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차나무에 새 잎이 뾰족뾰족 돋아나서 일손이 무척 바쁜 철이다.
녹차는 그 날 수확한 것을 날이 바뀌기 전에 덖어 말리지 않으면 못 쓰게 된단다.
오전에 딴 녹차잎은 오후에 덖고 오후에 딴 것은 밤을 새워서라도 덖어 말린다.
그래서 동만 트면 준비를 해서 일곱시도 되기 전부터 일을 시작한다.
비탈진 산 밭에서 하루종일 조그만 찻잎을 일일이 따내는 것도 일이고
솥을 아주 뜨겁게 달구어서 여러번 덖어내어야 하기 때문에 덖는 것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잎을 제대로 따내지 못하면 나무가 상해서 새 잎이 계속 나지 않으니 조심해야하고
이슬이나 빗물처럼 습기가 조금만 있어도 안 된다.
그러니 이 즈음 비가 내리는 날이면 녹차 따느라 뻐근한 몸을 이끌고 온 사람들로 한의원이 발디딜 틈이 없다.
반면에 맑은 날은 하루종일 환자가 10명 안팎이다.
하지만 비온 뒤면 녹차가 쑥 자라나서 일은 더 늘어난다.
그래서 죽은 사람 아니면 누구나 녹차밭에 가야한단다.
너덜이에서도 부모님께서 녹차 따는 손길이 분주하다.
녹차는 이름 붙이기 나름이라는데
하동에서는 곡우 이전에 딴 작은 잎 차를 <우전>이라고 부르며 제일 좋은 차로 친다.
참새 혓바닥만한 작은 잎으로 만든 차라 해서 소위 <작설차>라고 하는 것이 우전과 비슷한 크기일 것이다.
그 다음에 나는 것을 세작, 중작이라 하고
끝물에 아주 많이 자란 큰 찻잎은 기계로 가지치기하듯 잘라내어 공장으로 보내는데 이것이 티백이 된다.
찻잎 크기도 중요하지만 집집마다 덖는 방법이나 기술의 차이로 차 맛은 다 제각각이다.
60년대부터 차를 만들어왔다는 어떤 집은 차 한 통(40그램)에 80만원 정도여서
무게로 따져볼 때 금보다 비싸게 팔리기도 한다.
낮은 지대에서 비료를 많이 주어서 빨리 키우거나 심지어 몰래 농약을 뿌리는 경우도 없지 않다고 하니
적당한 가격에 어느 정도 제대로 만드는 차를 고르는 것도 쉽지 않다.
앞으로 한 동안 이 곳은 돋아나는 새 찻잎을 거두느라 쉴 새 없는 나날이 이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