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어둔 현관문에 붉은 기운이 스민다. 여름의 끝에 마주한 노을은 펄떡이는 생선처럼 생기가 가득하다. 어제도 보고 그제도 본 노을인데 누군가는 이것을 볼 수 없다는 사실에 서럽고 서럽다.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살았는지 돌아보거나 기록하지 않고 보낸 날들에게 미안하고 안부를 전하고 싶다.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은 일어나고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기도는 멀리 달아났다. 삶이라는 게 이러하다는 걸 알면서도 살아 있는 나는 여전히 입구를 알 수 없는 미로를 헤매는 듯하다.

 

 하나의 여름이 사라지는 시간, 하나의 여름은 사라지지 않고 영원한 여름이 된다. 불을 꺼도 거실을 환하게 비추는 보름달이 뜬 밤, 가만히 소리 없는 목소리로 당신을 불러본다. 하루하루 습관처럼 닿을 수 없는 당신과의 거리를 측정하며 그것을 인식하며 우리는 살아갈 것이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5-08-28 23: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28 2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28 2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