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한 개의 선물 - 하루에 한 편씩 읽으면 한 달이 행복해지는 책
유린 지음 / 더난출판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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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에 한 편씩 읽으면 한 달이 행복해지는 책'인데 나는 어쩌자고 책을 들자마자 서른한 편의 이야기를 다 읽고 말았을까? 왜 그랬을까? 정말 나는 바보가 아닌가? 하루에 조금씩 읽어나가면 꾸준히 누릴 수 있는 행복을 단 몇 시간만에 홀라당 다 마셔버리다니…. 이런이런…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한걸까?
 
 "남들이 알아주지는 않지만, 그게 뭐 중요한가요? 내가 즐겁고 편하면 되는 거지."  /  "한 곳에서 열심히 살지 않은 사람은 다른 곳에서도 열심히 살지 못해. 버릇이 들었기 때문이야." ( 스무 번째 날 이야기 "구두 닦는 철학자"에서 ) (139,145)
 
  때론 코끝이 찡해오고 때론 고개가 끄덕여지는,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게도 하는 '뜨끔'함과 간혹 이미 알고 있던 이야기들까지, 부담없이 몇 장의 짧지만 가슴이 따뜻해지는 이야기들이 서른 한 편 펼쳐지는 이 책, 정말 나는 무엇을 기대하고 한꺼번에 한 달치의 이야기를 다 보고 말았던 것일까? 그 까닭은 두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 째는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이 주는 감동 보다 재미가 더 앞설만큼 쉬 읽힌다는 이야기이다. 그만큼 쉽게 씌어져, 읽기에 아무런 걸림이 없다는 말이다. 다음은 이야기 구조의 익숙함에서 비롯된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 먼저 펼쳐지고 다음엔 그 난관을 극복하거나 자신이 처한 상황을 뒤늦게 깨닫고 반성하는 장면들, 익숙하지 않은가? 좋게 말해 쉽고 따듯한 이야기이고 험하게 말하자면 어릴적부터 만나오던 교훈적인 동화같은 이야기들의 모음집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방심하면 안되는 것이 이 책의 이야기들 모두가 읽는 이에게 꼬끝 찡한 감동과 한 방울의 눈물을 주지는 못하지만 여러 편의 이야기들이 그런 역할을 충실히 해내어 읽는동안 여러 번 손을 눈밑에 갖다대거나 코를 만지작거리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이 책을 아무나 읽으면 안되는 것이 다 읽었는데도 아무런 감흥을 느낄 수 없다면 분명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다. 즉, 신체적인 나이와는 상관없이 감정적인 나이가 엄청 무뎌져 있다는 슬픈 현실을 만나게 되리라는 것이다. 
 
 자, 그러니까, 제 글을 읽으신 분들중 스스로의 감정나이에 자신이 있는 분들만 책을 보셔야 한다는 얘기이다. 만약, 이 책을 읽기는 쉽게 읽어내지만 아무런 감정상의 움직임이 없다면 얼마나 불행한 일이겠는가?  하여 스스로의 감정나이가 아직은 건전하고 젊다고 자신하는 분들만 이 책에 도전하시라. 그렇지 아니하신 분들은 아예 책을 손에 들지마시라. 스스로 비참한 순간을 결국 맞이할 터이니…. 그런데 도대체 어떤 이야기들인지 궁금하다구요? '스포일러'는 이야기의 감동을 죽이기에 생략합니다.^^*
 
 
2008.12.1  그래요, '세상은 아직 따뜻합니다'.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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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편지
정민.박동욱 엮음 / 김영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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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좋은 책의 조건이란 무엇일까? 읽는 이로 하여금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하고 지나간 추억에만 묻혀있던 기억들을 꺼내어 다시금 되새김질하도록 도와주는 그런 책이라면 좋은 책이라 할 수 있을까? 넘쳐나는 칭찬과 찬사가 오히려 부담스러웠던 이 책은 일단 정말 잘 엮은 책임에 틀림없다. 조선시대에 사대부 집안의 부모자식간의 편지왕래중에서도 아버지의 편지글만 가려 뽑았고 그 글을 쓴 10분의 선비들도 낯설지 않으니 지명도에 적절한 설득력에 두 손을 들어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배움은 정밀하게 따지고 살펴 묻는 것을 소중하게 여긴다. 너희가 일찍이 따져보지 않기 때문에 의문이 생기지 않고, 의문이 생기지 않으므로 물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이와 같다면 아무리 많이 읽은들 무슨 소용이겠느냐? 힘쓰도록 해라. ( "유성룡의 편지"에서 ) (92)
 
 하고 많은 일 중에서 흐트러진 마음을 거두는 것만큼 제일로 중요한 일은 없으니 명심하고 명심해라. ( "박제가의 편지"에서 ) (260)
 
 어쩌면 우리도 자라면서 들었을, 혹은 듣고팠던 준엄한 아버지의 목소리가 이 책에는 절절히 넘쳐난다. 소소한 장맛을 물어보는 아버지의 잔정부터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갖추는 자세에 대하여 일갈하시는 큰말씀까지 어느 것하나 허투루 버릴 것이 없다. 그래서 모두들 이 책을 좋아하는 것이리라. 
 
 하지만 나는 문득 돌아서 다른 생각을 해보기로 한다. 이 분들이 누구신가? 자식들과 편지를 주고 받는, 귀양중에도, 객지에 부임하여서도 서신왕래를 주고받을 수 있는 이 분들은 누구신가? 우리가 너무도 당연히 바라보고 우러러보는 조선시대 사대부 집안의 명문가들이 아니신가? 그런데 우리 아버지는, 우리들의 아버지는 어디에 계신건가? 젊은날 이루지 못한 꿈을 핑계로, 혹은 꿈이라는 것조차 제대로 꾸어보지 못하고 허겁지겁 살아내며 세월과 함께 늙어오신 우리 아버지는 어디에 계신건가? 안타깝게도 이 책의 좋은 말씀들 사이에서는 아버지를 찾을 수가 없었다.
 
 
Ⅱ.
 며칠 전 아버지가 입원하셨다. 이십여년 전 일찌감치 어머니를 떠나보내시고 홀로되신 후 함께 살아가시는 아버지께서 입원을 하신 것이다. 지병이 있으셨고 정밀진단차 잠시 입원하신 것이기에 가족들이나 당신께서도 크게 놀라거나 걱정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그래도 입원은 처음이기에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오랜 시간을 평범하게 살아오시면서도 내게는 또 다른 추억을 공유하고 있는 친구같은 아버지기이시기에 내심 더 속이 타는지도 모른다.
 
 초등학교 때부터 나를 데리고 구덕야구장으로, 혹은 부산극장으로 , 화랑대기 고교야구대회나, 이소룡,제임스 본드가 나오는 외화를 보러다니신 기억때문에 요즘엔 내가 아버지를 모시고 아내보다도 더 자주 영화를 함께 보러 다니곤 하였다. 아버지는 이십여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수 년이 흐른 뒤 그 좋아하시던 술도 끊으시고 우리를 위하여 살아오셨다. 사실 세상 어디를 가도 이처럼 살아오지 않으신 아버지가 어디 있으랴. 그래서 우리에게는 [아버지의 편지]가 더 그리운 것이다. 다 자란 자식과 세상돌아가는 이야기에 대한 글을 주고 받지는 못할 지언정 얼마나 아픈지를 살펴야 되는 요즈음의 시절이라니 안타깝고 아쉬운 시간들이다.
 
 하여 나는 이 멋진, 책을 읽으며 아버지를 다시 생각한다. 내 아버지뿐만 아니라 이 세상 모든 평범한 아버지들이 자식들에게 멋진 말씀 한 번 제대로 못 전할지라도 우리는 그 세월 속에 묻어있는 행간을 읽어내야만 할 것이라고…. 그 눈빛 속에, 그 주름살 속에 살아오신 정성들을 멋진 글로 읽어낼 줄 알아야 우리도 어느날, 아버지의 나이가 되어 아이들에게 정갈한 이야기 한자락 전할 수 있으리라고…
 
2008.12.1  겨울이 시작되는 저녁, 아버지를 찾아뵈러 가야겠다.
 

들풀처럼

 


     - 정민 교수님의 친필서명, 고맙습니다.

*아래의 "習作"은 어머니가 돌아가신 그 해 가을에 쓴 글입니다.
 
아버지의 노래 
 - 눈물로 쓴 詩 
 
바다,
하지만 아무런 힘도 없는 낙엽 
 
나이 오십이 가까워도 문패 한 번 
떳떳이 달아본 적 없고 앞날에의  
깃발도 부러지고 한 쪽 날개마저 
가난으로 잃어버린 
바다이지만 낙엽인 너희들의 아버지 
공납금 달라는 딸 호통으로 달래고 
하숙비 독촉하는 아들 침묵으로 답하고 
돌아오는 밤길 쓴 소주잔 기울이고 
지나간 노래 부르며 가슴 속 고인 
눈물 흩트리지만 너희들 앞에선 울 수 없는  
강해야만 되는 사람 
여윈 막내둥이 손목잡고 취해 잠든 
단칸 셋방에서 줄담배 피워대도 
해소되지 않는 갈증 
그래 
하숙비 한 번 제대로 준 적 없고  
공납금 한 번 제 때 마련하지 못하는  
초라한 모습으로 너희들의 아버지는 
밤마다 운다 
철아,숙아,섭아 
이제는 어미마저 못난 아비탓에  
잃어버린 사랑하는 나의 아이들아 
내가 너희들에게 남길 것은 무엇인지 
 -가난의 슬픔을 배웠어요
숙아, 
이번 달 하숙비도 갖고 가지 못한 
서울의 니 오빠에게서 아무런 연락없음이 더 가슴아프다 
 -자유와 정직입니다
아들아, 
너도 이젠 아버지의 삶을 알만한 나이가 되었나보다 
어린 시절 그렇게 담배를 싫어하던 네가 담배를 배우고 
술을 마시고,사랑을 하고,…… 
 -아빠,울지마
지금 이 작은 방에서 특별히 많은 것이라곤 
메마른 책들뿐인 이 방에서 
나란히 숨을 쉬며 혹은 코를 골며 
잠들어 있는 나의 아이들아 
아버지는 또 나가보아야 한다 
새벽부터 나가 달빛에 취해 흔들거리며 
들어오는 하루하루, 
너희들만으로도 행복하다 
섭아,숙아,철아 
사랑하는 나의 아이들아 
깨거든 밥 꼭 해먹고 보람된 하루 보내거라 
그럼,갔다오마 잘 자라 
 
낙엽, 
하지만 끝없이 넓은 바다. 
 
1986-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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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day 국악 [드라이빙 뮤직]
여러 아티스트 (Various Artists) 연주 / 아울로스(Aulos Media)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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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음악, 우리 가락, 우리 악기가 넘쳐나는 음반으르 만나기란 하늘에 별따기 정도는 아니어도 수월치 않은 건 사실이다. 그나마 최근에는 각각의 악기에 몰두하여 해금독주 또는 가야금 합주 같은 쪽으로 새로운 음반이 나오고는 있지만 개인 또는 단체의 개별화된 음반일 뿐 여러 가락을 모아 두루두루 즐기도록 만든 음반은 정말 드물었다. 그런데, 이윽고, 마침내 이 음반이 나온 것이다.
 
 전통국악에 매몰되지 않은 '크로스오버'성격이 강한 '퓨전국악'이라 평소 국악을 즐겨듣지 않더라도 쉽게 즐길 수 있게 되어 있다. 먼저 곡목을 살펴보자.
 
 라틴재즈밴드 카리브 <아리랑>, 신날새 [What A Wonderful World], 정길선 <기분 좋은 하루>, 한충은 [Misty], 김경아 <여우 시집가던 날>, 여울 [Fly Me to the Moon], 그림 판 <나의 첫 번째 자전거>, IS <백 만 송이 장미>, 다스름 <엘 콘도르 파사>, 노은아 <도라지>, 플라잉코리언 <오봉산타령>, 인터 플레이 <올라 아리랑>등 12곡이 수록되어 있는 이 음반은 한마디로 풍성한 "국악 한마당"이라 할 수 있다. [Everyday 국악 - DRIVING MUSIC]이라는 음반 제목에 걸맞게 차를 타고 다니며 듣기에 딱!인 그런 음악들이다.
 
 나도 출퇴근때마다 듣다가 지난 일요일, 함양 상림숲을 다녀오는 길에 전곡을 한꺼번에 두어번 더 듣게되었는데 쳐지지도 않으면서 울려나오는 우리 가락에 절로 어깨가 들썩이곤 하였다. 첫곡, "아리랑"을 들으며 '어, 이거 뭐냐, 전통 국악이 아닌데'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으나 곧 재즈밴드의 연주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이어지는 청아한 해금소리는 우리 가락의 멋과 맛을 한껏 느끼게 해주었고 "기분좋은 하루","Misty"로 넘어가는 동안 가야금과 소금의 가락도 즐기게 된다.
 
 그리고 태평소의 가락이 주음으로 울려퍼지는 "여우 시집가던 날"에서는 정말 이 소리가 태평소가 맞는지 의아해하며 가락에 빨려들어갔다. 이미 알고 있던 여울의 익숙한 가야금 연주로 만나는 "Fly Me to the Moon"은 우리 가락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여실히 느끼게 해주는데 가야금으로 듣는 팝송이라니...상상도 못하던 일들이 아닌가? 열려있으므로 더 풍부해지는 우리 가락이라는 점에서 나는 적극 찬성한다. 이런 연주를….
 
 "나의 첫 번째 자전거"의 합주도 좋고 "백만송이 장미"의 국악 버전 노래도 귀에 감미롭게 들려온다. 그리고 마치 오카리나 연주처럼 들리던 소금과 대금이 어우러진 "El Condor Pasa"는 아련한 옛추억을 생각나게 한다.
 
  요즘 한창 인기가 있는 악기인 해금이 주음으로 울려퍼지는 "도라지"와 "Hola Arirang"의 가락고 다른 곡 못지 않게 맘에 들었다. 하지만 이 컴필레이션 음반 전체를 통틀어 한 곡만 가려뽑으라면 11번 째 곡인 "오봉산 타령"이다. 태평소와 대금,소금이 어울리는 가락에 뒤를 받쳐주며 치고 오르는 사물의 장단까지, 아, 우리가락, 우리 노래가 이런 것이었구나를 깨치게 해주는 신명까지..한 곡만 들으신다면 이 곡 "오봉산타령"을 꼭 만나보시기를 권해드린다.
 
 흥에 겨워 내쳐 달려오며 우리 가락 이야기를 하였지만 이 음반을 기획한 KBS 국악전문프로듀서 김은정 PD의 얘기처럼 "매일매일" 우리 "귓가에 정겨운 우리악기 소리를" 만날 수 있는 참으로 반가운 음반이다. 다가오는 겨울날, 먼길 떠나실 때에는 물론이거니와 아침저녁 오가며 정겨운 우리 가락을 즐기고 싶으신 분들은 이 음반으로 시작하시라. 쉽고 즐거운 우리 가락을 만나시리니….
 
 
2008.11.28  밤, 내 핏줄속을 흐르는 우리 가락, 에헤야 디야~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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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기별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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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 훈의 韻을 빌어 
 

 다시 김훈이다. 다시 그의 글이다. 벌써 몇 년 전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로 시작하는 [칼의 노래]에 꽂힌(!) 이후로 나는 늘 그의 팬이었고 문하생이었고 제자이고자 하였다. 그런 그의 새 책이다. 인터넷 서점에 광고가 뜨자마자 달려가 예약구매를 한 덕분에 나는 그의 멋진 글씨로 자필 서명이 기록된 이 책, [바다의 기별]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고마운 일이다. 약간의 수고로움으로 좋아하는 작가의 친필을 마주할 수 있는 일은….

 

 
 
 모두 열 세편의 글과 부록으로 첨부된 "서문과 수상소감", "오치균의 그림"이 어우러진 이 에세이집의 머리말에서 그는 '쓴 글과 읽은 글이 모두 무효임을', '이 묵은 글을 모아놓고 나는 다시 출발선상으로 돌아가겠다. 기다려주기 바란다.'고 하였다. 한 매듭을 지으며 그는 다시 소설로 돌아올 것이다. 마땅히 나는 기다리리라. 이제 그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간다. 
 
 모든 닿을 수 없는 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모든, 품을 수 없는 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모든 만져지지 않는 것들과 불러지지 않는 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모든, 건널 수 없는 것들과 모든, 다가오지 않는 것들을 기어이 사랑이라고 부른다. ("바다의 기별"에서) (13)
 
 곡릉천의 갯벌에서 노닐며 그는 '사랑'이라는 말의 메모장을 채워나갔다. '모든 닿을 수 없는 것들의 이름이라'는 '사랑'은 '물가에 주저앉은 속수무책이다.'(15) 역시나 아련한 그의 말들, 그 너머로 지나간 옛사랑을 추억함은 나의 주책이리라. 이야기는 계속 된다. 
 
 아버지의 죽음과 이어지는 옛추억들이 내게는 어머니의 죽음과 그날로 돌아감으로 회상된다. 그의 어머니가 남기시는 한 말씀, "사내놈들은 다 한통속이야"(30)는 내게도 적용되는 말이다. 나는 어머니 살아생전 한번도 엄마아들인 적이 없었으니까. 지금도 나는 아버지의 아들로 살아가는 그런 '사내놈'이니까. '아래를 살필 때, 아버지도 울었고 나도 울었다'(22), 그리고 어머니를 생각하며 나도 울었다.
 
 인간만이 인간을 구할 수 있고, 인간만이 인간에게 다가갈 수 있으며, 인간만이 인간을 위로할 수 있다는 그 단순명료한 진실을 나는 질주하는 소방차를 바라보면서 확인한다. 달려가는 소방차의 대열을 향해 나는 늘 내 마음의 기도를 전했다. 살려서 돌아오라, 그리고 살아서 돌아오라. ("기다려라, 우리가 간다"에서) (73)
 
 집 바로 옆에 <김해소방서>를 두고도 나는 이런 생각의 끝자락조차 한 적이 없었다. '어린아이들이 질주하는 소방차에 열광하는 모습은 아름답다'(82)니…. 과연 김훈답다. 사회부 기자 출신답게 그는 세상의 낮은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의 속내를 깨치고 있다. 그리고 그 속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줄도 안다. 그는 스스로를 그러한 글을 쓰지 아니하는 사람이라고 자평하지만 나는 그의 글을 읽을 때마다 가슴이 설레고 눈시울이 젖는다. 그리고 아마도 이건 나만의 병은 아니리라.
 
 "1975년 2월 15일의 박경리"(83~94)를 통하여 우리는 작가 박경리가 아니라 사위 김지하를 감옥에 둔 손주를 등에 업은 장모님의 마음을 만날 수 있는데 이 역시 김훈이 아니면 포착하지 못하였을 귀하고 아름다운 풍경이다. 스스로를 '희망을 포기한 사람 쪽에 속해 있었던 것 같다'(84)고 하면서도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결코 희망을 포기할 수 없도록 하는 말들이다. '독자들을 한없는 고문과 고통과 절망의 늪으로 몰고 나가는 것, 그 결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이 세계의 의미와 무의미를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것, 그것이' 그'의 글쓰기'(147) 이리라. 
 
 그런 그의 글을 통하여 우리는 우리의 숨김없는 참모습을 만나게 되는 것이리라. [칼의 노래]가 그러했고, [현의 노래]가 그러하였듯이, 이 에세이집에서도 그는 더함도 덜함도 없이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여 우리에게 다가온다. 아마도 그는 이 글도 '다시 만경강에 바치'(171)고 싶었으리라…. 그의 글은 '멀어서 보이지 않는데, 보이지 않는'(14) 그대로 다가와 우리에게 '바다의 기별'이 되어 와닿은 것은 아닌지….
 
 언젠가는 나도 내가 자라온 낙동강에 글 한자락 바치고 싶다.
 
2008.11.28  저무는 가을, 저녁무렵
 
 다시
 그를 만난다.
 바쁜 일상과 꿈 속에서
 흔들리며 건너는
 그의 바다,
 
 나는
 아직도 그에게 빠져 있다.  - 읽고나서, 책 뒤에 쓴 글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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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지키는 작은 한 걸음 - 지식의 숲 05 산하 지식의 숲 5
뮈리엘 쥐르셰 지음, 마리옹 퓌에슈 그림, 이효숙 옮김 / 산하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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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지식정보책' 시리즈인 "지식의 숲 05"편인 이 책에서 우리는 건강과 관련된 대부분의 궁금증을 쉬운 설명과 함께 만나볼 수 있다. '치료보다는 예방을', '몸이 아플 때','마음이 아플 때', '건강을 회복하려면'으로 4장으로 나뉘어져 있는 건강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자.
 
 건강하게 생활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잘 돌봐야 합니다. 잘 먹고, 열심히 운동하고, 푹 쉬어야 하지요.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도 잘 어울려 지내야 합니다. 다른 사람들을 존중하며 더불어 살아야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고, 몸과 마음도 더욱 튼튼해진답니다. (13)
 
 아마 맨처음 등장하는 이 부분이 지은이가 이 책을 통하여 우리들에게 들려주고자 하는 핵심 내용이리라. 스스로를 잘 돌보고 잘 먹고 운동도 열심히 하면서 이웃사람들과 더불어 잘 지내는, 당연하지만 모두들 잘 지켜 생활하지 않는, 우리 모두에게 꼭 필요한 부분인 것이다.
 
 지은이의 시각은 처음에 드러난 것처럼 치료보다는 예방!에 관점을 두고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차근차근 "몸이 아플 때"에서 우리는 아픈 경우를  여럿 만나게 되고 어떻게 치료를 받고 조치가 되는지, 더 아프면 어떠한 일이 일어나는지를 알게 된다. 그리고 이 책에서 가장 맘에 드는 부분인 "마음이 아플 때"에서 '감정은 질병이 아님'(58)을 확실히 들려주고 있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자신의 순간적인 감정과 질병을 혼동할 수도 있으므로 적절한 지적사항이라 생각된다.
 
 '건강과 돈'(90), '건강불평등'의 소개를 통한 다른 나라의 현실들(93), 그리고 광우병(96~99)이야기까지, 최근의 관심사를 다 다루면서도 불필요한 내용은 과감히 빼서 책을 가볍고 편안하게 만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건강에 관한 퀴즈"(104~106), "낱말풀이"(107~109), "찾아보기"까지, 참으로 친절한 편집이다. 가벼워보이지만 절대 가볍지 않은, 아이랑 반드시 함께 보아야 할 책이다.
 
 다 함께 나누면서 지혜롭게 어울려 사는 법을 배우는 게 중요하답니다. (101)
 
 
2008.11.25 새벽, 함께 살면 좋은 것을 알면서도, 어찌들 사시는지요?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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