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되어 주실래요? - 쫄리 신부의 아프리카 이야기
이태석 지음 / 생활성서사 / 2009년 5월
구판절판


3월 말에 시작된 콜레라는 이렇게 한 달 정도를 누비고 돌아다니며 마을 전체를 뒤흔들어 놓았다. 마을에 상을 당하지 않은 가족이 거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희생되었다. 이렇게 된 것은 콜레라에 대한 주민들의 무지 때문이었다. 대부분이 처음 당하는 일이라 간단한 설사병으로 여기고 하루 이틀 저절로 멎기를 기다리다 병원에 와 보지도 못하고 집에서 변을 당한 사람들도 많다. 이러한 환자들을 보며 정말 무서워해야 될 것은 우리가 앓고 있는 질병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그 병을 앓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무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대 사회는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가 물질주의라는 병을 앓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 병 자체가 아니라 개인이나 사회가 그 병을 앓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는 데에 있다. 이 무지는 콜레라처럼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 가기 때문이다. 의식도 하지 못한 채 병적으로 생명보다 물질에 더 가치를 부여하는 현대의 질병은 지금도 어느 곳에서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 가고 있으리라 생각하니 남의 일 같지 않다.
-66-67쪽

‘원수 같은 가난이 사람을 이렇게도 비참하게 만드는구나.’라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지금도 그 이 일을 생각하면 대상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화가 치밀어 오른다. 인간의 기본적인 인권조차 보장해 주지 못하게 하는, 나눔의 정신이 부족한 이기주의적인 사회 구조가 그 ‘화’의 대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빈貧만 있고 부富가 없는 이곳은 말 그대로 빈부의 차가 없는 곳이다.
-72쪽

‘없는 것이 없는’ 한국과는 반대로 이곳은 말 그대로 ‘있는 것이 없는’ 곳이다. 옷과 신발이 부족해 벌거벗고 맨발로 다니는 아이들도 많고 부시 마을 안으로 들어가 아이들에게 사탕을 주면 생전 처음 보는 사탕을 어떻게 먹어야 할지 몰라 껍질도 벗기지 않고 입속에 넣어 버리는 아이들도 쉽게 볼 수 있다. 화장실은 물론 화장지도 없다. 넓은 들판에 나가 뒤를 해결하고 마무리를 한다. 팬티라는 것도 모르고 부끄러움 별로 느끼지 않는다.
-81쪽

멋진 말로 사람들을 감동시킬 순 있어도 영혼을 감동시키거나 변화시키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영혼을 감동시키거나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오직 두 영혼의 진실한 만남을 통해서만이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96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치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 여행에 미친 사진가의 여행본능을 불러일으키는 포토에세이
신미식 사진.글 / 끌레마 / 2008년 7월
품절


사진가의 마음
소년의 거친 발을 찍기 위해 여행으로 인해 더럽고 거칠어진 내 발을 먼저 보여줬다. 같다는 것을 확인한 소년이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눈빛으로 자신의 발을 찍는 것을 허락했다. 사진을 찍는 마음은 그런 것이다. 아무리 피사체에 대한 욕심이 생겨도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채 셔터를 누른다면 그것은 단지 사진 사냥일 뿐이다. 결국 피사체에 대한 존경이 없는 사진이란 상대방에 대한 테러에 불과할 뿐이다. 피사체를 사냥하는 이기적인 사진가가 될 것인가? 피사체를 존중하는 사진가가 될 것인가? 그것은 본인의 선택이다. 분명한 것은 예의를 갖춰 셔터를 누르는 마음이 결국 감동을 주는 사진이 된다는 것이다.
-147쪽

꿈꾸는 삶

평범은 내가 꿈꿔온 최고의 삶이었다.
그런데 난 결국 그럴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면서
내가 그토록 꿈꾸었던 삶을 포기한 채 내가 가야 할 길을 걸어왔다.
그러나 한번도 지금까지 걸어 온 길을 후회한 적이 없다.
너무나 많은 길 위에서, 사진에서 행복을 발견하며 살았기에 그렇다.
내가 선택한 가난은,
내가 선택한 외로움은,
결국 나를 살찌우는 힘이 되기도 한다.

난 스스로 여행이며 사진이었기에.
-173쪽

여행이란

여행은 사랑이고,
여행은 우정이고,
여행은 그 모든 것들을 주워 담는 거대한 그리움이다.
누군가는 여행에서 새로운 사랑을 만나고,
누군가는 여행에서 이별을 경험한다.
내게 여행은 두고 온 사람을 생각하게 하는 그리움이다.
-195쪽

나는 욕심쟁이인지도 모른다.
가진 것 없다고 불평하지만
난 내가 가고 싶은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니까.
-219쪽

길 위에서

여행 중에 만나는 길은 나에겐 설렘이다.
때론 아프게 다가오기도 하지만 내가 만난 세상의 모든 길들이 내게 각별하다.
난 그 길에서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무한정 기다림을 갖기도 하고 소중한 인연을 만나기도 한다.
먼지 폴폴 나는 비포장 길을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 느껴지는 섬세한 움직임.
그 흔들림 속에서도 나는 많은 생각을 한다.
흔들리는 차에 내 몸을 맡긴 채 창밖을 바라보며 달리는 그 순간이 난 좋다.
이 길을 지나쳐 갔을, 수없이 많은 삶들을 생각해본다.
결국 길은 사람의 삶을 지탱해주는 혈관과도 같은 존재다.
난 내가 걸어야 했던 모든 길들을 사랑한다.
-231쪽

설레는 호흡

여행은 삶을 윤택하게도 하지만 동시에 지독한 외로움을 동반하게도 한다. 내가 선택한 기나긴 여행의 길에서 나는 많은 외로움과 싸워야 했다. 그 지독한 외로움은 결국 나를 돌아보게도 하고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알게 해주었다.
-237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나귀는 당나귀답게 마음이 자라는 나무 4
아지즈 네신 지음, 이종균 그림, 이난아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5년 4월
장바구니담기


그의 말이 끝나자, 다른 늑대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갈라핀톱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이 세상에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인데, 자신이 방금 꾸며 냈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위험이 실제로 존재하는 위험보다 더 끔찍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존재하는 위험은 그 정체가 조금이라도 알려져 있을 수 있지만,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위험은 그 실체를 파악할 길이 전혀 없기 때문에 더욱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진다는 것이었다
늑대들은 곧 양들에게로 가서, 그들이 갈라핀톱이라는 위험에 처해 있다는 소문을 퍼뜨리기로 하였다. 그리고 다음 단계로, 급작스럽게 위기 상황에 빠진 양들을 보호하기 위해 늑대들이 최선을 다하겠노라고 공포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 양들의 제국 -47쪽

레일에서 벗어나 먼 곳을 보려 했던 기차는 그 자리에서 뒤집히고 말았다. 비행기는 작은 바퀴로 마음대로 달리다가 날개가 그만 벽에 부딪혀서 고장이 나 버렸다.
자전거는 전차 레일에 바퀴를 안착시키려 안간힘을 쓰던 트럭이 넘어지는 바람에 그 밑에 깔렸다. 육지에서 안전한 곳을 찾던 배는 모래에 처박혀 갑판이 부서지고 말았다. 전차는 레일을 채 벗어나기 전에 옆으로 고꾸라져 버렸다.
전선에서 벗어난 무궤도 전차 역시 스스로 굴러갈 힘이 없었기 때문에 그 자리에 멈춰서고 말았다. 택시는 비행기처럼 날려고 몇 번이나 펄쩍펄쩍 뛰다가 나무에 부딪히고 말았다. 배처럼 정해진 노선과 자유를 원했던 버스는 바다로 뛰어들었다가 곧바로 물 속으로 가라앉았다.
결국 이 교통 기관들은 아무것도 해 보지 못했다. 자기 이외에는 그 무엇도 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 사건이 있은 후, 각 교통 기관의 역사가들은 책에다 아래와 같이 기술하였다.

어떤 교통 기관이든 간에 자신이 아닌 것으로 바꿔 보려는 순간, 그 자신으로도 남아 있을 수가 없기 때문에 그 무엇도 될 수 없다.
- 내가 제일 운이 나빠! -103쪽

여러분, 여러분은 여러분 자신이 되도록 하라. 옛것을 대신하려 하는 새로운 것의 정체를 정확히 알지도 못하면서 억지로 바꾸려 들지 말라!
새로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의 정체가 실제로는 겉모습만 살짝 바꾼 옛것일 수도 있다. 그것에 속으면 모든 것이 옛날보다 더 나쁘게 될지도 모른다.
- 자신을 죽인 파디샤 -137-138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김영하 여행자 도쿄 김영하 여행자 2
김영하 지음 / 아트북스 / 2008년 7월
절판


도쿄의 젊은이들은 혼자 지내는 것에 익숙하다. 타인보다 자기 자신을 더 잘 견딜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 같다(과연 그럴까?). 낯선 세 명의 남녀가 한 테이블에 앉아 있는데, 여자 하는 책을 읽고 다른 여자 하나는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남자는 이어폰을 꽂고 있다. 모두 필사적으로 타인의 시선을 외면하고 있다. 한 명은 책의 저자와, 또 한 명은 다른 곳에 있는 친구와 마지막 한 명은 뮤지션과 소통 중이다. 나는 상상해본다. 토스토옙스키와 에미넴과 잘 차려입은 20대의 여자 회사원이 영문을 모른 채 멀뚱히 앉아 볼이 통통한 프랑스 처녀가 만든 크레이프와 뱅쇼를 말없이 먹는 장면을........
- 크레이프와 뱅쇼 中-216-218쪽

한 번의 여행에서 모든 것을 다 보아버리면 다음 여행이 가난해진다. 언젠가 그 도시에 다시 오고 싶다면 분수에 동전을 던질 게 아니라 볼 것을 남겨놓아야 한다.
- 탐욕 中 -237쪽

도쿄에서 절과 신사, 미술관과 백화점만 보고 돌아가는 사람은 불운하다. 도쿄에서는 적어도 하루를 들여 골목골목에 숨어 있는 작고 아담한 가게들을 순례하는 시간을 가져봐야 한다. 그것은 도쿄가 세계의 여행자들에게 주는 선물이다. 전 세계 어느 도시에서도 취향과 고집을 가진 인간들이 친절하기까지를 기대하는 것은 본래 무리한 일이다. 오직 도쿄만이 그 예외이다.
- 상점 中-288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행복의 지도 - 어느 불평꾼의 기발한 세계일주
에릭 와이너 지음, 김승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9월
절판


행복에 관한 연구 결과들 중에 뻔한 것도 있고 뜻밖의 것도 있다. 이미 짐작했던 것도 있고 깜짝 놀랄 만한 것도 있다. 많은 연구 결과가 수백 년 전 위대한 사상가들의 생각이 옳았음을 확인해준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딱히 우리의 확인을 받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닐 테지만. 지금까지 나온 연구 결과 중 몇 가지를 임의적인 순서로 제시해보겠다. 외향적인 사람이 내향적인 사람보다 행복하다. 낙천적인 사람이 비관적인 사람보다 행복하다. 기혼자가 독신자보다 행복하지만, 자녀가 있는 사람이 자녀가 없는 부부보다 더 행복한 것은 아니다. 공화당 지지자가 민주당 지지가보다 행복하다. 종교가 있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행복하다. 대학 학위가 있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행복하지만, 석사 이상의 학위 소지자는 학사 학위만 있는 사람보다 덜 행복하다. 활발한 성생활을 즐기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행복하다. 남녀의 행복도는 같지만, 여자의 감정 폭이 더 넓다. 바람을 피우면 행복해지지만, 배우자가 불륜 사실을 알아내고 떠나버렸을 때 발생하는 엄청난 행복감 상실을 보상해주지는 못한다. 사람들은 직장으로 출근할 때 가장 불행하다-28-29쪽

그럼 이 연구 결과들을 우리가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결혼은 하되 아이를 낳지 않을까? 지금부터 교회에 열심히 나갈까? 박사 학위 과정을 그만둘까? 아니, 이렇게 섣불리 결정을 내일 일이 아니다. 사회학자들은 전문 용어로는 ‘역逆인과관계’, 평범한 사람들의 표현으로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문제’를 아직 속 시원히 해결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 건강한 사람이 건강하지 못한 사람보다 행복하다지만, 혹시 행복한 사람이 더 건강해지는 것이 아닐까? 결혼한 사람이 행복하다지만, 행복한 사람이 결혼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이 아닐까? 어느 쪽이 옳은지 판단을 내리기가 어렵다. 역인과관계는 많은 연구 프로젝트에 훼방을 놓은 도깨비 같은 존재다.
- 네델란드 中 -28-29쪽

일본인과 달리 우리 미국인들은 행복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심지어 남에게 좋은 인상을 주려고 행복감을 부풀리기까지 한다. 미국에 살고 있는 한 폴란드인은 작가인 라우라 클로스 소콜에게 미국인들에 관해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미국인들은 굉장하다고 말할 때는 좋다는 뜻이라는 걸 알아요. 좋다고 말할 때는 괜찮다는 뜻이죠. 괜찮다고 말할 때는 나쁘다는 뜻이고요."
- 네델란드 中-30쪽

나는 연구 논문과 데이터를 훑어보며 손에 잘 잡히지 않는 행복 지도를 찾아 헤맨다. 저녁에는 내 단골카페로 가서 따뜻한 맥주를 마시고, 자그마한 시가를 피우며 행복의 본질에 대해 생각한다. 생각을 많이 하고, 술을 약간 마시며, 실질적인 작업은 별로 하지 않는 일상이다. 다시 말해서, 아주 유럽식 일상이라는 얘기다. 나는 여기 사람이 되어 가고 있다.
- 네델란드 中
-32쪽

네델란드인들이 마리화나와 성매매를 좋아한다면, 스위스인들은 규칙을 좋아한다. 스위스에는 일요일엔 잔디밭을 깎거나 카펫을 털면 안 된다고 금지해놓은 지역이 많다. 발코니에 빨를 너는 건 요일을 막론하고 전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밤 10시 이후에는 화장실 변기의 물을 내릴 수도 없다.
스위스에서 만난 어떤 영국 여자는 스위스에 살면서 이곳의 규칙과 자꾸만 충돌을 일으키고 있었다. 이를테면 그녀가 밤 근무를 마치고 늦게 집에 돌아와 동료들과 맥주를 몇 병 마시며 조금 웃음을 터트린 것이 문제가 되는 식이다. 무슨 소란을 피운 것도 아니고, 그저 평범한 사람들처럼 일을 마친 뒤 피로를 조금 풀었을 뿐인데 이튿날 그녀의 집 문 앞에 쪽지가 붙어 있었다."부탁이니 자정이 조금 지난 뒤에는 웃지 마세요"
-스위스 中-56쪽

스위스에서 더러운 자동차를 방치하면 누군가 자동차에 이런 쪽지를 붙여놓는다. "부탁이니 세차 좀 하세요." 미국 사람들 같으면 귀엽게 "절 씻어주세요"라고 휘갈겨 쓴 쪽지를 붙여놓을 텐데. 스위스인들은 풍자 감각이 없기 때문에 언제나 자지가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말한다. 쓰레기를 제대로 분리해서 버리지 않으면, 잔소리 심한 이웃이 쓰레기 속에서 거슬리는 물건을 찾아내어 문 앞에 도로 갖다 놓는다. 무뚝뚝한 쪽지를 붙여서. 여긴 그냥 보모 국가가 아니라, 슈퍼 보모 국가다.
-스위스 中
-56쪽

그 주제가 또 튀어나온다. 죽음. 묘하게도 내가 행복을 찾아다니는 동안 죽음이 화제로 등장하는 경우가 엄청나게 많다. 자신이 언젠가 반드시 죽을 운명이라는 사실을 먼저 받아들이지 않으면 행복해질 수 없는 모양이다.
린다는 부탄에 올 때까지 시체를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여기 와서 많은 죽음과 고통을 봤어요."그녀가 말한다. 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나쁜 일은 아니라는 말투다. "여기서는 죽음에 대해 더 자주 생각하게 돼요. 사람들이 좀 더 비극적으로 좀 더 공개적으로 죽거든요. 여기 사람들은 시신을 며칠씩 곁에 둬요." 여기 부탄에서는 생활이 불편하다는 문제도 있다. "여긴 추워요. 그래서 겨울이면 집 안에서도 외투를 입어야 돼요. 그런데 이상한 건, 그 덕분에 살아있다는 느낌이 든다는 거예요."
-부탄 中 -1412쪽

행복은 미꾸라지 같다. 여행을 하면서 나는 앞뒤가 맞지 않는 일들을 많이 만났다. 스위스인들은 틀에 박힌 삶을 사는데도 행복하다. 태국인들은 느긋한 성격이며 행복하다. 아이슬란드인들은 흥청망청 술을 마시는 데서 기쁨을 찾고, 몰도바인들은 오로지 불행밖에 보지 못한다. 혹시 인도인이라면 앞뒤가 안 맞는 이 모든 현실을 다 소화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내 머리로는 어림없다.
-에필로그 中 -472쪽

그래 행복까지의 거리는 아직도 먼 걸까? 나는 행복을 찾아낸 걸까? 난 지금도 터무니없이 많은 수의 가방을 가지고 있으며, 갑자기 우울증에 빠져 허우적거리기 일쑤다. 그래도 가끔 행복한 순간이 있기는 하다.~
내가 100퍼센트 행복한 건 아니다. 아마 50대 50에 가깝다고 말하면 될 것이다. 모든 것 고려했을 때, 그 정도면 그리 나쁘지 않다. 그래, 결코 나쁘지 않다.
-에필로그 中-477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