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의 마음 소년의 거친 발을 찍기 위해 여행으로 인해 더럽고 거칠어진 내 발을 먼저 보여줬다. 같다는 것을 확인한 소년이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눈빛으로 자신의 발을 찍는 것을 허락했다. 사진을 찍는 마음은 그런 것이다. 아무리 피사체에 대한 욕심이 생겨도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채 셔터를 누른다면 그것은 단지 사진 사냥일 뿐이다. 결국 피사체에 대한 존경이 없는 사진이란 상대방에 대한 테러에 불과할 뿐이다. 피사체를 사냥하는 이기적인 사진가가 될 것인가? 피사체를 존중하는 사진가가 될 것인가? 그것은 본인의 선택이다. 분명한 것은 예의를 갖춰 셔터를 누르는 마음이 결국 감동을 주는 사진이 된다는 것이다. -147쪽
꿈꾸는 삶
평범은 내가 꿈꿔온 최고의 삶이었다. 그런데 난 결국 그럴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면서 내가 그토록 꿈꾸었던 삶을 포기한 채 내가 가야 할 길을 걸어왔다. 그러나 한번도 지금까지 걸어 온 길을 후회한 적이 없다. 너무나 많은 길 위에서, 사진에서 행복을 발견하며 살았기에 그렇다. 내가 선택한 가난은, 내가 선택한 외로움은, 결국 나를 살찌우는 힘이 되기도 한다.
난 스스로 여행이며 사진이었기에. -173쪽
여행이란
여행은 사랑이고, 여행은 우정이고, 여행은 그 모든 것들을 주워 담는 거대한 그리움이다. 누군가는 여행에서 새로운 사랑을 만나고, 누군가는 여행에서 이별을 경험한다. 내게 여행은 두고 온 사람을 생각하게 하는 그리움이다. -195쪽
나는 욕심쟁이인지도 모른다. 가진 것 없다고 불평하지만 난 내가 가고 싶은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니까. -219쪽
길 위에서
여행 중에 만나는 길은 나에겐 설렘이다. 때론 아프게 다가오기도 하지만 내가 만난 세상의 모든 길들이 내게 각별하다. 난 그 길에서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무한정 기다림을 갖기도 하고 소중한 인연을 만나기도 한다. 먼지 폴폴 나는 비포장 길을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 느껴지는 섬세한 움직임. 그 흔들림 속에서도 나는 많은 생각을 한다. 흔들리는 차에 내 몸을 맡긴 채 창밖을 바라보며 달리는 그 순간이 난 좋다. 이 길을 지나쳐 갔을, 수없이 많은 삶들을 생각해본다. 결국 길은 사람의 삶을 지탱해주는 혈관과도 같은 존재다. 난 내가 걸어야 했던 모든 길들을 사랑한다. -231쪽
설레는 호흡
여행은 삶을 윤택하게도 하지만 동시에 지독한 외로움을 동반하게도 한다. 내가 선택한 기나긴 여행의 길에서 나는 많은 외로움과 싸워야 했다. 그 지독한 외로움은 결국 나를 돌아보게도 하고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알게 해주었다. -2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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