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 정유정 장편소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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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부산행>에서 느낀 배신감을 소설 <28>에서 또 한번 경험한다. 주인공이 죽을리 없다는 당위에 대한 배신감이다. 게다가 죽음의 순간이 너무 슬프다.


원인 모를 죽음에 대한 공포와 생존에 대한 이기적인 갈망은 인간을 극한 상황으로 내몬다. 너와 내가 공존할 수 없다면 너를 버릴 수밖에 없는 것이 개인의 본성이다. 평소같으면 그 본성은 심연에 고이 숨겨져 있겠지만 재앙이 닥친 비상사태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양심을 들먹이거나 도의를 따질 수 없다. 즉각적인 생존만이 결단을 내리는 기준이 된다. 인구의 절반이 죽어 나가는 버림받은 도시에서 그 이상 무엇을 바라겠는가. 무법천지가 되어버린 도시와 누가 죽고 누가 살았는지 조차 알 수 없는 아비규환 상태는 절망적이다.

그러나 작가는 희망을 놓지 않는다. 갈등은 있을지언정 인간성 자체를 놓아 버리지 않는 인물을 등장시킨 것이다. 그는 본능적으로 선을 택한다. 상대가 누구든 개의치 않는다. 심지어 짐승까지 아우르는 선이다. 그리고 그의 죽음이 이 모든 장치를 극대화 시킨다.


실재로 이와 같은 재난이 닥친다면 어떨까.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기적인 악의를 드러낼 것이다. 그것이 인지상정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에서와 같은 인물이 나타나 모두가 낭떠러지를 향해 돌진하는 일은 없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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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만 다시다 드디어 읽게 된 책.
<종의 기원>으로 알게된 정유정 작가님의 책은 몰입도가 대단하다. 첫장을 넘기기 전에 기대와 흥분을 감추지 못해 먼저 글을 남긴다. 아무쪼록 마지막장을 덮는 그 순간까지 계속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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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쓰임새란 다양해서 별의별 통로를 통해 접하게 된다. 그러다 생각지도 못한 책을 만나게 되는데 이를테면 바로 이 소설집이다. 나는 이 책을 뉴스룸을 보다 알게 되었다. 어서 마저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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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기획한다는 것은 내게는 참신한 표현이다.
이전엔 책장 관리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없다. 그저 읽는 행위에만 급급했을뿐. 하지만 저자의 말대로 책을 선택하기 전에 무엇을 읽고 무엇을 소유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한다면 좀 더 합리적인 독서가 가능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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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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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기억난다.

학교 도서관이 새로이 완공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다.

틈만 나면 도서관에 갔고 한번에 두세권씩 책을 빌리곤 했다.

주로 외국 작가의 소설이었다.

난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고

심지어 일본 작가나 작품에 대해 비합리적인 거부감을 갖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날,

어떤 호기심에 이끌려 이 책을 빌렸다.

책장을 연 그 순간부터 단숨에 이 책을 읽어 치웠다.

정말이다.


'읽어 치웠다'는 말이 딱 맞아 떨어지는 희한한 경험이었다.

개성적인 등장 인물은 말할 것도 없고

작가가 치밀하게 표현해 내는 그들의 물리적인 관계와 심리적인 묘사를 두고 어떻게 책읽기를 중도에 멈출 수가 있을까.

등장인물들이 서로의 상처를 아우르는 방식은 어떤땐 내게 몹시 낯선 방법일때도 있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내면적인 혼란과 아픔이 더욱 직접적으로 내게 다가올 때도 있었다.


여느때와 똑같은 하루를 함께 보낸 후에 절친한 친구가 혼자서 자살을 했다면 나는 그 삶을 견뎌낼 수 있었을까.

그 친구가 만약 한 몸처럼 사랑했던 연인같은 이 였다면 나는 그의 상실을 극복해 낼 수 있었을까.

아무래도 나는 자신이 없었다.


그들과 같은 시절에, 딱 그만큼의 나이에 이 책을 읽으면서

주인공을 비롯해 다른 등장인물들의 미숙한 청춘의 무게가 고스란히 내게 전해졌다.

그리고 그것이 몹시도 버거웠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언제든 어디서든 그 무게를 감당하는 법은 다른 것.

누구는 그것으로부터 성숙 하기도 하고 누구는 그것에 굴복 당하기도 한다.

그것은 책에서든 현실에서든 다를 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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