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기별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 김 훈의 韻을 빌어 
 

 다시 김훈이다. 다시 그의 글이다. 벌써 몇 년 전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로 시작하는 [칼의 노래]에 꽂힌(!) 이후로 나는 늘 그의 팬이었고 문하생이었고 제자이고자 하였다. 그런 그의 새 책이다. 인터넷 서점에 광고가 뜨자마자 달려가 예약구매를 한 덕분에 나는 그의 멋진 글씨로 자필 서명이 기록된 이 책, [바다의 기별]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고마운 일이다. 약간의 수고로움으로 좋아하는 작가의 친필을 마주할 수 있는 일은….

 

 
 
 모두 열 세편의 글과 부록으로 첨부된 "서문과 수상소감", "오치균의 그림"이 어우러진 이 에세이집의 머리말에서 그는 '쓴 글과 읽은 글이 모두 무효임을', '이 묵은 글을 모아놓고 나는 다시 출발선상으로 돌아가겠다. 기다려주기 바란다.'고 하였다. 한 매듭을 지으며 그는 다시 소설로 돌아올 것이다. 마땅히 나는 기다리리라. 이제 그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간다. 
 
 모든 닿을 수 없는 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모든, 품을 수 없는 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모든 만져지지 않는 것들과 불러지지 않는 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모든, 건널 수 없는 것들과 모든, 다가오지 않는 것들을 기어이 사랑이라고 부른다. ("바다의 기별"에서) (13)
 
 곡릉천의 갯벌에서 노닐며 그는 '사랑'이라는 말의 메모장을 채워나갔다. '모든 닿을 수 없는 것들의 이름이라'는 '사랑'은 '물가에 주저앉은 속수무책이다.'(15) 역시나 아련한 그의 말들, 그 너머로 지나간 옛사랑을 추억함은 나의 주책이리라. 이야기는 계속 된다. 
 
 아버지의 죽음과 이어지는 옛추억들이 내게는 어머니의 죽음과 그날로 돌아감으로 회상된다. 그의 어머니가 남기시는 한 말씀, "사내놈들은 다 한통속이야"(30)는 내게도 적용되는 말이다. 나는 어머니 살아생전 한번도 엄마아들인 적이 없었으니까. 지금도 나는 아버지의 아들로 살아가는 그런 '사내놈'이니까. '아래를 살필 때, 아버지도 울었고 나도 울었다'(22), 그리고 어머니를 생각하며 나도 울었다.
 
 인간만이 인간을 구할 수 있고, 인간만이 인간에게 다가갈 수 있으며, 인간만이 인간을 위로할 수 있다는 그 단순명료한 진실을 나는 질주하는 소방차를 바라보면서 확인한다. 달려가는 소방차의 대열을 향해 나는 늘 내 마음의 기도를 전했다. 살려서 돌아오라, 그리고 살아서 돌아오라. ("기다려라, 우리가 간다"에서) (73)
 
 집 바로 옆에 <김해소방서>를 두고도 나는 이런 생각의 끝자락조차 한 적이 없었다. '어린아이들이 질주하는 소방차에 열광하는 모습은 아름답다'(82)니…. 과연 김훈답다. 사회부 기자 출신답게 그는 세상의 낮은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의 속내를 깨치고 있다. 그리고 그 속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줄도 안다. 그는 스스로를 그러한 글을 쓰지 아니하는 사람이라고 자평하지만 나는 그의 글을 읽을 때마다 가슴이 설레고 눈시울이 젖는다. 그리고 아마도 이건 나만의 병은 아니리라.
 
 "1975년 2월 15일의 박경리"(83~94)를 통하여 우리는 작가 박경리가 아니라 사위 김지하를 감옥에 둔 손주를 등에 업은 장모님의 마음을 만날 수 있는데 이 역시 김훈이 아니면 포착하지 못하였을 귀하고 아름다운 풍경이다. 스스로를 '희망을 포기한 사람 쪽에 속해 있었던 것 같다'(84)고 하면서도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결코 희망을 포기할 수 없도록 하는 말들이다. '독자들을 한없는 고문과 고통과 절망의 늪으로 몰고 나가는 것, 그 결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이 세계의 의미와 무의미를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것, 그것이' 그'의 글쓰기'(147) 이리라. 
 
 그런 그의 글을 통하여 우리는 우리의 숨김없는 참모습을 만나게 되는 것이리라. [칼의 노래]가 그러했고, [현의 노래]가 그러하였듯이, 이 에세이집에서도 그는 더함도 덜함도 없이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여 우리에게 다가온다. 아마도 그는 이 글도 '다시 만경강에 바치'(171)고 싶었으리라…. 그의 글은 '멀어서 보이지 않는데, 보이지 않는'(14) 그대로 다가와 우리에게 '바다의 기별'이 되어 와닿은 것은 아닌지….
 
 언젠가는 나도 내가 자라온 낙동강에 글 한자락 바치고 싶다.
 
2008.11.28  저무는 가을, 저녁무렵
 
 다시
 그를 만난다.
 바쁜 일상과 꿈 속에서
 흔들리며 건너는
 그의 바다,
 
 나는
 아직도 그에게 빠져 있다.  - 읽고나서, 책 뒤에 쓴 글
 
들풀처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