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산보
다니구치 지로 만화, 쿠스미 마사유키 원작 / 미우(대원씨아이)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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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미식가> 콤비가 쓴 짧은 단편 만화이다.

자전거를 잃어버려 찾으러 갔다가 우연히 산책을 하게 되고, 그러다가 에디슨 전구를 사오는 에피소드로 시작하는 이 만화는 사소하지만 이야기가 있는 뒷 골목 풍경들을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 펼쳐 놓는다.

TV나 잡지에 나온 곳을 찾아가는 것이 아닌 '태평한 미아'가 되어 걷거나, 잠든 사람들 무리 속을 홀로 무작정 걷거나 하다 보면 서서히 얽히고 설키고 뒤죽박죽이 된 뒷골목을 걷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왠지 편하고 좋은 느낌을 갖게 된다.

목적 같은 거 없이 자기 마음대로 느긋하게 걷는 데서 오는 기쁨, 그것이 산책의 묘미가 아닐까...

관능 소설로 유명했던 가와카미 소쿤은 자신의 마지막 작품에서 '어디 한 군데 아픈 곳이 없고, 집 근처를 부인과 함께 산책하는 것'이 자신이 죽기 전 마지막 소원이었다고 적는다. 너무나 소박하지만, 납득이 가는 소원 같다.

앞으로 일주일이 지나면 을지훈련이 시작되고, 찬바람이 불어올 것이다. 태양볕이 아직 뜨거운 이 시기에, 집 앞을 산책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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