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끝을 보여주지 않아 - 노래하는 여자의 여행 에세이
그네 지음 / 이담북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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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일주일 남짓 인도에 시장 조사를 갔던 나는 처음 인도에 도착하자마자 엄습해 오는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너무도 동그랗게 눈을 뜨고서는 우리 일행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그들이 마치 우리에게서 무언가를 빼앗어 갈 것만 같은 생각에 나는 그들을 외면하고서는 오히려 냉랭하게, 심지어는 날카롭게 그들을 대하곤 했었다. 이 팽팽한 긴장감이 풀어진 것도 이틀 정도가 지나서 그들이 우리를 바라보는 것이 그저 순순한 호기심에서 발동하는 것이란 것을 알게 된 이후, 나는 그 동안 보지 못했던 그들의 따스함을 마주할 수 있었다.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 드디어 인도에 도착.

'여긴 대체 어디지, 이 냄새의 정체는 뭘까?'
'
이 많은 사람들은 왜 이렇게 뚫어지게 나를 쳐다보는 걸까
?'

두려워하지 말자
.
그러 여기도 사람 사는 세상
.
그 일부일 뿐이니까. -본문


처음 이 이야기를 마주하고서는 그녀가 느꼈던 왠지 모를 깨름칙함을 똑같이 느꼈다는 것만으로도 그녀의 편안하게 다가오겠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누군가가 함께 했다는 것만으로 느껴지는 친밀함. 그것은 이 책을 읽는 내내 전해져오는 끈질긴 인연의 끈처럼 전해졌다.


 
너무도 다른 풍경 속에 우리와는 너무도 다른 그들의 삶. 그러나 그들은 너무도 평안하게 오늘을 보내고 있다. 나 혼자만 이방인이 되어 버린 그 그림 속에서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종종 거리고 있던 그녀에게 인도의 엄마는 그녀의 손을 꼭 잡고서는 두려워하지 말고 즐겁게 여행하라며 환한 웃음을 전해주고 있다. 어디서든 엄마의 따스함은 우리의 마음을 녹이듯, 타지에 대한 두려움이 밀려들고 있던 그 순간을 설렘으로 변화시킬 수 있도록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엄마의 왼손 약지에는 반지가 없다. 15년을 넘게 그저 자식만 보고 사셨다. 궂은일 마다하지 않고 자신을 가꾸는 것에 신경쓰지 않고 산 그녀는 언제나 당신 자신보다 오빠와 내가 먼저였다. 마르고 작은 왜소한 몸이지만 보기보다 훨씬 강한 분이다. 그녀가 울고 웃을 때 그 눈동자 속에는 항상 내가 있었다.
때때로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고 싶지 않았을까. 외로움에 몸서리쳐지는 날들은 또 얼마나 되었을까. 그 마음을 이해하려면 부모가 돼야 할까? -본문


여행을 통해서 그 동안에는 자신 안에 있는 줄도 몰랐던 먹먹함을 마주하기도 하고 시끌벅적한 축제의 분위기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뒤를 지키고 있던 엄마의 모습을 떠올리기도 한다. 세상의 더 넓고 다양한 것을 만나면 만날 수록 그녀는 자신 안에 담겨 있던 케케묵은 것들을 하나씩 꺼내어 드러내고 있었고 이것이야 말로 자기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를 바라보게 하는 진정한 여행의 모습이듯, 그녀는 그녀 안에 있는 것들을 인도에서 새삼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태연히 새로운 공간을 향해 내딛었지만 그녀 안에는 두려움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그 두려움을 넘어 그녀가 이 땅을 내딛었을 때 비로소 그녀의 삶을 물론이거니와 이전에는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새로운 인연도 만나게 된다. 인도에서 돌아온 지금도 이전처럼 막막하고 두려운 날들이 다가오기는 하지만 이전처럼 외면하고 숨기만 하지 않는다고 당당히 말하는 그녀를 보면서 이 여행이 그녀를 단단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저 그녀의 길을 동행한 것만으로도 이토록 위안이 되는 것을 보면 그녀의 발걸음걸음이 얼마나 당당했던 것인지를 알려주는 것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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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인도 / 이상혁저

 

 

 

독서 기간 : 2015.06.01~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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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하루 - 소소하게 사랑하기 좋은 하루
김영주 글.그림 / 42미디어콘텐츠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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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남녀의 소소한 연애 이야기를 담아 놓은 책이다. 제목과 같이 그들의 평범한 일상 속에 녹아 있는 연애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소소라는 남자와 하루라는 여자의 이야기이기도 한 셈이다.

 
 

귀여운 그림체의 에세이는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번의 계절을 넘기면서 그들의 일상을 전해주고 있는데 그저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피식 웃음이 나게 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전해지는 것은 초록이 가득한 봄날의 설렘과 같은 느낌이랄까? 아무튼 그런 느낌이 난다 


 
  

  연인과 함께 있을 때면 시간의 절대량이 줄어든 것 같은 착각에 늘 빠지기에 헤어질 때면 아쉬움을 밀려든다. 언젠가는 함께, 같은 집으로 들어갔으면 하는 이 알콩 달콩한 바람을 연인들이라면 한번쯤은 꿈꾸었을 것이다.

일년이라는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 간다. 이들에게 허락된 시간이 얼마인지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알 수 없겠지만 그들이 마주보고 있는 이 시간 동안만큼은 변함 없이 서로만을 바라보고 사랑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이 소소한 하루처럼 나의 연애도 달달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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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줄짜리 러브레터』 / 김재식저

 

 

 

독서 기간 : 2015.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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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딸 - 가깝고도 먼 사이, 아버지와 딸의 관계심리학
이우경 지음 / 휴(休)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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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어느 날인가 지하철 앞 좌석에 앉아 계신 중년의 한 남성을 보면서, 아버지의 얼굴이 떠올랐다. 집에서는 아버지, 라는 호칭 대신에 여전히 아빠, 라고 부르지만 애교도 없이 뻣뻣하게 구는 나의 모습이 떠오르며 앞에 앉은 그 남성이 마치 나의 아버지인 냥 아련한 마음이 일었다. 그토록 강인하면서도 때론 두렵기까지 했던 아버지의 모습은 사라지고 세월의 무게가 더해진, 이제는 너무도 작아 버린 아버지를 보며 위풍당당했던 그의 모습은 어디로 씻겨 사라져버린 것인가, 라는 생각에 애잔함이 밀려든다. 

 어릴 적 나는 아빠를 꼭 닮았구나 라는 말을 싫어했었다. 뽀얀 피부에 부드러운 살결을 타고난 외탁을 한 동생과는 달리 친가의 모습을 더 많이 닮아 빼빼 마른 체형에 거무튀튀한 피부는 왠지 내 것이 아닌 것만 같았다. 어릴 적에는 아빠의 외모를 닮았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면 나이가 든 지금은 아빠의 성향을 꽤나 닮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지금의 나를 바라보며 어느 새 아버지에 물들어 버린 나의 모습들을 하나씩 찾아보게 된다. 나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나는 아버지의 딸이라는 것을 숨길 수 없는 것을 보며 과연 아버지와 딸의 관계는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보고 싶단 생각이 스쳐지나 간다.

분노나 원망감, 깊은 아픔으로 아버지를 기억하는 딸은 아버지에 대해 아직 해결되지 않은 일이 남아 있고 마음 깊숙이 복합적인 감정이 겹겹이 쌓여 있다. 게슈탈트 심리학 용어로 표현하면 아버지와 딸 사이에 미해결 과제가 남아 있는 탓이다.
 
분석 심리학자들은 아버지에게 각별한 영향을 받은 딸을 특별히 아버지의 딸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런 딸들은 형제자매 중에서 어린 시절 아버지의 사랑을 제일 많이 받은 딸이기도 했고, 아버지와 닮지 않으려고 했지만 무의식적으로 아버지를 닮아가는 딸이기도 하다. –본문

 엄마와 딸, 아버지와 아들의 조합이 익숙한 탓에 사춘기를 넘어 성인이 되고 나서는 되려 아버지와의 관계가 서먹하게 느껴졌다. 여자이기에 그리고 엄마와 더 친숙하게 지냈던 탓에 나는 내 안에 엄마의 모습들이 담겼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지만 이 안의 책을 펼쳐보는 순간, 알고 보면 세상의 딸들에게는 아버지의 모습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투영되고 있다는 것을 넌지시 전해주고 있다. 그러니까 딸과 아버지는 그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서로 영향을 주는 묵직한 유대관계라는 한 배 안에 함께 하고 있는 존재란 것이다.

 마지막 증상은 ‘RAD’라고 한다. 아버지가 없는 여성은 분노라는 큰 냄비를 갖고 있다는 것이 노먼 라이트의 생각이다. 이런 여성은 아버지에 대한 분노를 먹는 것, 성적인 관계, 알코올, 성공에 집착하는 것으로 환기시키기도 한다. 분노는 우울의 또 다른 얼굴이듯이 분노하던 여성은 해결되지 않는 슬픔을 안고 살게 된다. 
 
아버지가 없는 딸의 문제를 노먼 라이트는 마음 속의 구멍이라고 표현했다. 아버지가 채워져야 할 자리에 빈 공간이 있어 늘 허기감과 상실감을 갖고 산다는 것이다. –본문

 늘 그저 묵직하게 그 자리에 지키고 있는 것이 가장이자 아버지의 모습이기에 자식들에게, 특히 딸에게 있어서 그다지 많은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 나의 일반적인 견해였다. 그러나 그의 빈 자리 혹은 그가 있는 자리의 그림자는 크지 않았지만 아버지는 딸에게 그의 영향을 조금씩 전해주고 있었고 그것은 결국 딸들의 인생에 있어서 사라지지 않는 자국과 같은 것으로 남아있게 되는 것이다.

 이 안의 최악의 상황이라 할 수 있는 마를린 먼로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수 많은 딸들의 이야기를 마주하며 아버지의 존재가 그녀들에게 침잠해 있는 현실을 바라보게 된다.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우리는 아버지의 딸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아버지는 이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 그들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그들의 삶을 딸에게 전해주고 있다. 그 안에 살고 있는 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지나온 나의 삶에도 아버지의 모습이 담겨 있었구나, 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그렇다고 내가 가진 모든 것들을 아버지를 탓하며 그를 원망할 필요는 없다. 아버지에서 시작하여 지금까지 내려온 나의 삶 안에도 오롯이 나의 것이 있기에. 그것을 끊어내는 것이 아닌 서로의 공간 안에서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만으로도 나와 아버지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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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남자운은 아버지에 의해 결정된다 / 이와츠키 켄지저

 

 

 

독서 기간 : 2015.06.16~06.18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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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책 - 사춘기 소년이 어른이 되기까지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불온서적들
이재익.김훈종.이승훈 지음 / 시공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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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르's Review

 

 

 

  

 언제부턴가 빨간 색은 경고나 주의를 요망하는 것을 알리기 위해 통용되는 색으로 사용되고 있다. 빨간 글씨로 써 있는 문구는 눈에 띄는 것은 물론 지켜야만 하는 무언가를 색을 넘어 압박감으로 전해지기도 하고 때론 금기 시 되는 것들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어찌되었건 빨간 색으로 적힌 글자는 그 글자 이상의 의미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기에 이 <빨간 책>이라는 제목을 보며 대체 이 안에 어떠한 이야기가 담겨 있기에 빨간 책이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라는 궁금증에서부터 시작해서 사춘기 소년이 어른이 되기까지 몸과 머리를 흥분시킨 책들을 담아 놓았다는 문구를 보며 판도라의 상자를 마주한 기분마저 들었다. 물론 판도라의 상자처럼 마지막에서야 희망이라는 한 줄기 빛을 마주하는 것이 아닌 매 순간 종합 선물 세트를 열어보는 기분이 들었다는 것은 후일담이지만 말이다.

나는 고민에 빠졌다.  <채털리 부인의 사랑>은 떡하니 <세계명작소설집>에 당당히 자리를 잡고 있는데 <황홀한 사춘기>는 청계천 가판대에 숨어 있어야 하는가?  <채털리 부인의 사랑>은 부모님께서 생일선물로 사 주시고 <황홀한 사춘기>는 보다 걸리면 엄마한테 테니스라켓으로 맞아야 하는가?
나는 수차례에 걸쳐 <채털리 부인의 사랑>을 읽으면서 <황홀한 사춘기>와의 차이를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은 문학 공부를 가장 열심히 했던 때가 바로 그때였다. –본문

외설과 예술의 경계를 어떻게 나뉘는지에 대해 고심했던 저자의 지난날의 회고를 바라보며 문학 작품을 읽고 나서도 대체 이 내용이 왜 세계문학전집에 있으며 고전이라 불리는 것일까, 라는 고민을 했던 나의 모습과도 오버랩 되어 전해진다. 다른 것이 있다면 나는 그저 혼자만의 고민과 결국 자괴감에 빠져들었다는 것이고 그는 문학에 대해 탐구하며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몸부림 치고 있었다는 것이다. 여하튼 <채털리 부인의 사랑>을 아직 읽어보진 않았지만 그의 고민들을 읽어 내려 가다 보면 야하지만 야한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그의 목소리에 이 책이 읽어보고 싶어진다.

그즈음에서야 나는 이데올로기라는 개념을 이해했다. 해결되지 않던 수수께끼가 풀리는 기분이었다. 세상에서 제일 멋진 자동차를 만들고 서양 철학의 꽃을 피운 독일인들이 어떻게 그토록 잔혹한 전쟁을 벌였는지, 내가 직접 경험한 바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훨씬 더 질서정연하고 친절한 일본 사람들이 어떻게 태평양전쟁을 감행하고 수 많은 마루타들에게 생체 실험을 했는지 수수께끼가 풀렸다. 
내가 찾은 범인은 이데올로기였다. 이데올로기에 고취된자들이 집단 최면에 걸린 듯 합의하에 악행을 저지른 것으로 사건의 저모를 정리했다. 그 당시 일기를 보면, 나는 이데올로기가 마치 바이러스와도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본문

언제인지 기억도 아득한 예전에 한 친구가 영화 <마루타>를 보고 나서 그 안의 장면을 들려줬었는데 그 끔찍한 이야기가 진짜라는 사실에 기함을 하곤 했다. 도무지 인간이 한 짓이라 믿을 수 없을 만큼 끔찍한 생체 실험이 자행된 그 역사의 기록이, 알아야 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도무지 마주하고 싶지 않은 것이기에 외면하고서는 친구의 이야기를 잘라 버렸던 기억이 난다. 이제 그만 말해, 듣고 싶지 않아, 라며 강의실을 나왔던 그날의 기억 위로 이 책을 통해 두 번째 <마루타>를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여전히 끔찍한, 그리하여 인간에 대한 배신과 두려움만이 떠오르던 나에게 있어서 그는 나지막이 말하고 있다. 이 안의 이야기를 통해서 인간 본성에 대한 혐오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 인간이 가진 이데올로기가 얼마나 강력한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든다. 그것은 인간을 지배하고 인간을 파괴할 수도 있으나 또 다른 면으로는 이데올로기의 확립으로 그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는 것이니 그야말로 양면의 칼을 안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이념의 장을 어떻게 펼쳐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반성이 이 <마루타>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다.

<빨간책>이라는 이름을 하고서는 실제 발췌한 내용은 빨간 색 글자로 담겨 있는 것을 제외하고서는 그토록 빨강의 느낌이 강렬하게 다가오지만은 않는다. 그러니까 금서나 악서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그들 나름대로의 의미가 담긴 양서를 전해주고 있기에 이 안의 이야기들 역시 한번씩 읽어봐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들에게 있는 빨간책의 목록에 무엇을 또 추가하면 좋을지, 나만의 빨간책 리스트를 모아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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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소설들 / 이동진, 김중혁저


  

 

독서 기간 : 2015.05.30~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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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시간 - 인문학자 한귀은이 들여다본 성장하는 여자들의 이야기와 그림
한귀은 지음 / 예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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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인지, 누구를 통해서인지도 모르겠지만 엄마는 딸을 낳으면 눈물을 흘린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너도 나와 같은 삶을 살아야 하는 구나.’ 라는 연민과 회한의 의미가 담긴 눈물을 떨군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 엄마도 그러셨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실제 이 질문을 해본 적은 없는 듯 하다. 한 살 한 살 나이가 들며 세상에 더 깊이 들어오게 되면서 보이는 것들 것 바라보면 여자로서 산다는 것이 녹록하지 않다는 것을 몸서리 치게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이전보다 여자가 살기에 좋아졌다는 현재의 우리의 모습은 여전히 고단한 그녀들의 삶이 여기저기에 널려있다. 아직 갈 길이 까마득한 30대의 나에게는 버겁기만 한 또 다른 그녀들의 삶은 어떠할지, 그것을 바라보고자 이 책을 펼쳐 들었다.

연인의 지고 지순한 밀어는 남이 듣기에 따라 코미디가 되기도 한다. (중략)
그런데 우리는 이 코미디를 사랑한다. 우리도 그렇게 했으며, 그 말의 기운이 사그라지기도 전에 헤어졌으며 상대를 죽도록 미워했으며 그러다가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웃으면서(혹은 비웃으면서) 그 사람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간혹 이 코미디는 그 무엇보다 슬픈 장면으로 탈바꿈한다. 우리는 그런 순수한 연인을 보며 왈칵 눈물을 쏟게 되는 것이다
.
시간이 그렇게 만든다
.
시간은 많은 것을 가르친다. 시간으로 인해 우리는 사랑이 욕망의 투사일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결혼이란, 그 욕망의 투사가 더 이상 불가능한 상태에 진입하는 일이라는 것도 알게 된다. –본문

이미 <엄마와 집짓기>를 통해 저자의 이야기를 만나본 적이 있던 나로서는 서문에 이야기를 읽는 것만으로도 이 안의 이야기에 마음이 동하게 된다. 세상의 모든 것이라 생각했던 그 순간의 문제는 어느 새 시간이 지나버리면 그저 과거로 자리하게 되고 그렇게 매 순간 생경한 것들을 마주하고 또 이겨나가야 하며 그 안에는 사랑도 있고 우정도 있고 배신도 있고 수 많은 것들이 담겨 있다는 것을, 그리하여 결국은 이 모든 것을 하나씩 배워가며 나를 찾아가는 것이 삶의 의미라는 것을 배워가게 되는 것이다.

이게 겨우 30대 초반의 문턱을 지나온 나로서는 나와 비슷한 이들의 고민은 무엇일지, 그들은 어떠한 이야기 틀 안에서 아등바등하고 있을지, 그리고 내가 지나왔고 앞으로 지나갈 삶의 모습 안에서 드리울 수도 있는 또 다른 그녀들의 이야기를 조심스레 열어보게 된다. 그저 흘러가는 하나의 이야기가 아닌 누군가의 오롯한 삶이 담겨 있다는 생각에 페이지를 넘기는 것마저도 경건하게 넘기게 된다.

그러니까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은,
엄마 스스로가 성장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진숙씨가 아들을 잘 키우기 위해 스스로를 성장시킬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그 성장으 힘으로 진정한 사랑을 만날 것이다
.
진숙씨의 삶은 유예된 모라토리움이 아니다. 아이와의 진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본문

매일 쏟아지는 결혼을 위한 커플들에 대한 소식만큼이나 이제는 너무 익숙하기까지 한 이혼과 별거의 문제 앞에 서 있는 진숙의 이야기를 보며 그녀의 삶의 이유가 아이에만 집중되어 있었다면 무척이나 서글펐을 것이다. 그러나 진숙씨에게 아이는 그녀가 살아가기 위한 원동력이면서도 동시에 자신을 성장시키는 근원이 되는 것으로 아이 때문에 사는 것이 아닌 아이와 함께 살기 위해 스스로가 더 강해지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어머니를 넘어 여자로서의 삶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그저 되는대로 자신의 삶을 던져버리는 것이 아닌 다시 다잡아 홀로 서 있는 그녀의 모습은 찬란하기까지 느껴지는 것은 지금 그녀의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완벽하게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어찌된 일일지 나와 비슷한 또래의 이야기 보다는 10대와 60대에 서 있는 그녀들의 이야기가 더 살갑게 다가왔는데 10대의 소녀 모습은 30대가 넘어서야 이해할 수 있었던 엄마의 마음을 10대이지만 조금씩 알아가는 그녀의 모습에 감복해서였을 테고 아직은 아득하기만 한 60대의 모습 안에서도 내가 느끼는 것들과 다르지 않은, 그러니까 60대라고 해서 감정 따윈 없는 그저 늙은 한 인간이 아닌 그 안에는 나와 다르지 않는 여자가 있다는 것에서 숫자를 넘어 교감을 하게 된다.

60이 넘어서도 저런 장면에 가슴이 아프다. 가슴이 아픈 나 때문에 더 가슴이 아프다. 도대체 언제까지 사랑에 마음 아파야 하는가. 사랑의 장면을 보며 자기 연민을 느껴야 하는가. 이제 여성호르몬도 거의 바닥이 났을 텐데, 내 몸의 무슨 작용으로 나는 지금껏 울컥하는가. –본문

이 안의 모든 것이 나의 모습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이 나와 다르다, 라고 만도 할 수 없는 그녀들의 이야기이기에 꽤나 집중해서 읽어내려 간 듯 하다. 조금씩 다르지만 그 안의 내가 담겨 있는 그녀들의 삶이 늘 밝을 수만은 없겠지만 나름의 소소한 행복이 담겨 오늘을 이끌어 주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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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소녀 / 케이티 워드저

독서 기간 : 2015.06.02~06.03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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