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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사랑이었네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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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 알라딘 블로거 친구 '어느멋진날'님에게서 뜻밖의 소중한 선물을 받았다.  

한비야의 그건, 사랑이었네

책과 함께 한비야 사진 엽서 대여섯장이 동봉되었는데 그간 보아왔던 그녀의 솔직한 모습과는 전혀 다르게 화장하고 곱게 차려입은 화사한 모습에 좀 당혹(?)스러웠다. 

'원래 이렇게 고왔었나?' 하는 생각과 함께 약간의 질투도 가미되어... 

마치 평생 후줄근한 옷만 입을 것 같은 친구가 어느 날 '변신'한 모습으로 나타났을때의 그 부러우면서도 찝찝한 감정같이... 한동안 엽서에 눈을 박고 있다가 이틀 뒤에야 책을 펴들었다(정말 그 전까지 계속 엽서속의 그녀만 뚫어지게 쳐다봤다). 속 표지를 넘기자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그녀의 필체로 적혀있었다. 그녀의 사인과 함께. 

난 그녀를 고등학교 도서실에 꽂혀 있던 책을 통해 처음 만났다. 솔직하고 담백한 느낌의 그녀의 글을 읽으며 '참 아름다운 사람이다'라고 생각했다.  

서툴지만 자신을 속이지않고 진실되게 따박따박 야무진 한 걸음씩 내딛는 그녀의 모습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그녀를 색깔에 비유한다면 청량감이 느껴질만큼 투명한 무지개빛이 가장 잘 어울릴 것 같다. 

그녀에 대한 첫 인상이 아름다워 대학교에 와서도 일부러 그녀의 책을 여러 권 찾아 읽었다. 그렇게 인상적이었던 그녀를 잠시 잊고 지내다가 마침 이 책이 선물로 내게 다가온 것이다. 마치 그녀가 나에게 자길 잊지 말라는 듯이, 타이밍도 아주 적절하게. 그렇게 그녀를 다시 접하게 되었다.  

꽤 오랜만에 낸 책이라 그녀의 무엇이 변했을지, 아니면 여전히 투명한 무지개빛인지 궁금했다. 사실 속으로는 전에 보아왔던 그녀의 모습이 한결같길 은근히 바랬다. 왠지 변했으면 실망할 것 같아서.  그녀가 그 모습 그 자리 그대로를 지켜서 내가 다가가면 그녀와의 거리가 좁혀지길 바랬다. 어쩌면 엽서의 고운 그녀의 겉 모습에 그녀의 색깔마저 변했을까봐, 그래서 선뜻 책을 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책에서 나를 사로잡은 대목은 '난 내가 마음에 들어'.  

그녀는 변하지 않았다, 고맙게도. 변하기는 커녕, 내가 선망하던 그 색이 오히려 더 짙어졌다. 그래서 이번 책은 전에 냈던 책과는 달리 여행기가 아닌 그녀의 일상 속의 내면을 볼 수 있는 수필이지만, 나에게는 그녀의 생각을 다시 한 번 탐험하고 헤집는 여행기었다.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여전히 자신을 맨발로 꾹꾹 다지며 자신감을 잃지 않는 그녀를 만날 수 있다.  

다른 것은 다 빼더라도 그녀의 자신감 넘치는 성격은 나에게 있어 큰 바위 얼굴이다. 그녀의 넘치는 자신감이 고등학생이던 나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 지금까지도 유통기한 없는 그 큰 영향력 속에서 나는 어설프게나마 기우뚱거리며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자신감과 더불어 넘치는 그녀의 솔직함은 나와의 거리를 좁게 만든다. '들어가는 글'에서도 그랬듯이 '정말 이런 것까지 말해도 되나 할 정도로' 내밀한 이야기 덕분에 내 마음을 열었으며, 그녀도 나를 다독여 주었다. 그녀가 자신의 속 얘기를 털어놓았기 때문에 독자들은 친밀하게 느껴서 그녀의 책을 계속해서 찾는 것 같다. 마치 친구끼리 서로 비밀 얘기를 하고 나면 더 친해지는 것 처럼.  

최소한 독자들에게만큼은 아름다운 BF(Best Friend)인 그녀. 지금 당장은 나 혼자만 친하지만 왠지 그녀를 만나면 만난지 오래된 친한 친구를 재회하는 듯한 기분이 들 것만 같다.  

한결같은 색을 간직하고 있는 솔직하고 당당한 그녀를 친구로 둔 것 같아 든든하다. 그녀가 성숙해질수록 색이 더 짙어져 그녀의 발길 닿는 곳 마다, 눈길 닿는 곳 마다, 호탕한 웃음 소리가 들리는 곳마다 그녀만의 무지개 빛이 번져 찬란하게 채색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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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멋진날 2009-08-08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리뷰 쓰셨네요?? 잘 읽었습니다,,아름다운 사람,,한비야님의 책 저도 읽어야겠어용~

유쾌한마녀 2009-08-07 22:44   좋아요 0 | URL
덕분에 좋은 책 읽었어요~ㅎㅎ 고마워요~~~*^^*

[해이] 2009-08-08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끈끈한 사이시군요^^ 오랜만의 페이퍼라 반갑습니다 ㅋ

유쾌한마녀 2009-08-08 19:49   좋아요 0 | URL
잠시 딴짓 좀 하다가 돌아왔어요 ㅋㅋ

2009-08-09 15: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8-09 17: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후애(厚愛) 2009-08-12 0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년 지기님한테서 소중한 선물을 받으셨군요.^^
그저 부러워요~~

저한테 20년이 넘은 친구가 있는데요. 책 선물이라고 저에게 보내 주었는데, 잘 받았다고 고맙다는 전화를 했더니 책값과 배송료 달라고 하더군요. 아 그 때 정말 제 기분이 엉망이었어요. 저는 생일선물, 졸업선물 다 해주었는데, 친구한테 돈 쓰는게 아까웠나 봅니다. 다른 일로 저를 속 섞이고 하더니...
그래서 지금 우정에 금이 가고 있다는 것... 슬퍼요 ㅜ_ㅜ
'친구야 왜이리 변했니' 이 말과 함께 돈을 보내 주었지요..

너무 부러워서 하소연을 하고 가네요. (죄송^^;;)

즐. 찾 등록하고 갑니다. ㅋㅋㅋ

2009-08-12 1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8-12 1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8-12 12: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8-12 14: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8-12 18: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8-13 07: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8-13 1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느멋진날 2009-08-14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녀님! 완전 축하해요♡ 우정의 힘? ㅎㅎ 넘흐 좋아용~~^ㅡ^

유쾌한마녀 2009-08-14 19:29   좋아요 0 | URL
저 금방 동해 여행갔다가 집에 돌아와서 컴터 켜보니 선정돼있네요 ㅋㅋㅋ 멋진날님 덕분에 이런것도해보고 ㅎㅎ 고마워요 *^^* 무슨 책 읽고 싶어요??ㅋㅋ 나도 이제 보답ㅎㅐ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느멋진날 2009-08-15 20:52   좋아요 0 | URL
아니에요~ 그림 그려주시는 것도 항상 고마운데^^ 그리고 곧 우리 마녀님 생일이잖아요,, 제가 쏴야죠^^ 조만간 얼굴 좀 봅시당♥

유쾌한마녀 2009-08-15 23:27   좋아요 0 | URL
에이~~// 생일은 생일이고 보답할 기회는 줘야죠!!!ㅋㅋ 그럼 생일날 함 볼까요??^^

유쾌한마녀 2009-08-14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주의 다음 블로거뉴스 특종으로 선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후애(厚愛) 2009-08-15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전 이주의 다음 블로거뉴스 특종으로 언제쯤 되어보나... ㅎㅎㅎ
역시 우정의 힘이 대단한 것 같아요^^

유쾌한마녀 2009-08-15 11:18   좋아요 0 | URL
정말 그런 것 같아요 ㅎㅎ 멋진날님한테 선물받은 이 책으로 선정될 수 있게 열심히 쓸거라고 했는데 으흐흐...후애님도 곧 선정 되실거예요~ 선정하시는 분들 뭐하시나 몰라~~ㅋㅋ
 
바이시클 다이어리 - 누구에게나 심장이 터지도록 페달을 밟고 싶은 순간이 온다
정태일 지음 / 지식노마드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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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사가 귀찮으면 집에서 라디오와 책을 끼고있지만 그런 경우는 드물고, 사실 난 원래 밖으로 빙빙 싸돌아다니는것을 너무나 좋아하는 사람이다. 

언젠가 손금을 보러 갔더니 손금 봐주시는 선생님이 나보고 집에 있을 팔자가 아니라고 하셨다. 답답해서 못견딘다고, 시집가서도 뭔가 일을 해야하는 성격이란다ㅎㅎ 

그러다보니 여행관련 서적이 있는곳에 발길이 가고 뭐 국토여행하고 나서 쓴 에세이집들이 모여있는 곳에도 발길이 가고 그런다.  

이 책은 그렇게 내 발의 선택에 의해서 읽게되었다. 

29살이 되도록 여태 직업도 없이 부모님께 얹혀 살면서 조그만 알바로 겨우 용돈이나 버는 남자가 이 책의 작가이다. 

한 마디로 말하면 '한숨 나오게 하는' 사람.  

하지만 내가 그를 보면서 한숨이 있는 힘껏 나오지 않는 이유는 지금의 나 또한 그렇기 때문이다.  

나는 나이가 그보다 어리지만 절대 공감하는 그의 심리에 동질감을 느끼며, 나같은 사람이 또 있구나 하는 이상한 안도감을 느끼며, 이어서 왜 안도감을 느끼지 하는 생각에 회의마저 느낀다.  

어쩌면 공감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사실 직장잡고 소위 '성공'이라는 것을 하기 전에는 다들 이런 심리적 소용돌이에 빠지지 않은가?

 

작가는 무력감에 휩싸인 자신의 생활을 회의하면서 벗어날 궁리를 하다가 아버지의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라'는 말과, 아버지 친구의 '여행가서 여행의 목적을 찾으라'는 말로 용기를 얻어, 그리고 지금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 상태보다는 낫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끌려 유럽 자전거 여행을 떠난다.  

그는 여행을 하면서 열심히 이 여행의 목적을 찾는다, 그것도 애써서 억지로.  

애써서 억지로 한다는 것, 정말 내 스타일이 아니다. 나는 심하게 감정적인 사람(즉, 아직 어려서)이라 끌리지 않으면 하지 않아서 억지로 하면 안하느니만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고등학교때 끌리지 않아서 공부를 안했기 때문에 성적이 좋지 않았다는 말은 변명아닌 변명이 된다.

 

작가도 그런 스타일인지 애써 억지로 찾다보니 해답은 커녕 자전거만 자꾸 망가진다. 

쉽지 않은 해답 찾기에 지친 작가는 포기를 하고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한가로이 여유를 즐기다가 유럽의 한 무뚝뚝한 할아버지에게 '넌 이미 자신감에 가득 차 있다'는 말을, 이 여행에서의 최고의 명언을 듣는다. 

포기하고 긴장을 풀어버린 사이에 우연찮게 발견한 해답은 작가에게 얼마나 크게 다가왔을까. 

'이미 자신감에 차 있다'는 말을 책으로 전해듣는 나에게도 이렇게 울렁이며 다가오는데. 

 

작가는 여행을 갔다와서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결국 찾게 되고, 지금은 어엿한 멋진 직장인이 되었다.   

 

가끔 나도 일상에서의 홀로 달아나는 탈출을 꿈꾼다.  

하지만 발길을 잡는 것은 내가 여자이기 때문도 아니고, 돈도 아닌 확고한 결단력의 부족함 때문이다. 

과연 탈출로 인해 뭘 얻기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괜한 짓을 하는 건 아닌가 하는 두려움. 

그딴 것들 훌훌 털어버리고 날아가길 꿈꾼다. 

지금은 열심히 날개를 다듬고 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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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6-21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는 이미 자신감에 차 있다' 이런 발견은 중요하지요.
남겨주신 댓글 따라 와 봤어요~ 이제 시작이라셨지만 리뷰를 많이 쓰셨네요.
무엇이든 마음 끌리는 일에 열심을 내는 것도 좋지요.^^

유쾌한마녀 2009-06-22 10:10   좋아요 0 | URL
댓글도 달아주시고 감사합니다 ^^/ 정말 자신감은 중요한 것 같아요.
순오기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

어느멋진날 2009-06-22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업뎃이 안되어 있네요? 많이 바쁘신가요? ㅎㅎ 이따 술한잔 자십시다ㅋㅋ 유쾌한 마녀님의 추천으로 읽은 이 책 리뷰 썼어요 ㅎㅎ

유쾌한마녀 2009-06-23 09:43   좋아요 0 | URL
오 그래요?? 지금 보러 가야겠네용 ㅎㅎㅎ

어느멋진날 2009-07-19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마녀님 메인화면 바꾸셨네요??
근데 이것도 마녀님 같아요ㅋㅋㅋ
귀여워랑~~ㅎㅎ

유쾌한마녀 2009-07-20 10:31   좋아요 0 | URL
ㅋㅋ 고마워용ㅎㅎ 오늘 날씨 엄청 좋군요 ㅎㅎ
 
나는 화끈한 한국이 좋다
고야마 이쿠미 지음 / 조선일보사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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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는데 오늘도 여지없이 일본쪽은 눈길이 안갔다.

나는 왜 일본이 싫은가?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일본이 싫다기 보다는 정이 안간다, 정내미가 떨어진다고 해야 더 정확한 듯 하다.

왜 그런지 잘 모르겠으나 아마도 중학교때부터 내 주변에 꼭 한둘씩 있던 일명 '일본 신도'라 불릴만한 녀석들의 공로가 가장 클것이라고 짐작 할 뿐이다.

새벽부터 풍선들고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를 기다리는 여중고생들을 바라보던 나의 눈빛과, '일본 신도'를 바라보던 나의 눈빛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일본 신도들과 대면할 땐 난 공격적인 성향을 띄지만 정작 공격력은 제로인 빈깡통의 웃긴 애국자가 된다. 우리것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 나는 그들에게 '사대주의에 빠지지 말고 우리것부터 챙기자'라고 하며 평소에 의식조차 하지도 않던 대한민국을 열렬히 감싸고 돈다.

괜시리 애처롭고 우스운 듯 하다.

괜한 자격지심 같아서.

거센 발음이 거의 없어 미적지근 두루뭉술한 그들의 말도 스리슬쩍 은근히 일을 팽개치고 내빼는듯 음흉한 속내가 있는 듯 들린다. 그래서 일본 노래도 싫다. 오죽 싫었으면 고등학교 때 일어시험을 전교에서 2등을 했겠는가. 그것도 뒤에서.

일본을 무작정 섬기는듯한 그들과 일본을 이유없이 좋아하지 않는 나는 대체 무엇이 다른가?

 

일본에 정이 안간다는 나란 사람이 지금껏 봐왔던 400편이 훌쩍 넘는 애니는 대부분 일본것이다.

일본작이라고 해서 본것이 아니라 재밌어서 본 것 뿐인데 그것이 일본작이더라고 아무리 항변을 해본들 보이는 결과는 같다.

뭔가를 몰래 훔쳐보려고 폰 비번을 푼 것이 아니라 그냥 재미삼아 버튼을 눌렀을 뿐인데 우연히 잠금 해제가 된 것이라고 변명아닌 변명을 하게 되는 꼴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본이 싫다면서 마침 내가 좋아하는 것은 일본 것.

바락바락 악을 쓰며 '난 일본을 무조건 싫어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우수한 문화는 높이 사는 것이다'라고 객관적인 태도의 고상한 문화인인척 이런 대사를 하기에는 털끝만큼 남아있는 알량한 내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손발이 오그라든다.

 

문득 왠지 일본에 대해 반감이 드는 가장 큰 이유가 이런 나의 이중성이 까발려지는 것 같아서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빈큼없이 손발이, 온몸이 오그라든다.

내가 그때 일본 신도들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나는 일본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난 일본을 싫어하는가, 좋아하는가. 



아니, 그 보다 먼저 난 속빈 애국자인가, 일본에 대한 이중적이고 속빈 반대파인가.

궂이 물어볼 것 없이 대답이 명확한 이 질문 앞에 나는 더 온몸이 오그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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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감귤 2009-06-20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꽤솔직한 글이군요

유쾌한마녀 2009-06-20 09:4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제가 성격이 원래 솔직합니다 ㅋ

어느멋진날 2009-07-08 09:17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ㅋ 마녀님 원래 성격이십니다 ㅋㅋ
 
똥카페
신동민 지음 / 청림출판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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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똥카페'와 '싸구려 커피'. 

책 똥카페를 읽다보면 자연스레 장기하와 얼굴들이 부른 '싸구려 커피' 노래가 연상되는 동시에 자취하던 대학 동기 녀석들이 떠오르면서 이상한 감정(?)에 싸인다. 

'너 왜 그리 사니' 이런 식의 핀잔과 함께 녀석에 대한 답답함이란 감정이 기본 바탕을 깔아주고, 

그래도 친구들이라고 미워할 수 없는, 그냥 허허 웃음만 나오는 애정어린 관심,  

가끔 친구들과 자취방에 놀러가면 무슨 마법이라도 걸어놨는지 방문을 여는 순간 나 또한 나태해지는 나 자신에 대한 자괴감 등등 4차원 세계에서 날아온듯한 요상한 감정들이 뒤섞인다.  

노래 '싸구려 커피'에서는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자취생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가사의 주인공이다. 

가사에는 어쩔 수 없는 무기력감에 온몸이 찌들어버린 생활을 생생히 보여주는 문장들이 나열되어있다.   

마치 자취생은 인간이 아닌 숨쉬며 살아있는 것 자체가 목적인 생물인듯.  

'어지러워 쓰러질 정도로 익숙하기만 하다, 남은 것도 없이 텅빈 나를 잠근다'라는 가사를 통해서 발버둥 쳤으나 희끄무레한 빛 조차 구경 못하고 끝내 방전되어 어쩔 수 없이 사그라질 수 밖에 없는 현상이 반복되는 안타까운 탁한 회색빛의 현대인을 볼 수 있으며,

'저게 하늘이라고 머리위를 뒤덮고 있는건지'라는 가사를 통해서 감정이 메말라버린 자신을 포함한 현대인들의 회색빛 꿈을 지적하는 자취생의 북받치는 한숨을 느낄 수 있으며, 

'잇몸에 피가 나게 닦아도 당췌 치석은 빠져 나올줄을 몰라' 가사를 통해서는 열심히 살려고 노력해도 소박한 꿈은 이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짜증과 함께 두 어깨를 짓누르는 무기력감을 느낄 수 있다. 

 

똥카페 작가의 솔직한 글에 감탄하며, 아니 더 자세히 얘기하자면 말로 표현하기 힘든, 느낌으로만 뭉실~ 알 수 있는 감정을 정확히 글로 표현하여 뚜렷이 알 수 있게 해준 작가의 표현에 감탄하며 현대인 대부분이 똥카페에서 보여지는 자취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궂이 생활 양식의 자취를 언급하는 것이 아닌 마음의 자취 생활

현대사회의 최대 병리 현상인 경쟁의 과열로 인해 지쳐서 의지의 끈을 놓을 수 밖에 없는 현실에 의한 나태함.

그래도 입에 풀칠은 해야 하기에 조심스레 경쟁의 바다에 살짝 발가락 담궜다가 세찬 물살에 휘말려 힘없이 빠르게 떠내려가는 무기력감

기댈 곳 없이 쓰러지는 자신을 안타까워하며 그래도 살아야지 하는 마음가짐으로 자신을 몰아세우는 자책아닌 자책에 멍들어가는 좁은 가슴.  

 

한심하게 사는것 처럼 보이는 자취생들에게 차마 난 돌을 던질 수가 없다. 

 

(↓아래 링크는'싸구려 커피 - 장기하와 얼굴들' 뮤직비디오 입니다. ) 

serviceapi.nmv.naver.com/flash/NFPlayer.swf 

♪ 싸구려 커피 - 장기하와 얼굴들 ♪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눅눅한 비닐장판에 발바닥이 쩍
달라 붙었다 떨어진다

이제는 아무렇지 않어
바퀴벌레 한마리쯤 쓱~ 지나가도
무거운 내일 아침엔
다만 그저 약간에 기침이 멈출 생각을 않는다
축축한 이불을 갠다
삐걱대는 문을 열고 밖에 나가본다
아직 덜갠 하늘이 너무 가까워
숨쉬기가 쉽지를 않다
수만번 본 것만 같다
어지러워 쓰러질 정도로~ 익숙하기만 하다
남은 것도 없이 텅빈 나를 잠근다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눅눅한 비닐장판에 발바닥이 쩍
하고 달라 붙었다가 떨어진다
뭐 한 몇년간 세숫대야에 고여있는 물
마냥 그냥 완전히 썩어가지고
이거는 뭐 감각이 없어

비가 내리면 처마 밑에서 쭈그리고 앉아서
멍하니 그냥 가만히 보다 보면은
이거는 뭔가 아니다 싶어
비가 그쳐도 희끄므레죽죽한
저게 하늘이라고 머리위를 뒤덮고 있는건지
저건 뭔가 하늘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너무 낮게 머리카락에 거의 닿게 조그만 뛰어도
정수리를 쿵! 하고 찌을거 같은데
벽장속 제습제는 벌써 꽉차 있으나마나
모기 때려잡다 번진 피가 묻은 거울을 볼때마다
어우! 약간 놀라
제 멋대로 구부러진 칫솔 갖다
이빨을 닦다 보면은 잇몸에 피가 나게 닦아도
당췌 치석은 빠져 나올줄을 몰라
언제 땄는지도 모르는
미지근한 콜라가 담긴 캔을 입에 가져다 한모금
아뿔사 담배 꽁초가
이제는 장판이 난지 내가 장판인지도 몰라
해가 뜨기도 전에 지는 이런 상황은 뭔가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눅눅한 비닐 장판에 발바닥이
쩍 달라 붙었다 떨어진다

이제는 아무렇지 않어
바퀴벌레 한 마리쯤 쓱 지나가도
무거운 매일 아침엔 다만
그저 약간에 기침이 멈출 생각을 않는다
축축한 이불을 갠다
삐걱대는 문을 열고 밖에 나가본다
아직 덜 갠 하늘이 너무 가까워 숨쉬기가 쉽질 않다
수만번 본것만 같다

어지러워 쓰러질 정도로 익숙하기만 하다
남은것도 없이 텅빈 나를 잠근다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눅눅한 비닐 장판에 발바닥이 쩍 하고

달라붙었다가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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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감귤 2009-06-20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의일같지않군요

유쾌한마녀 2009-06-20 09:43   좋아요 0 | URL
그냥 간과할 수 없는 소재입니다.

제주감귤 2009-06-20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사회가 이렇다보니..

유쾌한마녀 2009-06-20 09:56   좋아요 0 | URL
시원~하게 뻥 뚫렸으면 좋겠네요 ^^
 
노자
이태영 지음 / 여래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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老子는 ‘無爲自然’을 추구했던 중국 고대의 사상가이다. ‘無爲’는 어떤 것도 간섭하거나 지배하지 않는다는 것이며, ‘自然’은 다른 것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존재한다는 의미이다. 즉, 무위자연은 인위적인 것이 아닌 자연 그대로로 돌아가는 것이다. 노자가 살던 시기는 봉건질서가 문란해진 극도의 혼란기로 규범이 무너진 상태였는데 노자는 예의나 법 따위의 인위적인 것들로 인해서 혼란이 생겨나는 것으로 보고 자연의 순리에 맞는 삶을 추구했다. 노자의 사상이 오늘날 환경 파괴나 인간성 상실, 사회적 문제 등에 대해 시사하는 점이 적지 않으나, 춘추시대에서 현대 21세기에 이르기까지 20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시대가 많이 바뀐 만큼 무작정 그의 사상을 받아들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오늘날의 시각으로 노자의 사상을 비판해 보겠다.


먼저, 노자는 사회적인 개념을 간과했다. 그가 주장한 무위자연은 억지로 하지 않아도 모든 것이 잘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사람이 혼자 산다는 전제에서는 맞을지도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현대사회에서는 맞지 않다. 더군다나 관료제라는 기틀 속에서 운영되는 요즘, ‘억지로 하지 않는다’는 것은 관료제의 무너짐과 동시에 사회 체제 붕괴를 야기하는 것이다. 이미 사회가 법 따위 등의 인위적인 것들로 흠뻑 젖어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무위자연을 한다면 근본으로 돌아가기는커녕, 오히려 몰락하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로, 노자는 현실 도피적이었다. 인위적인 것을 버리고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그의 주장처럼 그도 마지막에는 망할 징조가 보이는 본국을 버리고 도피하는 삶을 살았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직면하고 풀어가려고 노력을 해야 하는데, 문제 해결을 자연의 자정작용에 맡겨두고 자신은 숨는 것이다.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사상 속에서 은거는 자연과 하나가 되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석될 수 있으나, 현대에서 그런 모습은 현실을 회피하려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보인다. 결자해지라고 했다. 인간이 저지른 문제는 인간이 풀어야하지 자연의 자정작용에 오로지 맡겨두기만 한다는 것은 책임회피밖에 되지 않는다. 책임 회피를 하는 사람은 지금 사회에서 매장당할 수밖에 없다. 오늘날은 피라미드식의 사회가 구성되어있다. 아래층의 기반을 바탕으로 위층을 지지하는 벽돌이 자기의 임무를 회피하기만 한다면 피라미드는 무너지고 말 것이기 때문에 그 벽돌은 버려지게 되고 자신의 임무를 성실하게 이행할 수 있는 다른 벽돌이 와서 그 자리를 메꾸어 피라미드를 유지할 것이다.



세 번째로, 노자는 교육을 인정하지 않았다. ‘敎育’에 대한 정의가 시대마다, 학자마다 다양하지만 뭉뚱그려 사전적으로 말하자면 ‘지식과 기술 따위를 가르치며 인격을 길러 주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노자의 시각으로 본 교육은 無爲를 내세우면서 ‘스스로 道, 즉 자연의 질서를 깨닫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의 기본적인 입장이 이렇다 보니 자연스레 교육에 대한 입장도 부정적이다. 오늘날 교육은 현대 사회에서 절대 없어서는 안 되는 요소이다. 앞서 말했던 관료제 사회도 기술 교육이 바탕이 되어 이루어진 것이며 이미 인간의 기계화가 되어버린 오늘날, 부품 끼워 맞추기식의 인재를 요구하는 사회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교육이 필수적이다. 정규 교육과정을 다 밟고 더 나아가 고등 교육과정까지 밟아도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 십장생(십대도 장차 백수)이라는 신조어가 나오는 요즘 교육마저 없다면 사회는 인재부족에 허덕이다 끝내는 허물어질 것이다. 물론, 교육을 받지 않았다고 직업을 가질 수 없는 것이 아니고, 또한 직업을 가지는 것이 최고의 목표인 것은 아니지만 지금 이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큰 흐름이 그렇다는 것이다.



네 번째로 노자는 욕심을 줄여 무욕의 상태에 이르는 것을 경지로 삼았다. 현대는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방향으로 크게 발전해나가서 보다 풍부한 색채를 가진 사회가 되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자기 자신의 욕구를 억누르고 세계를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만 보려 한다면 현대의 문제점 중 하나인 인간의 감정이 메말라 가는 현상을 더 촉구하게 될 뿐이다. 물론 욕구를 도에 넘치지 않게 조절하는 것 또한 중요하겠지만, 무욕의 경지에 이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상이 오늘날 횡행한다면 인간미가 없는 사막 같은 세상이 될 수밖에 없다.



다섯 번째로 노자는 자연을 조작하고 발전하는 과학을 반대했다. 인간이 자연을 망가뜨리고 발전하여 오늘날 자연 파괴로 인한 문제점을 야기하게 된 것은 물론 잘못이다. 그러나 이미 자연이 황폐해지고 자원이 고갈되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지금에 와서 과학을 반대한다는 것은 자연뿐만 아니라 인간까지 살아가기 힘든 상황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현대의 과학 기술은 미약하게나마 자연을 복구할 수 있는 수준까지 이르게 되었다. 과학으로 인해서 자연이 망가졌으나, 이제는 과학을 통해서 자연을 되살릴 수 있다. 만약 지금 과학을 반대하고 자연으로 돌아가자면서 모두가 망가진 자연을 회피하고 그저 자연스레 정화되기만을 기다린다면 이미 망가진 자연은 더 부패할 것이며, 그러한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은 더욱 살기 힘들어질 것이다.



노자가 살던 혼란하던 시대에서 세상이 無爲自然을 했다면 혼란이 어느 정도 잠잠해졌을지도 모르지만 너무나 변해버린 현대에서 그의 사상을 오로지 받아들이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비례식처럼 한쪽에서 대응되는 법칙 그대로 다른 편에 그대로 적용하고 풀어나갈 수 없는 것이 인간사회이기 때문이다. 자연으로 돌아가는 이상을 추구했던 노자의 사상은 긍정적인 면도 있으나 현실성이 없기 때문에 현대에서 적용하기는 무리가 있다. 처음의 에덴동산은 너무나 아름다웠지만 가인이 죄를 저지른 후 에덴동산은 꿈의 낙원이 되었다. 에덴동산이 아름다웠다고 그때 시절로 돌아가는 것은 이미 죄를 저지른 이상 불가능하다. 불가능하기 때문에 지금 에덴동산으로 돌아가자는 사상은 현실성이 떨어지고 그만큼 어리석어 보인다.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을 추구하기 보다는 주어진 현실 속에서 점진적으로 문제를 개선해 가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며 실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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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감귤 2009-06-20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감하십니다 노자를 비판하시다니...ㅎㅎㅎ

유쾌한마녀 2009-06-20 09:43   좋아요 0 | URL
제가 좀 건방졌죠??^^;

제주감귤 2009-06-20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쁘게 말하면 그렇고, 좋게 말하면 과감하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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