이완에서 먹는 일본식 음식들이 맛있다. 국적이야 어떻든 타이베이에서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다면 그것으로 된 것 아닐까.
PART 4 입맛 다시는 여행 248

 

에필로그에 나와 있는 것처럼 여행이라는 걸 꿈꾸면서도 선뜻 발을 떼기 힘든 이들에게 타이페이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다음 번에는 타이페이만으로 다시 한 번 여행을 갈 때도 참고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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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미술관 산책
최상운 지음 / 북웨이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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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다른 책에서인가 읽은 적이 있다. 프랑스의 수도 파리에만 해도 삼십 여개(정확하지는 않지만..)이상의 미술관이 있다고. 이 책은 파리의 그 모든 미술관을 모두 다니진 않는다. 너무나 유명하지만 ‘무려 30만점에 달하는 방대한 소장품들 중에는 프랑스가 제국주의 시대의 주역 노릇을 할 때 약소국으로부터 뺏어온 것들(18P)'이 많아 필자가 썩 내켜 하지 않은 루부르를 비롯하여 시대별 묶음이라 할 수 있는 오르세, 퐁피두를 포함, 모로, 오랑주리, 로댕, 유럽사진, 베르샤유까지 8개의 미술관을 아주 여유롭게 하지만 의외로 상세하고 자세하게 돌아본다.

 

책의 후기에 필자가 이렇게 선정한 이유가 나와 있다. 조잡한 안내서 하나에도 큰 도움을 받았던 본인의 경험으로 파리 미술관을 둘러볼 때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책을 쓰게 되었다고. 미술관으로 향해 가는 길이나 교통편도 그렇지만 미술관에서의 이동 경로 등도 함께 걷는 것처럼 묘사되어 있어 가지 못하고 책으로 읽게 되는 갈증을 어느 정도 충족시켜줄 수 있을 정도다.

 

파리 미술관만 돌아보는 책은 전에도 읽은 적이 있지만 이 책의 다른 점은 작가가 선정한 미술관은 아주 괜찮은 공원들과 주요 관광지나 카페 등을 set로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튈르리 공원-루브르-카루젤 개선문, 퐁 데자르 다리-오르세-뤽상부르 공원-센 강 좌안의 카페, 로댕 미술관-에펠탑-샤이요 궁 등으로 말이다. 제목 그대로 산책 코스를 잘 보여주고 있다.

 

16세기의 베니스 회화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이 세 거장의 작품들을 프랑스 포도주에 비교해 보기로 한다. 예를 들어 묵직하고 약간 어두운 틴토레토가 보르도산 레드 와인이라면, 우아한 티치아노는 부르고뉴 레드 와인, 밝고 화려한 베로네세는 알사스의 화이트 와인으로 표현하고 싶다. 그 외에 가볍고 화사한 폰토르모의 작품은 론 지방의 핑크색 로제 와인쯤 되지 않을까.

시간을 삼킨 예술의 궁전 中 29p

 

책 초입 부분에 루브르를 돌아보며 이탈리아 화가의 방을 보고 나며 적은 글을 보며

‘와! 대단하다. 어떻게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까?’하고 표현력에 반해 버렸다. 계속 읽다보니 작가의 책 중 너무나 평화롭고 한가한 느낌의 여행이 인상적이었던 [지중해 마을 느리게 걷기]와는 많이 다르게 예리한 감각이 느껴진다.

 

실제 살던 지역이라 그럴까? 그냥 여행객이나 관광객은 절대 느껴질 수 없는 좁은 길까지도 누비며 다니며 섬세하게 미술관에 대한 이야기나 작가에 관한 이야기, 작품에 대한 지식이나 이야기를 실제로 미술관을 돌며 도슨트docent를 따라 돌며 설명을 듣는 것처럼 자세하고도 재미나게 들려준다.

 

모처럼 만난 참 괜찮은 파리 미술관에 관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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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 - 우리는 왜 여행을 떠나는가? 어떤 날 1
김소연 외 지음 / 북노마드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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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여행이든 아쉽지 않은 끝은 없다. 그래서인지 여행이 끝날 때마다 항상 드는 생각은 ‘여행하는 동안 조금 더 잘 보낼걸.’ 여행이 가르쳐주는 것이 있다면 예컨대 그런 것 아닐까. 인생이라는 여행에서만큼은 그러지 말기를. 인생이 끝나갈 때조차 내 인생과 좀더 잘 지낼걸. 나의 지난 시절에게, 내가 지나온 친구들과 그 모든 사람들과 조금 더 잘 지낼 걸 하며 후회하지 않기를.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어렵게 떠난 여행의 빛나는 한 순간임을 알고, 내일보다 오늘을 더 부지런히 누리기를 마음에 새겨본다.

위서현 아나운서-단편영화를 좋아하는 당신을 위한 단편여행법 中 133p

 

불편하고 낯선 잠자리, 정쟁이가 된 심정으로 메뉴판을 찍어 나온 해괴한 요리, 이국의 언어와 알 수 없는 거리, 세포 하나하나까지 긴장하고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것 같은 기분. 젠장, 괜히 떠났어, 하고 후회해도 코 끝에 바람이 살랑살랑 불면 궁둥이가 씰룩거리기 시작한다. 마법에 홀려 있기 때문이다. 여행의 모든 순간은, 내겐 마법이다.

최상희 작가- 여행, 그것은 마법의 순간 中 161p

 

어떤 날에 우리는 왜 여행을 떠나는가?에 대해 하는 화자들의 이야기 읽다보니

시시콜콜 다 내 이야기 같다.

나가서 투덜대면서, 피곤해 하면서도

안 가면 못 가면 발병 나는....

 

9명의 다양한 계통에 종사하는 이들이 여행을 떠나는 이유나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계속 여행을 함께 하며 드는 생각 하나

‘언제 난 또 이런 저런 이유나 방법을 들어 여행을 떠나보나?’ ^^

 

참, 사족 하나

성미정 시인의 우다이푸르 가는 길, 화장실 이야기는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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