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 숲에 갔다
편혜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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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무서운 이미지로 다가 온다. 소설의 무대인 한 도시의 중심에 있고, 거대하고 울창한 숲은 주인공 둘을 삼키고, 사건의 시작과 결말이 된다. 변호사인 이하인은 형 이경인을 찾기 위하여 숲 관리인 박인수을 찾아 오는 것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다지 친절하지 못한 동네 주민들과 그리 적극적으로 형의 행방을 찾지 않는 이하인, 바로 이어지는 교통사고로 인한 이하인의 죽음으로, 이야기의 진행은 잠시 중단되는 듯하다. 이하인의 이야기, 숲 관리인 박인수의 이야기, 술집 주인 이안남의 이야기, 서점 주인 한성수의 이야기, 세탁소 주인 최창기의 이야기, 그리고 사건의 한칸 뒤에 이들을 조정하고 있는 진의 이야기, 김대령. 처음엔 별개의 독립적인 사건인 것 같지만, 끝엔 한가지 사건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이야기를 전반적으로 주도하는 것은 모호함이다. 등장인물들 사이 의사소통의 모호함, 사건의 모호함. 알콜중독과 정신착란, 과대망상 등으로 사건은 대화를 통해 현상은 뒤틀리고 처음에 언급된 현상이 제대로 된 정의가 맞나하는 작가의 의도된 모호함이 책을 전체적으로 지배한다. 이야기전개시 서술 문장은 간결하지만, 이에 따른 관찰과 주변 상황 묘사는 다채로운 언어로 구체화되고 현실화 된다.

 

연이어 질문은 던져지고, 등장인물의 추적에 따라 추리물 처럼 전개되지만, 결말은 시원스레 해결되지 않는다. 여타 다른 추리물처럼 기대했던 마지막의 화끈한 결말은 결코 오지 않는다. 작가는 독자에게 전혀 친절하지 않다. 이하인이 당한 교통사고는? 그냥 사고다. 이경인이 숲에서 죽은 이유는? 혹은 진짜 죽었나? 그냥 홧김에 숲에 들어가 길을 잃었다. 박인수에게 가해진 폭력은? 그냥 맞는거다. 과거 벌목공 3명이 받은 전화는? 그냥 놀라운 사람의 전화였다. 마치 우리가 술먹으면서 하는 결론없는 Endless story나 뫼비우스의 띠처럼 해결되지 않는 채 그냥 있는 거다. 여기에 더욱 찝찝함이 있다.

 

하지만 작가 편혜영씨의 과거 소설들과 연관시켜 본다면, 이렇게 끝마치는 것을 상상하기엔 그리 어렵지 않다. 작가는 과거 내가 읽었던 장편집 <아이오가든>, <사육장 쪽으로>에서도 명확한 원인이나 사건의 전말을 속시원히 밝혀 후련하게 마치지 않았다. 그 '찝찝함'이 편혜영 작가 글의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그냥 내 맘대로 각자 결론은 내리면 될 것 같다. 그러니 소설 한권 읽기를 마친 후에 새로운 내용으로 재구성하여 2차 소설 창작이 되는 셈이고, 그 결과는 우리에게 숙제가 되는 셈이다. 또한 과거의 그녀 소설과 이 책이 다른 점은 과거엔 상황과 묘사가 괴기스러웠지만 지금은 새로운 이야기 전개 방식의 괴기스러움이었다.

 

이 책은 구입한지 1년 쯤 되는 시간이 지났다. 작년 여름 휴가때 홍대근처의 한 카페에서 열린 작가와 직접 만나 이야기도 듣고 책에 싸인도 받는 곳에 갔었다. 새로운 취미인, 저자에게 싸인 받은 책 수집하기 목록에 한 건 추가다.

편혜영 작가는 사진 속의 책 첫장에 '2012. 한여름 서쪽 숲에서의 휴가 편혜영' 이렇게 적어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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