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에 관한 연구 결과들 중에 뻔한 것도 있고 뜻밖의 것도 있다. 이미 짐작했던 것도 있고 깜짝 놀랄 만한 것도 있다. 많은 연구 결과가 수백 년 전 위대한 사상가들의 생각이 옳았음을 확인해준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딱히 우리의 확인을 받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닐 테지만. 지금까지 나온 연구 결과 중 몇 가지를 임의적인 순서로 제시해보겠다. 외향적인 사람이 내향적인 사람보다 행복하다. 낙천적인 사람이 비관적인 사람보다 행복하다. 기혼자가 독신자보다 행복하지만, 자녀가 있는 사람이 자녀가 없는 부부보다 더 행복한 것은 아니다. 공화당 지지자가 민주당 지지가보다 행복하다. 종교가 있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행복하다. 대학 학위가 있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행복하지만, 석사 이상의 학위 소지자는 학사 학위만 있는 사람보다 덜 행복하다. 활발한 성생활을 즐기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행복하다. 남녀의 행복도는 같지만, 여자의 감정 폭이 더 넓다. 바람을 피우면 행복해지지만, 배우자가 불륜 사실을 알아내고 떠나버렸을 때 발생하는 엄청난 행복감 상실을 보상해주지는 못한다. 사람들은 직장으로 출근할 때 가장 불행하다-28-29쪽
그럼 이 연구 결과들을 우리가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결혼은 하되 아이를 낳지 않을까? 지금부터 교회에 열심히 나갈까? 박사 학위 과정을 그만둘까? 아니, 이렇게 섣불리 결정을 내일 일이 아니다. 사회학자들은 전문 용어로는 ‘역逆인과관계’, 평범한 사람들의 표현으로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문제’를 아직 속 시원히 해결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 건강한 사람이 건강하지 못한 사람보다 행복하다지만, 혹시 행복한 사람이 더 건강해지는 것이 아닐까? 결혼한 사람이 행복하다지만, 행복한 사람이 결혼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이 아닐까? 어느 쪽이 옳은지 판단을 내리기가 어렵다. 역인과관계는 많은 연구 프로젝트에 훼방을 놓은 도깨비 같은 존재다. - 네델란드 中 -28-29쪽
일본인과 달리 우리 미국인들은 행복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심지어 남에게 좋은 인상을 주려고 행복감을 부풀리기까지 한다. 미국에 살고 있는 한 폴란드인은 작가인 라우라 클로스 소콜에게 미국인들에 관해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미국인들은 굉장하다고 말할 때는 좋다는 뜻이라는 걸 알아요. 좋다고 말할 때는 괜찮다는 뜻이죠. 괜찮다고 말할 때는 나쁘다는 뜻이고요." - 네델란드 中-30쪽
나는 연구 논문과 데이터를 훑어보며 손에 잘 잡히지 않는 행복 지도를 찾아 헤맨다. 저녁에는 내 단골카페로 가서 따뜻한 맥주를 마시고, 자그마한 시가를 피우며 행복의 본질에 대해 생각한다. 생각을 많이 하고, 술을 약간 마시며, 실질적인 작업은 별로 하지 않는 일상이다. 다시 말해서, 아주 유럽식 일상이라는 얘기다. 나는 여기 사람이 되어 가고 있다. - 네델란드 中 -32쪽
네델란드인들이 마리화나와 성매매를 좋아한다면, 스위스인들은 규칙을 좋아한다. 스위스에는 일요일엔 잔디밭을 깎거나 카펫을 털면 안 된다고 금지해놓은 지역이 많다. 발코니에 빨를 너는 건 요일을 막론하고 전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밤 10시 이후에는 화장실 변기의 물을 내릴 수도 없다. 스위스에서 만난 어떤 영국 여자는 스위스에 살면서 이곳의 규칙과 자꾸만 충돌을 일으키고 있었다. 이를테면 그녀가 밤 근무를 마치고 늦게 집에 돌아와 동료들과 맥주를 몇 병 마시며 조금 웃음을 터트린 것이 문제가 되는 식이다. 무슨 소란을 피운 것도 아니고, 그저 평범한 사람들처럼 일을 마친 뒤 피로를 조금 풀었을 뿐인데 이튿날 그녀의 집 문 앞에 쪽지가 붙어 있었다."부탁이니 자정이 조금 지난 뒤에는 웃지 마세요" -스위스 中-56쪽
스위스에서 더러운 자동차를 방치하면 누군가 자동차에 이런 쪽지를 붙여놓는다. "부탁이니 세차 좀 하세요." 미국 사람들 같으면 귀엽게 "절 씻어주세요"라고 휘갈겨 쓴 쪽지를 붙여놓을 텐데. 스위스인들은 풍자 감각이 없기 때문에 언제나 자지가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말한다. 쓰레기를 제대로 분리해서 버리지 않으면, 잔소리 심한 이웃이 쓰레기 속에서 거슬리는 물건을 찾아내어 문 앞에 도로 갖다 놓는다. 무뚝뚝한 쪽지를 붙여서. 여긴 그냥 보모 국가가 아니라, 슈퍼 보모 국가다. -스위스 中 -56쪽
그 주제가 또 튀어나온다. 죽음. 묘하게도 내가 행복을 찾아다니는 동안 죽음이 화제로 등장하는 경우가 엄청나게 많다. 자신이 언젠가 반드시 죽을 운명이라는 사실을 먼저 받아들이지 않으면 행복해질 수 없는 모양이다. 린다는 부탄에 올 때까지 시체를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여기 와서 많은 죽음과 고통을 봤어요."그녀가 말한다. 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나쁜 일은 아니라는 말투다. "여기서는 죽음에 대해 더 자주 생각하게 돼요. 사람들이 좀 더 비극적으로 좀 더 공개적으로 죽거든요. 여기 사람들은 시신을 며칠씩 곁에 둬요." 여기 부탄에서는 생활이 불편하다는 문제도 있다. "여긴 추워요. 그래서 겨울이면 집 안에서도 외투를 입어야 돼요. 그런데 이상한 건, 그 덕분에 살아있다는 느낌이 든다는 거예요." -부탄 中 -1412쪽
행복은 미꾸라지 같다. 여행을 하면서 나는 앞뒤가 맞지 않는 일들을 많이 만났다. 스위스인들은 틀에 박힌 삶을 사는데도 행복하다. 태국인들은 느긋한 성격이며 행복하다. 아이슬란드인들은 흥청망청 술을 마시는 데서 기쁨을 찾고, 몰도바인들은 오로지 불행밖에 보지 못한다. 혹시 인도인이라면 앞뒤가 안 맞는 이 모든 현실을 다 소화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내 머리로는 어림없다. -에필로그 中 -472쪽
그래 행복까지의 거리는 아직도 먼 걸까? 나는 행복을 찾아낸 걸까? 난 지금도 터무니없이 많은 수의 가방을 가지고 있으며, 갑자기 우울증에 빠져 허우적거리기 일쑤다. 그래도 가끔 행복한 순간이 있기는 하다.~ 내가 100퍼센트 행복한 건 아니다. 아마 50대 50에 가깝다고 말하면 될 것이다. 모든 것 고려했을 때, 그 정도면 그리 나쁘지 않다. 그래, 결코 나쁘지 않다. -에필로그 中-4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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