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 훈의 韻을 빌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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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김훈이다. 다시 그의 글이다. 벌써 몇 년 전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로 시작하는 [칼의 노래]에 꽂힌(!) 이후로 나는 늘 그의 팬이었고 문하생이었고 제자이고자 하였다. 그런 그의 새 책이다. 인터넷 서점에 광고가 뜨자마자 달려가 예약구매를 한 덕분에 나는 그의 멋진 글씨로 자필 서명이 기록된 이 책, [바다의 기별]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고마운 일이다. 약간의 수고로움으로 좋아하는 작가의 친필을 마주할 수 있는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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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 열 세편의 글과 부록으로 첨부된 "서문과 수상소감", "오치균의 그림"이 어우러진 이 에세이집의 머리말에서 그는 '쓴 글과 읽은 글이 모두 무효임을', '이 묵은 글을 모아놓고 나는 다시 출발선상으로 돌아가겠다. 기다려주기 바란다.'고 하였다. 한 매듭을 지으며 그는 다시 소설로 돌아올 것이다. 마땅히 나는 기다리리라. 이제 그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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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닿을 수 없는 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모든, 품을 수 없는 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모든 만져지지 않는 것들과 불러지지 않는 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모든, 건널 수 없는 것들과 모든, 다가오지 않는 것들을 기어이 사랑이라고 부른다. ("바다의 기별"에서) (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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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곡릉천의 갯벌에서 노닐며 그는 '사랑'이라는 말의 메모장을 채워나갔다. '모든 닿을 수 없는 것들의 이름이라'는 '사랑'은 '물가에 주저앉은 속수무책이다.'(15) 역시나 아련한 그의 말들, 그 너머로 지나간 옛사랑을 추억함은 나의 주책이리라. 이야기는 계속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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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의 죽음과 이어지는 옛추억들이 내게는 어머니의 죽음과 그날로 돌아감으로 회상된다. 그의 어머니가 남기시는 한 말씀, "사내놈들은 다 한통속이야"(30)는 내게도 적용되는 말이다. 나는 어머니 살아생전 한번도 엄마아들인 적이 없었으니까. 지금도 나는 아버지의 아들로 살아가는 그런 '사내놈'이니까. '아래를 살필 때, 아버지도 울었고 나도 울었다'(22), 그리고 어머니를 생각하며 나도 울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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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만이 인간을 구할 수 있고, 인간만이 인간에게 다가갈 수 있으며, 인간만이 인간을 위로할 수 있다는 그 단순명료한 진실을 나는 질주하는 소방차를 바라보면서 확인한다. 달려가는 소방차의 대열을 향해 나는 늘 내 마음의 기도를 전했다. 살려서 돌아오라, 그리고 살아서 돌아오라. ("기다려라, 우리가 간다"에서) (7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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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 바로 옆에 <김해소방서>를 두고도 나는 이런 생각의 끝자락조차 한 적이 없었다. '어린아이들이 질주하는 소방차에 열광하는 모습은 아름답다'(82)니…. 과연 김훈답다. 사회부 기자 출신답게 그는 세상의 낮은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의 속내를 깨치고 있다. 그리고 그 속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줄도 안다. 그는 스스로를 그러한 글을 쓰지 아니하는 사람이라고 자평하지만 나는 그의 글을 읽을 때마다 가슴이 설레고 눈시울이 젖는다. 그리고 아마도 이건 나만의 병은 아니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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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5년 2월 15일의 박경리"(83~94)를 통하여 우리는 작가 박경리가 아니라 사위 김지하를 감옥에 둔 손주를 등에 업은 장모님의 마음을 만날 수 있는데 이 역시 김훈이 아니면 포착하지 못하였을 귀하고 아름다운 풍경이다. 스스로를 '희망을 포기한 사람 쪽에 속해 있었던 것 같다'(84)고 하면서도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결코 희망을 포기할 수 없도록 하는 말들이다. '독자들을 한없는 고문과 고통과 절망의 늪으로 몰고 나가는 것, 그 결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이 세계의 의미와 무의미를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것, 그것이' 그'의 글쓰기'(147) 이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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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그의 글을 통하여 우리는 우리의 숨김없는 참모습을 만나게 되는 것이리라. [칼의 노래]가 그러했고, [현의 노래]가 그러하였듯이, 이 에세이집에서도 그는 더함도 덜함도 없이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여 우리에게 다가온다. 아마도 그는 이 글도 '다시 만경강에 바치'(171)고 싶었으리라…. 그의 글은 '멀어서 보이지 않는데, 보이지 않는'(14) 그대로 다가와 우리에게 '바다의 기별'이 되어 와닿은 것은 아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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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는 나도 내가 자라온 낙동강에 글 한자락 바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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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11.28 저무는 가을, 저녁무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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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
| 그를 만난다. |
| 바쁜 일상과 꿈 속에서 |
| 흔들리며 건너는 |
| 그의 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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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
| 아직도 그에게 빠져 있다. - 읽고나서, 책 뒤에 쓴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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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풀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