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2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05년 10월
구판절판


"원장님요, 사람들은 죽어서 천당엘 갈라꼬 애들을 많이 쓰지예. 하지만 살아서 천당을 만들지 못하면 죽어서 천당은 없답니다. 그저 오늘이, 여기가 천당이거니 하고 살아야 안 되겠능교. 원장님은 내 이 이야기를 하면서 웃으니까 이상하지요? 저 할망구가 돌았나 싶지요? 그런데 나는 진짜 행복합니다. 내가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기 감사하고, 내가 그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기 또 감사하고, 내 자식 남의 자식칼 거 없이 내 곁에서 돌볼 수 있어 감사하고.......그래서 노상 웃고 다니지예. 안 웃을라꼬 해도 너무 좋아서 자꾸 웃어지지예."
-나는 진짜 행복합니다 中-109쪽

사람이 산다는 것을, 희망과 절망이라는 것을 어떻게 생각합니까? 우리는 서로 얼마나 사랑하고 있습니까?
-나는 진짜 행복합니다 中-110쪽

사람의 운명이란 그런 것일까? 바로 직전까지 웃음을 짓고 떠난 사람이 불과 하루 만에 생사를 가르는 경계선에 서 있는 것. 오늘 숨을 쉰다고 해서 내일도 그러리라는 보장을 할 수 없는 것. 우리는 그 속에서 버둥버둥 마치 천년불사의 세계가 약속이라도 되어 있는 듯 그렇게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中-114-1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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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거짓말 창비청소년문학 22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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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잃고 흘리는 어미의 눈물은 배 속 창자를 후비고 눈을 찌르며 나오는 눈물이다. 쉽게 위로할 수 없고, 쉽게 위로받을 수도 없는 , 한 깊은 눈물이다. 만지는 엄마의 눈물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지금은 엄마를 혼자 두는 게 나을 것 같아 자리를 피해주었다.

-기운 생명 끝에 매달린 -26쪽

공기청정기는 있는데, 왜 마음청정기는 없을까?
-우박 섞인 비 -37쪽

"반찬에서 좀 벗어난 얘긴 줄은 아는데,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며? 근데, 엄마는 안 그런 거 같아. 그날 다 흘려보낸 것 같아."
"가슴에 묻어? 못 묻어. 콘크리트를 콸콸 쏟아붓고, 그 위에 철물을 부어 굳혀도 안 묻혀. 묻어도, 묻어도, 바락바락 기어 나오는 게 자식이야. 미안해서 못 붇고, 불쌍해서 못 묻고, 원통해서 못 묻어."
-우박 섞인 비 -57쪽

아주 사소한 일로 선생님이 정신줄을 놓고 마는 일을 두고, 아이들은 초짜 선생님의 통과 의례, 즉 신고식이라고 했다. 신고식을 거치면 비로소 대한민국의 정식 선생님이 되어, 앞으로 계속 때리는 선생님이 되든 무관심으로 초지일관하는 선생님이 되든 한다는 것이다. 하여튼, 아이들은 아직 전설의 신고식을 치르지 않은 담임선생님을 사명감만 불타는 순진한 초짜 선생님이라고 정의했다.
-우박 섞인 비 -66쪽

아이들은 화연이가 뒤끝이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나는 아니라고 합니다. 활을 쏜 사람한테 뒤끝이 있을리가요. 활을 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질질 흘리고 다니는 사람, 아직 못 봤습니다. 아이들은 과녁이 되어 몸 깊숙이 박힌 활이 아프다고 한 제게 뒤끝을 운운합니다. 참고 인내해야하는 건 늘 당한 사람의 몫인지요. 아이들은 저 스스로 활을 뽑고 새살을 돋아나게 해 파인 자국을 메우길 바랐습니다. 그렇게도 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새로 돋아난 살은 왜 그렇게 눈에 띄는지, 더 아팠습니다.
-다섯 개의 봉인 실 -123쪽

미란과 미라는 다른 가족들에 대한 환상이 없었다. 사람 사는 거 다 같을 거라고 자신들의 비루한 삶을 위안했다. 그리고 오늘 보니 그 생각이 영 틀리지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더 이상 위아은 되지 않았다
-다섯 개의 봉인 실 -138쪽


"나는 죽을 생각 전혀 없는데, 천지나 잘 보지 그랬어."
"그러게 말이다. 너, 죽지 마라. 언젠가는 죽기 싫어도 죽어. 일부러 앞당기지마. 살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사람들, 더 아프게 하는 거야. 죽어서 해결될 일 아무것도 없어. 묻어둘 수는 있겠지. 근데 그거, 해결되는 거 아냐. 냄새가 진동하거든. 진짜 복수는 살아남는 거야. 생명 다 할 때까지 살아."

-다섯 개의 봉인 실
-148쪽

"~피한다고 피해질 사람 없고 막는다고 막아질 사람 없어. 뭐 대단한 박애주의자나 되는 것처럼 세상 사람 다 용서하고 사랑할 필요도 없고. 미우면 미운 대로, 좋으면 좋은 대로. 그거면 충분해. 그렇게 사는 거야."
-그렇게 사는 거야 -172쪽

만지는 몸을 바르르 떨렸다. 저 지긋지긋한 일들이 반복되는 학교라는 괴물 앞에서 천지가 과연 어떤 행동을 취해야 했을까. 상대가 버리지 않으면 내가 버린다. 단순한 버림이 아닌 완벽한 버림이 필요했을 것이다. 영혼과 육체의 완벽한 버림. 천지는 떠났다......
-방향 잃은 용서 -193-194쪽

엉뚱한 아이가 대신 받은 용서. 마지막 용서마저 내버린 화연과 바라지도 않은 용서를 받은 미라. 만지는 엄마가 의도적일 만큼 씩씩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천지의 죽음을 두고 마음에도 없는 동정이나 위로 따위를 하지 못하도록 온몸으로 막고 있었던 것이다.
-방향 잃은 용서 -195쪽

어른이 되어 보니, 세상은 생각했던 것처럼 화려하고 근사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미리 세상을 버렸다면 보지 못했을, 느끼지 못했을 소소한 기쁨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거면 됐습니다. 애초에 나는 큰 것을 바란게 아니니까요. 혹시 내 어렸을 적과 같은 아픔을 지금 품고 있는 분이 계시다면, 뜨겁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미리 생을 내려놓지 말라고, 생명 다할 때까지 살라고. 그리고 지신을 담아 안부를 묻습니다.
"잘 지내고 계시지요?"
-작가의 말 -2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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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라쉬 브런치 - 번역하는 여자 윤미나의 동유럽 독서여행기
윤미나 지음 / 북노마드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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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은 빙하와 같다. 빙하처럼 혹독하고 소스라치게 차가운 그것은 아무 때나 소리 없이 녹아내려 연락한 하루를 난감하게 적셔버린다. 고독은 일상의 재해이다.
-프롤로그 中-13쪽

육류는 정치적이고 주류는 파괴적이다. 찌개류는 일부일처제의 답답함을, 탕류는 자유연애의 허무맹랑함을 닮았다. 그렇다면 면류는? 면류는 한마디로 요긴하다.
-프롤로그 中-14쪽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모든 사람들은 일상 속에서 연기를 한다. 잘 지내는 척, 부끄럽지 않은 척, 무관심한 척. 그 중의 제일은 뭐니뭐니해도 쿨한 척이다. 먹어치운 밥그릇 개수만큼 노련해진 우리는 있는 그래도 감정을 노출했다간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그 참혹한 결과를 잘 알고 있ㄲ다. 너무 성급하게 표시한 관심 때문에 망쳐버린 연애. 딱 한 번 진짜 속마음을 이야기했다가 깨져버린 우정 따위. 진심이란 녀석은 땀을 잘 흘린다. 그래서 여차하면 들키기 십상이다. 아무한테나 겨드랑이를 드러내고 땀 냄새를 맡게 해서는 안 된다.

-엄중히 감시받는 트램에서 아침을 中-40쪽

먹는 것에 대한 집착은 곧 삶에 대한 애착이 아닐까? 생각해보면 산다는 게 허기를 채우는 것과 다를 게 뭐냐 싶다. 여행을 하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관계를 맺는 것도 결국은 서로 다른 종류의 허기를 채우는 일이 아니겠는가. 세계 각지의 공항에는 섭식장애자들이 우글거린다. 그들, 아니 우리들은 아무리 잘 먹어도 해결되지 않는 어떤 충동을 품고 있다. 때로는 그 뜨거운 충동 때문에 가슴이 터질 지경이다. 지구가 점점 더워지는 것은 이산화탄소가 아니라 그런 충동들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지구를 떠난 수는 없으니까 제가 태어난 나라라도 떠날 궁리를 하는 것이다. 여행에 대한 갈말은 실질적인 의미의 장애이다.
-아사에 이르는 다섯 가지 단계 中-60쪽

내게 행복은 본디 여집합이다. 감당해야 할 것들을 감당하고 견뎌야 할 것들을 견디고 났을 때 그제야 얻는 것, 그래서 황송하기 짝이 없는 것. 그런데 어떤 사람에게는 그것이 그저 쉽기만 하다. 이상하게도 그들의 행복 꽃가루는 내 몸속에 행복을 전염시키는 대신 이물질이 되어 나를 가렵게 한다.
-씁쓸한 꽃가루 中- 67쪽

슬픔의 끈질긴 점성은 도리 없이 매혹적이다. 웃음도 뛰어난 미학이지만 안타깝게도 찰나적이다. 오래 가는 것은 슬픔이다. 슬픔에 픔씬 젖었을 때 나는 인생 앞에 고분고분해진다.
-석탄통에 걸터앉은 단식광대 中-79쪽

지구가 텅 빈 듯 고즈넉하다. 침묵에도 무늬가 있다는 말을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난다. 고독하거나 지루하거나 두려움에 짓눌려 있거나 거짓말을 꾸며내는 중이거나. 우리는 여러 가지 이유로 침묵한다. 지금 이 순간의 침묵은 아무 무늬도 없는 순전한 것이다. 텅 빈 지구에 평화가 수북이 쌓여 있다. 평화의 폭탄 세일! 이 평화를 헐값에 사재기해 두었다가 생활이 허무에 틈을 내주려고 할 때마다 얼른 꺼내서 마음을 다잡을 수 있다면.
-질소 같은 여자 中-138쪽

여행을 할 때는 스스로에게 관대하고 솔직해진다. 엄밀한 의미에서 여행은 삶의 일부일 테지만, 분명 그 두 가지는 확연히 다르다. 여행 중에는 처치 곤란한 자아를 그런 대로 참아낼 수 있고 때로는 즐기기까지 한다. 산소 같은 여자가 아니라도 뭐 어때. 질소 같은 여자는 어떨까? 뭔가 독해 보이고 치명적으로 느껴지잖아.
-질소 같은 여자 中-1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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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강의
랜디 포시.제프리 재슬로 지음, 심은우 옮김 / 살림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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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이는 말을 아꼈으므로 강의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 우선 내 자신부터 정직하게 들여다봐야 했다. 왜 이 강의가 그렇게 중요한가. 혹시 내 자신에게나 주변사람들에게 난 여전히 잘 살아 있다고 증명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강의를 해낼 만한 강인함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과시하려는, 주목 받기 좋아하는 사람의 충동이 아닐까? 모든 질문의 답은 "예스"였다.
난 재이에게 호소했다. "다친 사자라도 여전히 으르렁거릴 수 있는지 알고 싶은 거야. 자만심하고는 다른, 인간에 대한 존엄성, 자부심 같은 것이라고."

-부상당한 사자도 으르렁대고 싶다. 中-21쪽

아버지는 인생을 살면서 자신이 주장을 어떻게 협상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조언을 해주었다. "최후의 순간까지 결정을 늦추어라." 그리고 일에서나 사람관계에서나 설령 내 쪽에 힘이 있다 해도 언제나 공평해야 한다고 주의를 주었다. " 운전석에 앉았다고 해서, 사람들을 치고 다닐 필요는 없는 거니까."

- 부모 제비뽑기 中-42쪽

기초부터 알기. 그것은 그레이엄 코치가 우리에게 준 커다란 선물이었다. 기초, 기초, 기초. 대학교수로 있으면서 많은 학생들이 손해를 보면서도 이 점을 무시하는 것을 보아 왔다. 당신은 반드시 기초부터 제대로 익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어떤 화려한 것도 해낼 수가 없다.

-NFL 풋볼 선수가 되지는 못했다. 中-59쪽

드디어 모든 훈련이 끝났을 때, 보조 코치 한 사람이 내게 다가와 위로를 했다. "그레이엄 코치가 널 꽤나 힘들게 길들이지?‘ 그가 말했다. 나는 "네"라는 대답조차도 하기가 힘들었다.
"그건 좋은 거야." 보조 코치가 말했다. "네가 잘못하고 있는 데도 더 이상 너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면, 그건 널 포기했다는 뜻이야."
이 말은 그날 이후로 평생 내게 깊이 각인되었다. 만약 당신이 일을 잘못 처리하고 있는 것이 명백한데 아무도 당신에게 한마디 해줄 생각조차 안 한다면, 그거야말로 무언가 잘못된 것이다. 듣고 싶지 않은 소리일지라고, 당신을 비판하는 사람들이야말로 대부분 당신을 진정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이며 당신을 좀 더 발전시키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
-NFL 풋볼 선수가 되지는 못했다. 中-60-61 쪽

요즘은 자녀들에게 자신감을 키워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자신감은 당신이 자녀에게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 스스로 키워나가야만 하는 것이다. 그레이엄 코치는 나약할 틈을 없게 만들었다. 그는 자신감을 발달시키는 데는 오직 한 가지 방법만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도처지 가능해 보이지 않는 과제를 내주고, 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알게 될 때까지 열심히 노력하게 이끈다. 그리고 계속 그 과정을 반복하라.

-NFL 풋볼 선수가 되지는 못했다. 中-61 쪽

인생을 살면서 나는 시간을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매우 잘 인식하고 있었다. 나도 내가 많은 부분에서 과도하게 논리적이라는 건 인정하고 있지만, 시간 관리에 대한 나의 집착은 꽤 괜찮은 버릇 중 하나라고 굳게 믿는다. 나는 학생들에게 시간 관리에 대해 자주 강조한다. 그것에 대해 긴 강연도 했었다. 평소의 태도가 그런 까닭에 나는 시간 관리에 아주 능했고, 덕분에 갑자기 수명이 단축되었다는 통고를 받고도 남은 시간에 막대한 인생을 쑤셔 넣을 있었다고 믿는다.
여기 내가 아는 것들이 있다.

시간은 명쾌하게 관리되어야 한다. 마치 돈처럼.
계획은 늘 바뀔 수 있지만, 단 분명할 때만 바꿔라.
스스로에게 물어라. 옳은 일에 시간을 쓰고 있는가?
체계적인 파일 시스템을 만들어라.
전화를 사용하기 전 다시 생각해봐라.
위임해라.
제대로 쉬어라.
-옆에 앉은 것에서부터 시작하라.中-148-152쪽

시간은 당신이 가진 전부다. 그리고 당신은 언젠가, 생각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옆에 앉은 것에서부터 시작하라.中-152쪽

현명한 학생들은 나의 조언을 받아들였다. 그들은 내가 근본적인 원리들을 가르치려 노력한다는 것을 감지했다. 그것은 그레이엄 코치가 연습에 공을 가져오지 않는 것과 똑같은 이치다. 여기 나의 팁의 일부를 소개한다.

정중하게 사람들을 대해라.
공통점을 찾아라.
최적의 만남 조건을 만들어라.
모두가 이야기하게 해라.
문 앞에서 나를 버려라.
서로를 칭찬해라.
대안을 내놓으려면 질문 형식으로 해라.

-옆에 앉은 것에서부터 시작하라. 中-194-196쪽

나는 클리셰 (판에 박은 듯한 문구 또는 진부한 표현을 가리킨다. 상투어 199각주)를 좋아한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대부분을, 나는 오래된 클리셰들에 큰 존경심을 품고 있다. 내 생각에 클리셰들이 그토록 자주 반복되는 이유는 많은 경우 그 말들이 정곡을 찌르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교육자들은 클레셰들을 피하지 말아야 한다. 왜냐면 아이들은 그런 표현들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새로운 청중이고, 진부한 말들에도 영감을 받는다. 나는 그런 일을 내 수업에서 여러 번 경험했다.
너를 데리고 간 사람과 춤추어라. 부모님이 항상 내게 이야기했던 말이다. 물론 졸업파티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비즈니스 세계에서나 학교에서나, 그리고 가정에서든 명심해야 할 진언이다. 이 말은 충성심과 감사하는 마음을 상기시킨다.
행운이란 준비가 기회를 만날 때 생기는 것이다. 이 말은 B.C. 4년에 태어난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가 한 말이다. 앞으로 적어도 2000년은 더 반복할 가치가 있다.
-만약 첫 번에 성공하지 못했다면... 中-199-200쪽

당신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든,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당신이 옳다. 새로 들어 온 학생들을 위해 내가 자주 하는 클리셰 레퍼토리다.
그것 말고는, 링컨 부인, 연극은 어떠셨습니까? 내가 학생들에게 큰 문제를 제쳐두고 작은 문제들에 연연하지 말라는 뜻으로 자주 하는 말이다.

-만약 첫 번에 성공하지 못했다면... 中-200쪽

내가 떠나고 난 후 올로 남게 될 재이의 삶을 준비하면서 우리는 서로 상의하고 대화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행운’이란 단어는 지금 나의 상황과는 좀 어울리지 않겠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버스에 치여 죽지 않았다는 것이 정말 행운처럼 여겨지는 것도 사실이다. 암은 나에게 만약 내 운명이 심장마비나 교통사고였다면 불가능 했을, 재이와 중요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재이와 나 中-2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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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일기
미셸 투르니에 지음, 김화영 옮김 / 현대문학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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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외면일기’를 다시 꺼내놓고 내 발밑에서 생겨난 여러 가지 발견, 관찰, 그리고 일화들로 재구성된 일년 열두 달을 닦고 문질러 광택을 냈다. 중세시대의 화가들과 판화가들이 그린 서민생활의 장면들에서 볼 수 있듯이 독자들은 우리가 걸어가는 길의 빼놓을 수 없는 동반자인 ‘죽음 부인’의 두건 쓴 실루엣과 여러 번 마주치게 될 것이다. 이 조그만 책이 제공하는 웃음의 기회에 그 부인은 보다 더 심오한 메아리를 보태줄 것이다.
-머리말 中-7쪽

시간은 모든 것을 파괴한다.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것을.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을. 그러나 시간은 또한 우리가 싫어하는 모든 것, 모든 사람들, 우리를 증오하는 모든 사람들, 그리고 또 고통, 심지어 죽음까지도 파괴하는 장점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결국 시간은 우리들 자신을 파괴함으로써 우리의 모든 상喪과 모든 고통의 원천에 종지부를 찍는 것이다.
- 1월 中-19쪽

귀가 점점 들리지 않는다. 적당한 기계를 맞출 생각으로 보청기상과 만날 약속을 해놓았다. 그래놓고는 자꾸만 약속을 연기한다. 혼자 속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과연 남들이 하는 얘기를 듣는 게 그리도 중요한 일일까?"
-1월 中-21쪽

지휘자란 대체 무엇에 소용되는 것인지 늘 궁금했었다. 아무리 보아도 내 눈에 그는, 연주자들은 아무리 보아도 내 눈에 그는, 연주자들은 아무도 쳐다볼 생각을 않는데 쓸데없이 자기 혼자서 몸부림을 치고 있는 우스꽝스러운 허수아비만 같았던 것이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보니 그는 오직 관람객들만을 위해서 안무를 해 보이는 춤꾼임이 분명했다. 그는 연주자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펄쩍펄쩍 뛰고 두 팔을 휘젓고 있는 것이었다. 그가 하는 일은 자신의 온몸으로 음악을 육화肉化시키는 것이다.
-1월 中-22쪽

사진과 문학, 렌즈의 조리개 열기. 조리개를 적게 열수록 장면의 깊이가 깊어진다. 다시 말해서 풍경의 깊이가 또렷해진다. 반대로 조리개를 크게 열면 겨냥하는 피사체는 또렷해지는 반면 그 나머지는 모두 흐릿하다. 스탕달 : 조리개 3.5 발자크 : 16. 왜냐하면 발자크의 인물들은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환경, 배경, 일화 등과 불가분의 관계 속에서 (다시 말해서 조리개를 적게 열어 풍경의 깊이가 잘 느껴지게) 독자에게 소개된다. 반면 스탕달의 인물들은 배경이 흐릿한 가운데, 다시 말해서 배경 제로 상태에서 (조리개를 많이 열어 풍경의 깊이가 없이) 인물 자신만 또렷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2월 中-39-40쪽

흔히 하는 말로 "한쪽 발을 무덤 속에 담고 있다."는 것은 병들어 아프다는 뜻이라기보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반을 땅 속에 묻었다는 뜻이겠다.
-2월 中-44쪽

어떤 민족의 가난한 정도는 그 민족의 각종 화려한 축제를 보면 알 수 있다. 반대로 생활수준이 점차적으로 높아지면 각종 축제 행사들이 점차적으로 사라져가게 된다.
-3월 中-65쪽

시몬 베이유 : "인간의 사랑에서 맛볼 수 있는 가장 달콤한 쾌락들 중 하나 :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가 모르는 가운데 봉사하는 것."
-3월 中-72쪽

원하건 원하지 않건, 우리 자신이 의식적으로 전혀 개입하지 않은 채로, 삶이란 ‘여러 시기들’의 연속이다. 규칙적으로 하나의 시기가 끝나면 또 하나의 시기가 시작된다. 한 페이지가 넘어가는 것이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 심각한 병, 직업의 변화, 이사, 절교 등등. 흔히 오랜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비로소 "한 페이지가 넘어갔다."는 것을 분위기가 변했다는 것을 의식하게 된다.
-7월 中-170쪽

신문을 읽으면서 포르투갈 특산 포르토를 음미한다. 이건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 지난 석 달 동안 나는 일체의 알코올성 음료를 입에 대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다음 세 가지 질문에 스스로 대답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1. 나는 금주할 능력이 있는가? 대답 : 그렇다. 2. 금주를 하기가 힘든가? 대답 : 그렇다. 3. 금주를 해서 얻은 이득이 무엇인가? 대답 : 없다.
-7월 中-177쪽

나이가 들어 늙으면 세 가지 위안이 찾아온다 : 돈, 권력, 명성. 여기에 더하여 이 세 가지 선물에 에로틱한 차원이 덤으로 부여된다. 돈이 많고 권력이 있고 유명한 사람은 성적 욕망의 대상이 된다.
-7월 中-178쪽

일 년 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달인 이 7월이 끝나가는 것을 보는 슬픔. 당당하면서도 젊음 가득한 이 달은 백합꽃으로 절정에 이르고 보리수 향기가 풍기는, 여름 중에서 으뜸가는 달이다. 8월은 꼼짝도 하지 않는 여름. 서서히 가을의 부패를 향해 기울기 시작한다.
7월 中-183쪽

여행이 점점 더 힘에 겹다. 물론 여행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좋은 것이다. 그러나 그 대가가 얼마나 비싼가! 이것은 사람들이 극약劇藥이라고 부르는 바로 그것이다. 여행을 떠날 때 나는 벌써부터 돌아오는 즐거움에 앞질러 집착한다.
-10월 中-2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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