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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볼 2 (양장) ㅣ 소설Y
박소영 지음 / 창비 / 2021년 12월
평점 :
<스노볼 2>는
‘스노볼’이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지열이 있는 지역이라는 공고한
믿음이 깨지면서, 잘못된 사실을 믿게 하기 위한 절대 권력의 민낯을 목격하게 된다. 최악이 제거되면 세상이 좋아질 것이라 믿지만, 최악이 제거되면 그
다음의 차악이 최악이 되고, 또 그 최악을 제거하면 차악이 최악이 됨을 목격하게 된다. 우리의 일상도 선과 악의 선택이 아니라, 최악과 차악 사이의 선택을
강요받는 일상에서 차악에 대한 기대는 헛된 것일 수 있음을 곱씹게 한다.
‘스노볼’은
영하 40도의 세상에서 유일하게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유리돔 세상이다. 그 세상을 만든 ‘이본 그룹’은
절대적 권력을 가지고 있다. 이본 그룹은 ‘스노볼’의 따뜻하고 안락한 일상을 제공하는 대가로 CCTV를 설치하고, 이를 편집해 스노볼 안과 바깥 세상에 송출한다. 혹한의 바깥 세상에서는
TV를 통해 결코 누릴 수 없는 따뜻함을 동경한다. 현실의
세상은 차갑고 냉혹한 <스노볼> 세상과는 다르다
여겨지지만, 다수가 누릴 수 없는 소수의 삶을 동경하게 만드는 미디어는 현실에도 존재한다. ‘보이지 않는 힘’을 쥐고 일상을 좌지우지하는 권력도 엄연히 존재하고, 공고한 카르텔은 결코 깨지지 않고 있다. 바깥 세상이 영하 40도의 혹한이 아닐 뿐, 우리의 세상도 모든 것을 경쟁의 논리로만
바라보는 냉혹한 세상이다.
“네가 오늘 한 가지를 포기했다고 해서 내일도 똑 같은 상황이 이어지리라고 기대하진 마. 내일이
오면 이본은 내게 두 가지를 포기시킬 거고, 모레가 오면 세 가지를 포기시킬거야. 그렇게 네 세상은 점점 더 나빠질 테고, 결국 네가 마지막까지 지키려
했던 것마저 모조리 빼앗기겠지.”(146쪽)
일상이 행복해야 한다는 생각 또한 일종의 강박적 믿음일 수 있다. 일상은
행복한 순간도 있고, 그렇지 않은 순간도 있는데, 행복하지
않아도 행복한 척하고, 조금이라도 무료한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사소한 쾌락이라도 찾는다. 정말 행복한 일상,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는 깊이 고민하지 않고, 그저 지금 주어진 순간의 행복에 집착한다.
“꼭 행복할 필요는 없어요. 항상 행복할 수도 없고요.
다만 혼자가 되진 말아 주세요. 힘들면 왜 힘든지, 즐거우면
뭐가 즐거운지, 당신의 삶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해주세요. 남에게
보이기 위한 삶이 아니라, 누군가 당신에게 요구한 삶이 아니라, 그저
당신이 살고 싶은 삶을 살아 주세요. 좋아하는 사람들을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세상에서, 당신이 원하는 만큼 행복하게 살다 아주 많이 늙은 뒤에 저를 만나러 와 주세요.”(396쪽)
일상이
꼭 행복하지 않더라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좋으면 좋은 대로, 힘들면
힘든 대로, 자신이 살고 싶은 삶’을 산다면 훗날 인생을
돌아보면 행복한 인생이라 할 수 있을 듯 하다. 무언가에 쫓기듯 살아가는 삶, 무언가를 얻기 위해 끝없이 노력만 하는 삶은 별 것 아닌 것에 쫓기듯 살았다 후회할 것 같고, 돌아보니 별 것 아닌 것을 얻고자 헛된 시간을 보냈다고 후회할 것 같다.
“영웅은 타인을 위해 세상을 구하지만, 평범한 사람은 자기 자신을 위해 세상을 바꾸는
거야.”(…)
“나를 향한 금기와 한계를 깨기 위해, 나와
내가 사랑하는 존재들의 안전과 평온을 위해, 원래의 나라면 하지 않았을 일을 기꺼이 감내하고 이어 가는
것. 그게 세상을 바꾸는 일의 본질이야.”(145쪽)
자기
자신을 위해 세상을 바꾸는 사람이 평범한 사람이라는 일갈은 뒤통수를 번쩍이게 한다.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원래 나라면 하지 않았을 일을 기꺼이 감내하는 것이 세상을 바꾸는 본질이라는 외침은 자꾸 되뇌이게 된다. 나를 바꾸는 것이 세상을 바꾸는 것임을 깨닫는다.
<스노볼>을 통해 세상은 결코
저절로 좋아지지 않으며, 내가 변하지 않는 한 세상은 변하지 않음을 되새긴다
*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았으며, 제 주관에 따라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