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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석
존 그리샴 지음, 최필원 옮김 / 북앳북스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국 소도시 메시나에 자리한 풋볼 경기장에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든다. 이들은 관람석에서 경기장을 내려다 보며 34년 이라는 세월 동안 메시나 고등학교에서 풋볼 코치로 재직한 에디 레이크를 회상한다.
그리고 그 사람들 가운데엔 한 때 메시나 최고의 쿼터백으로 촉망받았던 닐리도 끼어 있었다.
에디 레이크는 42년 전 메시나 고등학교 풋볼팀인 스파르탄스 코치직을 맡게 된다. 그는 무명의 코치였지만 강인한 정신력과 승리에 대한 집념으로 메시나 마을 사람들에게 "패배에는 전염성이 있다"며 승리만을 강조했다.
그는 선수들을 혹독하게 굴렸는데, 백인과 흑인 구분 없이 평등하게 "개처럼" 다뤘다. 그가 재직하는 동안 스파르탄스는 418승 62패라는 놀랄만한 성적을 거두었고, 여기에는 주 선수권 13회 우승과 84연승이라는 기록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1992년도에 스파르탄스에서 발생한 불행한 사건으로 에디 레이크는 코치직에서 물러나게 된다. 여느 때처럼 한여름에 실시한 하드코어 마라톤 훈련 중 스카티라는 어린 선수가 열사병으로 사망하고 만 것이다. 스카티의 숙부 존 리어든은 교육장이었고, 레이크를 해고할 권한을 가진 유일한 사람이었다.
레이크는 해고된 뒤 복귀를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존 리어든이 교육장에 재선되면서 뜻한 바를 이루지 못했다.
그리고 8년이 지난 지금, 에디 레이크는 임종을 앞두고 있고, 오늘 내일 중 사망하게 될 터였다.
그를 코치로 두고 훈련을 했던 선수들은 성공을 하든, 실패를 하든 언제나 에디 레이크의 시선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그들은 끊임 없이 에디 레이크를 증오하면서도,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인정을 바라는 사람들이었다.
에디 레이크가 사망하고, 닐리가 추도문을 읽게 된다. 닐리는 스파르탄스 역사상 최고의 쿼터백이었고, 모든 대학과 프로팀이 그를 원했지만, 기량이 절정에 달한 어느 날 불필요한 태클에 희생되었다. 그의 무릎은 박살났고, 선수 경력도 끝장났다.
닐리는 에디 레이크를 증오했다. 1987년 경기 중 승리에 집착하던 에디 레이크는 불만족스러운 플레이를 펼친 닐리를 폭행했고, 닐리 역시 순간적으로 반응해 에디 레이크에게 주먹을 날렸던 것이다.
그런 닐리가 선수 생명이 끝장날 위기에 처하자 에디 레이크는 그를 보러 병원에 와서 좋은 말을 해주었다. 하지만 그때 둘이 완전히 화해한 것은 아니었다.
이제고 에디 레이크가 죽으가면서 남긴 유언 중 하나가 닐리의 추도문 낭독이었으니, 레이크는 닐리와 화해하지 못하고 세상을 뜨는 것을 몹시 안타깝게 생각했음에 틀림 없다.
이제 그저 그런 부동산 업자가 되어 풋볼과는 무관한 삶을 살아가게 된 닐리 역시 추도문을 읽으면서 응어리 쌓인 마음을 풀고, "열 여덟 살 때 스타가 된 후 여생 동안 내리막 길만 걸어야" 해 마음 속에서 지워버렸던 고향과 화해한다. 그리고 자신이 인기에 취해 차버렸던 어린 시절 연인 카메론에게도 사과를 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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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중 주인공 에디 레이크는 몇 년 전 개봉한 <위플레쉬>의 플레처를 연상케 하는 인물로 선수들의 잠재력과 재능을 끌어내기 위해 잔혹함, 혹독함, 비난과 모멸감 주기, 자존감 떨어뜨리기 등의 수법에 능한 인물이다.
선수들은 그의 가스라이팅에 호되게 당해 그를 증오하면서도 자신의 잠재력이 최대한 발휘되어 승리를 거머쥘 때 일종의 '위대함'을 경험하면서 그를 숭배하거나, 그에게서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갖게 되는 등 양가적 감정에 시달리게 된다.
하지만 끝내 그의 집념이 선수 폭행, 그리고 급기야 선수 사망으로 까지 이어지면서 그는 코치직에서 불명예스럽게 물러나게 된다.
존 그리샴은 법정 스릴러의 대가지만 종종 <크리스마스 건너 뛰기>와 같은 가벼운 터치의 코믹물을 쓰거나, <하얀집>과 같은 '본격 문학' 작품을 내놓기도 한다.
<관람석> 역시 장르 소설의 대가인 그가 내놓은 드라마인데 당장 영화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흥미적 요소를 곳곳에 심어 놓았다.
예전에 도서정가제가 시행되기 전에는 파주에 가면 출판사 마다 공간을 할애해서 신간 전시도 하고, 구간 할인도 했다. 그런 곳을 방문에 책을 고르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관람석>도 그 때 산 책이니 10년도 넘게 책꽂이에 방치했다가 이제야 읽는 셈이다. 그러고 보니 파주에 가 본 지도 꽤 오래 전이다. 출판사 별 행사장을 돌고, 보물섬 헌책방 까지 한 바퀴 도는 게 한 때는 주말의 소소한 기쁨이었는데... 4월엔 파주에 한 번 가볼까 한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30594023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