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불러도 들은 척도 하지 않던 오랜 나날이 지나고 

밖에서 놀고 있을 때 이름을 크게 두어 번 부르면 드디어 대답을 한다. 

" 어- !"  

짧고 단호한 소리에 메아리가 뒤따른다.  

전에는 눈에 띌 때까지 종종거리며 찾아다녔는데  

그 한 마디에 할아버지 댁 마당에 있는지, 닭장 옆에 있는지, 마을 길에 내려가 있는지 

단번에 알 수 있게 되어서 너무나 편하다. 

그런데 집안에서는 여전히 대답을 하지 않는다. 

그래도 아뭏든 조금씩이지만 자라고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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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09-03-24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 한 번 아이들 보러 가고 싶어요.
남편이 돌아오고 시험보고 7월쯤에나 가능하려나...

2009-03-24 15: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알맹이 2009-03-25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다행이다! 축하해..

2009-03-26 19: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unny 2009-03-28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왕!! 무럭무럭 자라라!!!
 

드디어 마지막 팔을 빼내는 데도 어려움을 겪지 않고 자연스럽게 뒤집는다. 

한숨 푹 자고 일어나서 놀 때는 뒤집는 일로 시간을 다 보낸다. 

그런데 문제는 뒤집기달인이라는 것! 

아직 다시 제자리로 돌아눕는 것을 잘 못한다. 

팔꿈치로 버티며 고개를 들고 휘휘 둘러보는 시간이 자꾸 길어지고는 있지만 

결국 이마를 바닥에 박고 끙끙 응응 괴로워한다. 

돌려놓아주면 또 뒤집고 끙끙, 돌려놓아주면 또 뒤집어서 앙앙  

어쩌다 혼자서도 다시 돌아눕곤 하는데 그러면 한 바퀴를 구르는 셈이어서 

작은 아기 요 밖 맨 방바닥에 머리를 콩 찧는 일이 생긴다. 

어제부터 방바닥 전체에 요를 쫙 깔아놓고 열심히 뒤집고 가끔 구르고 있다. 

 그러다 지치면 젖 먹고 다시 한숨 푹!  

이렇게 하루가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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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22 1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9-03-22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뒤집기'만' 달인이라굽쇼?
곧 뒤접었다 엎었다 할 날이 멀지 않았군요.
잘 자라고 있는 또민이~~ 고맙네요.^^

>>sunny 2009-03-24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러러러럴///ㅎ_ㅎ
왠지 상상이 안가...
난 또민이의 그 가만히 누워있는 순진한(?)아니
세상물정모르는 순수한 모습이 더 생각나는건 왤까...ㅋㅋ
 

체코에서 2년만에 돌아온 조카들도 있고, 

재민이 보러오신 큰형님과 아주버님이 이사한 고모네 들러 저녁 드시고 간다셨고, 

엄마가 창원 가시고 안 계시니 아버지도 찬이  마땅치 않으실 듯 하고, 

미니아빠도 좋아하고, 

저녁에 장만하지 않으면 김치냉장고에서 사흘을 난 양과 곱창이 냉동실로 들어가야 할테고 

이런저런 이유로 인터넷을 뒤져서 레시피를 이것저것 비교해 보고 곱창전골을 끓이기로 했다.  

 

결혼 7년 차인데도 불구하고  

요리, 청소와 정리정돈, 육아, 가정경제관리 기타 여러 방면에서 매우 비전문적인 나로서는 

어쩌다가 그런 마음을 냈는지 신기한 순간이었다. 

아뭏든 며칠 전부터 우리 집 물탱크에 어딘가 이상이 생겨서 물이 안 나오는지라

미니 머리도 못 감기고 밥 짓는 물도 길어다 먹는 이런 비상시국에  

평소에는 해달라고 온갖 회유와 협박, 간청을 해도 미루고 버티던 일을  

어찌하여 냉큼 시작하게 되었는지 처음부터 일이 그리되려던 모양이었다. 

  

양은 밀가루와 소금으로 바락바락 주물러서 씻어 30여분 술이랑 후추랑 마늘이랑 넣고 삶고 

곱창은 죽죽 훓어내려 열심히 씻고  

대,중,소 전골냄비를 좌르륵 늘여 놓고

호박,당근,양파,염통,버섯,대파,두부를 썰어 색색으로 돌려 담고  

삶아진 양을 꺼내 칼집을 곱게 넣고 한 입 크기로 먹기 좋게 썰어

그 사이 조카의 도움으로 만든 양념장에 조물조물 무쳐서 전골냄비 가운데 담으니 

웬일인지 그럴 듯 한 것이 맛있겠다는 기대감이 폴폴 솟아 올랐다. 

미니도 옆에 앉아서 맛있는 냄새가 난다며 어서 먹었으면 좋겠다고 성화였다.  

 

월요일이라 바쁜 탕전실 일을 마치고 퇴근하여 미처 저녁 준비할 새도 없었을 아가씨는 

세 조카들이랑 아주버님,형님이랑 둘러앉아 올케 요리솜씨를 칭찬하며 정다운 한 때를 보내고,

아버지도 조카들이랑 흐뭇하게 저녁을 드실 것이며, 

미니아빠도 모처럼 안주다운 안주가 생겼다고 기뻐하며 도란도란 얘기도 나누고 

미니도 역시 엄마 요리가 최고야 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리는 것을 상상하니 

배시시 입가에 웃음이 났다. 

 

물이 안 나와서 겪는 온갖 번거로움과 배고파서 앵앵거리는 막내의 울음소리를 극복하고 

아주버님 출발하실 때 육수와 함께 한 냄비를 보내고, 

시간이 더 늦기 전에 아버지 댁에 한 냄비를 올려보내고, 

부르릉거리며 올라오는 차 소리를 듣고 우리 냄비도 가스렌지에 올려 보글보글 끓여냈다.   

 

육수를 부어 끓이자니 왠지 냄새가 썩 개운하지는 않았지만 

설마 이게 소위 누린내라는 건 아니겠지 하고 애써 외면하면서 소금 좀 넣고 간을 보았다. 

기대와는 달리 국물 맛은 개운하고 고소한 것이 아니라 

평소와 다름 없이 이상 야릇한 것이 싱거운 건지 짠건지 분간이 되지 않고 냄새조차 개운치 않은

큰형님이 자주 쓰시는 표현으로는 니 맛도 아니고 내 맛도 아닌 역시나 그런 맛이었다. 

순간 좀 실망스럽긴 했지만 어디 이런 일이 한 두 번이었던가?! 

다음 순간 기운을 내어 기다리다 지쳐 잠든 미니도 깨우고  

씻고 나와 밥상머리에 앉은 신랑 앞에 냄비를 대령하였다.  

 

나는 역시 기다리며 울다지친 막내에게 젖부터 물리고 마주 앉았는데  

미니아빠가 젓가락으로 양을 집어 입 속에 넣고 씹는 순간 "와드득!" 하는 것이다. 

말랑말랑 쫄깃쫄깃해도 밍숭맹숭한 국물과 먹을까 말까 한데 질겨서 씹을 수가 없단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코 끝이 찡 하더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아가씨며 아버지며 나보다 훨씬 음식을 맛깔스럽게 하는데 

공연히 하지도 않던 짓을 해가지고 시댁이랑 친정이랑 그 수 많은 식구들 저녁을 망쳤구나 생각하니 

어찌나 속이 상하던지 정말 엉엉 울고만 싶었다.   

막내 여동생 표현을 빌리자면 " 윽, 분하다!" 인 상황이었던 거다.

 

그러자 보통 때는 간도 하나 제대로 못 맞추니 정성이 부족하니 어쩌구 저쩌구

온갖 타박에 까탈스럽게 구는 남편이 사태를 제대로 파악했는지 

애 젖 먹이면서 울기는 왜 우느냐고 짐짓 버럭거리면서 

태민이에게는 두부랑 호박이랑 당근이랑 건져주고 자기는 열심히 전골(?)을 먹기 시작했는데 

급기야 3~4인 분 전골냄비에 가득 담긴 것을 국물만 자박하게 남기고 다 먹는 것이었다. 

" 오늘 턱운동 한 번 자~알 했네. 내일은 여기(남은 국물)다 밥 볶아 먹으면 맛있겠다." 

이러고는 양치질을 하러 서둘러 욕실로 들어갔다.

 

지난 여름 남편에게 반가음식을 가르쳐주시는 선생님이 

다른 요리전문가 선생님 여러 분들과 함께 다니러 오셨다가 

온갖 장아찌며 젓갈을 좋아하는 남편이 내가 그런 음식에 환상적인 솜씨를 보여서 

때마다 나는 나물이며 풋잎새들을 그렇게 갈무리 하여 두었다가 

귀한 손님이 오실 적에 깔끔하고 맛깔스러운 상차림을 하길 꿈꾼다고 말씀드렸더니 

손사래를 치며 이러시는 거다. 

" 그럴 필요 없어요. 그러다 일찍 죽어요!" 

 

나도 이번처럼 뜬금없이 발동 걸려서 오히려 큰일내지 말고 

여느 때처럼 생긴대로, 분수를 알고 오래 살 길을 도모해야 할까보다. 

곱창전골이여, 영원히 안녕! 

 

그런데 한편으론 

이 다음 번엔 여봐란 듯이 근사한 곱창전골 한 냄비 만들어내고 말리라  

이런 오기가 가슴 속 한 구석에 또아리를 틀고 있는 것은 또 뭐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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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18 10: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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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18 17: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나무집 2009-03-18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리 솜씨는 한 가지음식을 끈질기게 여러 번 해봐야 느는 것 같더라구요.
저도 신혼 초에 돼지갈비찜 하는 데 주물럭할 때처럼 고추장 잔뜩 넣고 시뻘겋게 해서
결혼한 아들집에 처음 오신 시어머니랑 시아버지를 대접한 일이 있어요.
울 시어머니 조리사자격증까지 있는 분인데 얼마나 기가 막혔을까 싶어요. 하지만 이젠 열심히 돼지갈삐찜 공략한 끝에 달인 수준이 되었어요. 돼지갈비찜 했는데 소갈비찜 맛있다는 말까지 듣는답니다.

조선인 2009-03-19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자신있게 잘하는 건 감자전 하나에요. 아예 곱창전골이니 돼지갈비찜이니 이런 건 엄두도 못 낸답니다.

순오기 2009-03-22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궁~ 나까지 공연히 눈물 났다고요.ㅜㅜ
난 결혼 2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곱창전골 한번 안해봤어요.
마지막 오기가 또아리를 틀고 있단 멘트에 급방긋~~
그래야 요리의 달인이 되는 듯해요.^^

>>sunny 2009-03-24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핫....
걱정마세요!!!
항상 해주신 음식 정말 맛있어요!!!^^
 

체코에서 만 2년을 살다가 돌아온 사촌언니들이 귀국하자마자 지리산에 왔다. 

그렇지만 미니는 어제 아빠하고 먼저 약속한 일요일 쌍계사 어린이 법회에 참석하고 

초롱이네서 감자도 심고 고모네서 저녁을 먹고 늦게 귀가하였다. 

하루가 무척 신이 났던지 쌍계사에서 절하는 법이랑 한자도 배우고  

염주도 직접 꿰어만들고 밥도 먹었는데 야채밥(반찬이 모두 채소였다는 뜻^^)이었다고 

자랑이 늘어졌다. 

엄마 염주도 만들어와서 엄마 손목에 끼워보고  

자기 생각에는 참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 엄마는 어떠냐고 하면서  

오늘 처음 배운 절도 정성껏 두 번이나 해 보였다.  

그래서 언니들이랑 놀 시간도 없었고 놀토와 일요일에도 바쁘게 움직여서 피곤한 것 같아서 

새 학기 들어 처음으로 유치원 가고 싶지 않다길래 허락을 해주었다. 

그런데 외할아버지께서 점심을 먹다가 오늘 수민이 왜 유치원 안 갔느냐고 물으셨다. 

옆에서 엄마가 끼어들어서 언니들이 와서 그렇죠 라고 했더니 

" 아니야, 정우가 무서워서 안 간거야 !" 란다. 

이건 또 무슨 얘긴가 싶어서 정우가 왜 무섭냐고 했더니 

" 정우가 우리 집에 놔두고 간 립스틱(입술 튼 데 바르는 것이었다.)을  

 내가 살펴보다가 그만 망가뜨렸는데  

 정우가 오늘 유치원에서 만나면 가져다 달라고 해서 말이야."  

잘못한 일은 솔직하게 말하고 새 물건을 사다주자고 타이르고서는 

다음부터 다른 사람 물건을 함부로 만져서 망가뜨리지 않기로 약속을 했다.  

 

ㅋㅋ 그러니까 오늘 미니는 유치원에 안 간 것이 아니라 못 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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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09-03-17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미니다운 생각!!!
아이들 키우다 보면 엄마 생각이랑 아이 생각이랑 안 맞을 때가 정말 많아요. ㅋㅋㅋ

순오기 2009-03-22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그런 뜻이 숨어 있었군요.
그러면서 하나둘 해야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배워가는 거죠.^^

>>sunny 2009-03-24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A!HA!HA!
역시 아이들다운 순수한 생각ㅋㅋ
 

유치원 놀이터에서 바깥놀이를 하는데 모래로 커피와 녹차를 만들었단다. 

선생님께서 커피 한 잔 달라고 하셨는데  

"녹차도 있는데요!" 했더니 그럼 녹차로 달라고 하시더란다. 

녹차를 마시는 시늉을 하신 선생님이 

"녹차도 향이 좋군요!" 라고 하셨단다. 

미니는 너무 행복한 표정으로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다는 내용의 말을 했다. 

(으이구, 이 놈의 기억력은 한 나절을 못가서 정확한 단어를 잊어버렸다. ㅠ.ㅜ) 

왜 그렇게 좋았느냐고 물었더니 

" 사랑받는 거잖아! " 한다. 

같이 놀아주면서 녹차도 향이 좋군요 한 마디 해주신 것이 그렇게 좋았나 보다. 

작년까지 두 해를 가르쳐주신 장혜숙선생님은 그야말로 엄마처럼 푸근하신 분이었는데 

새로 오신 정경애선생님은 그야말로 선생님 모습이어서  

혼자서 조금 걱정스러웠던 마음이 스르르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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