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버 여행기 현대지성 클래식 27
조너선 스위프트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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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버 여행기, 조너선 스위프트 지음, 이종인 옮김, 현대지성, 2019


어린 시절 동화로 접한 <걸리버 여행기>는 소인국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만 다루고 있었다. 소인국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 가령 걸리버를 위한 음식과 옷 만들기, 이웃 국가와의 전쟁은 정말로 이 세상 어딘가에는 소인국이 존재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게 했었다.


<걸리버 여행기>는 소인국 이야기가 끝이라고 생각했었고, 동화라고만 생각했었다. 이후에 소인국 뿐만 아니라 거인국과 하늘을 나는 나라 등을 더 여행하는 뒷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동화라는 생각에 <걸리버 여행기> 전체를 읽고자 하지 않았다.


현대지성 클래식으로 출판된 <걸리버 여행기>“<동물 농장> 조지 오웰이 극착한 최고의 풍자문학 완역본, 환상적인 모험에 숨겨진 인간 사회에 대한 신랄한 풍자라고 소개하고 있어 의아했다. <걸리버 여행기>가 단지 동화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 사회에 대한 신랄한 풍자라는 말에 호기심이 발동했다. 내가 알고 있는 소인국 이야기에는 어떤 풍자가 담겼고, 소인국 이후에는 어떤 여행기가 담겨 있는지 궁금했다.


<걸리버 여행기>는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소인국 릴리펏 여행기, 2부는 거인국 브롭딩낵 여행기, 3부는 날아다니는 섬 라퓨타와 발니바비, 럭낵, 글럽덥드립, 일본 여행기, 그리고 마지막 4부는 말의 나라 후이늠국 여행기이다.


소인국 릴리펏 여행기는 선상 의사(선의)로 근무하는 배가 폭풍우를 만나 난파하여 도착한 릴리펏에서 겪게 되는 이야기이다. 해안에서 릴리펏 사람들에 의해 결박되고 포로가 되었다가, 풀려나 릴리펏의 적국인 블레푸스쿠와의 전투에서 공을 세우고, 두 적국을 화해시킨다. 하지만 릴리펏 고위관료들의 모함으로 실명위기에 빠지고, 블레푸스쿠로 탈출하여 다시 영국으로 돌아오는 이야기이다.


2부 브롭딩낵은 거인국으로 폭풍우를 만나 풍랑에 휩쓸려 표류하다가 발견한 육지에서 식수를 구하려고 정박했다가 걸리버 홀로 남겨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걸리버는 농가 주인에게 발견되고, 거인국 사람들에게 공연을 하며 농가 주인에게 많은돈을 벌게 해주고, 이러한 소문으로 농부의 딸 글룸달클리치와 함께 브롭딩낵 왕궁에서 지내게 던 중 집으로 사용하는 작은 상자를 독수리에 의해 낚아채어 바다에 빠지게 되고 이곳을 지나는 영국 선원에 의해 발견되어 다시금 영국으로 돌아오게 된다.


걸리버는 브롭딩낵 왕에게 영국의 정치, 법률, 의회 제도들에 대해 설명하며, 브롭딩낵의 제도들과 비교하며 문답을 하는데, 브롭딩낵 왕이 의문하고 비판하는 몇몇 구절은 현재의 정치, 법류, 의회 제도에 대한 비판으로도 읽어도 무리가 없다.


동포 국민들이 최후의 수단으로 그들에게 재산상의 분쟁을 호소할 때
이를 공정하게 해결할 만한 지식을 갖추었는가?
그들은 탐욕이나 당파성 혹은 지식의 결핍으로부터
언제나 자유로워서 뇌물이나 어떤 괴이한 편견이
그들의 판단에 전혀 자리 잡지 못하는가?(158)


주교급 사제가 시대의 흐름에 영합한 적인 없는가?
그는 평사제였을 때 거룩한 삶을 살았고 또 종교적인 문제에 깊은 지식을
갖고 있기에 그런 지위로 승진하였는가?
그 유력한 귀족의 견해를 비굴한 노예처럼 추종하지는 않았는가?(158)


하원의원을 뽑는 데에는 어떤 기술이 동원되는가?
돈이 아주 많은 외지 사람이 통속적인 유권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여
그들의 영주나 그 지방의 가장 인품 높은 신사 대신에 그 외지 사람을
선출하게 유도하지 않는가?
열렬히 의회 입성을 바라는 신사가 선거 때 들어간 비용과 노고를 보상받겠다는
생각을 가지지 않겠는가?
타락한 정부 부처와 연계하고, 허약하거나 사악한 군주의 의도에 영합하여
공공선을 희생시키면서까지 그 비용을 회수하려 하지 않을까?(158~159)


법률은 그 법률을 왜곡하고 혼란을 주고 회피하려는 자들의
개인적 이익과 능력에 의하여, 임의로 설명되고 해석되고 적용되었지.
나는 자네 나라의 일련의 제도들 중 당초 시작될 때에는
그런대로 용납할 만한 제도들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네.
하지만 그 제도들의 절반 정도는 이미 사라져 버렸고,
나머지 절반은 부정부패에 침식되어 있으나 마나 한 것이 되어 버렸어.(
)
자네 나라에서는 공직을 얻기 위해 완벽한 자질은 필요 없는 것 같아.
사람들은 미덕의 힘으로 귀족 작위를 얻는게 아니고,
사제는 종교적 경건이나 학문으로 승진하는 게 아니야.
군인들은 행동과 용기, 법관들은 성실성, 상원의원은 애국심, 고문관은 지혜로 인해
그 자리에 보임되는 것 같지 않아.(162)


3부 하늘을 나는 섬 라퓨타 여행기이다. 다시 출항에 나선 걸리버는 이번에 해적에 의해 납치되고 작은 배로 옮겨 표류하게 하나 다행히 육지를 발견하게 되고 거기에서 하늘을 나는 섬 라퓨타를 발견하게 된다. 대형자석에 의해 섬이 하늘을 날고, 이동하는 원리를 설명하는 부분도 무척 흥미로웠고, 라퓨타 사람들이 항상 사색에 빠지기 때문에 이들을 깨우기 위해 얼굴을 때리는 치기꾼이 따라다닌다는 상상력이 놀라웠다.


그리고 그 이후에 방문하는 라가도의 학술원에서 방문하는 연구실의 이야기들도 황당무계한 이야기이지만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로서 무척 흥미로웠다. 특히 언어는 거짓말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진실만을 이야기하기 위해 무거운 사물 보따리를 지고 다닌다는 부분에서는 언어의 기능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럭낵에서 마주한 영원불사의 삶을 사는 스트럴드브럭의 이야기는 섬뜩하기도 하면서 영원불사의 꿈이 허무할 수 있음도 알게 되었다. 영원히 죽지 않는다고 할 때 기억도, 체력도 모두 유지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몸도 늙고 체력도 떨어지며, 80세를 넘어서면서는 기억도 없어진다고 한다면 영원불사는 축복이 아니라 불행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모든 아이가 불사의 몸이 될 기회를 지닌 행복한 나라여!
수만은 고대 미덕의 산 증거를 누리고,
모든 과거의 지혜를 가르칠 스승을 둔 행복한 사람들이여!
하지만 무엇과도 비할 수 없이 가장 해복한 건
저 훌륭한 스트럴드브럭들이다.
인간성에서 오는 보편적 재앙 없이 태어나서,
죽음에 대한 끊임없는 걱정으로 중압감을 느끼지도 우울하지도 않은
자유롭고 해방된 정신을 가지고 있으니!(256)


말씀하신 삶의 계획은 불합리하고 부당한데,
영구히 유지되는 젊음, 건강, 활력을 전제로 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소망이 한없이 크기는 하지만,
그 누구도 그런 소망이 성취 가능하리라고 생각할 정도로 어리석지 않습니다.
부와 건강을 지닌 채 한창 젊을 때의 육신을 한다면 좋겠지요.
하지만 문제는 고령에 수반되는 일반적인 불이익을 감수하면서도
영생이 가능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260)


4부는 말의 나라 후이늠국 여행기이다. 후이늠국의 설정은 말이 이성적 존재이고, 인간을 닮은 야후는 비성적 존재로 그리고 있다. 인간과 말, 인간과 짐승의 위치를 치환한 것으로 앞의 1~3부에서 펼친 상상의 세계에 비하면 그 상상력이 떨어져 보였다.


내용의 일관성도 떨어지는 듯하고, 이성을 가진 후이늠에 비해 비이성적인 야후는 야만의 삶을 살고 있다는 설정이 인간 사회의 야만성을 드러내고 이성이 지배하는 유토피아를 만들자는 것 같은데, 그 이성을 가진 존재가 왜 ()’이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고 다소 실망하기도 했다. 조지 오웰은 왜 <걸리버 여행기>를 최고의 풍자 문학이라고 평가했는지 의아했다.


그런데 마지막에 실린 역자의 해제를 보고 스위프트가 왜 이런 설정을 하게 되었는지, 그가 풍자를 통해 비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 이 해제가 없었다면 주변에 “<걸리버 여행기>1~3부까지만 읽으라고 이야기할 뻔했다.


스위프트가 대학을 다닐 때 배운 논리학 교과서는 물론 라틴어로 된 것이었는데,
그 중 중요한 대목이 인간은 이성적 존재라는 것이고,
그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말은 비이성적 존재라고 가르쳤습니다.(
)
인간이 이성적 존재라고 하지만 실은 말보다 못한 비이성적 존재라고
가혹하게 풍자하기 위해 말이 동원된 것입니다.(401)


거짓말은 인간이 언어를 사용하는 유일한 동물이라는 사실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언어는 부재 혹은 결핍을 전제로 합니다.
즉 없는 것을 일시적으로 있다고 가정합니다.(
)
언어는 없는 것을 가리키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거짓말을 할 수가 있는 겁니다.(
)
반대로 긍정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말에는 놀이의 기능이 있어서 거짓말을 하면서도 진실을 말할 수 있고,
반대로 진실을 말하면서도 거짓을 말하는 놀이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404~405)


스위프트가 살았던 17세기 영국의 정치 상황과 스위프트의 일대기를 이해하고 돌아보니 스위프트의 풍자가 무엇이었는지 뚜렷이 보이는 듯 했다. 심지어 걸리버라는 이름까지도 풍자가라는 뜻이었다고 하니 놀라웠다. 해제를 읽고 돌이켜보니 놓치고 지나간 부분이 많았음을 알게 되었고, 다시금 읽고 싶어졌다.


걸리버(Gulliver)’(Gull : 바보 혹은 잘 속는 사람)’(ver: 진실 혹은 진리)의 합성어
걸리버는 진실을 말하는 바보(혹은 거짓말쟁이),
즉 거짓인 것처럼 보이나 실은 진실인 것을 말하는 풍자가라는 뜻입니다.(406)


현재지성클래식 <걸리버 여행기>는 역자의 해제를 먼저 읽고 본문을 읽으면 풍자의 진수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본문부터 읽고 해제를 읽어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지만 4부에 접어들어 책을 덮을 수도 있으니, 해제부터 읽고 읽는 것도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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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성이 고민입니다 - 혼자이고 싶지만 외로운 과학자의
장대익 지음 / 휴머니스트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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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성이 고민입니다, 장대익 지음, 휴머니스트, 2019


<사회성이 고민입니다>의 저자 장대익 교수는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로 진화학과 과학철학이 전공이다. 2017<울트라소셜>을 출간하고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지금이 사회성이 고민인 시대에 살고 있음으로 깨닫고, ‘관계에 대한 쿨한 과학적 상담을 제공하는 책이 시급함을 느껴 <사회성이 고민입니다>를 집필했다고 한다.


<사회성이 고민입니다>는 사회성과 관련된 관계, 외로움, 평판, 경쟁, 영향 그리고 공감에 대한 철학적 물음에 과학적 실험과 진화적 맥락으로 설명하고 있다.


먼저 관계에서는 우리 인간은 사회적 능력에 최대치가 있으니 모든 사람과 잘 어울리려고 하지 말고 소중한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라고 한다.


갑자기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부담스러워졌다면
사회성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닌지 고민하게 됩니다.(19)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관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사회성에 대한 고민은 이러한 수많은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관계의 문제입니다.(19)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의 진화심리학자 로빈 던바()
한 사람이 맺을 수 있는 사회적 관계의 최대치()
한계치인 150던바의 수라고 부릅니다.(34)


우리의 사회적 능력에는 대략적인 최대치가 존재합니다.
그래서 지금처럼 다양한 사회적 채널을 통해
수많은 타인과 연결될 수 있는 사회에서는
사람들과 어울리기가 힘든 건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해요.(41)


내게 소중한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합시다.
반면 스쳐가는 사람들, 관계를 맺는 것이 너무나 고단한 사람들에게는
너무 애쓰지 말아요. 다른 소중한 관계까지 망칠 수 있으니까요.(43)


두 번째 주제는 외로움이다.

외로움은 주관적으로 느끼는 고립감이며, 일종의 고통이라고 한다. 우리 몸에게 피하라는 신호라는 것이다. 그리고 배제되고 소외되는 느낌도 사회적 고통으로 물리적 폭력과 같은 고통을 준다고 한다.


 외롭다는 것은 고립되어 있다는 주관적인 느낌입니다.()
고독은 심리학적으로 외롭다는 느낌 없이 홀로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49)


외로움은 누구나 경험하는 정서이지만
빨리 벗어나야만 하는 부정적 상태입니다.(
)
외로움도 일종의 고통입니다. 고통을 피하라는 신호입니다.(50)


분노라는 감정은 분노의 원인이나 대상을 피하게 하는 게 아니라
접근하게 만듭니다.(
)
고통이나 역겨움은 회피 동기를, 분노는 접근 동기를 주게끔
진화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52)


배제되는 느낌이나 무리에서 소외되는 느낌도 일종의 고통입니다.
물리적 고통은 아니지만, 때로는 물리적 고통보다 더 큰 괴로움을 주기도 합니다.
이런 배제감이나 소외감을 사회적 고통이라고 부릅니다.(
)
우리의 뇌는 몸에서 피가 날 때와 투명인간이 된 느낌을
거의 구분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57)


뇌의 관점에서 본다면 두 고통은 거의 구별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죠.
그러니 집단 따돌림은 명백한 범죄라 할 수 있습니다.(58)


높은 수준의 외로움이 지속된다면 반드시 탈출해야 합니다.
빨리 네트워크로 돌아가라는 신호이자
누군가에게 의지하라는 뜻이니까요.(67)


세 번째 주제는 평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 집단을 이루어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평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지만, 지나치게 다른 사람의 평가에 신경을 쓰다 보면 자율성이 훼손되어 되려 불행해진다고 한다.


타인의 시선에 압도되어 결국 다른 사람의 인생을 대신 살아가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내 삶을 결정하는 것이죠.(90)


열심히 일한 덕에 회사가 돈도 많이 버는 것 같은데
왜 자신은 번아웃된다고 느낄까요?
열심히 일은 하지만 상사가 시킨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서입니다.
자율성이 훼손되면 행복하지 않거든요.(90)


집단생활을 해온 사피엔스는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동물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너무 지나치면 자율성이 훼손되기 때문에 불행해집니다.(91)


모두에게 칭찬받고 싶고, 누구에게나 좋은 평판을 얻고 싶은 분이 계시다면,
그것은 불가능한 미션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는 서로를 평가하는 기준들이 다르기 때문입니다.(93)


네 번째 주제는 진화의 동력이 된 경쟁을 다루고 있다.

생명체는 생존과 번식이라는 궁극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경쟁을 피할 수 없지만, 인간은 다른 생명체와 달리 배려라는 고유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인간이 가장 잔혹하다고 미디어가 다루고 있지만 미디어가 보여주지 않는 동물의 세계는 인정사정 없는 약육강식 우승열패의 잔혹한 사회라고 한다. 인간만이 배려를 통해 유일하게 지금의 문명을 이루었고, 이는 몇 만년이 흐른다해도 인간 외에는 문명을 이룰 수 없을 것이라고 한다.


경쟁은 진화의 동력입니다.
하지만 생명은 경쟁의 바퀴만으로 굴러가지 않습니다.
협력도 필요하죠.
경쟁이나 협력은 생명체의 궁극적 가치가 아니라
생존과 번식이라는 생명체의 궁극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상이한 전략인 셈입니다.(100)


배려는 인간의 고유한 특징입니다.
앞서 보았듯이 원숭이 세계에서 배려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와 같은 유인원에 속하는 침팬지의 세계에서나
배려 행위가 드물게 나타날 뿐입니다.(109)


영장류학, 심리학, 뇌과학을 비롯한 인간에 대한 모든 과학은
지상에서 배려와 협력을 가장 잘하는 종이 우리 인간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
)우리는 인간이 다른 동물에 비해 더 잔혹하고 악랄하며
이기적이라고 알고 있거든요.
이것은 그야말로 가짜 뉴스입니다.(111)


우리가 지구상의 동물 가운데 유일하게 문명을 이룩한 종이라는 사실은
사피엔스에게는 경쟁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더 있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상대를 누른 승리자가 모든 것을 차지했었다면,
즉 타인이나 타 집단에 대한 배려와 협력이 없었다면,
문명이 설령 탄생했을지라도 바로 파괴되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112)


(북유럽) 여기에도 경쟁은 있습니다. 우리 아이도 좋은 대학에 보내고 싶어요.
하지만 경쟁 상대가 일차적으로 남은 아닙니다.
경쟁은 자기 자신과 하는 거니까요.(113)


핀란드에서는 학생 스스로가 거의 모든 것을 결정하고
책임지는 훈련을 어릴 때부터 합니다.
타자와의 비교를 통해 우쭐하거나 우울하게 만드는 방식이 아니에요.
학교에서는 필요 이상으로 경쟁하는 것은 탐욕이라고 가르치죠.
스스로 선택한 것을 성취하는 것이 진정한 성장이자
성숙임을 강조하는 게 바로 그들의 교육철학이었습니다.(114)


경쟁은 어느 사회에나 있습니다.
어떤 생명체든 경쟁은 피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경쟁은 생명의 징표라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경쟁에 대해 인식할 수 있는 유일한 종입니다.
나쁜 경쟁과 좋은 경쟁, 미숙한 경쟁과 성숙한 경쟁 등을 구분할 수 있기도 합니다.(116)


타인과의 경쟁이 아닌, 과거와의 경쟁(자신과의 경쟁)이 그것입니다.
한 가지 목표를 향해 모두가 경쟁하는 방식이 아니라 분산된 경쟁도 필요합니다.(121)


그리고 <사회성이 고민입니다>영향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인간에게는 동조 심리가 있어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다만적절한 개방성이 있어야 하고, 반대 목소리를 포함한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인간관계가 필요하다고 한다. 주변에 오답을 주장하는 사람이 있어야 오히려 정답으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한다. 최악의 상황은 모두 동일한 오답을 주장하는 경우라고 한다.


각종 소셜미디어가 발달한 요즈음
우리가 타인에게 영향을 받는 방식은 어떻게 변화했으며,
그로 인해 우리는 얼마나 타인 의존적 삶을 살고 있는가(
)
사회적 영향에 관한 물음(128)


내 주변에서 나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도 중요하지만,
그들이 어떤 다양한(또는 단일한) 목소리를 내는가도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일부러라도 오답을 주장하는 사람이 있어야
역설적으로 정답으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모두가 획일적으로 동일한 오답을 주장하는 경우가 최악의 상황입니다.(135)


에고 네트워크의 밀도가 낮은 사람일수록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사건에 대한 예측을
더 정확하게 한다는 가설이 입증된 거죠.(140)


동조 심리 자체는 인류의 진화사에서
오랫동안 진화하여 장착된 마음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작금의 소셜미디어가 그 동조 심리를 활용하고 증폭시키며
심지어 갈취하기까지 한다는 것이 문제지요.(144)


우리는 고립된 삶을 살 수가 없는 존재입니다.
따라서 주변 사람에게서 직간접적으로 매 순간 크고 작은 영향을 받습니다.(148)


우리에게는 적절한 개방성이 필요합니다.()
어린이는 어른에 비해 휘둘릴 수밖에 없습니다.
노인의 휘둘리지 않음이 꼭 좋은 것만도 아닙니다.
새로운 정보, 의견, 가치를 받아들이는 것도 필요하니까요.(148~149)


마지막 주제는 공감이다.

기술의 발달로 인공지능과 인간의 대결에서 인공지능이 이기는 장면을 자주 목도하게 되면서 인간 소외에 대한 걱정들을 많이 한다. 하지만, 또한 로봇 기술의 발달로 인해 우리의 일자리를 기계가 대체할 것인지에 대해 궁금해하는데, 정작 우리가 물어야 할 질문은 우리는 왜 기계에까지 공감하는지, 어떻게 공감하는지, 얼마나 공감하는지가 되어야 한다고 한다.


의인화된 기계에 우리가 공감하게 되고, 반려견 대신 반려로봇이 등장하게 되면 이러한 의인화로 인해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음을 우려한다.

또한 알파고와 이세돌 구단의 바둑 대국으로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합리성정교함에서 앞선 것을 증명한 만큼, 이후 다른 인공지능이 창의성이나 도덕성같은 특성까지 넘어섰을 때도 우리 인간의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음을 우려한다.


지금까지는 그저 보조 장치로서의 기계가 얼마나 쓸모 있는가에 관한 이야기들뿐()
하지만 요즘은 AI가 인류의 가장 고귀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곳이라 여겨지는
병원이나 법원에서 먼저 도입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156)


로봇의 기능이 아니라 그 기능에 반응하는 사람의 마음에 초점을 맞추면
로봇에 대한 관점도 달라집니다.(166)


모니터에 눈망울을 크게 그려주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관심이 뻗치게 됩니다.
인간의 진화된 사회성이 작동하는 거예요.
눈과 얼굴의 모양과 움직임을 인간과 비슷하게 하면 할수록,
로봇에 대한 의인화는 더 강해집니다.(166)


공감이란 타 개체의 입장에서 상상해 볼 수 있는 인지 능력
또는 타 개체가 느끼는(느낀다고 여겨지는) 감정을 비슷하게 느낄 수 있는 정서 능력(
)
추론을 통한 공감(역지사지)과 감정을 통한 공감(감정이입)(168)


로봇에 대해 이야기할 때 우리는 늘 그것이 우리 일자리를 대체할지에 대해서 묻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질문의 방향을 우리 자신에게 돌려야 합니다.
우리는 왜 기계에까지 공감하는가? 어떻게 공감하는가? 얼마나 공감하는가?
우리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175)


알파고는 인간 정체성 중 합리성정교함을 빼앗아갔지만,
만일 또 다른 AI가 등장해
인간의 창의성이나 도덕성같은 특성까지 이겨버리면
과연 우리 정체성 중 무엇이 남게 될까 하는 걱정입니다.(181)


<사회성이 고민입니다>를 통해 사회성에 대한 고민은 결국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인간과 기술의 관계에 대한 고민임을 깨닫게 되었다. 인간 사회를 구성하는 요소가 인간 하나가 아니라, 자연은 물론 기술의 발달로 로봇까지 확장되고 있으니, 결국 우리의 사회성에 대한 고민은 자연과 기술을 포함하여야 할 것 같다. 그래서 기술의 발달에 따른 인간소외에 대한 걱정보다는 사회의 구성요소로서 기술과의 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지 지속적인 고민이 필요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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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참던 나날
리디아 유크나비치 지음, 임슬애 옮김 / 든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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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참던 나날, 리디아 유크나비치 지음, 임슬애 옮김, , 2019


인생에는 지랄 총량의 법칙이 있다.”

인생의 진리 혹은 신념처럼 여기며 자주 사용하는 말이다.

지랄 총량의 법칙, 사람에게 주어진 지랄은 총량이 정해져 있어서, 어느 시기에는 반드시 지랄을 하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어릴 적에 격한 질풍 노도의 시기를 보냈다면 이후에는 무난한 삶을 살게 될 것이라는 주문과도 같다. 또한 어릴 시절을 모범적으로 보냈다면 언젠간 일탈을 하게 될 수도 있다는 괜한 걱정도 들어 있는 말이다. 물론 자기 합리화를 위한 궤변일 뿐이다.


<숨을 참던 나날>에도 지랄 총량의 법칙은 그대로 적용된다고 할 수 있다. 어린 시절의 가정 폭력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택한 수영. 그러나 대학에서는 수영 대신 마약과 섹스에 취해 3학년 때 낙제를 하고, 첫 번째 결혼에서 아이를 사산하는 등 순탄하지 않고 자기 파괴적인 나날로 점철된 20살의 인생 전반기.


사실 나는 죽음 곁에 있을 때
가장 살아있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154)


어떤 사람들은 세상의 주변부로 가야 서로를 느낄 수 있다.
우리는 가족이라는 틀을 대체하기 위해 그렇게 행동한다.
원래의 뿌리를 지우고, 자기 자신을 제대로 반영하는
새로운 뿌리를 만들기 위해 그렇게 행동한다.(268)


여기에서 우리는 아주 흔한 오류를 범한다. ‘루저, 낙오자, 구제불능이라는 낙인을 찍는다. 방탕한 과거로 인해 미래에는 희망이 없을 것이라고 섣불리 판단한다. 그러나 지랄 총량의 법칙을 믿는 나로서는 누구에게나 인생의 변곡점이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고등학교 시절에 선생님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너는 커서 뭐해 먹고 살래?”라는 말이었다. 이 질문에 딱히 명확한 답이 없어 글쎄요라며 그저 머쓱하게 웃고 말았다. 물론 이 말은 대답을 듣기 위해 건넨 질문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다. 또한 진심으로 나를 걱정해서 물어보는 말은 더더욱 아니다. 훈육이라 이야기할지 모르나 조롱이다.


그런데 지금 커서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가정을 이루고 무탈하게 잘 살고 있다. 그래서 가끔은 조롱 섞인 질문을 던진 선생님들을 찾아가 많이 늦었지만 그때의 대답을 해드릴까도 생각했었다. 그러나 다 부질 없는 일이라는 생각에 잊고 살고 있었다.


그런데 <숨을 참던 나날>은 이런 지난 날들을 다시금 떠올리게 했다. 그리고 저자가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졌다고 느껴질 때 만난 문예창작 모임을 통해 글쓰기를 시작하고, 그의 재능을 믿고 응원해준 동료들 덕분에 안정감을 찾게 되고, 두 번째 결혼을 하게 된다. 문예창작 박사학위도 따고, 대학강사로 일하며 글쓰기를 가르치게 된다. 전반기에 비한다면 그야 말로 인생 역전에 성공한 것이다.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10년 간의 결혼 생활 후 두 번째 이혼. 그리고 음주 교통사고. 이로 인해 사회봉사명령을 받고, 직장도 잃게 된다. 다시 시련이 찾아왔지만, 이 때 세 번째 남편을 만나게 되고 아들 마일스를 낳는다. 아들을 얻은 이후로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되물림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리디아 자신을 파괴하는 일들도 하지 않게 된다.


<숨을 참던 나날>은 리디아 자신의 성장과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나의 성장기이기도하고, 우리들 대다수의 성장기이기도 하다. 진폭은 리디아를 넘어설 수 없지만.


<숨을 참던 나날>에서 리디아는 섣불리 이래라, 저래라하지 않는다. ‘나는 이런 인생을 살았지만 당신은 이렇게 살지말라는 훈계도 하지 않는다. 그저 담담히 그러나 매우 솔직하게 과장없이 자신의 성장기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리디아의 이야기를 듣고 있지만 이를 통해 나의 어린시절과 마주하며 위로받기도 한다.



결혼 생활이 파탄 나면, 새로운 자신을 창조하라.
성장기를 보낸 가족이 별로였다면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라.
세상에 얼마나 사람이 많은가. 거기서 고르면된다.
지금 같이 사는 가족이 상처를 준다면, 짐을 챙겨 떠나라. 지금 당장.(408)


맞다, 나도 안다.
내가 엮어놓은 인생 이야기가 때로 얼마나 분노로 가득하고 자기 파괴적이고
지저분하고 심지어 망상같이 읽히는지.
그렇지만 아름다운 것들, 우아한 것들, 희망찬 것들은 때때로 어두운 곳에서 생겨난다.
게다가, 나 같은 여자의 진실을 보여주는 것이 내 목적이니까.(410)


예술 안에서 나는 나의 동족을 만났다.
그들은 내 옆을 지켜주고 내게 용기와 희망을 주었다.(
)
이건 당신을 위한 책이다. 내가 길을 뚫어 흘려보낸 물이다.()
안으로 들어오기를, 이 물이 당신을 잡아줄 것이다.(411)


리디아는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도 용기와 희망을 주고자 한다.


유일한 목격자는 오직 몸밖에 없다는 잔인하지만 엄연한 진실에도 불구하고,
기억력이라는 정신의 강압적인 힘만을 고집하니까.(262)


우리가 원한다면 모든 것은 예술이 되었다.(266)


쌍둥이라는 말은 생물학적인 쌍둥이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당신이 속한 곳에 쌍둥이가 없다면, 진지하게 말하건대
지금 하는 일을 당장 멈추고 쌍둥이를 찾아 떠나라.
쌍둥이와 동족을 찾아라, 진심이다.(268~269)


이것을 꼭 이해해야 한다.
망가진 사람들은 항상 네, 라고 말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거나
바로 앞에 대단한 것이 있어도 그것을 선택하지 못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우리가 이고 사는 것은 부끄러움이다.
좋은 것을 원한다는 사실에서 생겨난 부끄러움,
좋은 것을 느끼는 데에서 생겨난 부끄러움.
우리가 존경하는 사람들과 같은 방식으로 같은 공간에 서있을 만한 가치가
자신에게 없다고 생각하는 데에서 생겨난 부끄러움.
우리 가슴 위에 커다란 주홍글자.(277~278)


도로시는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았어.
이런 고통, 저런 고통에 시달렸지.
적어도 이제는 평온할 거야.(297)


남자들 여럿이 모이면 그들만의 규칙이 작동한다.
손동작과 시선, 자세, 주고받는 말들과 말 속에 담긴 다중적 의미.
사소한 도전과 눈에 보이지 않는 싸움, 그렇게 형성되는 위계.(308)


한 문장에 생명과 죽음을 함께 담아내는 것은 가능한 일이다.
한 몸에 담아내는 것도.
사랑과 고통을 모두 끌어안는 것은 가능한 일이다.(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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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진심
조해진 지음 / 민음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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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진심, 조해진 지음, 민음사, 2019


최근 가족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가족 구성원에 대한 생각도 있지만, 대부분은 내가 가지고 있는, 혹은 무의식에 주입되어 있는 화목한 가족이라는 판타지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많았고, 그러한 판타지를 걷어 내기 위한 생각들이 많았다.


<단순한 진심>도 그러한 내 안의 화목한 가족판타지를 마주하는 계기가 되었다.

<단순한 진심>30년 전 입양된 한국계 프랑스인 문주가 철길에서 마주한 철도기관사와 그의 집에서 지낸 1년의 시간이라는 단편적 기억들의 퍼즐을 맞추고자 한국을 방문하면서 시작한다. 배우기도한 문주는 해외입양인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출연 제의를 받아들여, 자신을 구해준, 그리고 입양을 보낸 철도기관사를 찾고자 한국을 방문한다. 뱃속의 아이, ‘우주와 함께.


기억이 너무 단편적이라 찾는 여정이 쉽지 않은 가운데, 숙소 건물 1층의 복희식당주인과의 일화를 통해 또다른 입양인의 사연을 접하게 되고, 과거 30년 전 한국사회에서의 입양 현실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기지촌이 정부에 의해 관리되면서도 그 종사자에 대한 폭력적인 차별은 그들의 2세에 대한 차별로 이어지고, 생김새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아 한국을 떠나 입양되어야 하는 현실.


복희식당의 가족(?)은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이 아니다. 법적으로는 가족이 아닌 동거인으로 부른다. 그러나 이들은 분명 가족이었다. 혈연을 나눈 가족에게도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지 못한 이들이 서로에게 드리운 아픔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보듬어주고, 우산이 되어주는 가족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노력도 우리사회의 차별의 벽을 넘어서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역부족이었다고 해서 그들의 노력이 폄하되는 것은 아니다. 차별의 벽은 결코 개인이, 그것도 차별을 받고 있는 사람이 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차별을 만들고 있는 사람이나, 혹은 그러한 차별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차별을 인식하고 깨야 하는 것이다.


이처럼 <단순한 진심>은 내가 가지고 있는 차별과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차별에 대해 마주하게 해준다. 몰랐다고 회피하고자 하는 마음도 들었던 것이 사실이나, 모른다는 것이 더 큰 악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이야기에 화들짝 놀라기도 했다.


죄를 모른다는 건, 그 순진함 때문에 언제라도
더 큰 악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49)


이 한 권의 책으로 모든 입양인들의 마음을 알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제는 모랐다고 변명하지 않고, 마주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렵게 찾은 가족을 만났는데, 그들이 가난하지 않고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보며 증오의 마음을 토로했던 어느 입양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혈육을 만나다는 기쁨보다는 버림의 이유에 대한 배신감이 더 크게 작용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받은 고통만큼 원가족도 고통 속에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으니, 두 번 버림받은 느낌일 들 것도 같다.


내가 그리던 가족이 아니에요.
실은 그들이 비참할 정도로 가난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막상 만나 보니 그들에게는 집과 자동차가 있었었요.
언니들은 둘 다 대학 교육을 받았고,
심지어 엄마는 늙은 개까지 키우고 있더군요.
뻔뻔해. 낳아 달라고 애원한 적도 없는데 낳아 놓고는
내 동의나 허락도 없이 먼 나라로 보내 버렸죠.
그랬으면서 개를 키우고 있다니
.그들은 모를 거예요.
내가 하루에도 수 십번씩 그들을 칼로 찌르고 그 시신을 짓밟고
유기하는 상상을 한다는 걸 말이에요.(30)


<단순한 진심>를 통해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던 차별과 그 차별이 여전히 오늘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일깨워줬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지만, 가려져 있어 존재하는지 몰랐던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내 안의 판타지를 마주하고 걷어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나는 암흑에서 왔다.
시간이 흘러가지 않는, 영원이란 무형의 테두리에 갇힌 암흑이 나의 근원인 셈이다.
방향성 없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나는 홀로 그곳을 떠돌아다녔을 것이다.
그때 내 형상은 둥글고 단단한 씨앗 같았을까.
어쩌면 작은 반동에도 속절없이 무너지거나 흩어지는 가변의 물질이었는지도 모르고
아예 형상조차 없는 한 줌의 에너지였는지도 모른다.(7)


어떤 상황을 무대처럼 만들어 상상으로 빚어진 배우에게
내게 닥친 외로움을 전가하는 건 오래된 습관이었다.
전가된 외로움은 내 것이면서도 내 것이 아니었기에
깊이 빠지지 않아도 된다는 게 나는 좋았다.(15)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노년의 모습이 거기 있었다.
관성이 되어 버린 외로움과 세상을 향한 차가운 본노,
그런 것을 꾸부정하게 굽은 몸과 탁한 빛의 얼굴에
고스란히 담고 있는 모습(43)


무력한 방관자에 지나지 않는 신 앞에서는
공허한 협박이 되고 마는 고통의 몸짓들
(87)


50년쯤 되면 말이야, 내가 어떤 놈이랑 엮여 뭘 했는지도 기억이 안 나.
진탕 처마시고 물 좋고 바람 좋은 데서 잠들었는데
깨어나 보니 세상이 날 보고 늙어 빠진 할망구라고 하대.
그러니 둘 중 하나지, 하나만 남지.
더 마셔서 꿈에서 깨든지, 아니면 다시는 깨지 않을 잠을 자든지.(150~151)


다 소모해 버린 몸을 버리고 이제 곧 무형의 암흑에 도착하게 될 연희는
씨앗이나 연기처럼, 혹은 한 줌의 물질이거나 에너지가 되어
영원한 여행을 시작할 것이다.
수 십억 년의 진화를 거슬러서, 이 세상에 오기 전
하나의 세포로도 존재하기 이전에 그녀가 그러햇듯이.(235)


나는 암흑에서 왔다.-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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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page 혁명, 실리콘밸리가 일하는 방식 - 종이 1장으로 팀을 움직이는 소통의 기술
마이크 필리우올로 지음, 고영훈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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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page 혁명, 실리콘밸리가 일하는 방식, 마이크 필리우올로 지음, 고영훈 옮김, 비즈니스북스, 2019


직장생활을 오래하게되면 언젠간 리더의 역할을 하게 된다. 물론 당연하게 주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리더십이 요구되는 경우가 많다.

어제까지 같은 팀원으로 일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리더를 맡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팀원에서 리더가 되는 과정에 체계적인 트레이닝은 사실상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러니, 어제까지 함께 팀원으로써 함께 일한 동료들을 리딩해야하는 일은 부담이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리더의 조건은 한 두가지로 정의할 수 없으니, 맞고, 틀리고를 따지거나,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없다. 하지만 성공적 리더십과 그렇지 않은 리더십은 바로바로 눈에 띄기 마련이다.

그런 부담스러운 리더의 역할을 누구도 체계적으로 코칭해주지 않으니, 어쩌면 스스로 준비를 해야만 갑작스레 당황스러운 상황을 마주하는 상황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물론 상당히 난망한 일이다.


<1 page혁명, 실리콘밸리가 일하는 방식>은 이러한 고민을 해결해줄 가이드북이자, 워크북이다. 리더로서 자기 자신에 대한 원칙과 팀을 위해 성과 기준에 대한 원칙, 그리고 균형잡힌 삶을 위한 방법들에 대해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질문하고, 생각하고, 답할 수 있도록 16개의 워크북이 포함되어 있어, 스스로의 원칙들을 수립해 볼 수 있다.


Work to do
1.
나를 움직이는 동기부여의 원천 찾기
2.
미래의 자신을 위한 목표 설정하기
3.
옳은 선택과 행동을 위한 기준 만들기
4.
어떤 역경이든 극복하기 위한 버팀목 찾기
5.
능동적인 태도를 만드는 책임감 일깨우기
6.
업무 우선순위와 성과 기준 나타내기
7.
팀이 가야 할 방향 제시하기
8.
혁신과 기회를 찾기 위한 생각 이끌기
9.
현명한 결단을 위한 생각 이끌기
10.
팀을 이끄는 자신의 스타일 확립하기
11.
팀원이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기
12.
합리적인 업무 요청을 위한 현장 이해하기
13.
팀원 개개인의 성장 도모하기
14.
일과 삶의 균형점 찾기
15.
평정심 되찾기
16.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 상기시키기


저자 마이크 필리우올로는 미 육군사관학교 출신으로 소대장으로써 경험한 리더십과 그후 컨설턴트로 경험한 리더십에 대해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직접 경험한 사례를 중심으로 설명하고, 이를 독자들도 따라서 행동 원칙을 수립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우리는 살면서 스스로에게 잘 질문하지 않는다. 생각하기는 나와의 대화인데, 이 과정에 우리는 다 알고 있다는 생각에 스스로에게는 질문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처음에 <1 page 혁명, 실리콘밸리가 일하는 방식>에서 제시한 행동원칙 수립 워크북을 따라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나에게 물어야 하는 질문들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쉽게 대답할 수 없어 당황스러웠고, 그동안 나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음을 깨닫고 당황하기도 했다.


<1 page 혁명, 실리콘밸리가 일하는 방식>은 리더로써 팀원을 이끌고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즉 다른 사람을 위해 리더십을 발휘하라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결국은 내가 나에 대해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남에게도 발휘될 수 없음을 지적한다. 그래서 자기 성찰을 통해 리더로서의 행동원칙을 수립하고, 이를 지켜나가면서 팀원들의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돕고 책임을 다하는 리더가 되라고 이야기한다.


리더가 되고자 준비하고 있는 사람은 반드시 여기서 제시된 질문들에 답변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할 것 같다. 매우 추상적이고, 당장의 실적을 창출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질문들로 보일 수 있으나, 현재의 직장생활을 오늘 내일만 하고 그만 둘 것이 아니라면 반드시 고민하고 성찰이 필요한 질문들이다.


전장에서의 잘못된 리더십은 팀원 전체를 사지로 몰아 넣을 수도 있고, 어쩌다 리더가 되었다고 어쩌다 훌륭하고 존경받는 리더가 되는 것이 아닌 만큼 사전 준비를 하는데 있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자기 성찰을 위한 질문
나는 왜 매일 아침에 일어나는가?
나는 미래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나는 어떤 인생 지침에 따라 사는가?
내가 넘어질 때 무엇이 나를 일으켜 세우는가?
나는 어떻게 책임을 다하는가?(45~46)


보람을 느끼는 일이 어떤 것인지 분명히 표현할 수 있기 전까지는
결코 보람을 주는 일을 찾을 수 없다.
그렇게 성공에 대한 기대도 없이 장래성 없는 일에 갇히면
일상에서 행복감과 성취감을 느끼지 못한다.(48)


어려울 때 자신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게 있다.
당신의 팀 역시 이 힘든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려워하며
당신을 바라보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92)


대부분의 리더들이 책임감이 있지만 가끔 책임 공방을 벌이거나
완전히 책임을 포기한다.
책임에는 중압감이 따르며, 중압감은 불편하기 때문이다.
그런 불편함을 없애는 가장 쉬운 방법은 결과에 대한 책임 회피다.
그러나 책임감에 초점을 맞춘 행동 원칙은 힘든 시기에
당신을 옳은 리더로 이끈다.
단순히 책임을 지는 상사에서 책임감이 있는 리더로 큰 도약을 하게 된다.(107)


최고의 리더들은 끊임없이 도전적인 사고를 하고,
기존의 모델을 해체하고, 어떻게 조직을 더 나은 곳으로 이끌 것인지
늘 의문을 품으며 일해왔다.
이런 사람들이 바로 생각과 사고를 이끄는 리더.(121)


실무 담당자에서 사고를 이끄는 리더가 되는 것은 큰 도약이다.
그러기 위해선 답을 가진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질문을 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
이 변화는 매우 불편할 수 있다.
그러나 매일 마주하는 업무를 넘어 생각에 집중하면 변화는 가능하다.(124)


새로운 지식을 얻으려면 우리는 단지 대답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해야 한다.
우리를 탁월한 통찰로 이끄는 것은 질문이다.(124)


과거에 대한 올바른 답을 얻는 것보다
미래에 대한 올바른 질문을 하는 것이 더 강력하다’(158)


많은 리더들이 미래에 대해 무사안일주의에 빠진다.
그들은 어떤 일이 조직 앞에 다가오고 있는지 명확히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미래에 초점을 맞추길 멈추고 현재의 사업을 추진하는 게 자신의 힘을
가장 잘 사용하는 것이라고 믿는다.(158)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 중 하나는 조직의 타성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우리가 항상 해왔던 방식에 대해 만족하지 않는다.
조직이 어떻게 할 것이라는 설명을 들을 때마다 나는 ?”라고 다섯번 묻는다.(159)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정을 내리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것보다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는 것이 더 낫다고 합리화한다.(171)


행동하지 않는 것도 행동한 것이며,
선택하지 않기로 한 것도 당신이 책임져야 할 선택이다.
누구도 결정하지 않으려 할 때가 정말 어려운 결정이 내려져야 할 때다.
해고, 구조조정, 매각, 기타 고통스러운 선택들이 있는데 누구도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행동하지 못하는 조직은 정체되고 결국은 파산한다.(172)


리더십과 경영은 서로 관련이 있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개념이다.
경영은 업무 중심적이며 단기적이다.(
)
리더십은 사람에 집중한다.
사람들이 팀의 이익 증진을 위해 스스로 행동하도록
영감을 주는 말과 행동을 제시한다.(188~189)


당신의 시간과 이익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은 당신뿐이다.
따라서 당신이 건너지 않거나 다른 사람들이 건너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을 정해야 한다.(
)
사람들에게 당신이 편안하게 느끼는 선이 어느 정도인지 알려주지 않는다면
그들은 당신의 선 위에 자신의 선을 덧칠할 것이다.
열에 아홉은 그들의 선이 불만족스러울 것이다.
그 선을 세우기 위해서는 경계를 정해야 한다.(265)


종이 한 장에 적힌 행동 원칙에는 힘이 있다.
결국에는 당신의 행동을 변화시키고,
당신이 되고 싶은 리더가 되는 데 큰 진전을 이룰 것이다.
또한 불확실한 시기에 이 행동 원칙은 당신이 계속 앞으로 나아가도록 해줄 것이다.
당신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당신이 세상에 어떤 모습을 보여주기를 원하는지
끊임없이 일깨울 것이다.(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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