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봄, 상처투성이 바람이 분다.
오후 3시는 매일 은행 업무를 보러 가는 시간이다.
짧은 치마를 자주 입기 때문에 무릎 위로 사뿐 내려앉는 코트를
걸치고는 통장이 든 가방을 들고 길을 나선다.
그리고는 습관처럼 고개를 떨군채 걷는다.
봄의 오후엔 시리거나 미지근한 바람이 종종 불어
땅바닥에 드러누워 봄향을 취하는 작은 모래를 날아 오르게 한다.
하여 나는, 눈에 렌즈를 낀 탓에 작은 먼지라도 들어가는 날엔 두 눈을
꼭 감은 마냥 걸어야 하기 때문에 불편하기 그지없다.
흙바람, 이 부는 봄날이 달갑지 않다.
낙화한 목련 꽃잎들도 아스팔트 도로위로 눕게 되는 날이면
지저분해 질 뿐이다. 진탕한 흔적을 남긴다.
그것은 짓이겨진 봄 ,일 뿐이다.
책 선물을 받았다.
보내지말라, 엄포를 놓아도 모두 싫다한다.
**
이석원의 「보통의 존재」
읽고 싶었고 가지고 싶었던 책이다.
아직 어떠한 이야기를 품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누군가가 옮겨놓은 글귀 하나가 숨을 쉴 수 없게 했다.
너무 어릴적부터 상처투성이가 되어버린 사람들은
커서 어떤 순간들을 믿으며 살아가야 할까. p.335
에릭 파이의 「나가사키」
남의 집 벽장에 1년 동안 숨어 산 여자의 이야기다.
라고- 만은 할 수 없는 이야기다. 선물이 도착하자마자
읽어내렸고 서평도 마쳤다. 솔직히 말해,
과대 광고와 혼자서 품은 기대치에 실망했던 작품이다.
좀 더 밀도있게 다루었더라면 하는 아쉬움.
편혜영의 「저녁의 구애」
처음 마주하는 작가라 잘 모른다.
알라딘 서재에서 이 분 저 분 읽고 싶으시다는 분들이
많은터라 궁금해하고 있던지라 반가웠다.
그리고 이건 어제 저녁 잠들기 전에 문득 든 생각인데
처음 마주하는 작가는 단편이 좋겠다고 단언했다.
피자집도 페페로니 피자를 맛있게 만드는 피자집이라면
믿을만 하다고 들은적이 있기 때문이다.
( 음 ,이건 좀 아닌가 ? )
김 숨의 「간과 쓸개」
작가의 이름도 제목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김도언 작가의 와이프라는것이 제일로 좋았다.
그렇다고 내가 김도언의 작품 전체를 읽은 것은 아니다.
그저 난 그의 소설집에 실린 단편 하나를 읽었을뿐이고
마구잡이로 무조건 ,좋았다. 그래서 김 숨도 좋다.
더불어 김도언의 작품 역시 장편 소설로 이번에 출간된
다 하니 더할나위없이 기쁘고 좋다, 좋아!
안녕,하고 . 잘 가라고 - 어서 가라고 봄에게 인사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