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사랑이었네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마전 알라딘 블로거 친구 '어느멋진날'님에게서 뜻밖의 소중한 선물을 받았다.  

한비야의 그건, 사랑이었네

책과 함께 한비야 사진 엽서 대여섯장이 동봉되었는데 그간 보아왔던 그녀의 솔직한 모습과는 전혀 다르게 화장하고 곱게 차려입은 화사한 모습에 좀 당혹(?)스러웠다. 

'원래 이렇게 고왔었나?' 하는 생각과 함께 약간의 질투도 가미되어... 

마치 평생 후줄근한 옷만 입을 것 같은 친구가 어느 날 '변신'한 모습으로 나타났을때의 그 부러우면서도 찝찝한 감정같이... 한동안 엽서에 눈을 박고 있다가 이틀 뒤에야 책을 펴들었다(정말 그 전까지 계속 엽서속의 그녀만 뚫어지게 쳐다봤다). 속 표지를 넘기자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그녀의 필체로 적혀있었다. 그녀의 사인과 함께. 

난 그녀를 고등학교 도서실에 꽂혀 있던 책을 통해 처음 만났다. 솔직하고 담백한 느낌의 그녀의 글을 읽으며 '참 아름다운 사람이다'라고 생각했다.  

서툴지만 자신을 속이지않고 진실되게 따박따박 야무진 한 걸음씩 내딛는 그녀의 모습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그녀를 색깔에 비유한다면 청량감이 느껴질만큼 투명한 무지개빛이 가장 잘 어울릴 것 같다. 

그녀에 대한 첫 인상이 아름다워 대학교에 와서도 일부러 그녀의 책을 여러 권 찾아 읽었다. 그렇게 인상적이었던 그녀를 잠시 잊고 지내다가 마침 이 책이 선물로 내게 다가온 것이다. 마치 그녀가 나에게 자길 잊지 말라는 듯이, 타이밍도 아주 적절하게. 그렇게 그녀를 다시 접하게 되었다.  

꽤 오랜만에 낸 책이라 그녀의 무엇이 변했을지, 아니면 여전히 투명한 무지개빛인지 궁금했다. 사실 속으로는 전에 보아왔던 그녀의 모습이 한결같길 은근히 바랬다. 왠지 변했으면 실망할 것 같아서.  그녀가 그 모습 그 자리 그대로를 지켜서 내가 다가가면 그녀와의 거리가 좁혀지길 바랬다. 어쩌면 엽서의 고운 그녀의 겉 모습에 그녀의 색깔마저 변했을까봐, 그래서 선뜻 책을 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책에서 나를 사로잡은 대목은 '난 내가 마음에 들어'.  

그녀는 변하지 않았다, 고맙게도. 변하기는 커녕, 내가 선망하던 그 색이 오히려 더 짙어졌다. 그래서 이번 책은 전에 냈던 책과는 달리 여행기가 아닌 그녀의 일상 속의 내면을 볼 수 있는 수필이지만, 나에게는 그녀의 생각을 다시 한 번 탐험하고 헤집는 여행기었다.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여전히 자신을 맨발로 꾹꾹 다지며 자신감을 잃지 않는 그녀를 만날 수 있다.  

다른 것은 다 빼더라도 그녀의 자신감 넘치는 성격은 나에게 있어 큰 바위 얼굴이다. 그녀의 넘치는 자신감이 고등학생이던 나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 지금까지도 유통기한 없는 그 큰 영향력 속에서 나는 어설프게나마 기우뚱거리며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자신감과 더불어 넘치는 그녀의 솔직함은 나와의 거리를 좁게 만든다. '들어가는 글'에서도 그랬듯이 '정말 이런 것까지 말해도 되나 할 정도로' 내밀한 이야기 덕분에 내 마음을 열었으며, 그녀도 나를 다독여 주었다. 그녀가 자신의 속 얘기를 털어놓았기 때문에 독자들은 친밀하게 느껴서 그녀의 책을 계속해서 찾는 것 같다. 마치 친구끼리 서로 비밀 얘기를 하고 나면 더 친해지는 것 처럼.  

최소한 독자들에게만큼은 아름다운 BF(Best Friend)인 그녀. 지금 당장은 나 혼자만 친하지만 왠지 그녀를 만나면 만난지 오래된 친한 친구를 재회하는 듯한 기분이 들 것만 같다.  

한결같은 색을 간직하고 있는 솔직하고 당당한 그녀를 친구로 둔 것 같아 든든하다. 그녀가 성숙해질수록 색이 더 짙어져 그녀의 발길 닿는 곳 마다, 눈길 닿는 곳 마다, 호탕한 웃음 소리가 들리는 곳마다 그녀만의 무지개 빛이 번져 찬란하게 채색되길 바란다.


댓글(21)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느멋진날 2009-08-08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리뷰 쓰셨네요?? 잘 읽었습니다,,아름다운 사람,,한비야님의 책 저도 읽어야겠어용~

유쾌한마녀 2009-08-07 22:44   좋아요 0 | URL
덕분에 좋은 책 읽었어요~ㅎㅎ 고마워요~~~*^^*

[해이] 2009-08-08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끈끈한 사이시군요^^ 오랜만의 페이퍼라 반갑습니다 ㅋ

유쾌한마녀 2009-08-08 19:49   좋아요 0 | URL
잠시 딴짓 좀 하다가 돌아왔어요 ㅋㅋ

2009-08-09 15: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8-09 17: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후애(厚愛) 2009-08-12 0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년 지기님한테서 소중한 선물을 받으셨군요.^^
그저 부러워요~~

저한테 20년이 넘은 친구가 있는데요. 책 선물이라고 저에게 보내 주었는데, 잘 받았다고 고맙다는 전화를 했더니 책값과 배송료 달라고 하더군요. 아 그 때 정말 제 기분이 엉망이었어요. 저는 생일선물, 졸업선물 다 해주었는데, 친구한테 돈 쓰는게 아까웠나 봅니다. 다른 일로 저를 속 섞이고 하더니...
그래서 지금 우정에 금이 가고 있다는 것... 슬퍼요 ㅜ_ㅜ
'친구야 왜이리 변했니' 이 말과 함께 돈을 보내 주었지요..

너무 부러워서 하소연을 하고 가네요. (죄송^^;;)

즐. 찾 등록하고 갑니다. ㅋㅋㅋ

2009-08-12 1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8-12 1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8-12 12: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8-12 14: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8-12 18: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8-13 07: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8-13 1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느멋진날 2009-08-14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녀님! 완전 축하해요♡ 우정의 힘? ㅎㅎ 넘흐 좋아용~~^ㅡ^

유쾌한마녀 2009-08-14 19:29   좋아요 0 | URL
저 금방 동해 여행갔다가 집에 돌아와서 컴터 켜보니 선정돼있네요 ㅋㅋㅋ 멋진날님 덕분에 이런것도해보고 ㅎㅎ 고마워요 *^^* 무슨 책 읽고 싶어요??ㅋㅋ 나도 이제 보답ㅎㅐ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느멋진날 2009-08-15 20:52   좋아요 0 | URL
아니에요~ 그림 그려주시는 것도 항상 고마운데^^ 그리고 곧 우리 마녀님 생일이잖아요,, 제가 쏴야죠^^ 조만간 얼굴 좀 봅시당♥

유쾌한마녀 2009-08-15 23:27   좋아요 0 | URL
에이~~// 생일은 생일이고 보답할 기회는 줘야죠!!!ㅋㅋ 그럼 생일날 함 볼까요??^^

유쾌한마녀 2009-08-14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주의 다음 블로거뉴스 특종으로 선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후애(厚愛) 2009-08-15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전 이주의 다음 블로거뉴스 특종으로 언제쯤 되어보나... ㅎㅎㅎ
역시 우정의 힘이 대단한 것 같아요^^

유쾌한마녀 2009-08-15 11:18   좋아요 0 | URL
정말 그런 것 같아요 ㅎㅎ 멋진날님한테 선물받은 이 책으로 선정될 수 있게 열심히 쓸거라고 했는데 으흐흐...후애님도 곧 선정 되실거예요~ 선정하시는 분들 뭐하시나 몰라~~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