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길거리에서 이나모리 가즈오를 마주했다면 그저 한 어르신이구나, 하고 스쳐 지나갔을 것이다. 표지 속에 자리하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도 나는 그를 알아보지 못하고 있었다. 무언가 열정적이면서도 급박한 내용들을 마이크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구나, 정도였지 이 책을 펼쳐보기 전까지 나는 그의 저력에 대해서 전혀 알아보지 못하고 있었다.
오래 전에 일본의 대표 항공인 JAL이 심각한 재정난에 빠져 허덕이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다. 경제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던 터라, 더욱이나 우리나라의 항공사도 아닌 일본의 항공사가 흔들리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JAL이면 일본 최대의 항공사인데 그런 항공사도 이렇게 기우뚱할 수 있구나, 라는 생각만 하며 스쳐 지나간 듯 하다.
이미 기억 속에서 희미하게 사라져 버린 그 시기 동안, 누구나 알고 있던 일본을 대표하던 항공사 JAL을 일으키기 위해서, 표지 속 주인공인 이나모리 가즈오는 추락하는 이 회사에 다시금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고군분투를 하고 있었다.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그 하루하루의 기록들이 남아 추락에서 다시 재개의 활공을 하는, 이른바 “V”자 회복을 일으킨 1,155일의 기록은 바로 그가 걸어왔던 일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살아있는 기록이자 그 누구도 성공할 수 없을 거라 이야기 하던 일들의 기적을 담은 것이었다.
그 누가 손을 대도 해결 할 수 없다고 손사레를 치던 JAL이라는 기업. 여담이지만 독점과 같이 일본 내의 항공계를 접수하고 있던 JAL을 그는 마뜩치않게 생각했었다고 한다. 항공업계의 마이더스 손과 같았던 그들이 독식하고 있던 시절에 오히려 그는 ANA을 응원하기까지 했다고 하는데 그런 그가 모두가 할 수 없다는 그 일에 어떻게 손을 담게 된 것일까.
다른 사람들이라면 어마어마한 보수를 준다고 해도 거부했을, 그야말로 이미 결과가 빤히 보히는 이 게임에 그는 80세를 앞두고 있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JAL의 기사회생을 위해 기꺼이 불나방이 되어 전선에 뛰어들게 된다.
부채가 21조 가량이 되고 주가는 1주당 1엔으로까지 떨어지며 상장폐지를 당한 이 기업을 위해 들어간 그는 JAL내에 남아있는 직원들을 지키고 최악의 상황으로부터 일본 경제를 지키며 그가 그토록 거부하던 항공업계의 독점적 시스템을 타파하고자 이 실패라는 수식어가 가득한 이 곳에 뛰어들게 된 것이다.
“이나모리 가즈오가 JAL 재건을 받아들인 진짜 이유는 일본이라는 나라에 경영자인 자신이 마지막으로 보내는 ‘마지막 메시지’, 즉 유언을 남기는 것이었다. 이나모리는 이렇게 말했다.
“JAL이 부패한 기업이라는 것은 일본 국민이 모두 알고 있습니다. 재생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지요. 그 ‘부패한 JAL”을 다시 바꿀 수만 있다면, 곤경에 빠진 모든 일본 기업이 JAL도 해냈는데, 우리는 당연히 할 수 있다’라고 분발해줄 것입니다. 그런 영향력이 일본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본문
모두가 불가능이라고 말하고 있던 그 난제 중의 난제였던 JAL의 기사회생을 일으킨 그의 1155일간의 기록을 쫓다 보면 철저히 기본적인 신념을 중심으로 한 도덕적인 경영을 근간으로 하여 JAL내에 잔류하고 있던 임직원들의 마음을 하나씩 움직이고 있었다.
매일 임직원들과의 시간을 함께 하면서 그들에게 있어서 JAL이 무엇이고 그들이 생각하는 JAL이 무엇인지를 소통을 통해 배우고 그러면서 임직원들에게 있어서 그들이 바로 이 기업의 주인임을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시간들을 갖게 하였다. 작은 것부터 절약과 실천을 시작하는 그 움직임이야 말고 JAL이라는 이름 하에 함께 있는 이들로 하여금 이 안에 있는 직원이 아닌 경영자로서 JAL을 바라보게 하는, 아메바와 같은 작은 그룹들이 결국에는 JAL을 대변하게 하는 경영 자세를 만들어 준 것이다.
“자네는 자기 돈이라면 이 사업에 10억 엔을 쏟아부을 수 있는가?” (중략)
“그 10억 엔이 누구 돈이라고 생각하는가? 회사 돈? 아니지! 회사가 곤경에 빠진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사원들이 고생해서 만들어낸 이익이지 않은가! –본문
위의 몇 줄 안 되는 대화 내용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그의 목소리에 괜히 울컥하게 된다. 과연 우리나라 기업의 CEO 중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순이익을 보면서 그들이 이룩한 것이 아닌 수 많은 사원들이 만들어 낸 피땀 어린 숫자란 것을 생각하고 있을까.
어찌 보면 당연한 듯 하지만 이미 만연해 있기에, 때로는 관습이라는 이유 등으로 외면되어 왔던 ‘당연한 것’들이 쓰러져 가는 JAL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근간이 되었으며 이 근간은 그의 목소리를 통해 임직원들을 조금씩 움직이게 하는 힘이 되고 있었다.
회사갱생법을 신청한 기업이 다시금 살아날 수 있는 확률은 단 7%라고 한다. 100개의 기업 중 7개의 기업만이 겨우 다시금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확률 게임이라고 한다면 이 숫자를 보고서 그는 이 게임에 참가하는 것이 비합리적인 선택이었다.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이었는데 그는 파산이라는 딱지를 받았던 JAL을 2년 8개월 만에 최단기간이라는 기록으로 도쿄 증권거래소에 상장시키는 것을 성공하게 된다.
모두가 불가능이라고 외쳤던 그 불구덩이에 거침없이 날아드는 불나방과 같이 그는 JAL의 회생이란 그의 임무를 마치고 나서 유유히 그 자리를 내려오게 된다.
‘젊음’이라는 저력을 안고 있는 나로서는 이 책을 읽고 나서도 과연 그와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라는 질문을 되뇌어 보게 된다. 그가 지내온 1,155일의 기록들을 보노라면 마술 봉을 휘두르듯 눈 깜짝할 사이에 만들어 진 기적이 아닌 조금씩 JAL 내의 임직원들을 움직여 만들어 낸 결과였으며 이 미미한 움직임들을 이끌어 신화와 같은 현재를 만들어 낸 장본인이 바로 그였다는 것에서 다시금 그의 열정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된다.
책을 읽기 전 그저 한 어르신에 불과 했던 그에게서 철저히 기본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그로 인해 이 모든 것들을 바꿀 수 있다는 이치를 배우게 된다. 간단한 이 이념이 구덩이 속에서 허우적거리던 JAL을 다시 일으켰듯이 어느 정도의 궤도에 오른 기업들이 그의 신념을 조금씩 인용한다면 성장 가도를 달릴 수 있는 요소가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더 많은 이들이 그의 이야기를 함께 하길 바라보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