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산보
다니구치 지로 만화, 쿠스미 마사유키 원작 / 미우(대원씨아이)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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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미식가> 콤비가 쓴 짧은 단편 만화이다.

자전거를 잃어버려 찾으러 갔다가 우연히 산책을 하게 되고, 그러다가 에디슨 전구를 사오는 에피소드로 시작하는 이 만화는 사소하지만 이야기가 있는 뒷 골목 풍경들을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 펼쳐 놓는다.

TV나 잡지에 나온 곳을 찾아가는 것이 아닌 '태평한 미아'가 되어 걷거나, 잠든 사람들 무리 속을 홀로 무작정 걷거나 하다 보면 서서히 얽히고 설키고 뒤죽박죽이 된 뒷골목을 걷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왠지 편하고 좋은 느낌을 갖게 된다.

목적 같은 거 없이 자기 마음대로 느긋하게 걷는 데서 오는 기쁨, 그것이 산책의 묘미가 아닐까...

관능 소설로 유명했던 가와카미 소쿤은 자신의 마지막 작품에서 '어디 한 군데 아픈 곳이 없고, 집 근처를 부인과 함께 산책하는 것'이 자신이 죽기 전 마지막 소원이었다고 적는다. 너무나 소박하지만, 납득이 가는 소원 같다.

앞으로 일주일이 지나면 을지훈련이 시작되고, 찬바람이 불어올 것이다. 태양볕이 아직 뜨거운 이 시기에, 집 앞을 산책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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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90년생 공무원이 왔다
정부혁신어벤져스 / 경성 e-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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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직한 해에 내가 다니던 관서의 장은 적어도 관서 내에서 절대권력자였다. 방호원이 아침마다 정모를 쓰고 경례를 붙였고, 운전원이 출퇴근을 시켜줬다. 서무팀장은 국장이 다니는 방송통신대학의 리포트와 과제를 대신 해줬고, 업무추진비는 관서장의 쌈짓돈이었다.

그 후로 세월이 흐르고, 나 역시 승진을 하게되어 모처로 발령이 나서 임지로 와보니 책상에 이 책이 놓여 있었다. 관서장은 아니지만 과장이라서 새내기 공무원들과의 소통을 활성화 하고 이해를 높이라는 의미로 마련해 둔 책 같다.

책에 따르면 기원전 1700년 경 수메르 점토판,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소크라테스, 고대 이집트인, 기원전 3세기 법가사상으로 유명한 한비자 등이 공통적으로 남긴 말이 '요새 아이들은 버릇이 없어 장차 세상이 어떻게 되려는지 걱정이다' 라고 하니, 언제나 새로운 세대와 기성 세대는 갈등하나 보다.

그런데 이 책은 줄곧 "바뀐 것은 세대가 아니라 세상" 이다. 그러니, 절대로 '젊은 세대를 위한' 혹은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조직문화와 소통 문화를 만들지 말라는 말이 적혀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나와는 다른 생각과 행동양태를 가진 새로운 세대가 등장한 것이 아니라, 세상이 바뀌었는데도 '내'가 여전히 기존의 사고방식에 머물러 있다 보니 바뀐 세상에 적응하지 못할 뿐이라는 말 같은데...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형식에 얽메인 보고서에 대한 집착, 대면 회의에 대한 신뢰, 회사 내에서 가족에 버금가는 인간관계를 구축하려는 헛된 욕망, 연공서열을 중시함으로서 조직의 위계를 세우고 이를 통해 효율을 추구하는 태도 등 내가 암암리에 내면화 했던 사고체계들이 이제는 바뀐 세상에서 적용되기 어려운 상황임을 자각한다.

한편, '젊은 사람들이 항상 문제' 라는 한탄 이상으로 자주 거론되는 것이 '나야 말로 낀 세대 주장'이 아닐까 싶다.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려면 당연히 권위의식과 기득권을 내려 놓아야 하는데, 정작 내면화된 위계질서에서는 벗어나지 못하니 결국 '낀 세대'가 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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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석
존 그리샴 지음, 최필원 옮김 / 북앳북스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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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국 소도시 메시나에 자리한 풋볼 경기장에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든다. 이들은 관람석에서 경기장을 내려다 보며 34년 이라는 세월 동안 메시나 고등학교에서 풋볼 코치로 재직한 에디 레이크를 회상한다.

그리고 그 사람들 가운데엔 한 때 메시나 최고의 쿼터백으로 촉망받았던 닐리도 끼어 있었다.

에디 레이크는 42년 전 메시나 고등학교 풋볼팀인 스파르탄스 코치직을 맡게 된다. 그는 무명의 코치였지만 강인한 정신력과 승리에 대한 집념으로 메시나 마을 사람들에게 "패배에는 전염성이 있다"며 승리만을 강조했다.

그는 선수들을 혹독하게 굴렸는데, 백인과 흑인 구분 없이 평등하게 "개처럼" 다뤘다. 그가 재직하는 동안 스파르탄스는 418승 62패라는 놀랄만한 성적을 거두었고, 여기에는 주 선수권 13회 우승과 84연승이라는 기록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1992년도에 스파르탄스에서 발생한 불행한 사건으로 에디 레이크는 코치직에서 물러나게 된다. 여느 때처럼 한여름에 실시한 하드코어 마라톤 훈련 중 스카티라는 어린 선수가 열사병으로 사망하고 만 것이다. 스카티의 숙부 존 리어든은 교육장이었고, 레이크를 해고할 권한을 가진 유일한 사람이었다.

레이크는 해고된 뒤 복귀를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존 리어든이 교육장에 재선되면서 뜻한 바를 이루지 못했다.

그리고 8년이 지난 지금, 에디 레이크는 임종을 앞두고 있고, 오늘 내일 중 사망하게 될 터였다.

그를 코치로 두고 훈련을 했던 선수들은 성공을 하든, 실패를 하든 언제나 에디 레이크의 시선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그들은 끊임 없이 에디 레이크를 증오하면서도,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인정을 바라는 사람들이었다.

에디 레이크가 사망하고, 닐리가 추도문을 읽게 된다. 닐리는 스파르탄스 역사상 최고의 쿼터백이었고, 모든 대학과 프로팀이 그를 원했지만, 기량이 절정에 달한 어느 날 불필요한 태클에 희생되었다. 그의 무릎은 박살났고, 선수 경력도 끝장났다.

닐리는 에디 레이크를 증오했다. 1987년 경기 중 승리에 집착하던 에디 레이크는 불만족스러운 플레이를 펼친 닐리를 폭행했고, 닐리 역시 순간적으로 반응해 에디 레이크에게 주먹을 날렸던 것이다.

그런 닐리가 선수 생명이 끝장날 위기에 처하자 에디 레이크는 그를 보러 병원에 와서 좋은 말을 해주었다. 하지만 그때 둘이 완전히 화해한 것은 아니었다.

이제고 에디 레이크가 죽으가면서 남긴 유언 중 하나가 닐리의 추도문 낭독이었으니, 레이크는 닐리와 화해하지 못하고 세상을 뜨는 것을 몹시 안타깝게 생각했음에 틀림 없다.

이제 그저 그런 부동산 업자가 되어 풋볼과는 무관한 삶을 살아가게 된 닐리 역시 추도문을 읽으면서 응어리 쌓인 마음을 풀고, "열 여덟 살 때 스타가 된 후 여생 동안 내리막 길만 걸어야" 해 마음 속에서 지워버렸던 고향과 화해한다. 그리고 자신이 인기에 취해 차버렸던 어린 시절 연인 카메론에게도 사과를 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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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중 주인공 에디 레이크는 몇 년 전 개봉한 <위플레쉬>의 플레처를 연상케 하는 인물로 선수들의 잠재력과 재능을 끌어내기 위해 잔혹함, 혹독함, 비난과 모멸감 주기, 자존감 떨어뜨리기 등의 수법에 능한 인물이다.

선수들은 그의 가스라이팅에 호되게 당해 그를 증오하면서도 자신의 잠재력이 최대한 발휘되어 승리를 거머쥘 때 일종의 '위대함'을 경험하면서 그를 숭배하거나, 그에게서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갖게 되는 등 양가적 감정에 시달리게 된다.

하지만 끝내 그의 집념이 선수 폭행, 그리고 급기야 선수 사망으로 까지 이어지면서 그는 코치직에서 불명예스럽게 물러나게 된다.

존 그리샴은 법정 스릴러의 대가지만 종종 <크리스마스 건너 뛰기>와 같은 가벼운 터치의 코믹물을 쓰거나, <하얀집>과 같은 '본격 문학' 작품을 내놓기도 한다.

<관람석> 역시 장르 소설의 대가인 그가 내놓은 드라마인데 당장 영화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흥미적 요소를 곳곳에 심어 놓았다.

예전에 도서정가제가 시행되기 전에는 파주에 가면 출판사 마다 공간을 할애해서 신간 전시도 하고, 구간 할인도 했다. 그런 곳을 방문에 책을 고르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관람석>도 그 때 산 책이니 10년도 넘게 책꽂이에 방치했다가 이제야 읽는 셈이다. 그러고 보니 파주에 가 본 지도 꽤 오래 전이다. 출판사 별 행사장을 돌고, 보물섬 헌책방 까지 한 바퀴 도는 게 한 때는 주말의 소소한 기쁨이었는데... 4월엔 파주에 한 번 가볼까 한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305940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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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컴컴한 물밑에서
스즈키 코지 지음, 윤덕주 옮김 / 씨엔씨미디어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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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하는 물>

요시미는 딸 이쿠코를 데리고 도쿄 매립지에 소재한 7층 아파트에 살고 있다. 이사온 지 3개월이 된 지금, 요시미는 모든 점이 마음에 들었지만 다만 한 가지, 물 맛만은 익숙해질 수 없었다. 소독 냄새와는 다른 묘한 냄새가 났기 때문이다.

어느 날, 이쿠코와 함께 옥상에서 불꽃놀이를 하던 요시미는 물탱크 옆에서 키티 가방을 발견한다. 새 것처럼 보이는 그 가방 안에는 어린아이들이 물놀이 할 때 쓸법한 장난감이 들어 있었다. 이쿠코는 그 가방 안의 장난감들을 갖고 싶었지만 요시미는 어쩐지 기분 나쁜 예감 때문에 가방을 경비실에 맡긴다.

얼마 뒤 요시미는 이쿠코가 밤 중에 사라진 것으로 착각해 옥상으로 찾으러 갔다가 그 가방을 다시 발견한다. 섬뜩한 일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이쿠코가 욕실에서 가상의 아이에게 밋짱이라며 말을 걸며 놀았던 것이다.

얼마 뒤 요시미는 관리인으로부터 2년 전에 아이가 실종되었는데 그 아이 이름이 미츠코(밋짱) 였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미츠코가 실종되던 날, 옥상의 물탱크가 개방되었었다는 사실도.

요시미는 물탱크 안에 사라진 미츠코가 있다는 확신인지 망상인지 불분명한 감정을 품은 채 이쿠코와 아파트를 떠나 호텔로 향한다.

<워터 컬러>

거품 경제가 붕괴되자 한 때 '메피스토' 라는 이름의 디스코테크가 성업했던 빌딩에 입주자 없는 공실이 남아 때때로 연극 상연 공간으로 임대되고 있다.

키요하라 라는 이름의 신진 연출가는 자기만의 스타일로 명성을 쌓아가고 있어 이제 곧 키쿠노니야 홀이나 혼다 극장으로 진출하는 것도 무리 없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리고 이 극단에 소속한 카미야리 유이치는 지금 매우 의기소침한 상태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연습하고 준비했지만 이번 연극에서 배제되어 음향효과실 스텝으로 좌천되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연극 상연 도중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는 일이 발생한다. 키요하라는 카미야리에게 즉시 공연장 위층으로 올라가 문제를 해결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카미나리가 허겁지겁 위층으로 올라가 보니 여자화장실이 물바다가 되어 아래층까지 물이 누수되는 상황이었다. 키요하라는 손을 배수구에 집어넣어 머리카락 같은 것을 끄집어 내는데, 끝도 없이 딸려나오는 머리카락의 색깔이 가지각색이라 소름이 끼쳤다. 대충 배수구를 정리하고 가까스로 고장난 수도꼭지 까지 단속한 카미나리는 그제서야 여자화장실 한 칸에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하지만 카미나리는 분명 위층에 올라와서 불을 켰는데, 그렇다면 화장실 안의 사람은 줄곧 어두운 곳에 혼자 있었다는 말일까? 마침내 자물쇠 열리는 소리가 나고 문이 열리자 그곳에는 무수한 검은 물체가 카미나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키요하라는 층마다 다른 상황을 설정하여 연극을 올린 것이었고, 카미나리는 이 사실을 모른 채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를 한 것이었다.

<표류선>

원양 참치 어선 제7와카시오마루가 호화 요트를 발견한다. 그런데 이 요트에는 아무도 타고 있지 않았다. 배 안은 평온한 상태였기에 더욱 이상했다. 1872년 영국 범선이 대서양 위에서 미심쩍게 움직이던 마리 셀러스트 호를 조사했을 때 방금 전까지 사람이 있었던 듯한 흔적만 있었을 뿐 아무도 없어 유령선으로 불렸던 사건과 유사했다.

어쨌든 예인하기로 결정되자 카즈오가 요트에 승선하여 상황을 살피기로 했다. 카즈오는 호와 요트에서 여러가지 호기심에 이것저것 조사하고 항해일지를 살펴보다 포도주를 마시고 잠이 든다.

그리고 깨어난 카즈오는 제7와카시오마루호와 연결되었던 로프가 풀려 요트 혼자 표류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자신이 무엇을 놓친 건지 돌아보던 카즈오는 항해 일지에서 읽고 지나쳐 버렸던 사실, 요트에 탑승했던 가족 중 딸이 무언가를 주웠고 그걸 숨겨두었는데 아버지가 찾지 못했다는 내용을 떠올린다. 아마도 딸이 주운 그 물건은 저주받은 것이었을 테고, 끝내 찾아내지 못해 배에도 저주가 내렸던 것이 분명해 보였다.

카즈오는 저주받은 요트에서 벗어나는 것 만이 살 길이라 생각하여 허겁지겁 최소한의 물품만 챙겨 구명보트로 옮겨 탄다. 하지만 딸이 주운 물건을 숨겨둔 곳이 구명보트 안이었다는 사실을 카즈오는 알지 못했다.

<환영>

붕장어를 잡아 생계를 꾸려가는 히로유키는 일상이 무료하고 답답했다. 벌이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가족이 문제였다. 아버지는 치매였고, 딸애는 실어증에 걸려 아버지와 하루 종일 단팥빵을 먹어대며 시간을 보냈다. 아들은 기가 약해 맘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불만투성이 아내가 있었다.

어느 날 휴일을 맞은 히로유키는 늦잠을 자고 일어나 보니 아내가 없었다. 마을을 돌며 아내를 찾아봤지만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하루가 지나도 아내는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히로유키는 분노하며 배를 띄워 조업에 나갔다. 그러다가 활어조를 열어보고 거기 아내 나나코가 있는 걸 발견한다.

히로유키는 그제서야 그제 밤 일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아내와 다투던 히로유키는 자기도 모르게 아내를 목졸라 살해한 후 배에 방치한 것이다. 조업 나가서 바다에 버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한 히로유키는 술에 취해 기억을 모두 잊고 이제서야 아내를 발견한 것.

서서히 흐릿한 일들이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아마도 아버지 역시 자신과 똑같은 방법으로 어머니를 살해한 것일 터였다. 그래서 그 사건의 영향이랄까, 죄책감을 이기지 못해 정신을 놓아버린 것이겠지. 왜 날이 궂은데도 자신은 굳이 조업을 나와야 했는지도 생각이 났다. 아내의 시신을 처리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때 강한 파도가 배를 강타했다. 히로유키는 뒤집힌 배의 에어포켓 사이에 갇히게 되고 죽음 직전에 구조된다. 잠수부가 건네주는 호흡기를 물고 호흡을 하면서 히로유키는 다 잘 되었다고 생각한다.

해상보안청의 경찰이 발견한 두 구의 유체는 기묘했다. 남자가 두 팔로 여자를 껴안은 채 숨이 끊어져 있었는데 여자의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뿌리까지 남자가 물고 있었다. 이상한 것은 여자의 시신은 사후 2-3일 경과한 듯 보였는데, 남자는 방금 숨을 거둔 것 같았다는 점이다.

<유메노시마 크루즈>

에노요시는 우연히 만나 알게 된 우지시마 부부의 요트에 동승하여 여행중이다. 우지시마 부부는 다소 미심쩍은 다단계에 속해 있었는데 에노요시를 승선시켜 시간을 두고 설득한 뒤 자신의 아래 계급에 두고 싶어했다. 에노요시가 우지시마 부부의 속물 근성에 슬슬 질려갈 무렵, 요트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정지한다.

프로펠러를 살펴보던 우지시마는 초등학교 남자아이가 신을 법한 신발이 끼어있는 걸 발견한다. 우지시마는 신발을 매우 꺼림칙해 했다. 신발을 치우는 것 만으로는 배가 움직이지 않았고, 키일에 무언가 끼인 것 같다는 판단에 우지시마가 잠수하게 된다. 하지만 돌아온 우지시마는 키일을 어린아이가 붙잡고 있다며 패닉에 빠진다.

어린아이가 맨발이라는 말과 함께 구토하는 우지시마를 보던 에노요시는 이들 부부와 함께 있다가는 죽도 밥도 안 된다는 판단을 내리고 홀로 헤엄쳐 도쿄만의 테트라 포트로 헤엄쳐 간다. 먼저 육지로 가서 해상보안청에 신고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간신히 테트라포트에 닿은 에노요시는 콘크리트 틈새에서 아까 발견한 신발의 다른 한 짝을 발견한다.

<고도>

스에히로 켄스케는 도쿄의 제6다이바라는 고도에 갈 기회가 생기자 과거 일을 떠올린다.

9년 전 켄스케는 친구 토시히로와 맥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러다 알게 된 여자가 나카자와 유카리였다. 토시히로는 나카자와 유카리가 이상한 종교에 빠졌다며 함부로 대했지만 유카리는 다소곳한 태도로 토시히로를 대했다.

어느 날, 토시히로는 켄스케에게 비밀을 알려준다며 한 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내용인 즉슨, 자신이 유카리를 제6다이바라는 무인도에 발가벗겨 남겨둔 후 돌아왔다는 것이다. 말대로라면 유카리는 그곳에서 굶어죽는 수밖에 없었지만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토시히로도 얼마 지나지 않아 암으로 죽고 말았기 때문이다.

켄스케는 늦었지만 제6다이바에 갈 기회가 생겼으니 과거의 일을 확인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를 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토시히로를 꼭 닮은 야생 상태의 소년을 발견한다.

그제서야 켄스케는 토시히로가 종교적 이상에 빠진 유카리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그녀를 사람이 닿지 못하는 섬에 데려다 준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바다에 잠긴 숲>

1975년 초겨울, 스기야마는 동료 사카키바라와 함께 발견되지 않은 동굴을 찾는 탐험에 떠났다가 실제 종유동을 발견한다. 장비와 인력이 더 필요했지만 처녀지를 탐험한다는 흥분에 둘은 종유동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미숙함과 실수가 겹쳐 사카키바라가 즉사하고, 스기야마는 사카키바라가 돌과 함께 길을 가로막아 버려 종유동 깊숙한 곳으로 더 들어가며 길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마침내 물길을 발견한 스기야마는 물길이 얼마나 이어질지, 그 끝에 있을 출구가 자신의 몸이 빠져나갈 만큼 큰 지 알 수 없었지만 모험을 할 수밖에 없었다. 스기야마는 자신의 위치를 표시한 지도 뒷면에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서 방수테이프로 밀봉한 뒤 물 속으로 잠수해 들어갔다.

1995년 스기야마 타케히코는 아버지가 사망한 종유동으로 탐험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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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어머니의 좁은 자궁 안 물 속에서 10달을 머물다 세상으로 나왔다. 그렇지만 좁은 공간과 물에 대한 두려움을 동시에 안고 평생을 살아가게 된다.

스즈키 코지의 <어두컴컴한 물밑에서>는 이러한 물과 좁은 공간에 대한 공포를 주제로 한 7 가지 이야기와, 마지막 이야기 <바다에 잠긴 숲> 에 나오는 편지를 전해주는 짤막한 프롤로그와 에피소드로 이뤄진 소설집이다.

첫 번째 이야기는 <仄暗い水の底から, 어슴푸레한 물 밑에서> 라는 제목으로 영화화 되었는데 우리나라에는 <검은 물밑에서> 라는 제목으로 개봉되었고, 2005년에는 미국에서 <Dark Water> 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 되었다. 영화는 원작과 달리 실제 원혼이 나타나 주인공과 딸을 위헙하고, 딸을 지키기 위해 엄마가 희생한다는 줄거리인데 공포영화를 만들기 위한 무리수가 곳곳에 배치되어 재미가 반감된다.

<유메노시마 크루즈>는 2007년 미국에서 기획한 '마스터즈 오브 호러' 시리즈 중 한 편인 <악몽의 크루즈> 로 영화화 된다. 감독은 <링 제로 버스데이>의 감독인 츠루타 노리오.

2012년에 판매된 고물 노트북을 당근에서 하나 구입해다가 블로그에 독서일기를 쓴다. 11년 전에는 꿈도 꾸지 못할 가격의 노트북을 단돈 5만원에 사가지고 돌아오면서, 왜 내가 가지고 싶은 물건은 죄다 과거의 물건들 밖에 없을까 자문한다.

훨씬 더 좋은 성능의 가전제품을 살 수 있는데도 카세트 라디오나 유선 이어폰과 같은 과거의 기술로 만들어진 물건 외에는 그다지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

과거의 흥미와 욕망은 갈망의 형태로 변화해 매우 강력한 감정을 불러 일으키지만, 흥미와 호기심은 어느 정도 거리 두기가 가능하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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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여신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72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강호걸 옮김 / 해문출판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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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서인도제도에서 살인 사건에 휘말렸으나(작가의 다른 작품 「카리브해의 비밀」) 범인을 찾아 내 래필 씨라는 부호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제인 마플 여사가 또 다른 모험에 뛰어든다.

이번 작품에서는 부호 래필 씨가 사망하면서 제인 마플에게 사건 하나를 의뢰한다. 만약 마플 여사가 사건을 맡아 해결하게 되면 2만 파운드를 받게 된다.

사건을 맡는 방법은 래필씨가 여행사를 통해 준비한 "대영제국의 유명 저택과 정원 순회 관광"에 참가하는 것.

마플 양은 여행에 참가해 래필 씨가 의뢰한 사건이 무엇인지 알게된다.

래필 씨에게는 마이클이라는 외동 아들이 있었는데, 그는 상당히 난잡한 젊은 시절을 보냈으며 현재는 살인 혐의로 복역 중이다. 그가 살해한 사람은 베리티 헌트라는 여성이었는데, 그녀는 발견 당시 목이 졸리고 얼굴과 머리가 돌맹이로 짓이겨져 있었다. 래필씨 역시 그의 아들이 순진하고 정직한 젊은이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베리티 헌트를 죽인 것은 마이클이 아니라고 확신하고 있었던 것.

그래서 그가 준비한 여행은 베리티 헌트가 돌봄을 받던 세 자매의 저택이 포함되는 등 과거의 사건을 재구성할 수 있도록 계획되어 있었다.

그런데 여행 중 엘리자베스 템플이라는 여성이 사고를 당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녀는 베리티 헌트가 다니던 학교의 교장이었다.

그리고 제인 마플 여사는 베리티 헌트가 사망한 즈음 또 다른 여성, 노라 브로드라는 여성도 실종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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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여신 네미시스' 테마는 다분히 독자의 주의를 끌기 위한 수사에 불과하며, 책 내용과는 잘 연결되지 않는다.

"왜 제가 그 아이를 죽여야만 하나요?"

"그것은 당신이 그 아가씨를 사랑했으니까" 마플 양이 말했다.

소설은 '사랑은 무서운 말' 이라고 말한다. 베리티 헌트가 불량한 청년에게 유혹 당하자 그녀를 친딸처럼 아끼던 클로틸드는 베리티 헌트를 살해해서 저택 한켠 온실에 묻는다. 그리고 또 다른 여성 노라 브로드를 살해한 뒤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게 짓이기고 그녀가 베리티 헌트인 것처럼 꾸민다. 그녀의 비뚤어진 사랑은 베리티 헌트를 독살할 수는 있어도, 얼굴을 짓이기는 행동은 하지 못하게 막은 것이다.

사랑처럼 이율배반적인 감정이 또 있을까? 증오, 분노, 살의 등 온갖 격정적인 감정들이 사랑의 기형적 변종이다. '사랑'이 아닌 어떤 감정을 일부 사람들은 '사랑'으로 착각하여 집착하고, 스토킹하고, 데이트폭력을 행사한다. 그들은 자신의 행동을 촉발한 감정이 '사랑'이라고 믿기에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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