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도 그런 생각 해?
  갓 연애를 시작한 연인들처럼 가슴이 홧홧거리고 봄 날 같은 설렘을 다시 느껴보고 싶은  
  어떤 연애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

  
  어제 저녁 퇴근길,
  딱히 먹을 저녁이 없던터라 때마침 TV에서 해물 가득 짬뽕 선전에 침 흘리며 유명하다는
  중국집을 찾아 들어섰다. 가게 안에서는 시청률이 굉장하다는 일일드라마가 방영중이었다.
  그런데 마주앉은 그이가 한참 드라마를 열심히 들여다보며 입꼬리를 몇 차례 끌어올리는게
  아닌가. 아닌게 아니라 화면에서는 좋은 감정을 품은 성인 둘이 뭐가 좋은지 눈만 마주치면
  쑥쓰럽게 그리고 아주 예쁘게 웃고 있었다.
  화면을 한 번, 그리고 그이를 한 번 번갈아보며 내가 던진 질문이었다.
  
  
  - 당연하지.
  누군들 아니겠냐만은 망설임없이 튀어나온 그이의 대답에 발끈, 해서는.
  - 나도 마찬가지!
  하고는, 짬뽕 국물에 혼자 따라 마시던 소주를 한 입에 털어넣었다.
  
  
  
  진심이다. 하고 싶다, 사랑.
  책을 읽기 시작하던 열여섯때부터 끊임없이 쉼없이 하고 싶었으며, 했다. 
  그리고 또 하고 싶다. 

  

 

  ** 

 

    

  1998년도에 출간된 임선영의 「바람꽃」,너무 오래되어 책의 이미지도 
  상실되었나보다. 하긴 내가 읽은 최초의 책이니 그리 놀랍지도 않다.
  5권으로 이루어진 책이고 중학생이 최초의 독서로 읽기에는 그리 좋은 책
  은 아니었다. 연애, 결혼, 불륜, 성, 폭력이 혼합된 책이었는데 꽤나 재미
  있게읽은 모양인지 아주 잘 기억하고 있다. 다 읽은 후에는 임선영의 다른
  책도 찾아 읽은 기억은 있지만 제목은 잊혀졌다.  

 

       

  내가 전경린을 알게 된 책이다. 「내 생에 꼭 하루뿐인 특별한 날」. 영화로도
  제작되어 영화로도 봤다. 불륜을 다룬 책이었고 이 책도 중학교 시절때에 읽었다.
  그리고 훗날 내가 결혼을 하게 된다면, 이런 불륜정도 쯤(?)은 
  저지르고 싶게끔 만들던 책이었다.
충분히 위험했으며 매력있었다. 
  어떻게 사람이, 어떻게 여자가 세상에 태어나 단 한 남자와 홀로 지내왔던 생보다
  더 많은 생을 보내야 하는지 답답하기만 했다. 그리고 내가 좀 더 자라서 이 책을
  떠올렸을때는 '아니, 어떻게 남자마다 관계를 맺는 테크닉이 다른데 한 남자와만
  평생 해야하지?' 라고 생각했더란다.
  불륜, 참으로 치명적인 매력이 아닐까 싶다.     

  

  

   한 편의 드라마를 읽는 듯했던 이도우의「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동경하던 여자의 소개로 읽게 된 책이었다. 사실 전경린과 신경숙을 알고부터는
  진부하고 달달함을 내뿜는 로맨스는 끊은지 오래였는데 추천글이 만만찮았다.
  좋았다, 그저 좋았다. 가슴이 설레었고 입가에는 함박웃음이 난무했다.
  가장 평범한 연애가 가장 애틋하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배웠다.
  사랑 하나만으로도 연애 아닌 결혼도 가능하다고 믿게 만드는 책이었다.
  사랑이 전부라 믿게 만들었고 몇 년을 나를 사랑하나만 지향하게 만들었다.
  한 때는 정말 사랑이 전부였다. 내게는.
  물론, 사랑만 가지고 한 결혼에서는 결국 돈이 전부였구나 깨우치게 했지만.
  사실 내가 하고 싶은 건 사랑 따위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나는 결혼 후에 할게 됐다.
  인생의 최우선이라는 건강도, 돈이 있어야 검진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알았을
  때는 참으로 처참했다. 

  



당신 말이 맞아.
나, 그렇게 대단한 놈 아니고
내가 한 여자의 쓸쓸함을 모조리 구원할 수 있다고 착각하지않아
내 옆에 있어도 당신은 외로울 수 있고 우울할 수도 있을거예요
사는데 사랑이 전부는 아닐테니까
그런데
그 날 빈소에서, 나 나쁜놈이었어요
내내 당신만 생각났어
할아버지 앞에서 당신 보고 싶단 생각만했어요
뛰쳐나와서 당신 보러가고 싶었는데
정신차려라, 꾹 참고 있었는데 …
갑자기 당신이 문 앞에 서 있었어요
그럴 땐 미치겠어

  꼭 사랑이 전부 같잖아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中
 

 

   

   서평으로도 썼었지만 검은 활자로 사이로 색(色)이 돋는 작품이다.
  외설적이고 음란하며 도발적이고 온 몸을 달아오르게 만드는 「더블 판타지」
  전작에서는 볼 수 없었던 숨은 잠재력(?)이 폭발하는 무라야마 유카의 작품이다.
  솔직히 야하다고 해서 읽었다. 한참 슬럼프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술과
  컴퓨터 게임에만 매여 지내다가 가까스로 이 책을 기반으로 딛고 다시 책을 손에
  들었음이 자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작품 속 여 주인공이 부러웠다.
  외설적인 농도가 짙다. 10년 동안 책을 읽으면서 일반 소설분야에서 이렇게 야한
  책은 또 처음이다. 전작들을 살펴보면 아주 심플하고 단아하고 평행선을 걸을듯한
  작품들었음이 느껴지는데 작가 개개인에게도 소설 같은 '반전'이 있나보다.
  다음 작품도 이런 작품으로 나왔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다.

    

 

 

  흩날리는 벚꽃잎처럼 여린 속살을 간지럽히는 연애가 하고 싶다.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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