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사람들은

겨울이면 복령도 캐고 요즘엔 고로쇠 물을 받고

꽃이 피면 나물을 캐고 민박손님을 받고 길목에서 마른 나물 따위를 팔기도 하고

오월이면 녹차를 따고 고추를 심어 가꾸고

여름엔 다슬기를 잡거나 은어낚시를 하거나 또 민박손님을 받고

가을이면 배추와 무를 심고 도토리와 밤을 줍고 송이버섯을 캐고

감을 깎아 곶감을 말리고 표고버섯을 기른다.

그리고 다시 겨울을 맞는다.

 

온전히 녹차만 심어 가꾸고 오롯이 녹차를 만들어 살아가는 이는 무척 드물다.

그 드문 사람들 중에 한 분이 열어놓은 찻집

 

동그란 모양으로 빚어 발효 중인 녹차

녹차잎을 발효시켜 만든 홍차는 고운 황금색으로 우러난다.

녹차는 찬 성질이 있어서 손발이 찬 사람들이나 어린이들이 많이 마시는 것을 권하지 않지만

발효차는 따뜻한 성질이라 남녀노소 누구나 실컷 마셔도 된다.

우리 집에선 마시는 물이 항상 요산당 발효차^^

맨 마지막 사진은 창 너머 개울 건너로 보이는 요산당 녹차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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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생과일주스. 수제 레모네이드, 모과차 등속과 여름에는 깔끔한 팥빙수를 판다.

조각케익이나 허니브레드 같은 주전부리가 없는 것을 우리 따님은 무지 아쉬워한다.

가끔 세 아이들과 몰려가거나 더 가끔 신랑이랑 따박따박 다녀오는 곳이다.

 

부부가 모두 미술을 전공하셨는데

사모님은 뜨개질, 바느질 거리를 손에서 놓지 않으시고

사장님은 늘 나무로 무언가를 뚝딱뚝딱 만드신다.

부엉이도 되고 의자도 되고 우편함도 되고 간판도 되고 화분이 되기도 한다.

장작도 직접 패신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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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ony 2016-02-26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크기를 줄이는 법을 모르는 컴맹 ㅠ.ㅠ
 

어느 새 훌쩍 자라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는 미니는

 

162cm인 키나, 엄마 어린시절보다 10kg쯤은 더 나가는 몸무게나, 얼굴을 좌르르 덮은 여드름이나

 

엄마가 사다주는 물건이 맘에 안 들어서 직접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것이나

 

어느 모로 보아도 이제 더 이상 미니가 아닌 소녀가 되었다.

 

가끔 표독스런 말투로 짜증스럽게 엄마한데 다다다다거려서

 

사춘기 소녀로서 필요한 조건을 완벽하게 충족시키고 있다.

 

 

9살 때 유산을 놓고 싸우는 형제들 이야기를 읽고 깜짝 놀라서 자신의 유서를 미리 썼다는 미니.

 

물론 그 유서의 내용은 내가 가진 용돈 중 얼마는 누구를 주고, 얼마는 어디에 쓰고 그런 것이어서

 

자신의 사후에 유산다툼이 없도록 마련된 것이었다는 얘기를 들려주며

 

지금은 자기도 박장대소하는 나이다.

 

 

졸업을 한 달쯤 앞두고부터 유난히 심란해했는데

 

두 동생을 남겨두고 다른 학교에 다니게 되니 동생들이 너무 걱정된다는 것이 첫번째 까닭이요,

 

지금까지 6년동안 같은 친구들과 놀고 공부했는데

 

앞으로 23명의 아이들과 한 반이 되어 같이 공부하게 된다는 것이 두번째 이유였다.

 

졸업식 날에도 송사대신 후배들이 만든 동영상을 보며 울고울고울고 그렇게 울다 웃고

 

후련함보다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교문을 나섰다.

 

 

딱 한 반 밖에 없는데 반편성고사가 웬말이냐고 투덜거리며

 

처음으로 버스를 타고 중학교에 가서 새 친구들 얼굴도 보고 시험도 치고

 

중학생활에 대한 안내문을 받아 돌아온 날 붉으락 푸르락 화를 냈다.

 

가방이나 옷이나 운동화나 원색은 안 되고

 

머리도 짧은 단발이나 깔끔하게 묶어 올린 것만 허용되고

 

실내화는 삼선슬리퍼로 통일하고 양말은 어쩌구저쩌구

 

금지와 통일로 대변할 수 있는 학생생활규정 때문이었다.

 

이모가 입학기념으로 사 주신 맘에 들었던 빨간 가방도 멜 수 없고

 

머리는 편하고 좋아서 몇 년 째 짧은 단발이었는데도

 

누군가 그렇게 해야한다고 하니까 화가 나는 모양이었다.

 

국어와 사회시험도 어려웠고

 

과학은 생태계 평형을 생태계 평행이라는 오답을 써서 민망한 가운데서도

 

쉬는 시간에 낯선 아이들 틈을 안녕 안녕거리며 한 바퀴 돌았다고,

 

자기 말고도 서너명 그런 아이들이 더 있었다고 엄마에게 뿌듯하게 보고를 하였다.

 

 

나도 중학교에 진학할 때 저리 심란하고 설레었던가?

 

전혀 그런 기억이 없는 것만 같은 엄마도

 

두 학교 생활이 나름대로 기대되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하다.

 

엄마가 운전을 못하니 경우에 따라서는 아빠가 하루에 두 번 아이들을 데리러 다녀야 하고

 

학교 행사도 모두 다 두 번씩 치러야하고

 

무엇보다 막내가 형이랑 별탈없이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스럽기도 하다.

 

 

오늘도 눈이 내렸지만

 

눈 내려 쌓이는 소리가 봄이 오는 소리처럼 느껴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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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에 다닐 때는 며칠 씩 밥 한 숟가락도 먹지 않아서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애를 태웠다.

 

 

그러던 녀석이 4학년이 되면서 시래국에 밥 한 그릇 말아 뚝딱 먹는 것은 기본이고

 

회 뜨고 남은 뼈로 끓여

 

잔 가시만 수북하고 그다지 먹을 것도 없는 매운탕도

 

끈기있게 가시를 발라내고 쪽쪽 빨아가며 끝까지 먹어치운다.

 

 

여전히 칼국수나 우동 같은 면류를 좋아하지만

 

예전엔 먹지 않던 여러가지 음식들을 거리낌없이 잘도 먹어서

 

키도 부쩍 자라고 제법 몸무게가 늘어

 

이웃 아주머니는 이제 소년 티가 난다고 같이 흐뭇해하셨다.

 

 

2~3년간 거의 자라지 않아서 같은 옷을 입고 또 입었는데

 

올해는 맞는 옷이 없어서 철마다 새 옷을 사 입혀야했다.

 

 

이제는 숟가락을 사용하는 일에는 거부감이 없지만 젓가락만은 쇠젓가락을 고집하고 있다.

 

지난 가을 마당에서 맥주 한 잔을 즐기곤 하던 아빠가

 

닭발볶음을 만들어서 밖으로 내어가니

 

쇠젓가락 한 벌을 챙겨 겨드랑이에 끼다시피 야무지게 챙겨들고

 

눈웃음을 살살 흘리며

 

"매운 불고기 먹으러 가자!" 하면서 잽싸게 뒤를 따르던 생각이 난다.

 

 

요즘은 어찌나 많이 먹는지

 

먹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이제 그만 말려야 하나? 싶을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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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서재에 들어와보니 미니는 초등학교에 이제 갓 입학을 했는데

 

어느 새 6년이 흘러 다가오는 겨울이 지나면 졸업을 한다.

 

깡그리 잊은 일들이 주저리 주저리 적힌 글들을 읽다보니

 

지금 일들도 많이 적어두면

 

오늘처럼 언젠가 다시 돌아보는 날에 감회가 새로우리라 싶다.

 

 

이틀 후에 아이들이 운동회를 한다.

 

시골운동회는 여전히 큰 행사여서

 

학부모회에서 음식도 준비하고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서 하루종일 논다.

 

 

어느 해에는 쇠고기수육을 하고

 

그 다음 해에는 초대형 쇠솥을 옮겨다 걸고 육개장 200인분을 끓이고

 

또 어느 해에는 흑돼지 한 마리를 잡아서 요리조리 요리하고 조리했는데

 

올해는 무슨 음식을 하면 좋을까?

 

 

미니아빠가 궁리한 끝에 아마도 아이들이 프라이드 치킨에 열광하리라 짐작했다.

 

토종닭을 잡아서 포도씨유에 튀겨 30~40명이 나눠먹었던 적이 한 두 번 있었던터라

 

그 서너배 쯤 준비하면 운동회 날도 나눠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나보다.

 

 

우리 집까지는 배달도 안 되거니와 평소에는 금지된 음식이다보니

 

모범답안은 물어보나마나 정해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고

 

열화와 같은 성원을 기대하며 미니에게 일렀다.

 

" 느그 반 아~들은 운동회 때 머 먹고 싶은지 한 번 물어바라."

 

 

그리하여 6학년 아이들 9명이 먹고 싶은 음식을 투표로 정하기로 했는데

 

3위 1명의 선택은 추어탕

 

2위 2명의 선택은 순대국밥

 

나머지 6명의 선택을 받은 대망의 1위는?

 

 

미니아빠의 예상을 가뿐히 뛰어넘고 육개장이 영광의 자리를 차지했다.

 

그것도 그냥 육개장이 아니라 쫄깃쫄깃한 소 내장 듬뿍 썰어넣은 육개장이란다.

 

선생님과 하동읍 행사에 갔다가 점심으로 짜장면 사 주신다는 걸 마다하고

 

돼지국밥 먹고 싶다고 그리로 몰려갔던 아이들다운 선택이다.

 

미니아빠는 내일 하루종일

 

아이들과 온 동네 사람들과 나눠먹을 육개장 끓이느라 동동거리면서 또 행복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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