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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승부사들 - 열정과 집념으로 운명을 돌파한 사람들
서신혜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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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10명의 사람들이 있다. 이름이 익숙한 이들도 더러 있지만 왠지 낯익으면서도 낯선 사람들, 어쩌면 그냥 무심코 지나쳐버렸을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책속에서 살아 숨 쉬며 빛나고 있다. 그들은 사회적 약자였으나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간 의지의 사람들이었다.

우리가 잘 아는 조선이라는 나라는 엄격한 신분제 사회이자, 유교적 봉건사회였다. 반상의 법도가 하늘을 찌르고, 양반이 아니면 벼슬자리에 오르기도 힘들었을 뿐만 아니라 노비나 기술자들은 사람 취급도 받지 못했던 사회. 그런 편협한 세상이었다.

그런 불공평한 세상이었으니 시대에 좌절하고 절망하고 타협할 법도 한데 이들은 달랐다. 대접 받지 못하는 신분이나 개인적인 신체적 장애를 타고 났음에도 이들은 자신들의 한계를 멋지게 극복해냈다. 신분입네, 양반입네 하는 어리석은 자들의 콧대를 멋지게 꺾어주고, 재주보다는 타고난 신분으로 선을 긋던 잘못된 세상에 보란 듯이...

그들 모두가 승리자였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있어서 실력 하나 만큼은 당대 최고였고, 모두가 그들을 필요하고 찾도록 만들었다. 그것은 단순히 타고난 재주와 실력이 아닌 불행한 처지에서도 끊임없이 갈고 닦은 열정과 집념에서 얻은 산물이었다. 최고가 되었음에도 스스로의 가치를 끊임없이 높였고, 노력했으며, 인간적이었다. 그랬기에 그들은 자신들의 족적을 기록 속에 새겨 놓을 수 있었던 것이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무한한 힘과 가능성이 있다. 다만 그 빛을 발하기 위해선 인고의 세월과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빽도 없고, 힘도 없다고 환경만 탓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무언가 해보려 하지 않는 사람들이여, 여기 10명의 사람들은 세상의 편견에 오로지 그들 스스로의 실력 하나만으로 맞섰고 극복했다.

잊지 마라, 그 어느 때라도 열정과 집념으로 끊임없는 노력하는 자에게만 세상은, 운명은 문을 활짝 열어준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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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세자의 고백
이덕일 지음 / 휴머니스트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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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자는 세상에 못할 것이 하나 없지만 항상 고독하고 외로운 자리이자 존재이다. 그렇게 모순적임에도 대부분의 인간은 절대 권력을 꿈꾸다 꽃처럼 스러진다. 천륜도, 인륜도 함께 나눌 수 없는 그것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인간을 끊임없이 유혹하고 끝내는 파멸로 이끄는 것일까.

이것을 가장 극단적으로 보여준 예는 조선왕실 오백년 역사상 가장  비극적이면서 권력의 잔혹함을 보여준 사건은 반목과 오해, 무너져버린 신뢰란 삼박자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사도세자의 일이다.

사도세자... 내가 그를 처음 만난건 [한중록]이란 기록을 통해서였다. 그때는 그것을 진실로만 알았다. 그런 패륜아라면 눈물을 머금고 뒤주에 가둬 아들을 죽인 영조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좀더 역사적인 지식이 생긴 지금에와선 그때의 내 짧은 역사 지식과 편협한 시각이 참 부끄럽다. 

세상에 절대적인 진실도 없고, 어느 한쪽의 말만 듣고서는 올바른 결정을 하기란 쉬운일이 아니건만 그때는 왜 그리 생각했을까. 그만큼 혜경궁 홍씨의 사연이 절절했기 때문이리라. 지금에서야 그속에 숨겨진 악어의 눈물을 보고 다른 한편으로 무서움을 느낀다.

그렇게 [한중록]을 벗어나 만난 사도세자는 어리석은 인물도, 패륜아적인 사람도 아니었다. 단지 자신의 소신때문에 아군보다는 적이 많았고(그가 뒤주에 갖혔을때 그를 살려달라고 빈건 어린 세손뿐이었다)그로 인해 아버지인 영조와 반목했으며, 결국 그의 오해를 샀고, 끝내야 신뢰가 무너져 죽음에 이른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다 해도 주변에 자기 사람이 없다면 어떻게 되는지 그의 죽음의 과정은 관계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더불어 모난 돌이 정에 맞는 것처럼 사람이 자신과 다른 존재를 결코 용납하지 않는 사람의 보수적인 비정함과 아버지가 아들을 죽이는 비극을 만들면서까지 자신들이 가진 권력을 지키고자 하는 잔혹함도 보았다. 그처럼 얻은 것들에 과연 얼마나 귀한 가치가 있을까. 그것은 부끄러워할 것이지 결코 자랑스러운 것은 되지 못하리라.

'화무십일홍'이라 했다. 대선이 한달 앞으로 다가온 지금 그 말과 사도세자의 고백만이 바람처럼 주변을 맴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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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루만 더
미치 앨봄 지음, 이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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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내가 원하는대로만 된다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우리의 현실은 뜻대로 되는 일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그 경우 대다수의 사람들은 어려운 현실에 맞서 싸우기보다는 심각한 자기 연민에 빠져 허우적대느라 주변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고 결국 더 많은 것을 잃어버린다.

이 책의 주인공 '칙' 역시 그런 일반 사람들 중 한 사람이다. 프리미어리그까지 뛴 야구선수(겨우 6주라는 시간뿐이라도)였으나 나이가 들고 은퇴한 뒤 그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중년의 세일즈맨이었다. 그러나 그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한번의 실패 이후로 그는 심각하게 망가져갔다. 결국 가족에게까지 버림받아 벼랑 끝까지 몰릴 때로 몰린 그는 자살을 결심한다.  그리고 그렇게 찾았던 고향에서 뜻밖에 선물을 받는다. 돌아가신 어머니와의 하루라는 시간을...

몸과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고 고향에 돌아온 '칙'을, 더이상의 현실이 주는 고통이 괴로워 삶을 포기하려 했던 그를 [자기 연민]이라는 수렁 속에서 구해내고, 그에게 지난 잃어버린 시간들을 되찾아 새로운 삶을 열어준 건 죽어서까지도 그를 사랑한 '어머니'란 존재였다. 그렇다. 그처럼 이 세상에 모든 어머니들은 '칙'의 어머니처럼 신이 지상의 인간들을 전부 돌볼 수 없기에 내려준 이 땅에 천사들이자 최후에 내려주는 마지막 구원의 손길일 것이다.

그가 그녀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던 순간조차도 수없이 그의 편을 들어주었던 어머니가, 자신을 위해 죽을 때까지 괴로운 비밀을 감추고 청소부일도 마다 하지 않았고  자신은 오직 '어머니'로만 알았던 그녀는 '폴린'이란 이름의 여자라는 사실을, 못났건 잘났건 이 세상에서 그를 아무런 조건없이 아끼지 않고 사랑해준 유일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그렇게 어머니와의 만남으로 과거 그가 지나온 시절들을 되짚어보며 그는 그가 소홀하게 생각했던 잃어버렸던 지난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 날들이었는지, 그토록 소중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두고도 정작 그들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쓰지 않고 다른 일들에 더 많이 허비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뒤 죽을 때까지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바로 잡으며 살았다.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다. 그저 하루라는 시간이 내게 주어져 있음을 감사하고, 내 주변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때론 그 하루를 아낌없이 쓰면 된다. 그렇게 평범한 하루들이 모여 나의 삶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렇게 나의 인간관계를 점검하고, 나의 삶을 소중히 여기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책이 내게 준 교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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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릿광대 2007-01-15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궁...리뷰가 이틀이나 늦어져 버렸내요. 하지만 이렇게 좋은 책을 읽을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던 시간이었어요.^^;
 
처절한 정원
미셸 깽 지음, 이인숙 옮김 / 문학세계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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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졌던 과거를 현재에 되살려낸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고도 힘든 일이다. 그 점에서 이 책은 참으로 잘 만들어진 작품이다. 대혁명을 통해 인권을 처음(?)으로 주창했던 프랑스의 부끄러운 반인륜적 행위의 한면을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제대로 살려냈다.

이야기는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른 모리스 파퐁의 재판장으로 들어가려는 어릿광대의 사건으로 시작된다. 모리스 파퐁이란 인물은 나치의 꼭두각시 정권이었던 비시 정권하에서 활동하던 사람이었다. 그런 그를 16년이라는 긴 세월에 걸쳐 법정에 세워 결국 그 죄를 끝까지 물게한 프랑스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 또한 비슷한 행위를 저지른 친일파 인사들의 청산이 여지껏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에 더욱 그것이 크게 다가오는건지도 모른다.

이 글의 주인공 '나' 는 교사라는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있음에도 주말마다 어릿광대 분장을 하고 무대에서 공연을 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부끄럽고도 싫었다. 그런 아버지의 모습에 무언가 자신의 알지 못하는 진실이 있다는 사실만 짐작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 진실을 알고 난 뒤 아버지에 대한 그의 생각은 바뀐다. 그렇게 진실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희망 또한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의 아버진 왜 어릿광대의 삶을 살았을까? 그의 과거사를 알면 그가 인격적으로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 수 있다. 그의 아버지는 어릿광대를 함으로써 자기 나름대로 양심의 가책을 덜어내려 했고, 인류가 저지른 죄를 용서받으려 했다. 그를 통해 엄청난 죄를 짓고도 자신은 "공복으로서 명령을 따랐을 뿐" 이라며 무죄를 주장하는 모리스 파퐁의 말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것인지를 극명하게 대비시켜 보여준다. 세상엔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일을 사죄하려고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죄를 지어 놓고도 그 사실조차 덮어버리려는 사람도 있으니 이 얼마나 이분법적인 모습인가!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훌륭한 점은 극적인 대반전이라 할 수 있다. 삼촌이 알려준 가족사의 비밀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또 하나의 감동이었다. 이처럼 운명이란 누구도 짐작할 수 없고, 때론 얼마나 큰 의미를 시사하는지 누구도 알지 못한다. 과거의 기억과 진실은 아프고 참혹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미래에 대한 희망 역시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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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니 참 좋았다
박완서 지음, 김점선 그림 / 이가서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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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씨를 보면 참 대단하다란 생각이 먼저 든다. 나이 40이 넘어서 글을 쓰는 작가가 되었고, 이제는 국내에 널리 알려진 원로 작가 중 한사람이라니...존경할 수밖에 없다. 제법 다작을 하신 분이라 [그 많던 싱아...]와 [그여자네집] 이렇게 두권의 책을 통해 접할 수 있었지만 동화를(그것도 단편을) 쓰셨으리라곤 상상조차 못했기에 이 책을 접하고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고 한편으론 그녀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해 즐겁기도 했다.

서문에서 작가 스스로 밝혔듯이 이 책은 청소년과 젊은 엄마들을 주 독자층으로 겨냥하고 쓴 글의 일부라고 한 것처럼 그 내용은 쉽고 재밌었다. 그러나 정반대로 내게 많은 생각할 꺼리들을 주었다. 총 8편의 동화가 실려 있는데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3편의 이야기들을 짤막하게나마 내 나름대로 정리해 보겠다. 

우선 [찌랍디다] 는 조선시대라는 배경 속에서 일찍 조혼(어린신랑&어른신부)하는 풍습에 대해 한 신부의 시댁에 대한 통쾌하고 재치있는 행동이었는데 이것은 '남아선호사상', '가부장제도' 에 대한 여성의 소리없는 반항이라고 할 수 있다. 남자와 같은 재주가 있음에도 그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그릇된 풍습에 일생을 저당 잡힐 수밖에 없는 그 시대의 여성들을 생각하며 마음 한편으로는 못내 씁쓸했다.

[굴비 한번 쳐다보고] 는 지독한 자린고비의 세 아들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그는 자식들에게 많은 재산을 남겨 주었지만 정작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을 주지 못해 그 아들들의 인생을 헛되게 낭비하게 만들었다.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하려해도 그들은 모자람을 느낄 수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큰 실패를 경험했다. 그렇게 세상엔 물질(돈)보다 더 중요한 것(경험, 감정 등등)이 많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산과 나무를 위한 사랑법] 은 한 고장의 산이 관광객과 산을 보호하잔 사람들로 인해 큰 몸살을 앓고 한 선생과 제자가 그에 대해 논의를 하는 내용이었다. 이 두 사람의 대화는 자연을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사람은 살기 위해 끊임없이 자연과 대적해야만 하지만 결국 사람과 자연은 하나의 공동운명체라는 것을 잊지 말아햐 한다고. 그러나 자연의 마음을 모르는 사람들이 보호라는 목적으로 많은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고. 그렇게 사람이 살기 위해선 제대로 자연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고 알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이렇게 작가는 8편의 짧은 동화를 통해 내게 참으로 많은 말을 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난 작지만 아주 소중하고도 중요한 삶의 이치들을 깨닫게 됐다. 보시니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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