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딸기랑 오디가 먹음직스럽게 익었다.

검게 익은 오디는 어릴 때 잘 먹어보지 못했던 것이라 그런지

상대적으로 단맛이 덜 해서 그런지 손길이 잘 가지 않지만

커다란 딸기나무에 주렁주렁 익은 산딸기는 달려가던 차를 세우게 만든다.

우리 집 딸기소녀(벌써부터 딸기가 다시 날 새 봄을 기다린다.^^)는

그렇게 군데군데 차를 세워가며 딸기를 따 바치는 아빠와

밭 일하고 돌아오시는 길에 커다란 손아귀에 칡잎 두어장 놓고 수북하게 한 줌씩 따다주시는 외할아버지와

산책을 겸해 가시 살펴가며 직접 따보는 기쁨을 누리게 해주시려 일부러 통 챙겨들고 손잡고 나서주시는 외할머니 덕분에 

산딸기 붉은 요즘 무척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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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h2886 2007-07-04 0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겠다~~~~~~~~오디....예전에 ㅅㄱ미술관에서 많이먹지는 않았지만 따는 즐거움이...
대신여기는 체리(버찌)가 가로수라 행복합니다^^

miony 2007-07-05 0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길 가다 체리를 맘껏 따먹을 수 있다는 거네. 어떤 모습일지 머릿 속에 그려보는 중!
잘 지내쟈?
 

동감의숙에 좁고 긴 소박한 화단이 있다.

민박과 식당을 하던 전 주인이 심어 가꾼 것인데 수종이 은근히 다양하다.

봄이 되면서부터 낮은 담에는 담쟁이 넝쿨이 푸른 잎을 올리고 있고

작은 소나무와 장미나무들 사이로 나리꽃, 작약, 금낭화, 목단 그리고 내가 이름을 알지 못하는 여러가지 꽃들이 비록 몇 포기 되지 않지만 쉬지않고 피고 진다.

얼마 전에는 소나무에 꽃이 피어 아주 작은 솔방울이 달리는데

처음에는 노란색이다가 보라색, 갈색으로  바뀌어가는 모습이 앙증맞아 사진을 찍어 두었다.

막무가내로 도로로 뛰어드는 태민이를 달래면서 잠깐씩이나마 오늘은 무슨 꽃이 피었나 들여다보는데

며칠 전에는 꽈리가 어느 새 초록주머니를 달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런데 그 자리에 고추가 매달려 있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큼 고추나무(?)와 똑같은 모습이 아닌가!

신기하기도 하고 어릴 때 문방구에서 팔던 고무꽈리랑 빨갛게 익으면 속을 빼내고 꽉꽉 혀끝에 물어보던 진짜 꽈리 생각이 떠올라 한동안 그 앞에서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초록주머니가 빨갛게 바뀌고 그 속에 열매가 익으면 수민이랑 꽈리를 만들어 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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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시작되었다.

며칠째 흐리고 빗방울이 왔다갔다 한다.

과학시간에 달달 외우던 것 중에서 <따뜻한 공기가 산사면을 타고 올라갈 때> 구름이 생긴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 때는 그냥 구체적인 이미지는 없는 추상적인 암기목록일 뿐이었는데

너덜이에서 살게 되면서 날이 흐리고 비가 오는 날이면

낮은 산허리에서 만들어진 구름이 산을 타고 계속 올라가다가 하늘에 뜬 큰 먹장구름에 빨려들어가듯이 합류하는 모습을 보게된다.

그야말로 구름이 모이고 흩어지고 바람을 따라 빠르게 흘러가는 모습을 보노라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어떤 때는 우리 집이 앉은 산 사면을 따라 그렇게 하늘로 올라가는 구름이 눈 앞을 가로막아

안개 속에 갇힌 듯 하얀 구름 속에서 얼마동안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오늘도 걸레를 빨아들고 일어서는데

아침에 내린 비로 말끔한 먼 산 허리에서 구름이 승천하는 모습이 눈길을 붙잡았다.

비가 온다고 해도 여전히 후텁지근하고 빨래도 마를 기미가 안 보이니 한편으론 답답하지만

근사한 비구름을 실컷 보는 것으로 어느 정도 마음이 풀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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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두가 가지마다 그야말로 주렁주렁 빨갛게 잘 익었다.

미니는 요사이 날마다 아빠와 이집저집 이길저길 앵두따러 다니는 게 일이다.



전라도(자동차로 15분 걸린다^^;;)까지 가서 앵두따서 실컷 먹고 봉지에 담아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미니가 앵두 좋아한다고 가지째 아낌없이 꺾어다주시는 이웃분들도 계신다.

하교길에 아이들도 길가에 선 나무를 빙 둘러싸고 달콤새콤한 앵두를 입에 따 넣느라 정신이 없다.

동감의숙 화단과 작은 연못, 너덜이의 풍경인데 그러고 보니 앵두 사진이 없다.

 목단

금낭화

너덜이 집에 무단침입한 나방 - 작은 새 한 가족도 처마끝에 둥지를 틀고 집 안 여기저기에 흔적(1음절!)을 남기고 다녀서 골치다.



나는 이름을 모르는 노란꽃, 실제크기 지름2~3cm

불을 켠 학등

너덜이 부엌 문밖

돌바닥까지 최고수심 50센티미터 정도의 작은 연못 - 소나무 그늘 속에서 헤엄치는 향어,잉어,붕어



마당비 끝자락에 앉은 하늘소

볼일을 보다말고 화장실 문살이 맘에 들어 찰칵^^;;

이름 모르는 흰 꽃

보라색 붓꽃과 엉겅퀴, 자잘한 노란 꽃무리가 고운 고들빼기 쑥부쟁이, 새하얀 향기를 날리는 찔레꽃도 요즘 소담스럽다.

엊그제 쌍계사에서 차문화축제의 일환으로 열린 음악회에 장사익 선생이 와 노래했다.

참 잘 불렀다.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 > 라던 구절이 머릿 속을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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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맘 2007-05-20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전에 TV에서 장사익 님의 노래를 듣고 정말 뽕~ 갔어요. 어쩜 저렇게 노래를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더랍니다. 기회가 되면 정말 쫓아가 그분의 노래를 듣고 싶어요. 너무나 예쁜 사진들도 잘 보고 갑니다. ^ ^.

miony 2007-05-21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평소부터 시작하셨다던데 목청이 확 트이신데다 노래를 자유자재로 가지고 노시더군요. 집에 있는 CD 두 장은 건성으로 들었는데 소박한 모습과 말씀도 좋았고 기대한 것보다 더 좋은 공연이었습니다. 다음 주에 미국 순회공연 떠나신다고 아는 사람있으면 연락 좀 해주라시던데...^^
 

녹차나무에 새 잎이 뾰족뾰족 돋아나서 일손이 무척 바쁜 철이다.

녹차는 그 날 수확한 것을 날이 바뀌기 전에 덖어 말리지 않으면 못 쓰게 된단다.

오전에 딴 녹차잎은 오후에 덖고 오후에 딴 것은 밤을 새워서라도 덖어 말린다.

그래서 동만 트면 준비를 해서 일곱시도 되기 전부터 일을 시작한다.

비탈진 산 밭에서 하루종일 조그만 찻잎을 일일이 따내는 것도 일이고

솥을 아주 뜨겁게 달구어서 여러번 덖어내어야 하기 때문에 덖는 것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잎을 제대로 따내지 못하면 나무가 상해서 새 잎이 계속 나지 않으니 조심해야하고

이슬이나 빗물처럼 습기가 조금만 있어도 안 된다.

그러니 이 즈음 비가 내리는 날이면 녹차 따느라 뻐근한 몸을 이끌고 온 사람들로 한의원이 발디딜 틈이 없다.

반면에 맑은 날은 하루종일 환자가 10명 안팎이다.

하지만 비온 뒤면 녹차가 쑥 자라나서 일은 더 늘어난다.

그래서 죽은 사람 아니면 누구나 녹차밭에 가야한단다.

너덜이에서도 부모님께서 녹차 따는 손길이 분주하다.

녹차는 이름 붙이기 나름이라는데

하동에서는 곡우 이전에 딴 작은 잎 차를 <우전>이라고 부르며 제일 좋은 차로 친다.

참새 혓바닥만한 작은 잎으로 만든 차라 해서 소위 <작설차>라고 하는 것이 우전과 비슷한 크기일 것이다.

그 다음에 나는 것을 세작, 중작이라 하고

끝물에 아주 많이 자란 큰 찻잎은 기계로 가지치기하듯 잘라내어 공장으로 보내는데 이것이 티백이 된다.

찻잎 크기도 중요하지만 집집마다 덖는 방법이나 기술의 차이로 차 맛은 다 제각각이다.

60년대부터 차를 만들어왔다는 어떤 집은 차 한 통(40그램)에 80만원 정도여서

무게로 따져볼 때 금보다 비싸게 팔리기도 한다.

낮은 지대에서 비료를 많이 주어서 빨리 키우거나 심지어 몰래 농약을 뿌리는 경우도 없지 않다고 하니

적당한 가격에 어느 정도 제대로 만드는 차를 고르는 것도 쉽지 않다.

앞으로 한 동안 이 곳은 돋아나는 새 찻잎을 거두느라 쉴 새 없는 나날이 이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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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설 2007-04-27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구나. 몇일 전에 전화드렸더니 안그래도 녹차 따신다고 하시던데..

해거름 2007-04-29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작설이 참새혓바닥이란 뜻이었다니! 이런 무식한...티백은 정말 하품이구나. 에구 그동안 그것도 모르고 마셨네.^^ 나도 녹차 따고 싶지만 아마 한나절이나 버틸까??ㅋㅋ 부무님이 일하시는 곳은 할아버지네 녹차밭을 말하는 거지?

hsh2886 2007-05-06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드실듯...

홍수맘 2007-05-20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푸르른 녹차풍경이 "정말 예쁘다. 환상이다" 라고만 생각했왔었는데 녹차를 만드는 과정이 이렇게나 힘들군요. 그리고 이제는 님 덕에 녹차를 고를때 이름들도 한번씩 확인해 볼려구요. ^ ^.
에궁, 인사가 늦었죠? 미설님 서재에 갔다가 이렇게 놀러왔어요. 반갑습니다. 앞으로 종종 들를께요. 남은 주말 마무리 잘 하시구요, 다음 한주도 늘 행복이 함께 하셨으면 해요. ^ ^.

miony 2007-05-20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들러주셔서 고맙습니다. 홍과 수 밝은 표정이 볼 때마다 너무 예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