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이만희 지음 / 글읽는세상 / 199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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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영화로 본 감동을 다시 한번 책으로 느낀다. 또는 책으로 느낀 감동을 영화를 통해 본다. 이처럼 최근엔 책이 영화로 제작되고, 영화가 책으로 나오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영화 [약속]은 박신양과 전도연이라는 두 연기파 배우의 열연으로 매우 유명한 작품이다. 개봉 당시엔 나이가 맞지 않아 볼 수 없었지만 이제 나이가 되어 볼 수 있게 되었고 운좋게 책과 OST가 선물로 들어왔고 OST에 수록된 제시카의 노래와 함께 이 책을 다 읽었을 때의  두배의 감동이란...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녀와 그는 병원에서 처음 만났다. 환자와 담당 의사로서...그녀  채희주는 실력있는 외과 의사였고, 그 공상두는 한 조직의 보스였다. 빛과 어둠, 물과 기름처럼 결코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전혀 다른 세계의 사는 둘은 조금씩 조금씩 가까워지고 운명적으로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한 조직을 이끄는 보스인 그는 결코 평범해질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언제까지나 행복할 것 같던 둘의 사랑은...그녀가 자신으로 인해 위험해질까 먼저 이별을 선언하고, 그가 죽은 심복의 원수를 갚기 위해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름으로서 끝을 향해 달린다.

이렇게 두 사람 앞에 남은 것은 긴 이별의 시간...사랑하는 여자를 남겨 두고 떠날 수밖에 없는 상두는 힘겹게 희주에게 작별을 고하는데 사랑하는 남자가 떠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희주는 그를 붙잡고 둘 만의 조촐한 결혼식을 한다. 영원한 사랑의 맹세...

" 하나님. 당신께서 저한테 네 죄가 뭔지 아시냐고 물으신다면...... 이 사람을 만나고... 사랑하고... 홀로 남겨두고 떠난 게 가장 큰 죄였다고 말할 것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제 자신이 너무 밉습니다. "   ------ p. 254

사랑하지만 사랑할 수 없는 두 남녀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마지막 약속은...그렇게 내 가슴을 울렸다. 자신의 전부를 걸고 한 약속...그러나 애석하게도 운명이란 이름의 신이 어기게 만들어버린 약속...

그러나 그 둘은 진실로 마지막까지 서로를 사랑하고 진실로 사랑을 아는 진짜배기 사랑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사랑은 결코 끝난 것이 아니다. 둘만의 약속이 계속 되는 한 그들의 사랑은 영원하다는 것을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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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랑의 키다리 아저씨
예랑 지음, 권신아 그림 / 이미지박스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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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진 웹스터의 키다리 아저씨란 책을 참 좋아한다. 고아 소녀가 키다리 아저씨란 든든한 후원자를 만나 독립적이고 진취적인 한명의 여성으로 성장하는 것과 함께 그와 사랑을 해가는 모습은 참으로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그래서 이 책을 처음 본 순간 망설임없이 펼친 것이리라. 그리고 나는 책을 덮는 순간까지 나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작가 예랑이 쓴 드라마들은 그녀가 유머스러움과 발랄하면서도 톡톡 튀는 감수성을 가진 사람이란 걸 알게 한다. 그녀는 키다리 아저씨의 여주인공 주디가 현실에 나타나 글을 쓰고 있는 것처럼 닮아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은 키다리 아저씨에게 주디가 쓴 편지를 엮은 방식이 아닌 작가 예랑이 자신의 사랑 이야기를 시처럼, 일기처럼 적고 있다.

"사랑은 물고기 같다. 물고기는 미끼에 걸려 가까스로 살아났다가도 금방 목에 걸렸던 바늘을 잊고 다시 물어버린다. 그럼 난 이미 물고기다. --------p. 004

그녀의 이 말처럼 작가 예랑의 이야기는 이별로 시작해 또 다른 사랑으로 끝을 맺는다. 마치 물고기가 금새 잊어버리고 다시 미끼를 물어버리는 것처럼...또 다시 사랑을 하고 만다. 다시는 사랑 따윈 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언제 했냐는 듯...그녀에게 새로운 사랑이 찾아 온다.

끊임없이 세상에서 가장 믿지 못할 것이 사람이고, 사랑이라 말하면서도 그녀는 사람을 믿고, 사랑을 믿는다. 철이 없는 건지, 순진한 건지...수없이 사랑에 상처를 입으면서도 사랑을 하는 그녀는 정말 물고기와 같은 사랑을 한다. 오래 기억하지 않고, 항상 자유롭고, 울지 않는...

그래서 그녀의 글은 햇살처럼 따뜻하고 단단한 땅을 촉촉한 빗방울들이 어루만지듯 편안하다. 또 중간 중간 여백으로 남은 색지와 권신아의 일러스트가 함께 어울려 그녀의 글을 더욱 빛나게 한다. 

그녀는 그녀만의 키다리 아저씨이자 첫사랑을 찾았다. 내게도 나만의 키다리 아저씨가 나타날까?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본다. 내게 찾아올 나만의 사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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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아이 2006-01-13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봤어요 ^^ 사랑이라는 게 참 흔해 보이는데..절대 흔한 게 아닌 거 같아요.

어릿광대 2006-01-13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그 어떤 사랑도 흔한 건 없는 것 같아요..전부 특별한 듯 싶어요^^
 
분녀네 선물가게 5
이은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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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분이 말씀하신 것처럼 이 책은 한국판 세상이 가르쳐준 비밀과 같다. 물건이 사람을 고른다는 점에서나, 무정물인 물건들로 인해 사건이 일어나는 점에서 비슷하다. 그러나 이 책은 오래된 골동품만을 취급하지 않고 현대적인 물품들까지 아우른다. 그리고 지극히 토속적이다. 세상이 가르쳐준 비밀이 지극히 일본적이듯이...

주인공인 선물가게 주인 '분녀'는 비과학적인 것을 부정하고 오직 이 세상은 과학만으로 정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물리학도다. 그야말로 과학적인 것만이 현실이라 믿는 전형적인 요즘 사람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그녀에겐 '신기'가 있다. 당연히 과학의 신봉자인 그녀가 무속인의 길을 걸어갈리 없다.

결코 무당은 될 수 없다 발악하는 분녀에게 그녀의 할머니가 제시한 것이 바로 선물가게의 물건들을 전부 처분하면 자유를 주겠다는 것. 그렇게 분녀의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한  분투 아닌 분투가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그닥 착실한 성격이 못 되는 그녀는 전부 남자 직원인 'Mr. 양' 에게 떠맡기는 형태다.

'Mr. 양' 또는 '양군'이라 불리는 그는 베일에 싸인 신비로운 인물로 긴머리를 휘날리며(?) 분녀를 대신해 물건을 판다. 인간이 아닌 건 확실한데 그렇다고 귀신도 아닌 듯하다. 실체가 참으로 궁금하기 짝이 없는 인물이다. 무언가 있는 게 분명하긴 한데 현재까진 짐작할 수조차 없다.

이처럼 분녀네 선물가게는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우리의 무속신앙을 결코 무겁지 않고 쉽게 다루고 있다. 죽부인이라든가, 보쌈(약탈혼)의 의미, 저승사자에 이르기까지...다양하게 접근한다. 그러면서도 결코 가볍게 다루지는 않는다. 

다만 이 책에 있어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내용이 끊어져 다음 권으로 이어지기에 오랜만에 이 책을 읽을 경우 앞 줄거리를  기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것만 제외한다면 흠잡을데 없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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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타워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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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그래서 이것으로 끝?

이렇게 끝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끝인 줄도 모르고 책장을 넘기다 후기를 발견한 순간  내가 느낀 건 약간의 실망과 약간의 안도였다. 더불어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 읽었던 그녀의 책 중 가장 별로였다.

여하튼 책장을 덮는 순간 전혀 모순된 감정이 들었던 건 아마 전반은 쉽게 물 흐르듯이 불륜이란 생각을 별로 하지 않고 편하게 읽다가 후반으로 갈수록 주인공들의 사랑에 가정이입이 불가능해지기 시작했고, 급기야 우울해짐과 동시에 묘한 반발감을 느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실망했을 것이고, 그런 차에 딱 소설이 끝났으니 더이상 이런 복잡한 감정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그녀는 능수능란하게 감정을 들었다 놓았다 한다.

에쿠니 가오리...그녀의 소설을 전부 읽어보진 않았지만 그녀는 이렇다할 결론을 잘 내리지 않는다. 마치 마지막은 각자 멋대로 상상하라는 듯 약간의 여지를 남기곤 한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확실한 결론을 보고 싶었다고 한다면 그건 나만의 이기심일 것이다. 하지만 읽고난 뒷맛이 묘하게 씁쓸하다. 그건 어쩔 수 없다.

도쿄타워는 친한 친구인 두 명의 젊은 남자 주인공들의 사랑을 대조적으로 대비하면서 에쿠니 가오리 특유의 세련되고 감각적인 문체와 간결함으로 담담하게 전개된다. 젊은 두 사람은 결코 젊다고 할 수 없는 연상의 여자와 사랑을 한다. 어떻게 보면 불륜이라는 똑같은 사랑의 상황. 그러나 그 둘의 사랑은 너무나 달랐다.

토오루는 오직 시후미라는 한 여성만을 사랑하고 바라본다. 결코 다른 이에게 눈돌리는 일 없이 진지하게 사랑하는 그는 순수하다. 그리고 그녀와 같은 시간을 공유하기 위해 그녀가 읽었던 책을 읽고 노래를 듣는 그는 그만큼 맹목적이다. 어떻게 보면 무서울 정도로 한 사람에게 깊이 빠져있고, 그 사람을 중심으로 그의 세상이 돌아가고 있다.

반면 코우지는 한꺼번에 두명의 여자(연상의 키미코와 동갑의 유리) 사이를 오가며 사랑을 한다. 그들과 하는 사랑 또한 감정보다는 지나치게 육체적이라 가볍고 경박하게 보였다. 버리는 건 언제나 자신이라고 하지만 정작 전혀 그렇게 하질 못한다. 그리고 그는 여러 사람에게 둘러 쌓여 있으면서도 늘 외로워하고, 진심으로 사랑에 빠지거나 하는 걸 두려워 했다.

이처럼 같으면서도 대조적인 그들의 사랑을 솔직히 아직은 이해할 수 없다. 이해하기엔 그동안 내가 살아온 시간과 경험이 적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랑 앞에서 용감하고, 솔직한 그들의 마음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상처로 남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인생에 있어 행복의 요소일 수밖에 없는 사랑...그 사랑만 놓고 본다면 도쿄 타워는 썩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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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다리 아저씨
진 웹스터 지음, 변용란 옮김 / 좋은생각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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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내면 깊은 곳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없다고 전 믿어요. 아저씨는요?-41쪽

인생에서 저말로 의지력이 요구되는 시기는 엄청난 역경을 겪고 있을 때가 아닌 듯 합니다. 위기를 딛고 일어서야 한다거나 처절한 비극과 맞설 때는 누구나 용기를 갖게 되지만, 일상의 사소한 좌절들을 겪으면서 웃을 수 있는 여유에는 정말로 대단한 의지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76쪽

전 성격도 훌륭하게 가꿀 생각이에요! 추위와 서리 아래에선 좋은 성격도 움츠러들기 마련이지만 햇살이 비추면 빠르게 자라난답니다.-80쪽

아저씨, 저는 모든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은 상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스스로 다른 사람들의 처지가 되어 생각할 수 있잖아요. 상상력은 사람들에게 친절과 동정심, 이해심을 불러일으키죠.-136쪽

어른이 되고 난 뒤에는 아무리 문제가 많다고 해도, 누구나 돌이켜 보면 행복한 어린 시절을 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136쪽

제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커다란 기쁨이 아닙니다. 사소한 것에서 얻는 기븜이 더 소중하니까요. 아저씨, 전 행복의 진정한 비밀을 알아냈답니다. 그것은 현재를즐기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과거에 연연하여 영원히 후회하며 살아가거나 미래를 바라보며 사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최대한 즐기며 살아가는 것입니다.-186쪽

저는 농사를 짓는 것처럼 집약적인 인생을 살아갈 생각이에요. 매 순간을 즐기면서, 즐기는 동안에는 제가 정말로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며 살 거예요. 사람들은 대부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무작정 달려가고 있는 듯해요. 저 멀리 지평선에 놓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면서, 무조건 달려야 한다는 열정에 휩싸여 숨을 헐떡이느라 현재 자신이 지나가고 있는 전원의 아름답고 고요한 풍경은 전부 놓치고 마는 거예요. 그러다가 그들이 문득 처음으로 깨닫게 되는 건, 목표에 도달했는지이 여부와 별 상관없이 이미 늙고 지쳐 있다는 사실이에요.-187쪽

사람은 결코 가져 보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부족함을 느끼지 않는답니다. 하지만 일단 그의 것이나 그녀의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갖지 못하게 되면 큰 곤란을 겪게 되죠.-201쪽

인생은 기껏해야 단조로움의 연속입니다. 인간은 끊임없이 먹고 자야 하니까요. 하지만 먹고 자는 일 사이사이에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전혀 없다면 얼마나 삶이 끔찍하게 단조로울지 상상해 보세요.-214쪽

젊음은 나이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영혼의 생동감에 좌우된답니다. 그러니까 혹시 아저씨의 머리칼이 백발이더라도, 아저씨는 여전히 청년처럼 사실 수 있어요.-2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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