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 정유정 장편소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화 <부산행>에서 느낀 배신감을 소설 <28>에서 또 한번 경험한다. 주인공이 죽을리 없다는 당위에 대한 배신감이다. 게다가 죽음의 순간이 너무 슬프다.


원인 모를 죽음에 대한 공포와 생존에 대한 이기적인 갈망은 인간을 극한 상황으로 내몬다. 너와 내가 공존할 수 없다면 너를 버릴 수밖에 없는 것이 개인의 본성이다. 평소같으면 그 본성은 심연에 고이 숨겨져 있겠지만 재앙이 닥친 비상사태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양심을 들먹이거나 도의를 따질 수 없다. 즉각적인 생존만이 결단을 내리는 기준이 된다. 인구의 절반이 죽어 나가는 버림받은 도시에서 그 이상 무엇을 바라겠는가. 무법천지가 되어버린 도시와 누가 죽고 누가 살았는지 조차 알 수 없는 아비규환 상태는 절망적이다.

그러나 작가는 희망을 놓지 않는다. 갈등은 있을지언정 인간성 자체를 놓아 버리지 않는 인물을 등장시킨 것이다. 그는 본능적으로 선을 택한다. 상대가 누구든 개의치 않는다. 심지어 짐승까지 아우르는 선이다. 그리고 그의 죽음이 이 모든 장치를 극대화 시킨다.


실재로 이와 같은 재난이 닥친다면 어떨까.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기적인 악의를 드러낼 것이다. 그것이 인지상정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에서와 같은 인물이 나타나 모두가 낭떠러지를 향해 돌진하는 일은 없길 바랄 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