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순전히 작가의 이름때문이었다. 왠지 낯익은 이름. 그렇다고 정확히 누구인지는 모르겠는 어이없음. 그 의문이 풀린 것은 책의 마지막 페이지, 그러니까 번역자의 글 뒷 편에 아주 작은 글씨로 씌인 '미미여사'라는 단어덕분이었다. 일본 작가의 미스터리 장르 소설에 막 재미를 붙인 때, 이런 저런 블로그를 통해 리뷰를 읽고 있었는데 그 중 한 곳에서 미유베 미유키라는 작가를 언급했고 그녀의 닉네임이 미미여사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었다. 그때의 기억이 이 책을 읽게 된 계기가 된 것이다.소설의 앞부분엔 여러 인물에 관한 짧막한 이야기가 속도감있게 언급된다. 도대체 누가 등장인물이 된다는 것인지, 그들의 관계가 어떻게 연결되는 것인지, 그래서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지 혼란스럽다. 그러다 스가노 요코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가 묘사되고 마모루라는 소년이 사건의 중심에 등장하면서 비로소 독자는 소설의 흐름을 따라가기 시작한다. 미야베 미유키는 사회파 미스터리 작가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사회문제에 대한 깊은 관심을 작품에 녹아낸다는 것이다. 이 소설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단순히 자살을 빙자한 살인사건에 관한 이야기만이 아니다. 물질만능 대한 비판, 대중의 소비를 부추기는 비윤리적 수단에 대한 고발 그리고 출세를 위해 양심을 팔아버리는 비도덕적 행태등 사회문제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러나 그것을 드러내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마모루라는 소년을 등장시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에서 도덕적 가치와 인간적 정의로움이 여전히 유용하다는 것과 우위에 있다는 것을 환기시킨다. 결국 권선징악의 교훈인 셈인데 조금 아쉬운 것은 요시타케의 자수가 그의 의지에 의한 것이 아니라 체면술의 힘을 빌려 이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여러가지 범죄와 관계가 얽히고 설킨 상황에서 '소년' 마모루의 힘으로 풀어내기에 그 부분은 역부족이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