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춤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1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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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더 선 시스터 문]을 읽고 주저없이 그녀의 책을 선택했다.

첫번째 이야기는 열린 결말로 끝이 나지만
가바시마가 실종되기 전 설정해 놓은 장치들을 쫓아 가면서
이 단편집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끝까지 읽고 보니 이것은 단편집이라기 보다는
작가의 아이디어 노트같은 느낌이 더 많이 든다.
독특한 설정이나 독특한 구성으로 엮인 이야기들은
장편으로 풀어내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
이미 그런 책들이 나와 있는지도 모르지만.

책의 맨 뒷편에 쓰여진 작가의 말을 보니
작가 스스로도 몇가지 단편들은 더 긴 이야기로 써보려다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미처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써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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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를 위하여 - 작가 츠바이크, 프로이트를 말하다
슈테판 츠바이크.지그문트 프로이트 지음, 양진호 옮김 / 책세상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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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배우던 [정신분석학] 교재는 하늘색 바탕 하드커버에 흰색 궁서체로 제목이 씌여진 것이었다. 심리학 개론서나 각각의 세분화 된 영역의 심리학 교재들에 비하면 눈에 띄게 얇아서 20세기 심리학 발전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거장의 위대한 이론이 저만한 두께에 다 들어 있다는게 신기했다.

하지만 그 양이 얼마인지가 무엇이 중요한가. 프로이트는 인간의 내면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고자 했고 각종 실험과 연구를 통해 그의 이론을 체계적으로 정립하기에 이른다. 그것을 집대성한 것이 바로 [정신분석학]이다. 여기에는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리비도'라든가 '의식 혹은 무의식'의 개념, '자아와 초자아' 그리고 '구강기, 항문기, 남근기, 잠복기, 생식기로 나눈 발달단계' 등의 개념이 등장한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내면이 어떤 단계를 거쳐 성장해 가는지 그리고 각각의 단계에서 필수불가결한 욕구의 충족을 경험하지 못하면 그것이 인간의 정신세계에 어떠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려준다. 또한 프로이트는 인간의 내면을 의식과 무의식의 영역으로 나누고 인간의 욕구가 외부적인 환경에서 받아들여지거나 혹은 거부되는 상황에 따라 두 영역을 넘나들며 부정적으로 혹은 긍정적으로 발현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프로이트의 인간 내면 연구에 관한 열정과 업적, 무엇보다 심리학의 광범위한 성장의 밑거름이 된 [정신분석학]의 골자인 성충동(리비도)에 관한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그도 그럴 것이 프로이트는 순진무구의 상징인 유아에게서부터 성충동이라는 것이 존재하며 그것이 각 단계마다 적절한 방식으로 충족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성'적인 개념에 대해 언급하는 것 자체가 그것의 진실여부와는 상관없이 논란이 될 수 있을 만큼 보수적인 시대에도 프로이트는 자신이 연구한 결과물을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개의치 않았다. 그러한 프로이트의 행동에 대해 츠바이크는 그의 성품이 본래 주위 사람들의 평판에 따라 좌지우지 될만큼 연약하거나 우유부단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우리의 입징에서라면 프로이트가 그러한 강인한 성품을 가진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할만 하다. 그 당시의 논란과 대립은 오히려 심리학 발달에 자극을 주었을 것이고 [정신분석학]에서 파생된 줄기들은 우리가 인간을 이해하는데 더욱 다양하고 합리적인 방법을 제시해 왔을 것이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이나 [꿈의 해석]과 같은 심리학적 업적들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이야기다. 하지만 이 책에서 우리는 슈테판 츠바이크의 프로이트 평전을 통해 프로이트 심리학 이론에 좀 더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여지를 갖는다. 프로이트라는 한 인간에 대한 이야기와 그가 평생을 통해 달성한 학문적인 내용의 적절한 조화가 눈에 띈다. 그러나 이 책에서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한 시대의 지성인들이 서로에게 지적인 호감과 존경을 품고 서로의 영역에서 건승하기를 꾸준히 응원해 왔다는 것을 그들이 왕래한 서신을 통해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얼마나 인간적이며 아름다운 교류인가. 마치 두 지성인의 영적 교감을 훔쳐 본 것 마냥 지적 즐거움이 느껴지는 부분이며 이 책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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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은 속삭인다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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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순전히 작가의 이름때문이었다. 왠지 낯익은 이름. 그렇다고 정확히 누구인지는 모르겠는 어이없음. 그 의문이 풀린 것은 책의 마지막 페이지, 그러니까 번역자의 글 뒷 편에 아주 작은 글씨로 씌인 '미미여사'라는 단어덕분이었다. 일본 작가의 미스터리 장르 소설에 막 재미를 붙인 때, 이런 저런 블로그를 통해 리뷰를 읽고 있었는데 그 중 한 곳에서 미유베 미유키라는 작가를 언급했고 그녀의 닉네임이 미미여사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었다. 그때의 기억이 이 책을 읽게 된 계기가 된 것이다.

소설의 앞부분엔 여러 인물에 관한 짧막한 이야기가 속도감있게 언급된다. 도대체 누가 등장인물이 된다는 것인지, 그들의 관계가 어떻게 연결되는 것인지, 그래서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지 혼란스럽다. 그러다 스가노 요코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가 묘사되고 마모루라는 소년이 사건의 중심에 등장하면서 비로소 독자는 소설의 흐름을 따라가기 시작한다.

미야베 미유키는 사회파 미스터리 작가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사회문제에 대한 깊은 관심을 작품에 녹아낸다는 것이다. 이 소설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단순히 자살을 빙자한 살인사건에 관한 이야기만이 아니다. 물질만능 대한 비판, 대중의 소비를 부추기는 비윤리적 수단에 대한 고발 그리고 출세를 위해 양심을 팔아버리는 비도덕적 행태등 사회문제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러나 그것을 드러내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마모루라는 소년을 등장시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에서 도덕적 가치와 인간적 정의로움이 여전히 유용하다는 것과 우위에 있다는 것을 환기시킨다. 결국 권선징악의 교훈인 셈인데 조금 아쉬운 것은 요시타케의 자수가 그의 의지에 의한 것이 아니라 체면술의 힘을 빌려 이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여러가지 범죄와 관계가 얽히고 설킨 상황에서 '소년' 마모루의 힘으로 풀어내기에 그 부분은 역부족이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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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
가와하라 렌 지음, 양윤옥 옮김 / 지식여행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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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자를 한순간 잃고 슬픔과 혼돈에 빠진 이즈미.
방황하는 그녀가 가진 단 하나의 의문은 준이치를 잃은 사고 당시의 사라진 기억이다.
그리고 계속되는 같은 꿈.

사랑하는 이에대한 추억과
끊임없는 슬픔과 아쉬운 치유의 과정.
그리고 선물처럼 주어진 또 다른 생명.

아름답게 포장된 살짝 당황스러운 결말.
사춘기 소녀의 꿈같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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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란티스야, 잘 가
허수경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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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뚱한 외모때문에 외톨이가 된 한 소녀(소녀의 이름은 경실이다.)가 있다. 시청의 고위 공무원인 아빠를 두었지만 무뚝뚝한 아빠와의 관계는 고작 몇 마디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 뿐이고 넉넉한 집안 형편 덕분에 밖으로만 도는 엄마는 마주칠 때마다 그녀의 외모를 탓한다. 부모와도 마음을 나눌 수 없는 소녀는 달콤한 단팥을 넣어 파는 시장통 찐빵집에서 위안을 얻는다. 달달한 팥소가 뱃속으로 들어가면 아름다운 별이 되어 그녀를 기쁘게 하는 그 곳, 그 곳은 하나밖에 없는 그녀의 안식처이다.

어느날 소녀의 집에 이복언니라는 정우가 찾아온다. 아틀란티스에 대한 이야기는 정우가 그녀에게 해 준 것이다. 미지의 땅 아틀란티스, 그것은 정우와 경실에게는 꿈같은 이상향이다. 그들은 매일밤 이불밑에서 머리를 조아리고 아틀란티스에 관한 이야기를 지어낸다. 그들이 현실에서 미처 이루지 못한 꿈들 그리고 영원히 이루어 질 것 같지 않은 희망들, 그것이 한데 모여 새로운 이야기로 거듭나는 것이다. 그리고 이야기가 거듭될 수록 어쩌면 그것은 단지 꿈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끝내는 현실이 될 수도 있으리라는 믿음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꿈은 꿈이고 현실은 현실이다. 경실이 지어낸 이야기는 포악한 어른들에 의해 불순한 의도를 가진 것으로 둔갑한다. 그저 꿈을 이야기했을 뿐인데 중학생 소녀의 꿈은 산산히 부서져 미지의 땅 아틀란티스처럼 종적을 감춘다. 그리고 경실의 이야기 공책은 영원히 그녀에게로 돌아오지 않는다.

외로운 어린 소녀가 꿈을 꾸고 희망을 기록하는 것이 그렇게나 못할 짓이었을까. 자신의 기준에 따라 사람과 세상을 재단하는 어른들은 꿈을 희망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미성숙한 이념으로 무장한 어른들의 세계. 그것이 순수한 아이들의 세계를 침범하는 것에 아무런 죄의식도 느끼지 않는 다는 사실이 참담하다.

그러나 경실은 낙담하지 않는다. 그녀의 뚱뚱한 외모가 놀림감이 되는 것에 더이상 낙담하지 않는다. 그녀의 위안처가 되었던 만수씨의 찐빵집이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해 낙담하지 않는다. 그녀가 꿈꾸었던 아틀란티스는 무너져 버렸지만 언젠가는 새로운 아틀란티스를 쌓아 올리리라 다짐한다. 소심한 외톨이였던 소녀는 이상향을 꿈꾸는 동안 한차례 성숙하고 단단해진 것이다. 아프지만 그만큼 값진 성장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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