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문화도시 기행 - 깊이 있는 동유럽 여행을 위한 지식 가이드
정태남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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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받아 들고서는 여행 에세이 책이 도착했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저 편하게 읽으면 되겠구나, 란 생각에 그야말로 퍼진 상태로 엎드려서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한 것이다. 단면으로 보아도 꽤나 페이지에 삽입된 사진들을 보면서 금새 동유럽의 여행기를 보고 덮어놓을 수 있을 것이라 막연히 생각했는데 이 안일한 마음가짐을 고쳐 먹고서는 바르게 앉아 책을 다시 바라본 것은 책을 펼친 지 10분도 되지 않아서였다. 

 이 안에 등장하는 나라인 체코,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헝가리는 한번쯤 들어는 본 곳이기에, 특히나 프라하는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거니와 오스트리아의 슈테판 대성당이나 헝거리보다도 부다페스트의 이름이 더 친숙했던 나로서는 어느 정도 이 곳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으나 이 책을 보며 내가 만난 이 안의 이야기는 내가 그저 이 나라의 이름만을 알고서는 안다고 착각하고 있었구나, 라는 생각을 여실히 깨닫게 해주었다.

 편안하게 동유럽의 여행기에 대해서 마주하길 바라며 이 책을 펼쳤다면 이 안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를 넘어 역사와 방대한 문화적 배경에 압도될 수도 있을 것만 같다. 매 페이지마다 수록되어 있는 사진의 양을 보면서 금새 읽어 내려가겠구나, 했던 이야기들이 체코의 역사를 넘어 그들을 지배했던 오스트리아의 왕족의 이야기를 넘나들며 쏟아지기에 세계사의 지식이 전무한 나로서는 이 안의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해서 검색을 하면서 보고 있었기에 꽤나 시간이 들긴 했는데 그래서인지 책을 넘기면 넘길수록 더 깊이 그 나라에 다양한 면을 배우게 된다.

 보헤미아 땅에 왕조를 세운 후 한때 유럽의 중심지 역할을 했던 체코는 국경을 맞대고 있는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러다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1918년 합스부르크 왕가의 지배에서 벗어나 슬로바키아와 함께 체코슬로바키아라는 국명으로 비로소 독립국이 되었다. 그 후 나치 독일의 점령, 공산주의, 1968 프라하의 봄’, 1989년 벨벳 혁명 등을 거쳐 1993년에는 체코와 슬로바키아, 두 나라로 조용히 갈라지는 등 격동기를 거듭했다. 이러한 역사 속에서도 수도 프라하는 다행이 조금도 파괴되지 않고 아름다운 옛 시가지의 모습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본문

 크로크의 셋째 딸인 리부셰가 통치자가 되면서 그녀가 강 건너의 한 남자가 문지방을 만들고 있는 그 곳에 성을 세우라고 명하게 되는데, 이 곳이 바로 체코어로 문지방에 해당하는 프라하가 탄생한 비화라고 한다. 어느 곳이든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있을 테지만 그 이야기를 알지 못 한 채 지나치는 것이 대부분인 나에게 있어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한 순간의 찰나도 쉬이 지나치지 못하게 한다.

 


 

 

 이 첨탑은 작은 슈테판이란 뜻으로 슈테플이라고도 불리는데 1368년 착공해 65년 만인 1433년에 완공되었다. 높이가 약 136.4m나 되는 비엔나에서 가장 높은 건축구조물이다. 따라서 비엔나 시가지를 내려다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전망탑이다. 이 탑은 그냥 짓다 보니 그렇게 높게 된 것이 아니라 구약성서 창세기에서 언급된 노아의 방주 길이인 300큐빗에 맞춘 것이다. –본문

슈테판 대성당의 이야기는 들어보았지만 그저 웅장한 성당이며 높이 솟은 첨탑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라는 생각만 스쳐 지나갔을 뿐이다. 이 건물의 전망탑의 높이가 창세기에 언급된 이야기를 고스란히 따다 만든 것이라고 하니 알면 알수록 신비로움이 전해지게 된다.

 

슈타트파크라는 시립공원은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된 장소인데, 연주회장으로 각광을 받았던 이 장소에 자리한 수 많은 레스토랑을 넘어 주변의 아름드리 드리운 전경을 보노라면 언젠가 한번 이곳을 걷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된다.

 관광안내소 건물 앞으로 펼쳐지는 광장에는 신고전주의 양식의 그리스 신전 같은 품위 있는 대주교 궁이 있다. 이 건물 내부에는 프랑스 베르사이유 궁이나 비엔나의 쇤브룬 궁에서처럼 거울의 방이라고 하는 널찍하고 화려한 홀이 있다. 지금은 브라티슬라바 시의회가 열리지만 이 홀은 중부 유럽의 역사를 완전히 바꾸어놓은 역사의 장소이기도 하다. 바로 이곳에서 아우스테를리츠 전투의 승자 프랑스와 패자 오스트리아 간 프레스부르크 평화조약 1805 12 26일에 서명되었던 것이다. 이 조약에 따라 천 년의 전통을 이어오던 신성로마제국은 와해되었고 합스부르크 왕가가 지배하는 영토는 크게 축소되고 말았다. –본문

 슬로바키아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것이 전무했던 나로서는 터키와 오스트리아를 지나면서 슬로바키아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게 되었고 세계 지도를 펼쳐 놓고서도 지나치기가 일쑤였던 이곳에 점점 마음을 빼앗기에 된다. 아는 만큼 세상이 보인다는 말처럼 역사적 배경을 알고 나니 보이는 이 안의 이야기가 점점 더 깊이 자리하게 된다.

 너무도 아름다운 곳이기에 그저 사진만으로도 만족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을 덮고 난 뒤에 든 생각을 그저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만으로 만족했다면 그들이 품고 있는 찬란한 이야기는 알지도 못한 채 반쪽짜리 감상에 머물렀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동안 보았던 에세이들보다 묵직하지만 그 묵직함이 곧 나를 충족하게 하는 힘이 될 터이니 그 시간을 즐기며 페이지를 넘기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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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가 내게로 왔다 / 김윤희저

 

 

 

 

독서 기간 : 2015.07.06~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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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라 - 행복한 삶을 위한 다섯 가지 질문
레프 톨스토이 지음, 별글콘텐츠연구소 엮음 / 별글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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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의 단상이 담긴 책을 벌써 세 번째 읽는 것은 내 나름대로도 꽤나 열심히 그의 이야기를 찾아보고 있다는 것일 텐데 이런 류의 책이 계속해서 발간된다는 것도 그 만큼 많은 사람들이 톨스토이의 단상을 찾아 보기에 끊이지 않고 출간되는 것일 게다. 단상이지만 읽고 나면 그 안에 무한한 생각을 할 수 있는 그의 이야기를 이번에도 다시금 펼치며 그 동안에 쌓여 있던 묵직한 물음들을 내려 놓고자 천천히 읽어본다.


 

 

사람의 인품은 그가 가진 능력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를 바라봐야 한다는 글을 보면서 나는 내 안에 가진 나의 성품을 어떻게 드러내놓고 있는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본다. 가진 자의 만용이 아닌 드러내지 않아도 은은한 빛이 나는 사람이 되고 싶건만 큰소리를 치며 목소리만 높이던 나의 모습은 그가 말하는 인품을 가진 사람과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에 자못 씁쓸함이 맴돌게 된다.


 

 

존경에 대한 의미를 알려주는 다음 글을 보면서 내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 닮고 싶어하며 동경하고 존경하던 이들의 모습이 성공의 가도를 달리고 있는 이들이라는 모습을 바라보며 과연 내가 그리는 모습이 그 모습이 맞는 걸까? 라는 자문을 해보게 된다. 모든 것을 가진 이들을 우러러보고 있는 이들을 보며 그것이 성공이라 말하는 자본주의 사회 속에 심취해 그 이상의 것을 보지 못하고 있는 나에게 폐부를 찌르는 한 마디가 아닐 수 없다.

어디서 들어봄 직 하지만 늘 거기서 멈춰 있던 나에게 다시 그의 이야기는  짧지만 굵직한 무게감을 느낄 수 있는 그의 지혜를 마주하면서 이제부터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을 다시 세운 기분이다. 어느 순간 또 지나고 나면 잊어버리곤 하겠지만 계속해서 반복해서 바라본다면 그가 들려준 이야기들이 나의 삶이 되지 않을까. 그러한 날이 도래하길 바라며 틈틈이 이 책을 마주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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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의 자부심이 담긴 단 한 권의 책!

톨스토이가 인류에 전하는 인생의 지혜 『톨스토이의 어떻게 살 것인가』. 러시아를 대표하는 대문호 톨스토이의 생애를 관통하는 사상과 철학을 엮어낸 책이다. 톨스토이가 직접 쓴 글은 물론, 《성경》, 《법구경》, 《탈무드》 등 동서양의 수많은 작품과 선집에서 톨스토이가 직접 선별해 엮은 140가지의 짧은 이야기를 현대에 맞게 발췌·수정하였다.

‘타인과 소통하는 방법’, ‘분노에서 벗어나는 방법’ 등 일상생활의 가르침과 ‘내가 어디서 생겨났는지를 알자’, ‘모든 인간을 사랑하라’ 등의 철학적인 가르침과 ‘기도는 살아가게 하는 힘이다’라는 종교적 가르침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현대에도 충분히 통용될 수 있는 실질적인 조언이 실려 있어, 인생의 지침을 얻는 데 보탬이 되어줄 것이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독서 기간 : 2015.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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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푸어 - 항상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을 위한 일 가사 휴식 균형 잡기
브리짓 슐트 지음, 안진이 옮김 / 더퀘스트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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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의 사회진출이 점점 늘어나고 그에 따라서 이른바 워킹맘의 시대가 너무 익숙해져 버린 지금, 과연 우리의 생각만큼이나 일하는 여성들이 체감하는 그녀들의 삶은 working mom 사이에서 완벽하게 존립하고 있을까? 주변 지인들을 둘러봐도, 아니 멀리 가지 않고 나의 엄마만 바라보아도 항상 쫓기듯이 움직여야만 하는 그들을 볼 때 여자에게 있어 일과 가정은 늘 버거운 존재임은 틀림없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생활시간 조사 결과 자료만 보아도 성인 남성이 가사 노동에 할애하는 시간은 50여분 남짓인 것에 반해 여성의 평균 가사 노동은 3시간 30분 정도라는 것을 보면 여성이 월등히 많은 시간을 가사에 쏟아 붓고 있다. 이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적으로 팽배해 있는 문제로서 저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면 여자들이라면 공감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시간은 돈이다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시간에 관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나는 시간이 돈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배웠다. 시간은 권력이었다.
 
시간에 쫒길 때, 나의 시간을 결정하는 힘을 예측하지도 통제하지도 못 할 때, 쫒기는 삶에 대한 해결책은 고사하고 왜 내가 시간에 쫓기는지 생각할 겨를조차 없을 때 나는 무력해진다. 시간일지를 쓰기 시작한 순간부터 나는 나 역시 그런 상태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조각난 시간의 근원을 이해하고 평온한 삶의 비밀을 발견하기 위한 이 여정은 나의 권력을 돌려받기 위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본문

하이힐을 신고서 바쁘게 뛰어다니면서도 그녀의 어깨 위에는 일과 동시에 가정의 일들까지 더해져 버겁게만 느껴진다. 쉴 틈 없이 움직이면서도 늘 부족한 것만 같고, 회사에 있으면서도 가정에 일들이 마음에 걸리는 그녀들은 가정에 들어서는 순간 하루의 고단함을 풀 세도 없이 이어지는 노동에 하루 24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알 수가 없다. 고단한 스케줄 안에서 무엇을 제대로 하고 있는 지도 모른 채 자책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저자는 쫓기는 삶이 주는 무력함을 넘어서 나에게 있는 여유시간들을 찾아가며 그 시간 안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빠가 육아를 잘하려면 결혼생활의 방식이 변해야 하고 부부가 새로운 걸 계속 배워야 합니다. 그리고 남자들은 소통의 기술을 배워야 합니다. -–본문

초반이 여성들에게 저자가 이야기하는 자신 안에 있는 시간을 인지하고 그 안의 조각들을 모아가는 이야기라면 중반을 넘어서서는 여성이 홀로 해왔던 일들을 남편과 함께 나누어 하는 방안을 전해주고 있다. 탄력 근무제도가 있지만 그 제도를 이용하는 것이 쉽지 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여성이 신청하는 것은 어느 정도 용납하지만 남자들의 경우에는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여전히 사회 안에서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두고 있으면서도 동등하다, 라는 것을 전제로 평등하게 하고 있다고 말을 하는 것이다 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가게 된다.

전통적인 성 역할에 목매고 있는 사회에 따끔한 일침과 함께 모든 것이 변한 현대 사회 안에서 왜 성 역할만은 늘 그 자리에 있길 바라는지 반문하는 그녀의 이야기를 보면서 나 역시도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무조건 옳은 것이었을까, 라는 생각에 빠져보기도 한다. 한 가정 안의 주인이 되어 또 하나의 세상을 만들어 갈 여성과 남성이 함께 읽어 보며 앞으로의 나날을 그려 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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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릴 샌드버그가 들려주는 여성과 일, 그리고 리더십의 모든 것!
『린인』은 구글과 페이스북의 폭발적 성장을 이루어낸 실리콘밸리의 아이콘 셰릴 샌드버그가 TED강연에서 못다 풀어낸 ‘여성과 일, 리더십’에 대한 다양한 조언과 자신의 경험을 고스란히 담아낸 책이다. 여성들이 경력을 추구할 때 맞닥뜨리는 장애물과 그 원인을 자신의 경험을 물론, 사회학적 연구 및 세계 조사 통계라는 객관적 데이터를 근거로 들여다본다.
저자는 여성들이 다양한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필요한 현실적인 해답은 무엇인지, 일과 사생활에서 잠재력을 발휘하는 방법을 무엇인지 흥미진진하게 들려준다. 더불어 임금 협상, 회의 자리, 멘토링, 이직과 승진 등 직장 여성들이 불리한 조건에 놓이기 쉬운 상황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유용한 팁도 수록하였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독서 기간 : 2015.06.15~06.17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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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보다 요리였어 - 신의 직장을 벗어나 주방에서 찾은 진정한 꿈과 행복
안주원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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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의 지인들을 보면 그들과 같은 재능이 있다면 혹은 그들이 몸담고 있는 직장이 있다면 부러울 것이 없겠다, 라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그것이 10대였을때는 성적표였을 것이고 20대 초반에는 대학의 이름이었겠지만 30대가 된 지금은 직장이자 그들이 만들어가는 하나의 가족의 모습일 것이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나와는 다른,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을 가진 그들이지만 늘 무언가에 쫓기며 아등바등 하며 지내는 모습을 보면 왜 그들은 아직도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을까, 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아마 내가 이 책의 주인공인 저자를 만났더라면 똑같은 말을 했을 것이다. 지금 있는 그 곳이 천국이니 그냥 그 곳에 있으라고 말이다. 누구나 부러워하고 있는, 심지어 어느 나라를 가든 입국 심사대에서 '구글'에 근무한다, 라는 말 한마디면 프리패스처럼 통과할 수 있는 그 곳에 있는 그녀는 돌연 자신이 있는 곳이 과연 맞는 것일까? 라는 의구심을 품게 된다.

 

 대리로 승진이 되었다. 당연히 좋았다. 당연히 신났다.
 
그런게 말이지. 무언가 찝찝했다. 무언가 허무했다
.
 
별로 노력을 하지 않아도 상관없이 칭찬을 받으니, 죄책감과 함께 일에 대한 괴리감이 점점 커져갔다. 그러면서 입사 최종 면접에서 톰이 물어봤던 질문이 생각났다. 왜 구글에 입사하고 싶은지. 그리고 내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대답을 하지 못했던 기억도 되살아났다. IT에 관심도 없는 주제에 있는 척하며 회사 이름과 복지만 보고 들어오려던 자에 대한 경고였던 걸까. -본문

 

 미국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사그라들게 되면서 그녀는 자신이 현재 놓여 있는 위치 속에서 일렁이게 된다. 이곳이 맞는 것일까? 라는 질문을 다시 하게 되던 그녀는 요리 학원에 등록하게 되면서 그 안에서는 그 어떠한 공통점도 없는 이들이 밀가루를 만지면서 그 안에서 요리를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며 즐거움에 빠져 있게 된다. 문화 센터라는 작은 공간에서 파릇파릇한 새싹이 돋아나듯이 세상의 모든 싱그러움을 담아 다시 태어나고 있는 듯한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이전과는 다른 모습에 나는 무슨 일에 이토록 빠져 해본 적이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져보게 된다.

 

 내일이면 이제 본격적으로 누나의 꿈을 향한 긴 여정의 첫발을 내딛는구나.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서 준비한 만큼 이번 여행이 누나 개인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고 행복한 미래를 위한 방향성을 제시해줄 거라 생각해.
 
요새 누나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몸에 꼭 맞는 옷을 입고 있는 느낌이 들어. 예전에 회사 다닐 때의 누난 바쁘고 화려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진정한 행복'을 찾지 못한 느낌이었거든. -본문

 

 그렇게 그녀는 모든 이들이 꿈꾸어 오던 구글을 벗어나 새로운 세상으로 도약하기 위해 발을 내딛고 있다. 너무도 안정적이면서도 탄탄대로였던 그 길을 뒤안길로 만들어 버리고 앞으로 어떠한 일이 펼쳐질지도 모를 그 길을 가려하는 그녀를 보면서 대단하다, 라는 생각과 함께 과연 나는 그녀처럼 모든 것을 버리고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던져보게 된다. 늘 입버릇 처럼 난 그렇게 할 수 있어, 라고 말하곤 했지만 실제 그 모습을 실행하는 이를 보며 나의 다짐이 진심이었을까, 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그녀의 모습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다양한 도시를 돌며 그 곳의 먹거리를 맛보며 그녀는 이제 컴퓨터를 마주보던 모습이 아닌 조리복을 입고서는 주방에 서 있는 모습이 더욱 익숙한 모습으로 변모하게 된다. 요리를 할 때 가장 순수한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간다고 말하며 웃는 그녀의 모습을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이 안의 도전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이었는지 새삼 느낄 수 있는데, 여전히 모니터 앞에서 종종 거리고 있는 나에게 하나의 카타르시스를 전해주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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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시작 / 고도원저

 

 

 

독서 기간 : 2015.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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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들을래
민지형 지음, 조예강 그림 / 이답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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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이 들을래? 라는 제목을 보면서 책을 통해서 무엇을 들려주려는 것일까, 라는 궁금증이 인다. 그렇다고 설렘으로의 궁금증이 아닌 과연 이게 뭘까? 하는 물음표 가득한 호기심이 더 깊은 것이었는데 책을 펼치는 순간, 눈물이 핑 돌기도 하고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하고 그 어디에도 흘러나오는 노래도 없었음에도 가슴이 따스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니까 이 책은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음에도 울림을 전해주기에, 발목만 담그려 들어갔던 물가에 어느 새 첨벙 빠져들어 물장구를 치게 만드는 이야기들이었다. 

 나는 늘 그녀가 그 말로 나를 할퀴려고 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게 방어적으로 자신이 상처받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공연히 손톱을 세우는 신호 같은 것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이제야 들었다. 내가 지겨워할 만큼 여러 번 그녀가 그 말을 끝내 입 밖으로 꺼내는 동안 그녀가 받았을 크고 작은 상처들을 생각하니 아득했다. –본문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전철 안에서 울컥하는 눈물을 몇 번이나 참았는지 모른다. 그렇게 슬프지도, 아프지도 않은 누구에게나 있었을 법한 지나간 그 시절의 이야기에 대해서 담담하게 그리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는 풋풋한 20대의 모습을 안고 있기도 하거니와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 보았을 이별을 그려내고 있기에 그 때의 내 모습이 떠올랐던 것 같다.   

 졸업 마지막 시즌을 남기고서 마주한 헤어진 두 연인은 졸업 이수를 위한 1학점을 위해 함께 왈츠를 추고 있으며 그 수업 기간 내내 그들의 이야기는 오버랩 되어 전해지고 그 이야기들은 언젠가의 내가 지나왔던 모습 같기에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하고 뭉클해지기도 했다. 

 그는 옷매무새를 다시 하고, 괜히 목청을 몇 번 가다듬는다. 그리고 천천히, 신중한 발걸음으로 계딴을 하나씩 올라간다. 무슨 말을 할까. 대화를 자연스럽게 이끌어 갈 수 있을까. 그는 오랜만에 자신의 심장 박동을 느낀다. (중략)
 
그리고 드디어, 그가 그녀의 앞에 선다. -본문
 

 영화 노팅힐의 한 장면과 같은 모습이 이 안에서도 다시금 펼쳐지게 된다. 아무도 알지 못하는 낯선 곳에서 누군가를 계속 마주하게 되는 인연의 끝을 보면서 그들의 새로운 시작이 어떻게 이어져 나갈지, 뒤에 이어지는 이야기는 없지만 그것만으로도 풍성한 이야기가 되어 따스하게 전해진다. 

 처음에는 과연 책으로 무엇을 들려주려는 것일까, 라고 생각했는데 읽는 내내 그저 마음이 따스해지며 조금씩 차오르는 느낌이다. 편안하게 무언가 헛헛할때 내 가슴이 여전히 뛰고 있다는 것을 알려줄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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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름만 들어도 가슴속에 종이 울린다 / 최돈선저

 

 

 

독서 기간 : 2015.06.11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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