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람처럼 자유롭다 - 뜨겁거나 혹은 너무나 슬픈 여행의 유혹, 개정판
최인호 글.사진 / 프라하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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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으로 모여드는 사람들은 오직 죽음을 향해서 걸음을 옮길 뿐이다. 삶의 시간은 죽음을 향해 가는 수단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살아 있다면 걸어야 한다. 죽음의 도시 바라나시에 쏟아지는 태양과 검은 강줄기 속에 자신의 마지막 시간을 바쳐야 한다.

검은 개와 나 中 38p

 

우리는 걸을 때 많은 것을 얻는다. 특히 아무 것도 없는 황량한 벌판을 혼자서 걸을 때면 내가 생각하는 모든 것들이 나의 배경이 된다. 보이는 것이 없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생각이 산을 만들고 마음이 꽃을 만들기 때문에 아무것도 없던 배경도 있는 것이 된다.

침묵을 횡단하는 사람 中 117p

 

한참을 읽는 동안 삶의 무게가 느껴지는 듯한 요즘 흔히 보는 그런 여행기의 분위기가 아니어서  내가 알고 있는 그 최인호 작가인 줄 착각하면 읽고 있었다. 여행에서의 행동이나 여행지에서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장면들에서 약간의 의문(??)을 느끼는 정도여서 프로필을 찾아보니 같은 연세대학교 출신이긴 하지만 저서가 전혀 다른 동명이인이라는 걸 알았다.

어쨌든 책을 처음 고를 때 잘 모르고 들었긴 하지만 의외의 수확, 꽤 읽을 만한 내용이다.

문학과 함께한 문학기행은 아니지만 각지의 여행길에 함께한 좋은 문장들이 눈에 띄고,  나와 있는 프로필로 연령을 가늠해보긴 힘들지만 여행길에서 의 단상들을 꽤나 무거운 주제로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아! 오아시스가 우주를 품었구나.

루이와 나는 오아시스에 발을 담근 채 무거웠던 몸과 마음을 내려놓았다. 낙타도 물을 마시며 긴 여행의 풀었다. 정말 친구란 이런 것이어야 할 것이다.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변함없이 기다려주는 것, 그리고 자신의 것을 아낌없이 주는 것, 그런 후에 그가 떠나가도 슬퍼하지 않고, 의심하지 않고 또다시 기다려주는 것. 그럴 때 어린왕자가 말한 것처럼 서로에게 ‘기적’이 일어나고 진정한 친구가 되는 것이리라.

오아시스와 친구 中 115p

 

 

“사무친다는 게 뭐지?”

“아마 내가 너의 가슴 속에 맺히고 싶다는 뜻일 거야.”

“무엇으로 맺힌다는 거지?”

“흔적.... 지워지지 않는 흔적.”

9부 돌아옴에 관하여 中 216p

 

곱씹어볼 만한 문장들이 제법 있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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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방랑 건축+畵[화] - 아헨에서 위베스퀼레까지, 유럽을 걷고 건축을 스케치하다
최우용 지음 / 서해문집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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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건축가가 되어 있던 그가 다시 공부하는 기분으로 유럽의 10개국 80여개 도시를 따박따박 걸으며 때로 기준이 되고, 보고 싶었던 건축물들을 보기 위해 떠난다.

 

건축을 숙명적으로 크기와 관련된 원죄를 갖고 태어난다. 건축은 구체적 물성을 갖춘 재료를 기반으로 엄청난 크기로 구축되어 실재하기 때문에 현실 반성적이어야 한다. 실험적 건축은 존재할 수 있으나 건축이 온전히 실험의 대상일 수만은 없는 것은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작은 교회의 큰 어울림, 위베스퀼레 마을 교회 中 289P

 

이 글을 읽다보니

언젠가 건축가인 사촌오빠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생각났다. 아파트의 경우만 해도 구조만 봐도 대충 언제쯤 건축된 것인지 알 수 있다고. 우리 나라 같이 공통주택의 역사가 짧은 경우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방, 거실, 주방의 크기 등에서도 금방 알 수 있다고 했다.

건물이 그 지역의 역사와 생각을 담을 수 있다는 이야기겠지?

 

건물마다 특유의 원색을 입고 있어 그 다채로운 색상의 조합이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기자기하고 정겹다. 빨강, 파랑, 노랑, 분홍 등 원색의 모임은 계획적으로 구성되었다는 느낌을 강하게 풍긴다. 색을 선택하는 데 집 주인장의 취향에만 의존한다면 이토록 컬러풀하게 통통 튀는 색상의 멋진 조화를 이루기 어렵지 않겠는가? 실제로 집주인이 자기 집에 색을 칠하려 할 때는 해당 정부 기관에 신고를 하는데, 그러면 담당 기관에서 그 부지에 허락된 몇 가지 색을 알려준다. 그러면 집 주인은 그중에서 마음에 드는 색을 칠하는 시스템이라고 한다.

감천동 in 이탈리아, 부라노 섬 中 144p

 

알록달록하고 화려한 색들이 ‘서로 친구 먹고’있는 섬마을(144p) 이탈리아의 부라노 섬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현란한 색감과 디자인 등을 다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독일의 아헨에서 시작된 그의 건축 기행은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네델란드 벨기에를 거쳐 북유럽의 핀란드와 스웨덴 그리고 오스트리아 체코에 이르며, 유럽을 여행할 때 만나게 되는 도시들에서 본 적이 있음직한 건축물들을 보게 된다.

 

건축 용어들이 물론 설명이 있긴 했지만 다소 딱딱하게 전개된 이야기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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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기차 여행 - 작은 증기기관차부터 초호화 특급열차까지, 낭만 기차 여행 20
윤창호 외 지음 / 터치아트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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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주위에 아무것도 없는 몽골 평원의 한복판에서 가이드가 차를 고치는 동안, 배낭 속의 지도를 꺼내들고 한참을 들여다본 적이 있었다. 우리는 과연 어디쯤 있는 것일까 추측하고 있는데 현지 가이드와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갑자기 웃음이 터져 한참을 웃었던 기억이 난다. 사실 내가 지금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데 지도가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자신이 어이데 있는지 정확히 알아야 비로소 지도가 쓸모 있는 것을. 그래야 여행도 지속될 수 있는 것을. 그리고 그건 여행에만 국한된 것만은 아니라는 깨달음을 비로소 그때 얻게 되었다.

252p

 

‘책 속에 길이 있다’고 했던가? 떠나지 못하는 자는 이렇게 책에서 깨달음을 얻지만 아마도 일상을 벗어나 여행을 떠나는 많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런 것일 터이다.

일상을 벗어나며 늘 보던 자신도 새롭게 보게 된다는 것이다.

 

단편 소설의 단점 중에 하나가 자꾸만 호흡이 끊어지는 것이 될 터이다. 여러 작가의 글 또한 별루 좋아하지 않는 게 느낌이 생경한 어떤 것들을 따라가는 게 힘들다면 이 책은 그런 면에서는 괜찮다. 4명 작가의 글이 많이 널뛰기 하는 느낌이 덜하며 부드럽게 느껴지는 점이 좋다.

 

물론 기차 여행 중에는 4인의 글이라 살짝 겹치는 부분-1부의 유럽에 물론 촘촘히 잘 연결된 철로망 때문이기는 할 테지만...-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다시 볼 만하다.

 

2부에서 더 인상적인 었던 노선은 워낙 럭셔리해서 타볼까 싶지 않지만 남아공의 blue train과 중국, 러시아 몽골의 3개국을 가는 몽골횡단열차가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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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
서현 지음 / 효형출판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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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더 쉽게 읽히는 건축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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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내가 온다 : 터키, 살며 사랑하며 운명을 만나며 - PARK BUM-SHIN'S TURKEY IN DAYS
박범신 지음 / 맹그로브숲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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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못한 곳에 대한 환상과

가본 곳에 대한 그리움

어느 것이 더 클까?

둘 다가 묘하게 어우러져 내게는 인상적인 여행 장소. 터키.

 

박범신 작가는 내 마음 속의 ‘시인’을 찾아 주는 여행이라고 했다.

그 여행의 시작은 아시아와 유럽이 만나는 곳 이스탄불의 상징적 장소 보스포루스 해협에서 시작된다.

 

part1에서 만나는 장소는 대부분 나의 여행 일정과 비슷하다. 지금은 정치적 수도가 앙카라로 옮겨 갔지만 오랫동안 수도 역할을 했던 곳 이스탄불을 돌아본다. 히타이트 시대부터 페르시아 그리스의 헬레니즘과 로마, 투르크 민족에서 오스만 제국에 이르기까지 문화 융합의 장소로서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준다.

 

아야 소피아

악기부터 대표적 특산물인 양탄자를 비롯해 없는 게 없는, 5천개의 상점이 밀집해 있어 들어가면 길을 잃어버리는 ‘살아 숨쉬는 마법의 미로(54p)’인 그랜드 바자르.

‘대포의 문’이란 불리는 톱카프 궁전까지

 

커피 장소라 해석될 수 있는 카프베 하네에서의 물담배에서부터

양곱창 햄버거, 코코레치,

홍합밥, 미디예돌마,

고등어 케밥까지 맛이라면 또 둘째가라면 서러운 터키 음식들도 등장한다. 난 물론 그 중 인도의 난과 거의 비슷한 ‘공갈빵’ 피데가 가장 좋았지만 말이다.

 

그 어떤 문명도 대자연을 넘어설 수 없습니다.

그 어떤 웅혼한 풍경도 시간을 넘어설 수 없습니다.

그 어떤 역사도 허공을 넘어설 수는 없습니다.

 

한낮의 카파도키아 대지가 제게 그런 걸 가르치고 있습니다.

 

par2에서는 중부 아나톨리아 지방의 유명한 곳들을 둘러본다.

카파도키아

‘보이지 않아야 할 곳’이라는 뜻의 괴뢰메 공원

지하도시 데린쿠유

우치히사르

'34%에 이르는 염분으로 세계에서 가장 염분이 높은 내륙 호수(187p)' 소금 호수(lake Tuz)와

터키어로 ‘목화(Pamuk)의 성(kale)’을 뜻하는 파묵칼레

기원전 2세기 무렵 세워진 로마의 고대 도시, 성스러운 도시 히에라폴리스와

함께 있는 네크로폴리스(Necropolis). 아직도 1,700여기의 무덤들이 있다는데, 로마인, 이슬람인, 그 먼 곳까지 가서 우리나라처럼 봉긋한 봉분을 세운 중국인의 무덤까지.. 여러 문화의 집합지 였던 만큼 누워 있는 인종도 얼마나 다양할까? 싶다.

만 5천 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히에라폴리스 원형극장도 등장한다.

그 기원전 2 세기경에 어떻게 마이크를 쓰지 않고도 들을 수 있게 설계되었을까? 놀라울 따름이다.

나도 이곳에서의 기억이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그 공연장의 소리가 잘 울리는 부분에 서서 ‘아리랑’을 노래하며 소리를 들어봤던 것과 유명 관광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one dollar'를 외치며 그 허허벌판의 유적지에 와서 조잡한 엽서를 팔던 어린 아이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난다.

 

남부 지중해쪽으로 내려와선 아름다운 안탈리아를 지나 터키 최남부 땅끝마을인 수중유적도시 케코바를 돌아 다시 이스탄불로

 

이슬람의 세계에선

삶과 신앙이 나뉘지 않고

예술과 신앙이 다르지 않습니다.

그들은 신과 일체감을 느끼기를 원합니다.

 

신은 교회당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어디에 있든 하루 다섯 번의 기도를 멈추지 않습니다.

그들의 삶은 오직 한 길, 알라의 길로 이어져 있습니다.

그들을 만나면 이렇게 말하면 됩니다.

 

“인샬랴!”

신의 뜻 대로라는 뜻입니다.

285p

삶은 영원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높은 자리에 있어도,

아무리 돈이 많아도 삶의 유한성을 넘어설 수 없으므로,

인간은 누구나 신 앞에서 머리를 숙일 수 밖에 없습니다.

신은 영원한 삶의 길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신은 하늘이 아니라 마음속에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293p

 

이슬람교의 사원에서 신도에게 예배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노래 에잔(Ezan)에 맞추어

술탄 아흐메드 모스크(Sultan Ahmed Mosque)에서 기도 시간을 돌아보면 누구는 여러 생각을 하게 한다. 박범신 작가도 역시 그런 것 같다.

 

가톨릭 건물에 메카의 방향을 표시하는 아치형 벽감인 미흐라브 외에 여러 이슬람 문양들이 있는 오묘한 건물을 크리스트교도는 건물의 훼손이라고 하지만 아주 복잡한 건물의 역사만큼이나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건물인 건 틀림없는 것 같다.

 

‘블루 모스크’로 더 유명한 ‘5천명 이상이 동시에 예배를 볼 수 있(287p)'는 술탄 아흐메드 모스크에서 신에 이르는 길을 생각해본다.

 

내게는 인상적이었던 아름다운 도서관 건물이 우뚝한 에페스가 볼 수 없었지만 

에 이르는 마음은 갖지 못했지만

마음 속에 있는 신들을 느껴볼 수 있는 여행이 될 것이다, 터키는.

 

다시

그리운 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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