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90년생 공무원이 왔다
정부혁신어벤져스 / 경성 e-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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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직한 해에 내가 다니던 관서의 장은 적어도 관서 내에서 절대권력자였다. 방호원이 아침마다 정모를 쓰고 경례를 붙였고, 운전원이 출퇴근을 시켜줬다. 서무팀장은 국장이 다니는 방송통신대학의 리포트와 과제를 대신 해줬고, 업무추진비는 관서장의 쌈짓돈이었다.

그 후로 세월이 흐르고, 나 역시 승진을 하게되어 모처로 발령이 나서 임지로 와보니 책상에 이 책이 놓여 있었다. 관서장은 아니지만 과장이라서 새내기 공무원들과의 소통을 활성화 하고 이해를 높이라는 의미로 마련해 둔 책 같다.

책에 따르면 기원전 1700년 경 수메르 점토판,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소크라테스, 고대 이집트인, 기원전 3세기 법가사상으로 유명한 한비자 등이 공통적으로 남긴 말이 '요새 아이들은 버릇이 없어 장차 세상이 어떻게 되려는지 걱정이다' 라고 하니, 언제나 새로운 세대와 기성 세대는 갈등하나 보다.

그런데 이 책은 줄곧 "바뀐 것은 세대가 아니라 세상" 이다. 그러니, 절대로 '젊은 세대를 위한' 혹은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조직문화와 소통 문화를 만들지 말라는 말이 적혀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나와는 다른 생각과 행동양태를 가진 새로운 세대가 등장한 것이 아니라, 세상이 바뀌었는데도 '내'가 여전히 기존의 사고방식에 머물러 있다 보니 바뀐 세상에 적응하지 못할 뿐이라는 말 같은데...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형식에 얽메인 보고서에 대한 집착, 대면 회의에 대한 신뢰, 회사 내에서 가족에 버금가는 인간관계를 구축하려는 헛된 욕망, 연공서열을 중시함으로서 조직의 위계를 세우고 이를 통해 효율을 추구하는 태도 등 내가 암암리에 내면화 했던 사고체계들이 이제는 바뀐 세상에서 적용되기 어려운 상황임을 자각한다.

한편, '젊은 사람들이 항상 문제' 라는 한탄 이상으로 자주 거론되는 것이 '나야 말로 낀 세대 주장'이 아닐까 싶다.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려면 당연히 권위의식과 기득권을 내려 놓아야 하는데, 정작 내면화된 위계질서에서는 벗어나지 못하니 결국 '낀 세대'가 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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