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회의록 - 고정욱 선생님과 함께 읽는 산하어린이 154
안국선 지음, 고정욱 엮음, 이상권 그림 / 산하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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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짐승날짐승들이 모두 모여 '인간-사람'들을 성토한다. '뭐,이런 말도 안되는 소리가?' 라고 하기도 전에 그들, 동물들의 말은 거스를 수 없는 날카로운 비수처럼 가슴에 와서 콕콕 파고든다. 게다가 이 책은 무려 100년전에 씌어진 개화기 소설이다. 그런데 등장하는 짐승들이 하는 이야기가 지금 우리에게 하나도 틀리지 않고 적용될 수 있다니….
 
 게다가 오늘을 예견한 듯, 등장하는 내용들이 너무도 시의적절하여 당혹감마저 느끼게 한다. 마치 수천년 전 이집트의 피라미드에 적혀있다는 "요즘 젊은이들은 이해할 수가 없어"라는 말처럼 100년전 격동기의 이야기가 지금과 통하다니…. 사람사는 모습이란 시대를 관통하여 흐르는 같은 무엇이 있다는 말인지, 아니면 아직도 그때처럼 사회문화적으로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인지, 제발 후자의 이야기가 아니기를 바랄 뿐이었다.
 
 사람이든 짐승이든 풀이든 나무든,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은 귀하고 천한 구별이 없이 다 평등합니다. 결코 어떤 것은 높고 어떤 것은 낮다고 할 수가 없습니다. 모든 생명이 하느님의 조화로 하늘과 땅의 기운을 타고 나온 까닭이지요. 따라서 우리 모두는 이런 이치에 맞게 저마다 자기 본분을 지키며 살면 되는 겁니다. 모두들 제 나름대로 행복을 누리면서 하느님의 뜻을 따르면 된다, 이겁니다. (20)
 
 당연한 이야기이다. 이 책의 주제이기도 하고. 그런데 이야기를 하는 것은 동물이고 듣고 '뜨끔'해하는 것은 사람이다. 100년전 이야기이다. 그런데도 우리를 자꾸 찔러대는 이야기들은 또 뭔가? 까마귀가 등장하여 '효'에 관한 이야기를 속 시원하게 토해내는데 우리는, 이 글을 읽는, 만나는 이들중 '뭐,나는 효도를 잘 하고 있으니까'라고 떳떳이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 역시 그런 떳떳치 못한 이들중의 하나이기에 부끄럽고 또 반성하게되는 시간들이다.
 
 어머니께서 일찍 돌아가신 탓에 홀로 되신 아버지랑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사실, 함께 살고 있다는 것 말고는 '효도'랍시고 내가 하는 것은 꼴랑 어쩌다 함께 영화보러 가고 야구장에 가는 정도이다. 저녁을 함께 먹고 함께 생활한다고 하여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특별히 효행을 잘하고 있다거나 할만한 것은 결코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문득문득 이처럼 함께 잘 살고 있으면, 이만하면, 나는 할만큼 하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스스로를 감싸돌아 나를 변명케한다. 효에는 끝이 없다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책 속 이야기의  '노래자'(34)처럼 나이 일흔 살이 되어서도 아흔 살의 부모를 위해 어리광을 부릴 수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고개젓는 내 모습이 초라하고 또 부끄러울 따름이다.
 
 까마귀에 이어 여우가 등장하여 들려주는 '지조론', 개구리가 지적하는 관료들의 '무지', 벌이 들려주는 인간들의 '악한 행동'까지 듣고 있자니 좀이 쑤시고 구멍이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게 정직한 마음이다. 그리고는 이윽고 게가 등장하여 지금의 모습과 하나도 다르지 않은 관료들에 대한 질타가 쏟아지는데….
 
 늘 궁리하는 거라고는 ~ 어떻게 하면 백성들을 잡아먹을까, 어떻게 하면 나라를 팔아 먹을까, 이런 생각밖에 없소이다. 이렇게 썩고 더럽고 똥만 들어서 구린내가 물씬물씬 나는 창자를 갖고 있느니 ~ ('게'가 질타하는 사람들의 모습) (88)
 
 조금 과장하자면 '절창 중의 절창'이랄까? 요즘 벌어지고 있는 행태를 볼짝시면 이말처럼 우리네 피부에 와닿을 이야기는 드물 것이다. '용산참사'로 철거민들과 경찰이 죽고 억새축제 한답시고 사전대비 소홀로 또 엊그제 죽고 다치고….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쓰러져야 백성들을 진정으로 위하는 정치가 펼쳐질런지 아득하고 아득하다. 100년전의 훈계에도 꼼짝못하는 21세기의 이 나라라니….
 
 그래도 뭔가 좋은 이야기가 조금이라도 나오지 않을까하여 계속 부끄러움을 무릎쓰고 이야기를 듣고 앉아 있다.  헌데 보자보자하니 더 한다고 이제는 파리까지 우리를 나무라는데…. '뭔가 이익이 생기면 형제끼리도 우애가 엷어지고, 한집안 식구끼리도 정이 없어져요. 심할 땐 한 핏줄끼리 싸우기를 밥 먹듯 합니다. 얼마나 기막힌 일이오? 이런 사람들이 저희 동포끼리 사랑하겠습니까? 서로 빼앗고 싸우고 시기하고 흉보느라 바쁘지요.'(100) 더 들어 무엇하리. 역시 할 말이 없는 현실이니. 우리는 고작 파리보다도 못한 존재가 되어버렸나보다. 착잡하다.
 
 호랑이와 원앙이 들려주는 끝맺음 이야기는 옮기지 않으련다. 이만큼 많은 욕을 얻어먹었으면 충분하리라. 지은이는 마지막에 '깊이 반성하고 새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면 구원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이 세상에 있는 형제자매 여러분, 이 문제를 깊이깊이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127)라며 우리에게 호소하지만 이 말을 듣고 개심하여 새사람이 될 이가 얼마나 될런지, 또 아득하고 답답한 마음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마냥 '금수회의장'에 주저 앉아 있을 수는 없는 일, 우리는 스스로 깨쳐 일어나 바른 생활속으로 뚜벅뚜벅 걸어가야할 것이다.
 
 오늘 우리가 걸어가는 바른 한걸음 걸음이 우리 다음 세대를 넘어 그 다음 세대에 가서는 이윽고 올바른 길을 만들어내어 또 100년뒤 다시 열릴 '금수회의록'에는 '역시 이래서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어보고 싶다. 하지만 어차피 사람도 이 땅의 많은 동식물들과 자연과 하나임을 깨닫는다면 그 욕심마저도 버려야 할 것이다. 그냥 조용히 살아보기나 하기를….
 
 

2009.2.11. 일찌감치 책을 읽고도 글을 쓰기 싫었던 까닭은?

           부끄러워서+조금이라도 나아질 줄 알고, 이 넘의 현실이….
 
들풀처럼
*2009-035-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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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LISH ICEBREAK BASIC - 회화, 20시간만 들으면 되고 영어, 생각대로 하면 되고
BaEsic Contents House 외 지음 / Watermelon(워터메론)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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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부터 그림과 내용까지..모두 맘에 든다. 초등학교 6학년인 딸아이도 좋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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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내 몸을 위해 꼭꼭 약속해 - 유괴와 성폭력 예방 어린이안전 365 1
박은경 지음, 김진화 그림, 한국생활안전연합 감수 / 책읽는곰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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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 시절이 수상타보니 아이에게 이런 '호신용' 책을 보게한다. 씁쓸한 현실이다. 다섯 살 아이가 밤길을 혼자 다녀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아도 되고 당연히 안전한 행복한 나라도 있다는데 - [행복의 지도]에서, '아이슬란드' - 어찌된 일인지 우리는 아이들을 바깥에서 노닐게조차 할 수 없다. 특히 딸아이들은….쩝… 하여 우리는 너나없이 아이들을 보호하고 또 감쌀 수 밖에 없으리라. 

 


 
 
 지난 해 봄에도 [어린이가 스스로 자신을 지키는 36가지 방법]이라는 책을 통하여 딸아이는 정말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에 대하여 공부를 하였다. 
 
 -.이 책에서 처음 접해본 이야기가 있나요 ?
 *아니요,없습니다. (어디서?) 10대들의 성이야기 같은 데서 보았습니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하여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자기 몸을 소중히 하기 위하여 호신용 '호루라기'를 들고 다니는 것입니다.
 -. 책을 통하여 '아,이렇게 꼭 해야겠구나' 생각한 것이 있나요?
 *저녁에는 밝은 색 옷을 입고 다니자.
 -.친구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빨간 불인데 무단횡단을 하면 큰 사고가 날 수 있어요.
 -. 가족에게 나눠주고픈 이야기도 있나요?
 *(아빠에게) 운전할 때 (후진할 때) 뒤를 꼭 조심하세요.
 -.이 책을 읽고 느낀 점을 말해 보세요.
 *다른데서 읽은 내용들이라서 다시보니 더욱 더 기억에 남는다. 동생들에게도 들려주어야 겠다.
 
 위 이야기들은 당시 아이랑 함께 나눈 얘기들을 정리해둔 것이다.오늘 만난 이 책은 그 때보다 훨씬 수월하고 상세하게 상황설명이 되어 있어 저학년 아이들이 보아도 이해하기 쉽도록 되어있다. 하여 올해 초등학교 2학년이 되는 조카에게 전해주어야겠다고 생각하는차에 6학년이 되는 딸아이가 이 책을 읽고 - 시키지도 않았는데 ^^* - 독후감을 남겨놓았다. 기특하게도…. 아래는 아이의 독후감이다.
 
 저 번에도 이런 비슷한 책을 읽었었다.
 그 때의 책은 거의 글만 적혀 있어서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있었다.
 근데 이 책은 아이들도 읽기 쉽게 만들어졌고 중간마다 나오는 질문이 재미있었다.
 그리고 유괴범을 만났을 때 하는 행동 정말 웃겼다.
 내가 제일 이해하기 힘들었던 건 만약 정말 하머니나 아줌마가 짐이 무거워서
 들어달라고 했는데 이 책에 나와 있는데로 하면 그 사람들한테 미안할 것 같다.
 그래도 역시 내 수준에는 이 책이 너무 쉽나 보다.
 딱히 쓸 말이 없다. 
 그래도 정말 재미있다.
 이제 이 책을 2학년 사촌 동생에게 선물로 줘야겠다.

  2009. 2. 7.  김 난

 

 
 이 책은 딸아이의 얘기처럼 정말 쉽고 재미있게 '자신의 몸'을 지키는 -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성추행과 유괴로부터 - 방법들이 소개되어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이면 혼자 볼 수 있으리라. 유아들은 엄마가 그림으르 짚어가며, 읽어가며 설명 해주어도 될 것이다. 책의 기획의도와 짜임새, 설명과 그림을 비롯한 내용 등에 모두 흠잡을 데가 없이 좋은 책임에 틀림없다. 이와 비슷한 책을 보시려거든 저학년은 이 책, 고학년은 앞서 소개한 책을 보시면 좋으리라. 하지만 나는 이런 책이 필요없는 세상을 원하다.
 
 
2009.2.7. 아이랑+아내랑 웃고 떠들며 보내는 행복한 저녁~
 
들풀처럼
*2009-034-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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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 - '오래 일하며 사는' 희망의 인생설계
마크 프리드먼 지음, 김경숙 옮김 / 프런티어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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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는 내내 흐뭇한 웃음이 입가를 떠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책을 덮으며 문득 드는 생각 하나 있으니, 이 책에 소개된 '앙코르 커리어'에 관한  내용들이 과연 우리나라에서, 우리시대에, 가능한 이야기일까라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이제서야 기지개를 켠 뒤 자라나는 '앙코르 커리어'인데 아직은 척박한 이 땅에서도 이처럼 멋지고 가슴 설레는 일들이 일어날 수 있을까?하는 의문에 고개를 저어보았다.
 
 일반적인 은퇴의 개념을 훌쩍 뛰어넘어 자신의 경력과 지혜를 자신과 사회를 위하여 다시 활용하며 경제적인 안정과 사회적인 인정, 그리고 참된 일을 하는 보람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일을 마다할 이가 누가 있으랴? 하지만 현실 속의 우리는 지금, 당장의 직장에서도 몇 년을 더 다닐 수 있을지를 걱정해야 하는, 우리는, 이 책에 등장하는 모범적인 사례들처럼, 과연 해낼 수 있을까? 저어하는 마음이 불쑥불쑥 솟아나 일어나려는 신명을 붙잡아 끌어당긴다.
 
 내가 말했다. "벼랑 끝에 서 있는 느낌이에요." 그러자 카운슬러가 말했다. "그럼 날개를 활짝 펴고 하늘을 날아요." { 벨마 심슨 - 보험 모집인에서 미 연방 주택도시개발부로 - 의 "벼랑 끝에서 날아오르다"에서 ) (46)
 
 이 책에는 나같이 소심하고 겁많은 사람들을 자극하고 북돋아주기 위하여 위와 같은 실제 '앙코르 커리어'에 몰입한 사람들의 실제 사례들이 중간중간에 다섯 편이나 소개된다. 혹이라도, 이 책을 손에 들 기회가 있으시면 이 부분들만이라도 꼭 읽어보시기를…. 이야기의 핵심을 실제 몸으로 구현하는 사람들이 뚜벅뚜벅 걸어 곁에 서 있는 경험만으로도 행복하리라. 그리고 희망을 한껏 품어도 되리라.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런, 제 2의 삶을 꿈꾸는 것은 아니다. 다수는 묵묵히 그냥 살다가, 혹은 제대로 된 정년퇴직이라도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다음은, 50대 후반 또는 60대 초반에 정년퇴직한 다음에는, 아닌 정년퇴직은 커녕 당장의 생계를 걱정하는 많은 이 시대의 자영업자들은, 어떤 꿈을 꾸어야하나… 이것저것 팔벌려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다. 
 
 "난 이걸 하고 싶지 않아. 너무나 겁이 나." 하지만 나는 용기를 내어 인생의 문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심지어 어떤 때는 문을 열어달라고 쾅쾅 두드려대야 했다!) 신념을 가진다면, 도전히 해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일들을 시도할 용기가 생길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 샐리 빙엄- 주부에서 성공회 사제로 - 의 "우리가 가져올 변화에 마음을 열어두라"에서 ) (219)
 
 나도 그렇게 믿고 싶다. 현실이 척박하다고 꿈을 꾸지마란 법이 없듯이 우리네 현실이 그네들보다 어렵다고 하여 우리도 '앙코르 커리어'를 꿈꾸고 실천하는 일이 불가능 하지는 않다는 것을. 그리고 마흔을 넘어 중년에 접어든 나같은 이들이 지금부터 준비하다면 우리 세대가 은퇴라고 일컫어지는 시기를 건너는 순간부터 우리만의 '앙코르 커리어'를 쌓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언제 어떠한 위치에 우리가 서 있더라도,뒤쳐진 이들, 또는 같은 출발선에 서 있지 못한 사람들을 잊지말고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크게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259)
 
 '앙코르 커리어'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하여는 개인들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이 책에서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사회와 국가가 앞장서서 시스템을 정비하는 길만이 모두의 '앙코르 커리어'를 조기 확산+정착 시키는 지름길이다. 특히 선진국과는 한참을 뒤떨어진 우리같은 경우는 더 더욱 그 필요성이 크다 할 것이다. 정책입안관련자들이 이 책의 긍정적인 부분들을 보고 반영한다면 오늘보다 나은 내일은 좀 더 빨리 다가오리라. 그리고 그 길 어디쯤에서 뜻만 있다면 우리는 함께 만나 길을 걸으리라.
 
 짧고 덧없는 삶에 대한 깨달음은 인생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라고 일러준다. 인위적인 제약들에 얽매이지 마라. "저는 나이가 예순넷이라 이것도 저것도 못해요."라고 말하지 마라. 사람들이 시시때때로 죽어나가는 환경에서 일하다 보면 산다는 것이 한층 더 소중해진다. ~ 내가 평생을 살면서 배운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정말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온당한 범위 내에서 자신이 바라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목표가 있다면 ~ 그것을 하라. 우리가 젊었을 때 배웠던 모든 것들, "인생이란 영원히 계속되지 않는다." , "내일이 반드시 온다는 보장은 없다." 같은 구절들을 20대나 30대 젊은이들이라면 무심코 흘려 듣겠지만, 그것은 모두 사실이다. ( 재클린 칸 - 무단결석 학생 지도원에서 중환자실 간호사로 - 의 "삶의 마지막 날까지 '내 삶'을 산다는 것"에서 ) (130) 
 
 이 책을 통하여 다가오는 나의 후반기 생에 대하여 미리 점검하고 준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30대 이상의 중장년층에게는 꼭 한 번 권해드리고 싶은 책이다. 젊은이들은? 바쁜일부터 하시고 천천히 만나셔도 될 것이다. 힘들고 어려운 환경들을 깨치고 일어나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감동적이고 나를 자극한다. 얼마나 오래갈지는 모르지만 오늘도 이 자극들로 또 한 걸음 나아간다.
 
 
2009.2.7. 새벽, '꿈은 이루어진다'를 다시 한 번 믿는…. 
 
들풀처럼
*2009-033-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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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작은철학자 10
파비엔 브뤼제르 지음, 정고미라 옮김, 정보환 그림 / 웅진주니어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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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바야흐로 꽃의 전성시대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꽃미남의 전성시대다. 일본 만화가 원작인 "꽃보다남자"의 쾌활한? 성공을 우리는 요즘 거의 날마다 접하고 있다. 어, "꽃보다 남자"가 뭔지 모르신다고? 그럼 당연히 'F4'도 모르시겠네. 물론 여기서'F'는 'flower-꽃'의 약자이다. 그러니까 "꽃보다 남자"란 말은 "(아름다운)꽃보다 잘생긴 남자(들)"이라는 뜻이렸다.
 
 자, 여기서 느닷없는 질문 들어가는데…. 도대체 왜 우리는 '아름다움'하면 먼저 꽃을 떠올릴까? 꽃말고도 아름답다고 이름붙여 불러줄 것들은 많은데도 왜 '꽃'을 '아름다움'의 대명사로 생각하는걸까? 내가 이 책을 손에 든 1차적인 까닭이었다.
 
 어떠한 것을 아름답다고 보는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가는 그 사람이 어떠한 것에서 쾌감을 느끼는가, 아니면 불쾌감을 느끼는가, 편안함을 느끼는가, 불편함을 느끼는가에 따라 정해져요. (23)
 
 옳다구나. '편안함'을 주는 것이 우리에게 '아름다움'으로 다가오는구나. 꽃을 바라보면 우리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고 편안해지니까, 그래서 아름답다고 느끼는거구나. 그렇지. '아름다움'이란 마땅히 우리네 삶을 기쁘고 즐겁고 편안하게 하는 것이겠지. 그렇지 아니하면 절대 '아름답다' 할 수 없겠지…. 
 
 생각을 하다보니 여기까지 왔는데 지금, 오늘, 우리네 삶은 아름다운가?라는 질문이 뒤를 따라오네.  그럼 이렇게 답해야지. '오늘, 이 곳, 우리네 삶이 즐겁고 편안한가? ' 이 질문에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때에만 우리 삶이 '아름답다' 말할 수 있으리라고….
 
Ⅱ.
 얼마전 이른바 '용산참사'라는 일이 벌어져 철거민 다섯 사람과 경찰 한 사람, 모두 여섯 사람이 순식간에 목숨을 잃었다. 도대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뉴스를 들으며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하고 분노하기도 하고 변명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그 원인과 책임에 대하여는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권력은 일방적으로 철거민들을 몰아붙이고 있고 그 속에서 하나씩 숨겨놓은 추악한 거짓말들이 드러나고 있다. 참으로 답답한 현실이다.
 
 아, 오해들 마시라, 이 글에서 그 잘잘못을 따지자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니. 다만 그런 모습들, 안타까운 죽음과 그 죽음을 둘러싸고 진행되는 일련의 과정들이 우리 사회를, 지켜보는 우리들을 정녕 '아름다움'과는 더욱 멀어지는, 담을 쌓고 사는 사람들로 만들어가는 현실이 답답하고 더 안타깝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더욱 더 'F4' 같은 가상의 캐릭터에 매달리게 되는 것이리라. 
 
 지구 구석구석에서 동일한 아름다움이 상품과 생활양식을 통해 무한히 복제되고 있어요. ~ 풍경이 아무리 달라도, 문화적, 종교적 특색이 제각각 아무리 달라도, 그 모든 장소에서 호텔들은 획일적인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어요.  우리는 다양성이 곧 아름다움이라는 걸 잊지 말고 미의 획일화에 반대해야 해요. 다양성이야말로 놀라운 기쁨을 선사하는 것이며 문화들 간의 대화를 가능케 하는 것이기 때문이에요. (48) 
 
 그래, 우리는 좀 더 느긋하게 서로를 바라보며 '다양성'을, 서로간의 다름을 인정할 줄 아는 그런 문화를 가질 때도 되지 않았을까? 좀 더 가진쪽에서 차분히 기다려주고 설득해가며 다양한 목소리들을 조화시켜나가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닐진대 - 얼마전 어느 방송에서 비슷한 경우에 13년?간이나 주민들을 설득하여 동의를 얻어내고 함께 성공적인 재개발을 이뤄낸 일본의 사례를 보도하였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듣자마자 부끄럽다는 생각보다 먼저  화가 치밀어 올랐음을 고백해둔다. - 단, 이틀도 대화하고 기다려줄줄 모르는 문화를 어디서, 누구에게 탓해야할까. 다시 참담한 현실이다. 곁코 아름다울 수 없는....
 
Ⅲ.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아름다움을 공유하고 싶어한다' 당연한 일이지 않은가. '내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을 다른 사람들도 아름답다고 느꼈으면 하고 바라'(33)는 것은 누구나 갖는 감정이리라. 그래서 우리는 '아름다움'을 얻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이리라. 그림같은 예술작품을 통하여 우리가 만나는 아름다움도 이러한 노력의 결과들 중의 하나이리라. 그리하여 우리는 우리 자신의 내면의 아름다움과도 만나게 될 것이다. 그제서야 우리는 '찬란한 흔적 혹은 잊을 수 없는 느낌'(66)으로서의 아름다움을 깨달을 수 있으리라. 이런 것이 '아름다움'이라고....
 
 아름다운 것은 그 가치를 순순히 드러내 보여 주지는 않아요. 아름다움은 얇은 흰 베일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어요. 그 베일을 벗겨 내는 일은 언제나 그럴만한 가치가 있지요. 아름다움은 희비와 놀라움으로 가득 찬 긴 여행으로 초대받는 것과도 같아요. 그건 하나의 탐험이에요. 철학은 개념에 대한 탐험이고 예술은 형식에 대한 탐험이죠. 그런데 이 탐험은 공짜 여행은 아니에요. 아름다움을 만나기 위해서는 노력을 기울여야 된다는 말이에요. 그렇지만 이 탐험과 더불어 삶은 의미를 부여받게 된답니다. (62)
 
 
2009.2.6. 딸아이랑 'F4'로 대화하는 이 시간들도, 그래, '탐험'이다
 
들풀처럼
*2009-032-02-04
 

 *딸아이는 결코 인정하지 않는 "F5" - 다섯 번째 멤버, 'Fake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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