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짐승날짐승들이 모두 모여 '인간-사람'들을 성토한다. '뭐,이런 말도 안되는 소리가?' 라고 하기도 전에 그들, 동물들의 말은 거스를 수 없는 날카로운 비수처럼 가슴에 와서 콕콕 파고든다. 게다가 이 책은 무려 100년전에 씌어진 개화기 소설이다. 그런데 등장하는 짐승들이 하는 이야기가 지금 우리에게 하나도 틀리지 않고 적용될 수 있다니…. |
| |
| 게다가 오늘을 예견한 듯, 등장하는 내용들이 너무도 시의적절하여 당혹감마저 느끼게 한다. 마치 수천년 전 이집트의 피라미드에 적혀있다는 "요즘 젊은이들은 이해할 수가 없어"라는 말처럼 100년전 격동기의 이야기가 지금과 통하다니…. 사람사는 모습이란 시대를 관통하여 흐르는 같은 무엇이 있다는 말인지, 아니면 아직도 그때처럼 사회문화적으로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인지, 제발 후자의 이야기가 아니기를 바랄 뿐이었다. |
| |
| 사람이든 짐승이든 풀이든 나무든,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은 귀하고 천한 구별이 없이 다 평등합니다. 결코 어떤 것은 높고 어떤 것은 낮다고 할 수가 없습니다. 모든 생명이 하느님의 조화로 하늘과 땅의 기운을 타고 나온 까닭이지요. 따라서 우리 모두는 이런 이치에 맞게 저마다 자기 본분을 지키며 살면 되는 겁니다. 모두들 제 나름대로 행복을 누리면서 하느님의 뜻을 따르면 된다, 이겁니다. (20) |
| |
| 당연한 이야기이다. 이 책의 주제이기도 하고. 그런데 이야기를 하는 것은 동물이고 듣고 '뜨끔'해하는 것은 사람이다. 100년전 이야기이다. 그런데도 우리를 자꾸 찔러대는 이야기들은 또 뭔가? 까마귀가 등장하여 '효'에 관한 이야기를 속 시원하게 토해내는데 우리는, 이 글을 읽는, 만나는 이들중 '뭐,나는 효도를 잘 하고 있으니까'라고 떳떳이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 역시 그런 떳떳치 못한 이들중의 하나이기에 부끄럽고 또 반성하게되는 시간들이다. |
| |
| 어머니께서 일찍 돌아가신 탓에 홀로 되신 아버지랑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사실, 함께 살고 있다는 것 말고는 '효도'랍시고 내가 하는 것은 꼴랑 어쩌다 함께 영화보러 가고 야구장에 가는 정도이다. 저녁을 함께 먹고 함께 생활한다고 하여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특별히 효행을 잘하고 있다거나 할만한 것은 결코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문득문득 이처럼 함께 잘 살고 있으면, 이만하면, 나는 할만큼 하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스스로를 감싸돌아 나를 변명케한다. 효에는 끝이 없다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책 속 이야기의 '노래자'(34)처럼 나이 일흔 살이 되어서도 아흔 살의 부모를 위해 어리광을 부릴 수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고개젓는 내 모습이 초라하고 또 부끄러울 따름이다. |
| |
| 까마귀에 이어 여우가 등장하여 들려주는 '지조론', 개구리가 지적하는 관료들의 '무지', 벌이 들려주는 인간들의 '악한 행동'까지 듣고 있자니 좀이 쑤시고 구멍이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게 정직한 마음이다. 그리고는 이윽고 게가 등장하여 지금의 모습과 하나도 다르지 않은 관료들에 대한 질타가 쏟아지는데…. |
| |
| 늘 궁리하는 거라고는 ~ 어떻게 하면 백성들을 잡아먹을까, 어떻게 하면 나라를 팔아 먹을까, 이런 생각밖에 없소이다. 이렇게 썩고 더럽고 똥만 들어서 구린내가 물씬물씬 나는 창자를 갖고 있느니 ~ ('게'가 질타하는 사람들의 모습) (88) |
| |
| 조금 과장하자면 '절창 중의 절창'이랄까? 요즘 벌어지고 있는 행태를 볼짝시면 이말처럼 우리네 피부에 와닿을 이야기는 드물 것이다. '용산참사'로 철거민들과 경찰이 죽고 억새축제 한답시고 사전대비 소홀로 또 엊그제 죽고 다치고….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쓰러져야 백성들을 진정으로 위하는 정치가 펼쳐질런지 아득하고 아득하다. 100년전의 훈계에도 꼼짝못하는 21세기의 이 나라라니…. |
| |
| 그래도 뭔가 좋은 이야기가 조금이라도 나오지 않을까하여 계속 부끄러움을 무릎쓰고 이야기를 듣고 앉아 있다. 헌데 보자보자하니 더 한다고 이제는 파리까지 우리를 나무라는데…. '뭔가 이익이 생기면 형제끼리도 우애가 엷어지고, 한집안 식구끼리도 정이 없어져요. 심할 땐 한 핏줄끼리 싸우기를 밥 먹듯 합니다. 얼마나 기막힌 일이오? 이런 사람들이 저희 동포끼리 사랑하겠습니까? 서로 빼앗고 싸우고 시기하고 흉보느라 바쁘지요.'(100) 더 들어 무엇하리. 역시 할 말이 없는 현실이니. 우리는 고작 파리보다도 못한 존재가 되어버렸나보다. 착잡하다. |
| |
| 호랑이와 원앙이 들려주는 끝맺음 이야기는 옮기지 않으련다. 이만큼 많은 욕을 얻어먹었으면 충분하리라. 지은이는 마지막에 '깊이 반성하고 새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면 구원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이 세상에 있는 형제자매 여러분, 이 문제를 깊이깊이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127)라며 우리에게 호소하지만 이 말을 듣고 개심하여 새사람이 될 이가 얼마나 될런지, 또 아득하고 답답한 마음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마냥 '금수회의장'에 주저 앉아 있을 수는 없는 일, 우리는 스스로 깨쳐 일어나 바른 생활속으로 뚜벅뚜벅 걸어가야할 것이다. |
| |
| 오늘 우리가 걸어가는 바른 한걸음 걸음이 우리 다음 세대를 넘어 그 다음 세대에 가서는 이윽고 올바른 길을 만들어내어 또 100년뒤 다시 열릴 '금수회의록'에는 '역시 이래서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어보고 싶다. 하지만 어차피 사람도 이 땅의 많은 동식물들과 자연과 하나임을 깨닫는다면 그 욕심마저도 버려야 할 것이다. 그냥 조용히 살아보기나 하기를…. |
| |
| |
2009.2.11. 일찌감치 책을 읽고도 글을 쓰기 싫었던 까닭은?
부끄러워서+조금이라도 나아질 줄 알고, 이 넘의 현실이….
|
| |
| 들풀처럼 |
|
| *2009-035-0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