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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파란하늘 하늘이 청명하고 깔끔했다. 천왕봉 가까이서 저런 하늘을 볼수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 지리산 파란하늘 하늘이 청명하고 깔끔했다. 천왕봉 가까이서 저런 하늘을 볼수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세어 보니 이번 지리산 산행은 2009년 친정언니와 간 이후 어언 9년만이었다. 그때는 무박 2일의 여정이었다. 아이들도 어리고 해서 최단 시간 지리산의 절반을 걸어보고 서둘러 돌아오는 것이 가족에게 덜 미안하고 효율적이었다. 또 다소 무리이기는 해도 새벽부터 하루 종일 걷는다는 게 매력 있었다.

새벽 3시에 중산리에서 등산을 시작해 종일 걸어 오후 5시 무렵 거림골로 하산하면 다리는 후들거렸지만 무사히 내려왔다는 안도와 충만감에 기분은 더없이 상쾌했다. 그럴 때면 해마다 봄, 여름, 가을 계절이 바뀔 때 마다 한 번씩 지리산을 올라야지 다짐하지만 도시로 돌아오면 이내 잊어버리고 말았다.

주말마다 산이 몸살을 앓는다는 뉴스라도 보게 되면 안 가는 게 돕는 거라는 변명도 통하니 잊고 살기 딱 좋았다. 그래, 내 집이 제일 좋아, 하면서도 이러다간 앞으로 지리산 열 번도 못 오르고 내 인생 끝나면 어쩌나 생각하면 또 그건 아니지 싶었다. 그런데 이번에 지인에게 추석 안부를 묻다가 지리산 종주라는 말을 듣자 갑자기 내 동공이 팽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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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요? 지리산 종주?"
"네~ 지리산 종주!"


박테리아가 물과 온기를 만나면 바로 활성화되듯이 지리산 종주란 말에 뭔가 내마음속에서 불꽃이 일었다.

"죄송하지만 제가 1박 2일정도 따라붙으면 많이 방해 될까요?"
"아니요. 괜찮아요. 같이 갈래요?"


그렇게 시작된 지리산행이었다. 이번엔 아이들도 크고 해서 그렇게 급하게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진주에는 몇 해 전 상하이여행에서 알게 된, 산을 나보다 세제곱은 더 좋아하는 한 언니가 살고 있었다. 나는 지리산 갈 때 언제든지 연락하라는 그녀의 말을 잊지 않았고 적금해둔 돈 찾듯 당당하게(?) 전화를 걸었다.

"언니 지리산 함께 갈래요? 아니면 하루 밤 문간방에서 재워줄 수 있나요?"
"둘 다 가능합니데이~"


덕분에 새벽에 갈 것 없이 전날 진주 언니 네서 자고 아침 첫차로 중산리를 가면 되었다. 코스는 자연스레 중산리-법계사-천왕봉-장터목-세석산장으로 정해졌다. 세석산장에서 일박한 다음 날 진주 언니와 나는 거림골로 하산하고 종주 지인은 노고단 쪽으로 산행을 이어가기로 했다.
 
 갈색 이파리와 너머의 흰구름
 갈색 이파리와 너머의 흰구름

           


주중의 지리산은 평화롭기 그지없어
 

지난날 무박 2일의 주말 산행에서는 지리산은 항상 산이 아니라 저자거리처럼 복잡했었다. 사람이 많아서 무섭지 않은 것은 좋았으나 저마다 양손의 등산지팡이로 땅을 치니 그 소음이 고역이었다. 그런데 이번 주중산행은 산을 전세낸 듯 한가로웠다. 적당히 오고 가는 사람들은 오히려 반가웠다.

전날 진주 날씨가 구름이 끼고 저녁 무렵엔 비도 잠깐 비췄기에 필시 천왕봉엔 비바람이 몰아칠 거라 생각했는데 세상에 날도, 날도 그런 날이 없이 좋았다. 법계사에서 천왕봉을 오르는 구간에서는 위아래 모두 탁 트인 풍경은 물론 특히 더할 수 없이 파란 하늘이 인상적이었다.

주변 지리산 산줄기가 굽이굽이 끝없이 뻗어 마을에 닿았고 위로 올려다보면 지리산 풍경의 절반은 파란 하늘이 차지하고 있었다. 맑고 청명한 하늘과 그 하늘에서 뿜어져 나오던 축복 같은 햇살은 시골들판이나 도시공원에서의 그것과는 또 다른, 가히 명작이었다. 그 하늘에 흰 구름이 스칠 때면 그 어우러짐은 그것대로 고왔다.

뿐인가. 바람이 단풍을 휩쓸고 지나갈 때마다 우우우, 스삭스삭, 쏴아쏴아 처절한 몸부림은 그 자체로 한편의 웅장한 음악이었다. 정말 이 산의 주연은 자연이고 인간은 조연도 못 되는 지나가는 1,2,3에 불과했다. 지리산 온 천지에 넘치는 것은 쏟아지는 햇살, 끝없는 하늘과 흰 구름, 온갖 나무와 풀과 이끼, 어딘가에 있을 짐승과 새들이었다.

우리 인간 등산객의 수는 극히 미미했다. 그래도 행복했다. 지나가는 1,2,3으로 그날 그 시간에 출연할 수 있어서 좋았다. 당일치기가 아니고 산장에서 하루를 묵기로 예약을 하고 가서 그런지 몸도 마음도 시간도 여유가 있었다.

천왕봉 오를 때는 늘 힘들었는데 이번엔 쉬엄쉬엄 충분히 쉬어가며 걸었더니 별로 힘들지 않았다. 비바람 몰아치는 천왕봉에서 혹시 얼음이라도 되면 어쩌나 걱정한 나머지 배낭 빵빵하게 여벌의 옷을 가져간 것도 무색했다(물론 한시가 다른 게 산정의 날씨이니 막상 쓸모없더라도 준비는 꼼꼼히 해둬야).

지리 '산장종주' 어떨까
 

지리산은 존재 그 자체만으로 좋다. 그 넓고 깊고 푸르고 때로는 세찬 비바람도, 한없는 침묵 같은 육중함도 좋다. 평소 초면의 사람들과 얘기할 때 지리산을 오르고 지리산을 좋아한다고 말하면 반은 통한 듯 느껴졌다.
  
올해, 1주에 한권 1년 52권의 책을 읽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여전히 잘 실행하고 있다는 친구와 지리산 다녀온 후 통화하였다. 친구는 나의 지리산행을 무척 부러워하며 지리산 오름이야말로 '해보고 죽자' 목록에 꼭 올리고 싶은 주제인데 엄두가 안 난다고 하였다.

그러나 엄두를 내어도 되는 것이 400미터 정도 고지의 동네 뒷산 오를 정도만 되면 지리산도 문제없다고 본다. 산 잘 타는 사람은 하루 만에 종주하면 되고 관절 자신 없는 사람은 형편에 맞게 4~6일 천천히 걸으면 못할 것도 없다.

오히려 등산에 단련되지 않은 덕에 천천히 산장마다 확인 도장을 찍으며 머물러 보는 것도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유유자적 산장을 휩쓸다보면 이 산장은 이런 느낌, 저 산장은 저런 느낌 각 산장이 주는 매력을 골고루 체험해보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속세의 일은 일주일 해외여행 갈 때처럼 마무리 해놓고 지리산으로 일주일 떠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문득 산장투어를 말하고 나니 나야말로 언젠가는 치밭목에서 노고단까지 갔다가 다시 치밭목으로 돌아오는 지리산도 지리산장도 왕복종주를 한번 해보고 싶다.
      
 사람도 지는 순간이 저렇게 아름다울수 있다면

 사람도 지는 순간이 저렇게 아름다울수 있다면

 

   

 세석으로 가는길, 눈부신 햇살과 평화로운 능선
 세석으로 가는길, 눈부신 햇살과 평화로운 능선

           

       
 천왕봉 정상에서 치밭목 쪽을 바라보며

 천왕봉 정상에서 치밭목 쪽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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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내 나이 오십하고도 하나가 되었다. 세월은 도도히 흘러 막연하게 내 자유의 그때라 생각했던 오십대가 되었다. 나에게 오십이란 낱말은 해방이나 자유의 이음동의어였다.

 

세간의 우스갯말대로 마흔이 심리적으로 시속 40km라면 확실히 오십은 시속 50km의 빠르기로 내달리는 듯하다. 우리가 촛불을 들었던 그때가 어저께 같은데 벌써 햇수로 3년 전이라니 믿기지 않는다. 정말이지 지천명은 어! 하는 순간 환갑 맞기 딱 좋은 화살 같은 시간 속에 있는 듯하다. 정말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하고 시간만 훌쩍 보내버리고 아차 할 것 같다. (그러면 아니, 아니되오!)

 

20184.19는 내게 있어 만 결혼 2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20년 전 4, 18일도 아니고 20일도 아닌 19일에 결혼한 것은 결혼이라는 중차대한 길에 서는 것이 막막하고 두려운 나머지 나름 기대고 싶어서였다.

 

민주주의를 외치며 하나뿐인 목숨 바치고 또 감옥 간 사람들도 있는데 민주주의를 외치지는 못할망정 그깟 가정하나 꾸리는 것을 두고 엄살을 떨 수는 없겠지. 혹은 결혼의 도정에서 순간 삐끗하더라도 1년에 한번씩 4.19를 생각하면 내 개인 문제 정도야 너끈히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말하자면 4.19 대의에 기대어 결혼의 일상을 극복하고 싶었다. (너무 거창한가?)

 

그 결과, 감사하게도 42.195km를 스무 번 달린 듯 한 긴 경기 끝에 드디어 결혼 20년 졸업장을 받게 되었다. 그런데 인내의 마라톤 같던 시간들도 기쁨과 행복이 넘실거렸던 순간들도 지나고 보니, 42.195km를 스무 번 달린 것이 아닌 그냥 200m 운동장 스무 바퀴 돈 것처럼 축약되어 느껴진다.

 

정말 그렇게 긴 시간이 흘렀나 싶다. 이제는 고개를 들고 한 10cm쯤 올려다봐야하는 아이들의 키를 보니 시간이 정직하게 충실하게 흐른 것은 확실하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오마이뉴스>에 썼던 글들을 추려 묶은 것이다. 그날이 그날 같던 육아의 갑갑함이 견딜 수 없어 <오마이뉴스>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지난 20년 삶의 흔적 대부분이 고스란히 복원되고 저장 되어있어 감사하기도하고 부끄럽기도 하다. 행간을 떠올리면 괴로워서 쓴 거 같은데 글의 결과는 웃음을 주기도 하니 쓰는 과정에서 어쩌면 치유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삶은 허무하게 아름답다?

 

나는 사춘기 지나며 본격적 자아가 싹트던 시절부터 유난히도 허무(虛無)란 단어가 눈에 들어 왔다. 허무라는 감정을 느낄 때가 많았다. 허무 허무 허무. 虛無 虛無 虛無. 한글, 한자 두 가지를 연습장에 가끔씩 쓰면서 허무를 되새김 한 적도 있었다.

 

무언가 강렬히 추구해봐야 결국은 부질없는 듯 느껴졌다. 매사 치열하지 못하고 중도 작파하는 게으른 내 삶을 합리화하기에 딱 좋았다. 세월이 흘러 지천명이 되었지만 여전히 허무라는 말이 좋다. 허무한 게 허무하면서도 좋다. 허무한 것만큼 아름다운 것은 없다, 라는 생각마저 든다.

 

삶이 허무하지 않다면 얼마나 비극일까. 삶이 허무해야지 허무하지 않고 인간들의 욕망이 계속 지속되고 지켜진다면 그것만큼 지옥도 없을 것이다. 한 번씩은 빌 허(), 없을 무()로 깨끗이 쓸어줘야 새로 시작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이승의 삶이 어떠했든 그 끝은 결국 허무하게 지수화풍으로 흩어지고 우주의 먼지가 되는 게

너무 좋다. 그리고 나의 허무는 비관적 허무가 아니라 긍정의 허무라서 허무해 하면서도

현실은 즐거울 때가 많았다. 무엇보다 작고 소박한 꿈들과 자연이나 사물에 대한 호기심에 더 의미를 두었다.

 

드디어 자유의 오십이 되었고 그 초입을 넘어가고 있다. 내가 가장 갈망하는 것은 아름다운 순간들을 사는 것이다. 아름다운 순간들과 많이 조우하고 싶다. 영원과도 같은 아름다운 순간들을, 찰나를, 또는 풍경들을 많이 마주치고  싶다. 굳이 욕심이라면 나의욕심은 그러한 것에서 머무르고 싶다.

 

내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순간을 들으면 남들은 웃을지 모르겠다. 이를테면 작은 커피숍의 종업원이 되어(절대 주인은 하고 싶지 않다.) 음악을 마음대로 관장하고 싶다. 그런가 하면 지중해 어느 올리브 나무 밭에서 한 일주일 쯤 땀을 뻘뻘 흘리며 올리브 수확을 해보고도 싶다. 뿐 만 아니라, 나에게 올리브 체험을 시켜주는 이국의 사람에겐 원한다면 내 친정 매실 밭에서 매실 따기 일주일 맞교대를 제공해 주고 싶다. 상상만 해도 즐겁다.

 

그리고 그동안은 한국인으로 살았다면 오십 이후 앞으로의 삶은 지구인으로 살다 가고 싶다. 지구인으로서 지구촌의 삼라만상을 응시하며 때로는 그 속의 슬픔과 기쁨을 함께하고 싶다.

그러다 어느 가장 찬란한 순간에 지구를 탈출하여 우주의 먼지가 되고 싶다.

 

  - <당신이라는  순간>에서 맺음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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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7 17: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6-08 06: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6-12 12: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6-12 2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1.전라도 여행

 

 

갑오년 새해가 한 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다. 새해 벽두엔 갑오년이라니! 뭔가 가득차고 무겁고 왠지 팔자(?)가 센 해 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ㅍ~ 한편으로는 동학혁명이 일어났던 120년 전의 그 갑오년과 같은 ‘갑오’의 해가 돌아왔다니 무언가 감개무량!^^

녹두장군의 그 세월이 거기서 끝나지 않고 이렇게 살아 흐르고 있다니. 이런 문명을 일구고, 또 다른 문제를 파생시키며 혹자는 시간의 끄트머리에서 또 다른 이들은 인생의 시작점에서 또 저마다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본다면 장군은 어떤 기분일까.
참으로 그로부터 120년이나 부지런히 흐른 시간이 놀랍다.

더불어 녹두장군 또한 세월 속에 빗 바래지 않고 여전히 우리네 의식 속에 살아있음이 신기하다. 흑백사진 속 동학농민군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나도 모르게 누선이 저려온다. 아무튼, 이래저래 대단한 갑오년. 지난 연말 ‘녹두장군동네 놀러가세~~’하며 친구네와
약속을 했던바 1월 1일 설 지나고 바로 전라도 행에 몸을 실었다.

아이들의 머리가 점점 커지면서 이제는 부모 따라 어디 가려하지 않으니 초등 끝물일 때 빨리 방학마다 지방 하나씩 버스와 기차로 돌자고 했었던 것을 실천한 것이었다. 강원도도 있고 충청도, 경기도도 있는데 유독 전라도가 크게 와 닿았던 것은 전라도 땅과 사람들을 한번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20년전, 아니 25년전쯤 (요샌 뭘좀 떠올릴려고 하면 죄다 10년 20년전이니 아흐, 속절없는 세월이여.)


학과답사로 또 친구와의 여행으로 두어번 둘러본 기억은 있으나 그때는 사람이 아니라 풍경만 보고 왔다. 때문에 풍경은 어슴프레 기억나도 사람은 기억나지 않았다. 그런고로 이번엔 그때 봤던 그 절, 그 나무 지금도 잘 있나 확인은 물론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을 느껴보는 것을 목표로 두둥! 기차타고, 버스타고, 택시타고(헥헥~)해서


먼저 전주 한옥마을에 도착했다. 한옥마을 도착하기 전 전주 버스터미널에서 택시를 탔는데 50대 중반의 택시기사님은 문화해설사를 해도 손색없을 분이었다. 동학혁명과 전봉준에 대한 얘기를 하시는데 울컥했다. 대구의 택시아저씨에게는 언감생심 들을 수 없는 식견이었다.

기사님께 감사~.


한옥마을에 딱 들어섰을 때의 느낌은 아! 우리나라에도 이런 곳이 있었나?하는
감탄이었다. 무엔가 시간이 정지된 느낌. 거리를 사뿐사뿐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정화가 될 것 같은....

 

지난해 큐슈 ‘유후인’온천마을 역에 내렸을 때, 역 앞으로 펼쳐진 풍경을 보고 나도 모르게 아! 하는 탄성이 나면서 우리나라에도 이런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하며 부러워했었는데 있었던 것이었다, 전주에. 돈이 된다면 뭐든 갈아 업고 시멘트 콘크리트를 올려야 직성이 풀리는 작금에 비출때 한옥마을 기와지붕은 그 자체로 기품이었다.

게다가 그곳에는 경기전과
전동성당이 고색창연히 자리하고 있지 않은가. 왕년의 나이롱 신자라도 100년된 석조 성당건물을 보니 저절로 성호가 그어졌다. 물론 내용적으로 아쉬운 점도 많이 보였다.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의 눈길을 사로잡자면 무엇보다 한국적이어야 할텐데 전통 찻집 기죽이는 미끈한 커피숍이며 깨끗하긴 한데 덜렁 이불과
TV뿐인 한옥민박 풍경 등등.

민숭민숭했다. 같은 커피물을 주어도 그곳은 한옥마을이니 찻잔이라도 좀...
실내장식이라도 좀...한옥민박은 방은 확보되었는데 문화가 없는... 열두 폭 병풍이야 언감생심이겠으나 벽에 동양화 한 폭, 아니 나랏말싸미 동귁에 다라 서로 싸맛띠 아니할세..액자라도 하나 걸려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 가장 한국적인 게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말이 식상한지는 모르겠으나 하여간 우리의 전통이 새록새록 느껴지는 한옥마을로 성장하려면 전통으로 무장해야..


 


(급전개)

아무튼, 한옥마을에서 일박하고. 선운사, 광주 망월동 찍고, 광주에서 일박. 순천만 찍고 순천에서 일박.하며 3박4일을 보냈다. 그런데 왠지 주마간산을 본 느낌. 하긴 뭐 3박 4일에 무얼 더 볼소냐. 주마간산이라도 좋았다.


 

2. 전라도 사람


 

내가 알고 있는 몇몇의 전라도 츠자를 넘어 아줌마가 된 여인들은 다들 여물고 경우가 밝았다. 혹은 싹싹했다. 저런 여성 며느리감으로 대박일세 머이런~. 아무튼 내 기억속의 전라도 사람들도 나쁘지 않은데 실지 전라도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무던한것 같았다.


 

민박집 주인새댁? 좋은 분에다 매력까정~. 외모며 내모며 얼마나 기품 있는지 전주사람이 다 그럴 것이라는환상을 심어주었다. ㅋㅋ 광주와 순천의 모텔아주머니들의 미소도 얼마나 따사로운지 모텔이 주는 쭈빗쭈빗한 기분을 싹 가시게 해주었다. 버스기사님들도 다들 친절하셨다.


3.전라도 여행 2


 

년초의 전라도 여행이 전주-고창-광주-순천이었다면 지난 봄방학 때는 순천-해남-땅끝-벌교를 돌았다. 땅끝이 왜 땅끝인고 했더니, 정말 멀고도 멀었다. 기사님 왈, 땅끝에 가서 죽자고 왔다가도 다시 시작하게 되는게 땅끝이라고, 후후~ 과연, 끝이 곧 시작임에랴. 비수기다 보니 바다전망의 깔끔한 팬션에서도 싼 가격으로 묵을수 있었다.

아뿔사,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겨우내 오지 않던 비가 왜 하필 땅끝에서 일박한 다음날 내리는지. 그것도 주룩주룩 꾸준하게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고 내렸다. 전망대는 고사하고.. 이따금씩 창밖을 내다보며 이제나 저제나하며 추이를 지켜보다 저녁무렵 빗줄기가 가늘어 지자 일단 벌교로 가기로 하였다.


 

벌교터미널은 어찌나 썰렁하던지. 공간은 넓은데 시간대가 초저녁이라 그런지 더 으스스 했다. 묵을곳은 멀리 갈것없이 터미널 인근 모텔로 갔는데 주인장 아저씨는 학생넷 아짐둘의 우리 모양을 위아래로 훝어보더니 고개를 갸웃갸웃...무슨?


 

“지금 방이 없는데...정 원한다면 꼭대기층 우리가 묵는 방으로 하시씨요.”


 

어안이 벙벙 그게 무슨 말씸인지?하는 표정을 짓자 안쪽의 아주머니를 부르더니


 

“일단 방을 한번 보고 묵을만 하면 묵으세요.”


 

아주머니의 안내를 받아 꼭대기층으로 가보니 만장같이 넓었다. 운동장 같은 거실에다 주방에다 방 3개에 각각 화장실이 딸려있었고 창고비슷한 데는 수천장(?) 수건에다 수십대 선풍기, 그리고 이불 화장지등등 여관필수품이 빼곡했다. 그 물품들을 보니 나이드신 두분이 여관을 운영하자면 정말 온몸이 부서지겠구나 싶었다.ㅠ


 

“평소 우리가 쓰는데 가끔 학생들 단체로 올때 내 줍니다. 넓으니까 이방 저방 아무데나 쓰세요. 거실을 써도 되고..”


 

처음 꼭대기층이라고 했을때는 비좁은 다락방인가 했는데 아니올씨다 였다. 그 너른 곳을 단돈 5만원에 여섯이서 하루 묵었다. 주인내외분께 감사~ 이튿날 창문을 열고보니 이 비수기에 왜 방이 없는지 판명이 났다.즉, 여관 50미터쯤 앞에 큰 공사가 있었다. 이제 겨우 바닥에 콘크리트를 부은 정도였는데 그 건물 다 올라갈때까지 쭈욱 우리가 묵었던 그 여관은 만원일듯~

 

만원은 좋으나 주인아주머니 방청소며 이불빨래하느라 고생이 육이로 때 난리는 난리도 아니실듯...ㅠㅠ~


태백산맥 문학관은 벌교터미털 바로 위쪽에 있었다. 아이들은 눈 깜짝할사이에 한바퀴 휘잉 돌고는 예의 똑똑한폰에 얼굴을 묻었다. 참나. 어찌생각하면 기계인간하고도 살아야 할 인생인데 스마트폰은 미래의 그것들에 비하면 장난감 수준일지도. 맘대로 하시게들. 문학관은 에미들이 접수하마.


조정래선생이 꼼꼼한줄이라 일찍이 알았지만 직접보니 더 놀랍고녀. 그 깨알같은 취재수첩의기록들... 아들, 며느리의 깔끔한 필사원고, 소박하고 오래된 필기구들.. 작가와 동시대를 산다는게 영광이다. 최근의 <정글만리>의 입담은 또 어떻고. 지금은 교육문제를 취재하고 계신다니, 머잖아 그 책이 나와 <정글만리>처럼 100쇄찍으면 교육문제 해결될까.


4. 언니와 아소산 온천여행


 


후지와라 신야의 <황천의 개>를 읽으면서 아소산을 알게 되었다. 아소산 아소산...
기회되면 꼭 한번 가고 싶다 생각했는데 지난해 친구와 그 원을 풀었다. 유황냄새가 풀풀하고 연기가 끊이지 않는 활화산. 화산이 끓어 넘쳐 굳어져서 땅심이 깊지않고 표면의 화산재로만 연명을 해야되니 큰 나무는 없고 키 작은 꽃나무와 일년생 풀로만 뒤덮힌 민둥산의 모습이 신기했다.


 

오죽하면 아소산 밑 동네 이름이 풀이 천리에 뻗어있다는 초천리(草千里)(쿠사센리)일까. 아무튼 지난해 여름에 갔을 때는 풀들이 햇볕을 받아 연초록으로 보여 무척 싱그럽고 아름다웠는데 언니와 간 지난 2월에는 그 풀들이 다 누런 건초의 상태이다 보니 풍경이 여름만 못했다.

게다가 아소산 정상은 유황연기와 안개와 비바람으로
케이블카운행이 중지되었었다. 아무 때나 가면 언제나 지구의 속살을 볼수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풀 밖에 없는 민둥산이라도 고도가 고도인지라
땅과는 차이가 있었다.


 

친구와 갔을 때는 2만5천원 짜리 게스트 하우스에 묵었다면 언니와는 1자하나 더 붙힌 전통여관(료칸)에서 묵었다. 개축하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자면 흐미 80년 된 여관이라고. 시인묵객이 머무르며 한 작품 씁네 하기 딱 좋은 고요와 정갈함이 있었다. 실지로 그러기도 했고. 부러웠다. 성철스님 그렇게 도를 닦아도 해인사 밑에 가면 다 모텔뿐인디..

 

전통 여관식 석식과 조식을 포함에 12만원인데 식사를 하지 않으면 거의 반값이라니 정직한 가격에 놀랐다. 석식조식 필수입니다 못을 밖아도 뭐랄사람 없을것 같은데...(라고 생각했으나 여러날 묵는 사람의 경우를 생각하자면 밥값 따로 방값 따로 해서 밥을 선택할수 있게 하는게 맞는지도. 또 방값은 밥값에 비하니 상대적으로 싸게 느껴진듯도~ 뭐, 이래저래 적정가격인듯..ㅋㅋ)


아무튼 화산과 지진은 끔찍하지만 그 반대급부로 그렇듯 따뜻한 온천마을을 선물로 주다니
빛과 그림자, 그림자와 빛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세상이치인가.
아니 병 준 다음에 약준 것인가. ㅎㅎ


 

기름을 때지 않아도 하루종일 뜨거운물이 콸콸 솥아지다니 게다가 깨끗하고 병까지 고칠수있는 물이 땅속에서 뿜어져 나온다니 자연의 신비는 형용할수 없음에랴. 아무도 없는 수증기 자욱한 온천여관 대욕장에서 홀로 날개짓하던 언니는 목욕탕하나를 전세낸 것 같다며 좋아하였다.

 

 

뭐에 하나 꽂히면 식상해질때까지 계속해야 직성이 풀리는데 온천마을이야 말로 그런 것 같다. 예전에 지리산이 좋아서 지리산가이드 자처하며 나 아니면 지리산 못갈사람이라 판명되면 함께가자 꼬셔서 가곤했는데 큐슈지역 온천마을이 그런것 같다.

친구도 언니도 내가 안내해야 함이 인생의 숙제이자 보람이었는데 갔다오니 또다른 사람들이 자꾸 떠오른다. ㅋㅋ~ 해서 섣부르게 공약남발할까 스스로 입단속 중이다. 지리적으로 가깝다는게 한몫을 하는것 같기도 하다. 후쿠오카-부산 왕복의 고려페리의 카멜리아호 일반실에서 보면 대부분 가까워서 서로서로
왔다리 갔다리 하는것 같았다.


 

후쿠오카사람들은 부산에, 부산사람들은 후쿠오카에...두쪽다 빈 트렁크 들고오고가서 상대나라의 물건들을 쓸어담는~ㅎㅎ 나는 물건은 별 관심없고 이 마을 저 마을 돌면서 노천온천에서 자연을 감상하고픈 마음~ 독서하고싶은 마음~ 좋은 사람들과 수다삼매에 빠지고픈 마음~


 

제주 올레의 감수를 받은 큐슈 올레길을 한해 한국인 3만, 일본인 1만이 즈려 밟았다는데. 제주 올레의 경우 2년에 3만을 채웠는데반해 1년에 3만이라니 누가 그렇게 갔나 싶으면서도 그만큼 매력이 있는 겐지.. 큐슈는 삼나무 조림이 잘되어 있어 그리고 산지가 많아 철길 따라 보노라면 산이 얼마나 울울창창한지~


5. 스티븐 호킹과 제러드 다이아몬드


 


연초에 스티븐 호킹박사는 ‘인류에게는 천년의 시간 밖에 없다’라고 했다는데
한술더떠 다이아몬드 교수는 ‘무슨소리? 인류에게는 50년의 시간밖에 음따! 인간들이 이딴 식으로 살다가는.’이라고 말했다고. 우주의 시간에 비하면 1000년은 얼마나 짧은 시간이며 50년은 또 얼마나 눈깜짝 할 시간인가. 비단 두 교수의 말이 아니더라도 정말이지 이 지구상에 인간만 없으면 지구는 잘 돌아갈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부분적으로 생성과 소멸은 끝이 없이 일어나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연스러운 숙명이자 현상일 뿐. 인위적으로 1000년 50안에 아작을 내지는 않을 것이지 않겠는가.<인류미래보고서 2040>을 보면 공상과학영화속 장면들이 현실이 됨은 시간문제이구나 싶은...그꼴 저꼴 보기 전에 갈수 있는 내나이가 천만다행이나 후손들을 생각하면 그 모질 세월어찌들 살아갈지...ㅠㅠ


 

그러나 한편으론, 지금의 관념으론 미래가 없다 생각하겠지만 후손들은 또 후손들대로 기계인간과 더불어도 잘 살아가지 않을까싶기도 하고. 우좌간 인류의 미래엔 절망뿐이다는(물론 긍적적인 측면도 있고)역설적으로 그러므로 현재를 즐기고 나누자는결론에 도달할 수 있어 좋기도 한 것 같다. 자식들 공부? 바득바득 해서 뭐하겠니? 그저 현재를 즐겁게 살아라.


 

6. 일드 중드 영드 미드


 

컴퓨터가 광속이 되어 좋은 점은 바로 남의 나라 안방 드라마를 거의 실시간으로 볼수 있다는것. 게다가 이 똑똑한 폰님 하나만 있으면 어디서나 접속할수 있으니 세상에나 세상에나~ 옆집새댁이 어느날


 

“언니 나 미치겠어! 일드에 빠졌어. 후지키 나오히토에 빠졌어. 언니도 보면 반할것이여!”

“고뤠? 일단 한번 보기나 해보지. 금시초문인데 도대체 누구지?”


컴으로만 보는 거였다면 켜고 끄는게 귀찮아 볼수 없었을 터인데
스마트 폰으로 보니 들고남이 너무 편해서 중독이 아니될 수가 없는...일본드라마는 45분짜리 11회정도가 대부분이라 하루에 드라마 하나 완주하는 일은 일도아니라는~ ㅋ

<사랑스런 그대에게><행복해지자><어라운드40><라스트 신데렐라><호타루의 빛>은 후지키 나오히토의 매력이 물씬물씬~


 

후지키 뿐만아니라 관심가는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좇다보면 드라마는 끝이 없어, 끝이없어. 볼시간이 없을뿐 눈이 피로할뿐. 아흐, 노안이 오기전에 스마트 폰이 나올것이지.ㅠㅠ

게다가 일드만 있나. 대만드라마 중구, 미국, 영국 등등. 세상모든 드라마를 내손안에서 터치 하나만으로 볼수 있다니...놀란건 어느 드라마에는 자막이 영어도 아니고 불어도 독어도 아니고 핀란드어인가 하며 이리저리 찾다가 결국 터키어라는 것을 알았다.~

외국어를 공부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세상인듯. 게다가 드라마를 통해서 드라마속 나라의 풍속과 정서도 알 수 있고.. 드라마 보면서 세상사람들이 다들 이해하고 친해졌으면~ㅋㅋ 하여간 한편으로는 좋은세상 한편으로는 앞이 보이지 않는 세상.


 

.......

얘기가 두서없이 길었다는. 흐미 벚꽃도 멀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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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04 11: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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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성숙? 아니, 그냥 노숙(老熟)인듯...

(어머! 얼마 만에 내 집에 들어와 보는 것이냐?)

시월이 왔구나했는데 어느새 십일월... 시월은 하루가 이틀씩 간 듯 흔적도 없네. ㄲㄲ..

십일월도 시월 못지않게 쏜살같이 흐를 것은 물으나 마나.

2002년이 엊그제 같은데 하모 10년도 더 지난 옛날이었다니...

 

문제는,(아니 문제 아닌가?)

세월의 빠름만큼이나 내 마음도 늙어가는 듯.

처음엔 성숙인가 했다. ㅎㅎ.

그러나 가만 들여다보니 그냥 단순한 노숙(老熟)인듯...ㅠㅠ

 

노안증상은 아무래도 돋보기를 써야 할듯하다.

이젠 초점 맞추기 싫어 슬슬 무언가를 읽는 일이 귀찮아 진다.

바늘을 꿸 때는 팔을 완전히 뻗어야 귀가 보이고

밥 먹고나면 늘 졸리고...ㅋㅋ

그런가 하면 피부노화, 주름걱정 같은 것은 전혀 안되고

오히려 그냥 세월이 확! 더 흘러 버렸으면 싶기도 하다.

 

삼십대 중반까진 마음이 항상 이십대 기분이었고 사십 초중반은

그냥 사십대가 편안했다.

그런데 어쩐일인지 이제, 사십보다 오십에 더 가까우니

실지 내 나이보다 십년을 후딱 더 늙어지는 기분이다.

 

즉, 내 마음엔 50대 중후반의 아짐이 도사리고 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고 몸은 늙어도 마음은 늙지 않는다 했으나

그렇지도 않은듯, 마음도 분명 늙는것 같다.

 

글쎄...좋게 생각하면 갈수록 뭐든 이해할 것 같고,

특별히 사람과 척지기 싫고,

담담하고 담담하게 살아질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아무튼, 일시적 현상일지 쭈욱일지 시간이 더 지나보면 알겠지.

아니 단순 2013년의 가을을 타고 있는 것일까나.

낙엽이 나를 꼬신 것인가..

 

2.최진석, 스노든

인상적이었던 사람들이다. 최진석 교수는 올봄 교육방송의 노자도덕경 강의에서

알게 되었다. 노자하면 도올인가 했는데 최교수도 있었다.

그 특유의 살짝 베여있는 남도 억양이며 조목조목 쉬운 설명, 무엇보다, 스스로를 쪼아가며

다들 너무 열심히 사는데, 제발 그렇게 살지 말라는 외침, 아흐, 위로되었다.ㅎ~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이든 기준이 되면, 그것은 곳 폭력이 된다’는 말이었다.

기준=폭력이라는 설정에 엥? 했는데 강의를 듣고 보니, 아하! 그렇구나.

세상 모든 기준들이 다수에겐 편하지만 때로는 그 기준들 때문에 고통받는

이들이 있기에 기준은 폭력이 될 수 있다고...^^

 

그 기준이란 것은 시대에 따라 180도 뒤집어 지기도 하는데,

쉬운 예로, 결혼한 신부가 도저히 못살아 친정으로 되돌아 왔을 때,

시집가면 그 집 귀신이 되어야 한다며 도로 내 쫓던 것이 불과 2,30년 전의

우리나라 결혼양식의 기준이었다. ㅉ.

 

스노든은 이시대의 성자 같다. 독일 저명인사들이 스노든의

망명을 허할 것을 촉구했다는데 아무렴.. 인류에게 이로운 일을 했는데 노벨 평화상은

못줄망정 오도 가도 못하게 만들다니.

시절이 하도 테러가 횡횡하기도 하거니와, 스노든의 경우는 적보다 ‘아’쪽에서

테러를 할까 걱정. 설마 그럴리야 없겠지만. 어쩌면 어정쩡하게 놓아두는

이 자체도 이미 형벌이다. 의인은 왜 늘 핍박을 받는지...

 

3. 빅피쳐, 언어의 정원, 투 마더스, 그래비티, 파우스트, 길위에서

블루 재스민, 아이엠러브...아흐, 생각이 안나...ㅠㅠ(확실히 기억력 고갈)


 

<언어의 정원>과 <아이엠러브>는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대박.

<언어의 정원>은 투 마더스 보는김에 덤으로 본 영화였는데

기대이상 짠했다. 내가 지금 이 나이에 ‘순수’‘소년,소녀(알고보니 숙녀)’의

느낌이 묻어나는 만화영화를 볼 게재냐? 했는데

아흐, 보면서 똑, 똑 여러 번 울쩍했다.

아름답기 그지없는 풍경과 주인공들의 간절한 목소리, 그를 대변하는 주제가..

영화가 그쯤에서 끝나지 말고 조금만 더 길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일었... ㅠ.

 

<아이엠 러브>는 뜬금없이 ‘이탈리아어’에 대한 호기심을 갖는 이즈음이라

언어가 이탈리아어란 이유하나만으로 아무런 사전 지식없이 VOD로 보게 되었는데

세상에 틸다 스윈튼이 섹쉬하다니! <설국열차>의 메이슨이?

<케빈에 대하여>의 그 엄마가?


 

게다가 틸다의 나이를 검색해보니 60년생 53세 아닌가.

정말, 정말 배우의 변신은 놀라워~~영화는 2009년작인데 나이 오십줄에

늘 중성적이라 생각했던 배우가 그토록 여성스런 면모를 보이다니.
그것을 뽑아낸 감독도 대단하고....^^

4. 드라마, 드라마..

아이엠에프 언저리였나? 그때는 온통 시트콤이란게 활개를 치더니
요새는 온통 드라마 천지다.
여기를 틀어도 드라마, 저기를 틀어도 드라마
일일드라마, 아침드라마,주말드라마, 미니시리즈...채널은 좀 많은가.

하도 많으니 지난해 <시크릿 가든>이후 보는 드라마가 없었는데
우연히 제주 올레길에 혹해서 <결혼의 여신>을 보게 되었고
조성하씨가 택배를 하도 진짜처럼 하기에 그 노고에 넘어가
<왕가네...>를, 이승환의 노래가 흘러나오기에 그에 빠져 들었다가 <...1994>를 보게 되었다.

누구는 또 <비밀>이 재밌다고 하고 또 어떤이는 <상속자>가 대세라고 하고...
드라마, 드라마, 드라마, 드라마....끝이없네.ㅎㅎ
그 많은 드라마 누가 다 보고, 배우들은 제때 출연료 챙기는지..
춘추전국도 이보다 북적대지는 않았을듯~

아무튼 사사분기는 드라마보다 쫑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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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10 18: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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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8 2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느새 유월~ 이렇게 또 계절 타령을 ... 확실히 후덥지근한게 살맛난다. ㅋ
염장 지르나 하겠지만 생체리듬상 더운게좋다. 물론 나이가 드니 여름 뿐만아니라 모든 계절이 다 좋다.

지난해 말 글쎄... 한 5,6년은 쓴것 같은, 폴더폰의 열고 닫는 연결부위가
똑 끊어져 버렸다. 그래도 한동안은 그 끊어져 전선이 자꾸 흐르는 전화를 들고 다녔다.

주변에선 이제야 말로 당신도 좀 스맛폰으로 바꾸라고 난리였는데 애도의 기간이 필요하다며
들고 다녔다. 그러나 시절을 거스를수는 없는 법 , 드디어 나도 그 똑똑하다는 전화를 샀다.
처음엔 눈이 핑핑 돌아가 적응이 쉽지 않더니 요샌 너무 적응이 되어서 탈인지도 모르겠다.ㅠ..

단 하나 차별점은,  카톡 머시깽이는 깔지 않았다는 것. 난 사람들이 왜 그렇게 쉼없이 카톡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것 없이도 예전 폴더폰에 비하면 문자질이 훨씬 쉬운데....
하여간 안하니까 자유롭다. 즉, 인터넷기능이 추가된것 빼고 예전과 변함이 없다.
그런데 이 인터넷이 쉬이 되다보니 책상용 컴을 쓰지 않게 되었다.

예전엔 하루에 한번은 꼭켰었는데 지금은 수시로 누워서, 앉아서도 가능하니
붙박이로 컴에 앉을 이유가 없어졌다. 그러다 보니 블로그질도 자연 멀어지고... 어느 뉴스에서
책상용 컴이 사양길이라더니, 정말 몇년안에  공공칠 가방같은 몸체에게 우리는 영원히 안녕을 고할지도 모르겠다.
기술의 발전에 정말 눈 돌아간다.
아예 지금형식의 스맛폰도 필요없이 구글 글라스 스타일이 일반화 되는 것도 시간문제 일수도 있겠다.

인간과 기계인간이 더불어 살고 100수를 넘어 120,130살이 일반적인 인간의 평균수명이
될것을 생각하면 소름끼친다. 그 꼴 보기 전에 아름다운 마무리를 할수 있는
지금의 내나이가 너무 좋다. 후세들을 생각하면 좀 미안하다.

아무튼, 세월은 거침없이 흐르고 내 취미는 돌고돌아 다시 영화에 꽂혔다. ㅎ
지난해 선거 이틀후 <레 미제라블>을 보며 대성통곡했다. 혁명군 앙졸라가 창문으로 떨어져 죽는데
어린아이와 같은 막무가내 울음이 터져 손수건으로 입을 틀어막고 꺼이꺼이 했다.

(꺼이꺼이 모든 것을 쏟아내서 그런지 두번째로 보니 그냥 저냥 담담했다.
해서 처음 볼때 확실히 내가 감정이입을 했고 그때  잠시 미쳤구나 인정했다.
그렇다고 영화에 흠이 있다는것은 아니고. 맴버들 다 좋았다.
개인적으로 휴잭맨과 러셀크로 성량이 너무 온화해서 미지근... 앤 해서웨이와 사만드 박스는 대단!)

<로얄 어페어>보고는 확실이 마음정리. 씨를 뿌려놓으면 언젠가 거두리라. 그리고 또하나의 확실한 마음정리는
적금 드는 것. 풋~~ 이름하여 5년 만기 적금을 들었다. 5년후의 성탄 언저리 그 적금을 타서
기뻐서 술을 먹을 지언정 슬퍼서 술푸는 일은 없기를 바라는데 어찌될지.... 아무튼, 이 시절을 견디는 데는
소액 적금도 하나의 장땡이리. ㅎㅎ

....

지난 4월. 결혼 한 조카네 집에 놀러 갔다 자고 오게 되었는데.
이튿날 조카 남편이 생각보다 일찍 집으로 귀가 한다는 소식에
급 도망을 나와 지하철을 타고 오다가 문득 집에 들어가기엔 너무 아까운 휴일의 오전 12시라
뭔가 의미있는 꺼리가 없을까 하다 동성아트홀을 떠올렸다. 맞아 오랜만에 한번 가보는 거야.

해서 보게 된 영화가 <어둠속의 빛>과 <바바라>. 점심도 못 먹고 연속 두편을 보고
집에 오니 해는 저물고 하늘이 노랬다~. 한편으론 두 영화가 너무 괜찮아 다시금 영화에 대한 눈이 번쩍 뜨이는
기분이었다.

그동안 이렇게 좋은 영화들이 꾸준히 상영되었을텐데 다 놓쳤구나 생각하니 못 본 영화들의
정체들이 궁금했으나 일단 통과하고 앞으로나 잘 보자 맹서했다.~~
그러고 나서 본 것이 <홀리 모터스>와 <지슬>. 이후로 계속 이젠 좋은 영화 놏치지 않으리라
투지를 불태우는데 글씨 언제까지 갈지? ㅋㅋㅋ

아래는 상반기에 본 인상적 영화

1. <어둠속의 빛>... 세상에! 하수도 수리공이란 직업이 그렇게 아름다울수가.  유대인 수난엔 그런 사연도..

2. <바바라>...동독의 숨막히는 부자유, 감시사회. 그 속에서도 자유는 꿈틀거리고 사랑은 꽃피네~


3.<홀리 모터스>... 배우의 삶과 인간의 삶. 영화속 내가 진짜 나인지 영화밖내가 진짜나인지.
배우들이 보면 통곡하지 않을까. 배우아닌 내가 봐도 가슴이 무너지던데...

4. <지슬>... 제주도 감자에 그런 사연이... 제주 도민은 여전히 아프구나.

5.<노리개>... 맨땅헤딩뉴스 ㅋㅋ.. 마동석이란 연기자가 새롭네. 이 영화는 또다른 빛깔로 한번더 태어나길..

6.<링컨>...오우, 다니엘 데이 루이스. 이분은 한동안 뜸하다가 한번씩 나타날때마다 대박!
그 목소리 , 그 칼스마, 넘 좋네. 하늘의 링컨도 탄복할터... 노대통령도 생각나고...

7. <클라우드 아틀라스>... 배두나 대박. 비와 이병헌, 전지현 합한것보다 더한 비중? 정말 인류의 미래는 어찌될지 숙연해지는 영화.

8.<비포 미드나잇>... 기대가 너무 컸나? 결혼의 현실이 그렇게까지 재미없을건 또 뭐누? 서양은 육아를
역할분담 척척 잘 나눠하는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은 모양. 이혼한 전 배우자의 관계또한 생각처럼 상큼하지 않은 모양. 작가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쉬게 해주는 할아버지 아름다워. 식탁에서 나누던 그들의 대화 지성충만.~~

9.<셰임>...어이구 깜짝이야! 영화를 본 분들은 왜 이런 감탄사가 나오는지 알터..ㅋㅋ 영화가 야해도 야하게
안보이고 예술로 보이고 가없는 고독으로 보이고 ... 갈수록 문명사회는 더 고독하겠지... 패스밴더 충분히
상 줘야해~ 살짝 대머리 소견이 보여 관리요망 ㅋ

10.<러스트 앤 본>... <셰임> 하고는 또 다른 각도로 깜짝이야! 벨기에에도 저런 배우가 있거늘! 마리옹 꼬띠아르 요새 제일 잘나가네.

11.<헬터 스켈터>... 제목이 참 요란한데 <홀리 모터스>와는 또 다른 각도로 인간의 욕망과 그 대상이 되는 배우의 삶, 쓸쓸하고 쓸쓸하여라.

12. <섀도우 댄서>... 연약한 여성. 그러나 아일랜드 독립군이라면 야그가 다르제? 암! 그 연약함 속에 감춰진
강인함이라니. 키이라 나이틀리와는 또 다른 새로운 매력의 안드레아 라이즈보로! 차기작이 기대^^

13. <도리안 그레이>... 원작을 읽어 봐야 겠다는 생각이..^^

14. <제로 다크 서티>... 늙은 빈라덴 죽이면 뭐하나..
 

베스트 5편을 꼽으라면(스크롤을 오르락 내리락...^^)

<바바라>
<홀리모터스>
<러스트 앤 본>
<셰임>
<지슬>

특히, <홀리 모터스><러스트 앤 본><셰임>은 영화를 본 후 감독들에 대한 궁금증이 팍 일었다.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기에 이런 영화들을 만들었는지 그 창의와 인간적 훈훈함에 저절로 짠....감동이..^^
더불어 감독들의 차기작을 기대 만발 기다림중~~짝짝짝!


시사한토막... 우석훈의 <모피아>를 읽었을때 케이멘 제도니 페이퍼 컴퍼니.. 이게 다 뭔소리야 했는데
버진 아일랜드도 있었네. 쯧.. 뿐만 아니라 그런 섬이 수도 없이 있다니.. 시사인 김영미 기자에 의하면
버진 아일랜드 방법은 이미 한물갔고 꾼들은 또 다른 섬들에서 새로운 방법으로 조세 도피를 꾸미고 있다고...
즉, 수법들이 갈수록 나쁘게 일취월장하고 있다고..

돈 많은 자와 그 돈 많은 자들의 하수인 머리 좋은 자들이, 그 돈으로 그 머리로 그런 일들이나 하다니.
그리스 기득권들 비자금 다 토해내면 그리스 위기 탈출 할수 있다해서 설마했는데 사실이구나.

그리고 세상에! 나쁜 쪽으로 등수 따는 데 자신있는 우리나라가 이번에도 빠지지 않고 게중 3등을 했다고라?
4차 명단 발표하는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의 흰머리를 보자니 짠하고 고맙고... 그 수만 종이 서류를
다 확인하자면 뉴스타파 식구들 각각 눈이 열개라도 모자랄텐데.... 다른 언론 다 무엇하고 이분들이 개고생인지...에효...

아래는 펌글

며칠전 불교티비에서 모 성우가 생각이 말이 되고 말이 행동되고 행동이 습관되고 습관이 모여
성격, 운명이 된다는 류의 말을 했는데. 말은 맞지만 현실적으로 그러기엔 시간이 너무 걸린다는 생각이.
중간에 좌절하기도 하고.

반면에,
그 반대로 말하는 김동렬의 말에 한표. 운명이 바뀌어야 성격바뀌고 습관, 행동...바뀐다고.
운명을 바꾸려면? 자기보다 상위의 사람을 만나라고..
과연~~^^ 우리 그럴때 있지 않은가.
가끔 책에서나 현실에서 혹은 영화에서등등 누군가를 만났는데 너무 괜찮아서 나도 그처럼 내 자신을
확 리셋하고 싶어지는 그런 순간이 있지 않은가?  그럴때 운명을 바꿀수 있는 건가?
가끔씩 군대가서 선임 잘 만나 사람되는것도 그경우?
그럼 즐감하시길~~


http://gujoron.com/xe/355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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