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친구의 연애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적잖이 안타까웠었다.
내 친구가 애써 억지로 자기 마음을 잡아당기며 하루하루를 위태롭게 보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 연애, 나도 해봤었다.
떠나려고하는 자신의 마음을 힘겹게 잡아당기며 하는 연애는 상대방에게도 미안할뿐만 아니라 나 자신에게 너무나 괴로운 고문이다.
왜 떠나려는 마음을 속 시원하게 보내지 않고 끙끙 앓느냐고?
여러 자질구레한 감정의 티끌이 원인이지만 가장 큰 이유는 '습관' 때문이다.
롤러코스터의 '습관'에서도 그랬듯이 습관이라는 것은 참 무서운 것이다.
그 좋았던 핑크빛 감정도 습관이라는 자연의 큰 이치인 양 당당하게 존재하는 그 몹쓸 것에 의해 광택을 잃는다.
중요한 것은 연애 시기의 행동만 습관으로 남는다는 것이다.
감정은 고스란히 빛을 잃은 채.
난 이 시기를 '사랑'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당연한 것이겠지만.
이런 시기에 누군가 나에게 지금 사귀고 있는 그를 사랑하느냐고 물으면 난 아니라고 대답하거나, 차마 대답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울어버린다.
내 단점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난, 내 감정을 속이는 거짓말은 정말 창피할 정도로 못하기 때문이다.
오래전 그런 연애를 처음으로 지독히 하다가 끝이 난 적이 있다.
헤어진 날, 호탕하게 웃으며 어찌나 개운하던지 나 스스로 놀랐다.
남들은 헤어질 때 마음이 아파서 울고불고 하던데 난 아픈 마음은 커녕 왜 진작 헤어지지 않았을까 하며 후회하는 내 자신이 '쿨'하다고까지 생각했었다, 어리석게도.
헤어졌더니 소름끼치게 개운하길래 그걸로 끝인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헤어진 후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드는 생각은
'그렇게 애써 마음을 잡아당겼던 결과가 겨우 이것인가'
'돌이켜보니 하나 진지할 것 없는 그 값싼 감정에 왜 나를 다 던지듯 연기했었나...'
화가 치밀어 오르면서 슬픔에 가까운 이상한 감정에 휩싸였다.
감성은 웃었지만 이성은 슬프게 끝난 연애였다.
이 이후로 난 연애를 하고 헤어질때마다 일종의 '총괄평가'를 하는 버릇이 생겼다.
다행히도 최근에 끝난 연애는 지금까지의 연애 중 최상위 점수를 매겨주고 싶다.
감성은 너무나도 슬펐지만 이성은 그만큼 활짝 웃으며 끝난 연애였기 때문이다.
헤어진 얼마후에 만나서 정말 마음을 담뿍 담아
'평생 가져갈 아름다운 추억을 함께 만들어줘서 정말 고맙다.
후회없는 사랑의 대상이 너여서 정말로 고맙다.'
라고 말해주었다.
진심이었다.
이 보다 내 마음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문장은 아마 없을 것이다.
다음에 올 사랑은 더 격하게, 감성은 주체할 수 없이 슬프고, 이성은 제 몸도 가누지 못 할 만큼 웃으며 끝나는 그런 사랑이길 바란다.
- 문득 솔로의 매력에 흠뻑 젖어 헤어나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벌떡 일어나 끄적끄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