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그로브의 눈물 - 소금제국의 군왕
케네디 원 지음, 서정아 옮김 / 프롬나드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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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 태국 남부 해변 지역 여기저기를 한 달 정도 여행한 적이 있었다. 하늘만큼이나 파랬던 바다와 다이빙과 스노클링을 하며 보았던 바다 속 아름다운 풍경들은 일 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기억이다. 그때 해변을 산책하며 신기한 것들을 많이 보았는데 그 중 단연 눈에 띄었던 것은 바닷물에 직접 뿌리를 내리고 있는 나무들이었다. 저 나무들은 어떤 생존 메커니즘을 갖고 있기에 저렇게 짠 바닷물 위에서도 굳건히 버티고 살아갈 수 있을까? 이 책은 그때의 그 나무들, 바로 맹그로브에 대한 이야기이다.

 

맹그로브는 여러모로 특이한 나무다. 바닷물에 직접 뿌리를 내리며 자랄 뿐 아니라, 바닷물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소금기를 걸러내는 뿌리를 가지고 있으며 물 위로 드러난 뿌리로 호흡을 한다는 점이 그렇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독특한 건 맹그로브가 새끼를 낳는 나무라는 점이다. 씨앗을 통해 번식하는 다른 식물들과 달리 맹그로브는 주아라고 불리는 싹이 튼 형태의 작은 나무를 키워낸 후, 이를 바다에 직접 떨어뜨려 번식한다. 떨어진 주아는 썰물의 갯벌에서 바로 뿌리를 내려 자라거나 물 위를 둥둥 떠다니다 정착한 곳에서 자라날 수도 있다. 직접 광합성을 할 수 있기에 바다 위에서도 한 달 정도는 살아갈 수 있다고 한다. 바닷가라는 열악한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나름의 전략일 것이다.

 

단지 신기한 생존전략 때문에 맹그로브가 주목받는 것은 아니다. 맹그로브 숲으로 인해 만들어진 습지는 생태계의 보고이기도 하다. 연구자들이 밝혀낸 바에 의하면 맹그로브 진흙 1세제곱미터 안에는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유기체, 크기가 0.5밀리미터 이상인 유기체가 통상적으로 2만에서 4만 종이 포함되어 있다.”(152) 풍부한 유기체와 견고한 뿌리라는 보호막은 다양한 생물들이 풍부한 먹이를 바탕으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이 된다. 상어와 같은 강인한 생물조차도 어린 시절엔 맹그로브 숲의 보호를 받으면 살아간다. 태국에서도 맹그로브 숲에서 뿌리 사이를 배회하는 새끼 상어를 볼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맹그로브는 오늘날과 같은 지구온난화 시대에 훌륭한 탄소저장고 역할도 하고 있다. 맹그로브 퇴적물이 탄소를 가두어두어 이산화탄소로 산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밀물과 썰물을 통해 맹그로브는 엄청난 양의 용해된 유기 탄소를 배출해 해양 생태계 전반에 필수 양분을 공급한다. 비록 지구 지표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0.1퍼센트밖에 되지 않지만 맹그로브는 육지에서 기원해 바다로 운송되는 유기 탄소의 10분의 1을 공급하고 있다.”(148) 그런데 지금, 이 보석 같은 나무들이 세계 곳곳에서 파헤쳐지고 있다.

 

그곳을 답사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 맹그로브 숲은 단단한 땅의 경계에 깊게 뿌리 내려 바다로의 접근을 가로막는, 그야말로 뚫고 들어갈 수 없는 해안의 덤불숲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장애물이자 거추장스러운 존재에 불과한 것이다. 이런 이유로 맹그로브는 개발 광풍이 불었던 플로리다에서뿐만 아니라 맹그로브가 자라는 곳이라면 세계 어디서나 뿌리 뽑히고 불태워지고 불도저로 파헤쳐졌다.”(15)

 

첫 단추는 새우양식업이었다. 원래 맹그로브 숲은 새우의 천연 서식지이다. 먼 바다에서 태어난 새우 유생은 맹그로브가 우거진 연안으로 이동하여 다 자라 허물을 벗고 다시 먼바다로 나갈 준비를 갖출 때까지 맹그로브 숲의 뒤엉킨 가지 사이 보금자리에서 먹이를 얻으며 살아간다.”(51~52) 그러나 새우의 양식화가 성공한 이후 최적의 양식지로서 맹그로브 숲은 상업 자본의 무자비한 침략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정부는 구색만 갖출 정도의 임대료에도 기꺼이 땅을 빌려줄 태세였고 새우 양식업자들은 약삭빠르게 그 사실을 알아차렸다. 새우는 귀한 외화를 벌어들이는 효자 종목이었기 때문에 정부는 당연히 새우 양식업에 혈안이 될 수밖에 없었다.”(55) 아시아와 라틴 아메리카의 여러 개발도상국들이 이런 식으로 맹그로브 숲을 파헤쳤다.

 

사정은 부유한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가난한 국가에서는 수산양식업이 맹그로브를 감소시킨 기폭제였다면, 부유한 국가와 그 연안 지역에서는 부동산 개발이 원흉이었다.”(107) 리조트와 카지노, 요트 선착장과 골프장 같은 위락 시설을 만들기 위해 포클레인과 불도저로 맹그로브 숲을 밀어내고 있다. 또한 토목공사로 인한 침전물이 주변으로 퍼져나가 주변 생태계마저도 위협하고 있다.상어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새끼 서식지에서 갓 태어난 레몬상어의 5년 생존율은 노스비미니의 준설 작업과 간척 사업의 폐해로 30퍼센트나 감소되었다.”(110) 댐과 보를 건설하기 위해 강바닥을 파헤치고, 골프장과 아파트를 짓기 위해 그린벨트를 훼손하는 우리 모습이 비춰진다.

 

이처럼 맹그로브 숲에 대한 공격의 결과는 생태계의 교란과 환경의 파괴, 그리고 무엇보다도 맹그로브 숲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고 있던 공동체의 파괴로 나타난다. 안전, 식량 공급, 생계의 원천. 이 모두는 맹그로브가 해안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베푸는 서비스다. 이들에게 맹그로브의 파괴란 표면적인 파장 효과에 머무는 간접적인 환경 손실 정도가 아니다. 사회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기도 하다. 공동체는 산산조각 나고 사람들은 도시로의 이주를 강요당한다. 건강과 복지도 악화된다. 그러나 생태계의 훼손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사회적인 손실도 세계 경제에서는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는 외부 효과에 속한다.”(209)

 

물론 뒤늦게 맹그로브의 가치를 깨달은 세계 여러 지역에서 맹그로브 숲을 복원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잘 알다시피 한번 무너져 내린 생태계의 질서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선 많은 시간과 자원 등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 역시 4대강 사업 등으로 인해 망가져가고 있는 하천을 복원하기 위해서 그 이상의 비용이 들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인간의 건강이든 자연의 건강이든 망치기는 쉬워도 회복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생태적 가치에 대한 전지구적 각성이 필요한 이유다.

 

이리안자야의 아스마트족 신화에는 외로운 창조자가 벗을 만들고 싶어 맹그로브 뿌리로 인간의 형상을 조각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그 후에도 그의 외로움은 수그러들지 않는다. 그래서 맹그로브를 베어 그 나무줄기로 북을 만들어 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인간 형상을 한 조각이 생명을 얻어 춤을 춘다.”(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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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을 위한 철학 - 세상에 단 하나뿐인
브랑코 미트로비치 지음, 이충호 옮김 / 컬처그라퍼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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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을 위한 철학>이라는 제목을 처음 듣고 내가 상상한 것은 이런 것이었다. 만일 음악을 위한 철학혹은 미술을 위한 철학과 같은 책이 있다면, 과연 어떤 내용을 담게 될까. 아마도 음악이나 미술 작품들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여러 개념들을 소개하고 이 개념의 기원이나 배경, 혹은 적용 방식 등등을 엄밀히 검토함으로써 작품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이해와 성찰을 도모하는 책이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건축을 위한 철학역시 건축물이나 건축가의 작업을 이해할 수 있는 개념들을 소개하고 꼼꼼히 다뤄주는 책이 아닐까. 이 책을 읽게 된다면 건축물을 바라보는 깊이 있는 시선을 얻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책을 처음 접하며 이런 질문과 기대가 떠올랐던 것이다. 그러나 헛된 기대였다.

 

이 책은 건축을 위한 철학이라기보다는 건축 전공자를 위한 간략한 철학사라고 부르는 것이 마땅하다. 책의 내용이 대부분 고대의 플라톤에서부터 현대의 분석철학에 이르기까지 철학사의 주요 인물과 사상의 핵심 개념을 설명하는데 할애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 스스로도 이 책의 목적은 독자들건축가, 건축 실무자, 학생에게 설계 작업에서 맞닥뜨리는 더 광범위한 철학적 문제들을 인식하도록 돕는 것이다.”(7)라고 저술 의도를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혹시나 해서 원제를 살펴보니 'Philosophy for Architecture'가 아니라 'Philosophy for Architects'로 정확한 제목은 건축가들을 위한 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왜 건축가들에게 철학사책이 필요한가? 그건 일차적으로 아카데미즘의 어떤 경향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많은 현장 건축가들과 특히 학계의 건축학자들은 자신의 경력에 보탬이 되려면 철학적인 것처럼 보이는 전문 용어를 사용해 글을 써야 한다는 압박을 받았다.”(6) 이는 건축에만 국한된 사정은 아닐 것이다. 철학은 고도로 추상화된 사유를 다루는 학문이기에 어떤 분야든 추상화된 이론을 정립하기 위해 철학의 용어들을 빌려오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기 때문이다. 어쨌건 이런 분위기에서 건축을 전공하려는 사람들은 철학에서 사용되는 전문 용어들과 자주 마주치게 될 터이기에, 철학사에 대한 일별, 특히 건축에서 자주 다루는 철학 사상에 대한 일별은 연구를 위한 논문이나 저서를 읽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의도를 염두에 둔다면 이 책은 매우 훌륭하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데카르트, 칸트, 헤겔 등 철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굵직한 사상가들과 현상학, 해석학, 포스트모더니즘, 분석철학 등 현대 철학에서 주로 다뤄지고 있는 주요한 분야들의 핵심을 간결한 언어로 요약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철학이라는 이름이 붙은 책치고 이렇게 쉽게 페이지가 넘어가는 경우는 흔치 않을 것이다. 배경과 핵심 개념에 대한 친절한 소개는 일반인들의 교양 철학서로도 손색이 없다. 물론 각 해당 분야의 전공자들이 보기엔 이러한 간략한 설명이 너무 피상적이고 때론 편파적이며 심지어 왜곡의 소지도 있다고 비판할 수 있을 것이다. (분명 그러리라고 생각한다. 이런 식으로 자존심을 세우는 전공자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니까. 그러나 또 한 편으론 전공자라면 그래야 한다고도 생각된다. 자신이 전공한 분야를 엄밀하게 다듬고 옹호하는 것이 전공자의 임무이기도 하므로.) 그러나 이 책이 누구를 대상으로 하고, 어떤 목적으로 씌어졌는지를 떠올린다면 충분히 납득할만한 하다.

 

이 책의 또 다른 의도는 철학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현대 건축 이론을 이해하는 데 있다.이 책에서 선택한 철학적 견해들은 현대 상황과 관계가 있는 건축 및 건축 이론 문제에 대해 중요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7) 저자는 의도에 맞게 건축과 관련성이 있는 철학 사상을 선별한 후 친절하게 설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건축 이론을 풀어나간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식이다. 팔라디오 설계의 결정들은 플라톤주의자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추론을 일관성 있게 따랐다”(52), “르네상스 이론가들은 신이 어떤 질서를 도입했고, 건축가는 신성한 동료가 사용하는 것과 같은 비례를 사용함으로써 거기에 동참한다고 믿었다”(88), “역사철학의 특정 입장이 20세기 모더니즘 건축 이론의 기술을 가능케 한 지적 틀을 직접 제공했다”(130), “노르베르크-슐츠가 소개한 건축에 관한 하이데거의 견해는 공간과 장소 사이의 관계에 대한 분석이라는 또 다른 측면에서 그 시대에 중요한 기여를 했다.”(191~192)

 

그러나 이 부분은 일반 독자로서 다소 아쉬움이 느껴진다. 건축사에 대한 지식이 어느 정도 있는 전공자라면 저자가 설명하고 있는 철학-건축 이론의 연계에 실제 건축물까지 결합하여, ‘철학-건축 이론-건축물에 이르는 매끄러운 과정을 머릿속으로 생생하게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건축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비전공자들은 그러기 어렵다. 플라톤의 경우 팔라디오의 빌라 로톤다의 도면을 그림으로 실어주었기에 플라톤의 이데아론을 지향한 건축물이 어떤 형태로 실현될 수 있는지 떠올려 볼 수 있지만, 그 외에는 구체적 건물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기에 명쾌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특히 모더니즘 건축이나 포스트모더니즘 건축과 관련된 부분은 더욱 애매하게 느껴진다. ‘건축가들을 위한 철학이긴 하지만 일반 독자를 배려해 건물 사진 등을 보강해주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철학-건축 이론-건축물이라는 연계와 관련해서 한 가지 더 언급하고 싶은 것이 있다. 저자는 결론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비록 건축 이론가들이 다른 분야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파악하는 데 때로는 오랜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건축 이론은 외부와 격리된 채 홀로 존재하는 게 아니다. 그들의 견해는 종종 다른 분야에서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진 견해에 대한 뒤늦은 반응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건축 이론에서 장차 일어날 발전을 가늠하려면 현재의 철학적 환경을 살펴보아야 한다.”(262) , ‘철학-건축 이론-건축물이라는 연계가 단순한 연관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간적 선후 혹은 인과 관계를 가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꽤 재미있게 들리는데,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형이상학과 같이 철학 고유의 질문을 다루는 분야가 아니라면 개별 철학은 대상이 되는 분야의 뒤를 쫓아가는 식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심리 철학은 심리학의 새로운 발견에 따라 매우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다. ‘철학은 과학의 시녀라는 말은 철학의 이러한 사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런데 저자의 진술에는 이 관계가 뒤집혀져 있다. 철학이 앞장서고 건축이 뒤따른다. 과연 그런가? 만일 그렇다면 건축이란 분야는 다른 분야와 달리 어떤 특성을 가지기에 그렇게 된 것인가? 몇 가지 의문들이 꼬리를 문다. 천천히 고민해 봐야겠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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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 추천도서도 정리해서 올립니다.

4월 7일까지 19분께서 총 54권의 책을 추천해 주셨고, 그 중 복수 추천을 받은 책은 18권입니다.

복수 추천을 받은 책 수에서 알 수 있듯이, 평가단분들의 관심이 매우 분산되었습니다.

아마도 3월에 좋은 책이 많이 나왔다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1. 세 표씩 추천을 받은 6권입니다.

 

      

 

     

 

2. 두 표씩 추천을 받은 12권입니다.

 

           

 

           

 

           

 

이처럼 다양한 책들이 골고루 추천을 받았는데, 과연 어떤 책이 선정될지 궁금하네요.

 

(다시 확인해보니 <인간과 상징>이 빠져있어서 수정해 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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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나무 2013-04-09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는 분산되어 있어서 어떤 책이 선정될기 궁금하네요^^ 수고하셨어요

nunc 2013-04-09 21:46   좋아요 0 | URL
예, 저도 궁금하네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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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연 모방>

출간 전부터 관심을 가졌던 책이다. 언어나 음악의 진화와 관련된 책은 이미 여러 종 나와 있는데, 대부분 인간 진화의 부산물로써 언어나 음악의 출현과 변화를 다루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책은 '인간은 진화하지 않았다. 진화한 것은 언어와 음악이다.'라고 다소 대담한 카피를 달고 있다. 간단한 책소개로 추측컨대 밈 이론의 변형판이 아닐까 생각된다. 곧 <노래하는 네안데르탈인>을 읽으려 하고 있어서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다.

 

 

 

 

 

 

2. <투게더>

<장인>과 <뉴캐피털리즘>의 저자 리처드 세넷의 책이다. 책소개에 의하면 세넷은 "이 불평등하고 불안정한 사회에서 협력의 기술을 다시 배우고 공동체를 구해야 한다고 호소한다."고 한다. 즉 사회적 협력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는 책인데, 그 방법론이 심히 궁금하다. 오늘날과 같이 심히 파편화되고 개인화된 사회에서 이익 집단의 형태가 아닌 다른 의미의 협력 공동체가 과연 가능할까. 세넷의 답을 들어보고 싶다.

 

 

 

 

 

 

3. <거대한 역설>

"왜 개발할수록 불평등해지는가"라는 책의 부제가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대강이니 뉴타운이니 재개발이니 토건 개발뿐만 아니라 자기 계발/개발에 이르기까지 온갖 개발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길 권하는 책이 아닐까 싶다. '더 나아지고 더 좋아진다'는 말에 '과연 누가, 어떻게?'라는 질문을 던지는 책이길 기대해 본다.

 

 

 

 

 

 

4. <마술적 마르크스주의>

제목의 '마술적'이란 단어는 과연 어떤 의미일까. 책소개에서는 "21세기 자본주의 체제를 극복하기 위한 주체를 재설정"하고 "새로운 마르크스주의"를 제안한다고 하는데,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지 궁금해지는 책이다. 물론 이런 종류의 책들이 종종 그러듯 단지 선언에 불과한 비현실성으로 가득차 있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새로운 사회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한 책이 될 것 같다.

 

 

 

 

 

5. <아마존>

세계에서 가장 긴 강, 아마존에 대한 책이다. '50여 년 동안의 탐험 경험을 토대로 500여 년의 역사를 풀어놓는다.'는 책소개가 흥미롭다. 한 지역에 대한 50년 간의 탐구라는 말이 아마존의 방대함을 확인해 주는 듯하다. TV 다큐 <아마존의 눈물>을 통해 경탄했던 아마존의 자연과 생태계, 그리고 역사를 다루고 있는 흥미로운 보고서를 놓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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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사이징 데모크라시 - 왜 미국 민주주의는 나빠졌는가
매튜 A. 크렌슨 & 벤저민 긴스버그 지음, 서복경 옮김 / 후마니타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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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목과 부제에서 명확히 드러나듯이, 지난 200여 년 동안 지속되어 왔던 미국 민주주의가 점차 쇠락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책을 단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시민들이 공적 영역에서 함께 살아갔던 정치의 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있다.”(422) 저자의 용어를 따르자면, 대중민주주의가 점차 개인민주주의로 대체되고 있다는 것이다. 왜 그렇게 되었으며, 이러한 변화로 인해 어떠한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는가? 두 저자는 400여 페이지에 걸쳐 미국 정치를 꼼꼼하게 검토함으로써 이 문제에 답하고 있다.

 

먼저 대중민주주의란 무엇인가? 대중민주주의는 엘리트들이 정치의 장을 장악하기 위해 비엘리트들을 동원해야 했던 방식이다.”(9) 행정과 조세, 그리고 국방이라는 국가의 기본 구성요소를 충족시키기 위해 시민들의 대규모 동원은 필수적이었다. 그러나 시민들은 국가의 요구에 단순히 순응하고 따르기만 하지 않았다. 자신들의 헌신에 대한 대가로 투표권을 비롯한 다양한 권리를 요구한 것이다. 이렇게 시민권이 확립되고 민주주의가 제도화된다. 이는 단지 이 책이 다루고 있는 미국의 경우뿐만 아니라 하나의 정치 공동체로서의 국가, 즉 근대국가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벌어진 일일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상황은 이러한 의미의 시민권이 더 이상 필요치 않음을 보여준다.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 없이도 국가를 운영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고안됨으로써 시민들은 정치의 무대에서 조연으로 전락해버리는 것이다. 물론 정치 엘리트들이 의도적으로 시민을 배제하려 했던 것은 아니다. 많은 경우 시민권의 쇠락은 정부의 효율성과 책임성을 높이려는 노력의 의도하지 않은 결과였다.”(89) 행정, 조세, 국방 등 국가 통치의 주요 분야에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게 되었고, 그 결과 국가는 시민들의 능동적이고 집단적인 지지에 의지하지 않고도 운영될 수 있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공익 단체 및 시민 단체와 같은 다양한 이익 단체의 활성화는 오히려 시민은 역할을 축소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많은 대중을 동원함으로써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고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하려던 과거의 운동 방식과 달리, 관료들에 대한 로비와 법적 소송 등의 방법을 통해 자신들의 목적을 이룰 방안들이 마련되자 정치의 영역에서 대중의 역할이 점차 사라지게 된 것이다. 각종 단체들은 소규모의 인원만으로 충분히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으며, 집단행동을 조직하기보다는 자신들의 목적을 지지하고 후원할 수 있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선전활동을 하기만 하면 된다. 모든 사람의 이익을 대표한다는 명분 아래 공익단체는 특정한 누구와도 거리를 두었다.”(149) 적극적이고 안정적인 지지자들을 확보할 필요가 감소하자 단체의 유지가 더 큰 목적으로 대두된다.단체들이 공공 기관과의 안정적인 관계와 조직의 하부 기반을 유지하는 데 투자하다 보면, 회원들의 이해관계를 강력하게 대표하는 것에서, 조직 그 자체를 건사하고 당국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쪽으로 단체의 에너지를 전환할 수밖에 없다.”(206)

 

나아가 다양한 이익 단체들의 대립은 사법 권력의 확대를 가져온다. 이제 정치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많은 대중의 지지보다는 사법적 판단이 더 중요한 방법이 되었다. 정치인들은 대규모 지지자들을 동원하기보다는 정적을 제거하기 위한 목표에 집중한다. 오늘날 폭로, 조사, 기소라는 정쟁의 전술이 한때 선거 동원이 차지했던 정치의 중심 무대를 장악하고 있다.”(181) 사정은 이익 단체들도 마찬가지다. 의회나 선거 정치에서 경쟁자들은 이길 승산이 적은 지나치게 협소한 이익들은, 자신들의 목적에 부합하는 토론장을 법원에서 발견한다. 법원에서는 판사만 설득하면 되기 때문이다.”(301)

 

이러한 변화가 야기하는 가장 큰 문제는 정치의 영역에서 일반 대중들이 실종된다는 것이다. 로비나 소송은 시간적, 금전적 수고가 많이 요구되는 방법이기에 정치 세력들은 상대적으로 한정된 계층, 즉 높은 교육 수준과 경제적 여건을 가진 중상 계급 이상을 지지 세력으로 확보하고자 노력하게 된다. 이 때문에 다양한 정치적 운동들이 소외 계급보다는 중상 계급의 요구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한때 정치·사회적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대중의 지지를 동원했던 가장 진보적인 정치 운동들조차 이제는 대중 정치의 장에서가 아니라 법원과 관료를 통해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 그 결과 이런 운동들의 목표는 중상 계급 지도부의 제한된 이해관계와 긴밀히 결합되어 있다.”(328) 소외된 계급의 절실한 목소리는 정치의 영역에서 점차 소멸된다.

 

다시 말해 이제 더 이상 정치 영역에서 주도권을 행사하던 시민은 없다. 단지 정부의 서비스를 받는 고객만이 있을 뿐이다. 행정 영역이 다양한 방식으로 민영화되면서 대중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제공되던 공적 혜택은 국민들 개개인의 사적인 권리로 대체되었다. 예를 들어 교육 바우처는 학교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함으로써 공교육에 대해 문제의식을 더 나은 학교를 찾는 일로 바꾸어버린다. 이런 식으로 대중은 시민이 아니라 개인 고객들의 단순한 집합이 되는 것이다.”(360) 바야흐로 탈정치의 시대가 도래하는 것이다.

 

오늘날 통치의 기술은 공공 정책을 사적 선택으로 변형시키는 많은 수단들을 포함하고 있다. 실제로 개인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공공 정책을 활용하도록 하는 것은, 효율적인 거버넌스의 기술로서 권장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정부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도 편리하다. 집단행동은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든다. 하지만 앞서 보았듯이 편리함에는 대가가 따른다.”(425)

 

이와 같은 미국 정치사에 대한 통찰이 지금 우리에게 주는 울림은 매우 크다. 민주 정부 10년의 시기를 거치면서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라는 시대적 요구가 있었고 이를 통해 다양한 시민 단체들의 정치 참여가 활성화되었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참여가 대중 정치의 활성화를 가져왔나 하는 점에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철탑 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존권 외침은 더 이상 정치의 화두가 되지 못한다. 1987년 김대중의 여의도 연설과 같이 100만 명 이상의 대중들이 한 곳에 모여 정치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그저 트위터 등과 같은 곳에서 던져지는 정치인들의 드립하나하나에 열광하거나 분노하고 말 뿐이다. 단지 정치인들의 트윗을 리트윗하거나 아무 효력도 없는 인터넷 청원서에 서명함으로써 자신의 정치적 소임을 다했다고 생각할 뿐이다. 이것을 과연 민주주의라 부를 수 있을까.

 

그러므로 이제 우리도 질문을 던져야 한다. 과연 지금 우리의 민주주의는 안녕한가?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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