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는 무슨 생각을 하면서 저렇게 울어댈까? 그저 본능적인 몸짓에 불과한 것일까? 새벽부터 울어대는 매미를 곁에서 지켜본다면 나는 조금 다른 사람이 될 것만 같다. 그러니까 매미의 몸부림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전과 다른 사람 말이다. 작년보다 훨씬 힘겨운 여름을 나고 있다. 나뿐이 아니다. 아마도 이 여름을 사는 모두가 그럴 것이다. 그럼에도 내게만 국한된 어떤 여름이 있다고 여기는 건 나의 이기심 때문이다.
입맛이 사라지고 있다. 그렇다고 굶는 건 아니다. 자두, 복숭아, 냉커피, 비빔면 이런 것들을 먹고 있다. 여름밤처럼 차가운 캔맥주를 먹고 싶은 날들이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맥주 금지령이다. 이른 아침에 오는 문자는 신간 알림이 대부분이고 첫 문자는 제임스 설터의 마지막 소설 『올 댓 이즈』였다. 한 남자의 일대기를 그린 소설. 번역자의 이름이 낯설다. 기다리고 있는 책은 장강명의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이다. 『한국이 싫어서』와는 다른 느낌을 기대한다. 읽고 싶고 궁금한 책은 전영애의 『시인의 집』과 허수경의 『너 없이 걸었다』로 두 권 다 같은 출판사, 시인이라는 교집합이 있다. 2015년 퓰리처 수상작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은 아름다운 소설이다. 작가는 눈이 아닌 귀로 듣고 보는 세상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올여름은 아마도 충동구매로 기억될지도 모른다. 알 수 없는 이들이 일어나는 여름이다. 우리가 안다고 확신하는 것들이 얼마나 되겠냐만은. 매미는 멈추지 않고 울어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