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카페
신동민 지음 / 청림출판 / 2004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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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똥카페'와 '싸구려 커피'. 

책 똥카페를 읽다보면 자연스레 장기하와 얼굴들이 부른 '싸구려 커피' 노래가 연상되는 동시에 자취하던 대학 동기 녀석들이 떠오르면서 이상한 감정(?)에 싸인다. 

'너 왜 그리 사니' 이런 식의 핀잔과 함께 녀석에 대한 답답함이란 감정이 기본 바탕을 깔아주고, 

그래도 친구들이라고 미워할 수 없는, 그냥 허허 웃음만 나오는 애정어린 관심,  

가끔 친구들과 자취방에 놀러가면 무슨 마법이라도 걸어놨는지 방문을 여는 순간 나 또한 나태해지는 나 자신에 대한 자괴감 등등 4차원 세계에서 날아온듯한 요상한 감정들이 뒤섞인다.  

노래 '싸구려 커피'에서는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자취생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가사의 주인공이다. 

가사에는 어쩔 수 없는 무기력감에 온몸이 찌들어버린 생활을 생생히 보여주는 문장들이 나열되어있다.   

마치 자취생은 인간이 아닌 숨쉬며 살아있는 것 자체가 목적인 생물인듯.  

'어지러워 쓰러질 정도로 익숙하기만 하다, 남은 것도 없이 텅빈 나를 잠근다'라는 가사를 통해서 발버둥 쳤으나 희끄무레한 빛 조차 구경 못하고 끝내 방전되어 어쩔 수 없이 사그라질 수 밖에 없는 현상이 반복되는 안타까운 탁한 회색빛의 현대인을 볼 수 있으며,

'저게 하늘이라고 머리위를 뒤덮고 있는건지'라는 가사를 통해서 감정이 메말라버린 자신을 포함한 현대인들의 회색빛 꿈을 지적하는 자취생의 북받치는 한숨을 느낄 수 있으며, 

'잇몸에 피가 나게 닦아도 당췌 치석은 빠져 나올줄을 몰라' 가사를 통해서는 열심히 살려고 노력해도 소박한 꿈은 이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짜증과 함께 두 어깨를 짓누르는 무기력감을 느낄 수 있다. 

 

똥카페 작가의 솔직한 글에 감탄하며, 아니 더 자세히 얘기하자면 말로 표현하기 힘든, 느낌으로만 뭉실~ 알 수 있는 감정을 정확히 글로 표현하여 뚜렷이 알 수 있게 해준 작가의 표현에 감탄하며 현대인 대부분이 똥카페에서 보여지는 자취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궂이 생활 양식의 자취를 언급하는 것이 아닌 마음의 자취 생활

현대사회의 최대 병리 현상인 경쟁의 과열로 인해 지쳐서 의지의 끈을 놓을 수 밖에 없는 현실에 의한 나태함.

그래도 입에 풀칠은 해야 하기에 조심스레 경쟁의 바다에 살짝 발가락 담궜다가 세찬 물살에 휘말려 힘없이 빠르게 떠내려가는 무기력감

기댈 곳 없이 쓰러지는 자신을 안타까워하며 그래도 살아야지 하는 마음가짐으로 자신을 몰아세우는 자책아닌 자책에 멍들어가는 좁은 가슴.  

 

한심하게 사는것 처럼 보이는 자취생들에게 차마 난 돌을 던질 수가 없다. 

 

(↓아래 링크는'싸구려 커피 - 장기하와 얼굴들' 뮤직비디오 입니다. ) 

serviceapi.nmv.naver.com/flash/NFPlayer.swf 

♪ 싸구려 커피 - 장기하와 얼굴들 ♪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눅눅한 비닐장판에 발바닥이 쩍
달라 붙었다 떨어진다

이제는 아무렇지 않어
바퀴벌레 한마리쯤 쓱~ 지나가도
무거운 내일 아침엔
다만 그저 약간에 기침이 멈출 생각을 않는다
축축한 이불을 갠다
삐걱대는 문을 열고 밖에 나가본다
아직 덜갠 하늘이 너무 가까워
숨쉬기가 쉽지를 않다
수만번 본 것만 같다
어지러워 쓰러질 정도로~ 익숙하기만 하다
남은 것도 없이 텅빈 나를 잠근다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눅눅한 비닐장판에 발바닥이 쩍
하고 달라 붙었다가 떨어진다
뭐 한 몇년간 세숫대야에 고여있는 물
마냥 그냥 완전히 썩어가지고
이거는 뭐 감각이 없어

비가 내리면 처마 밑에서 쭈그리고 앉아서
멍하니 그냥 가만히 보다 보면은
이거는 뭔가 아니다 싶어
비가 그쳐도 희끄므레죽죽한
저게 하늘이라고 머리위를 뒤덮고 있는건지
저건 뭔가 하늘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너무 낮게 머리카락에 거의 닿게 조그만 뛰어도
정수리를 쿵! 하고 찌을거 같은데
벽장속 제습제는 벌써 꽉차 있으나마나
모기 때려잡다 번진 피가 묻은 거울을 볼때마다
어우! 약간 놀라
제 멋대로 구부러진 칫솔 갖다
이빨을 닦다 보면은 잇몸에 피가 나게 닦아도
당췌 치석은 빠져 나올줄을 몰라
언제 땄는지도 모르는
미지근한 콜라가 담긴 캔을 입에 가져다 한모금
아뿔사 담배 꽁초가
이제는 장판이 난지 내가 장판인지도 몰라
해가 뜨기도 전에 지는 이런 상황은 뭔가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눅눅한 비닐 장판에 발바닥이
쩍 달라 붙었다 떨어진다

이제는 아무렇지 않어
바퀴벌레 한 마리쯤 쓱 지나가도
무거운 매일 아침엔 다만
그저 약간에 기침이 멈출 생각을 않는다
축축한 이불을 갠다
삐걱대는 문을 열고 밖에 나가본다
아직 덜 갠 하늘이 너무 가까워 숨쉬기가 쉽질 않다
수만번 본것만 같다

어지러워 쓰러질 정도로 익숙하기만 하다
남은것도 없이 텅빈 나를 잠근다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눅눅한 비닐 장판에 발바닥이 쩍 하고

달라붙었다가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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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감귤 2009-06-20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의일같지않군요

유쾌한마녀 2009-06-20 09:43   좋아요 0 | URL
그냥 간과할 수 없는 소재입니다.

제주감귤 2009-06-20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사회가 이렇다보니..

유쾌한마녀 2009-06-20 09:56   좋아요 0 | URL
시원~하게 뻥 뚫렸으면 좋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