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민이는 유치원에 보내놓고 칭얼대는 태민이와 잠깐 문 밖에 나섰다.

바람이 세어서 태민이는 연거푸 흡흡거렸다.

진입로 경사길을 천천히 걸어내려가니

옮겨심어서인지 20년이 넘었는데도 아담한 크기의 아라동백(아버지는 행화동백이라고 하신다.)이

붉은 꽃송이를 달고 섰고

찔레덩굴은 새순이 나서 제법 초록이다.

건너편 산에는 군데군데 산벚꽃이 희끗희끗하고

한쪽 구석에는 예쁜 보라빛 제비꽃이 여남은 송이 어우러져 피었는데

쪼그려앉아 들여다보니 태민이도 좋은지 히죽히죽 웃었다.

산 아래 마을에는 벌써 지고 있다던데 너덜이에는 이제 피기 시작한 꽃이다.

돌아오고 보니 사진을 찍지 못해서 아쉽다.

쇠뜨기도 흙을 뚫고 올라서고 있고, 쑥은 거짓말 좀 보태서 나무가 되었다.

진달래도 지금쯤은 지고 있으리라...

온 산에 새싹이 돋느라 푸르고 싱싱한 기운이 감도는 것을 보니

환갑도 못 되어 엊그제 갑자기 돌아가신 개화식당 당숙어른이 떠올라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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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여기 2007-04-07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을 찍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miony 2007-04-10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녁무렵에 찍은 것들이라서 빛이 모자랐나봐, 모두 엉망이지만 어쨌든 사진 올림
 



십리 벚꽃길 벚꽃이 한창입니다.

물론 사이사이 늦은 목련이랑 동백꽃, 개나리,진달래,천리향,매화 온갖 꽃이 봄노래를 부릅니다.

한의대생들이 방학 때마다 동의보감을 공부하기 위해 짓고 있는 동감의숙에서 몇 장 찍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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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h2886 2007-03-31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참 잘나왔네요
벚꽃이뻐요~
 

운명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빰빰빰빰~!이라고들 한다.

어제 어디선가 똑똑 우리집 유리창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서 둘러보니

작은 새 한 마리가 기둥에 매달려서 고개만 삐죽이 내민 채로 유리창을 쪼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노트북 너머 2층 창에 무언가 휙 솟구쳤다가 수직 하강하는 것이 언뜻 보였다.

너무 재빨라서 내가 잘못 봤나? 하는 순간 분수의 물줄기가 그러듯이 또 한 번 휙 솟아올랐다 떨어진다.

창가에 다가가 밖을 내다보니 내 손아귀에 들어갈 듯이 작은 새 두 마리가

비비비빕! 비비비빕! 하면서 나뭇가지를 넘나든다.

머리에는 검은 빵모자, 목에는 노란 목도리, 잿빛 날개, 오렌지색 가슴과 배

치장이 현란하다.

어제도 들렀어요! 하는 듯 유리창을 똑똑 두드려주고 멀리 날아갔다.

멀리 세석평전과 삼신봉에 활짝 핀 눈꽃이 볼 만한 꽃샘추위가 제법이지만 봄은 봄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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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h2886 2007-03-30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수)봄봄봄봄봄이왔어요~~ 봄봄봄봄봄이왔어요! 에헤 봄이 벌써 왔구나-
여기도 봄이왔어. 학교앞에 큰 나무들 끝가지에 새록새록 새순이 돋아나는게 보이고
학교가는길에는 자목련이랑 사과꽃같은 흰꽃, 개나리도 보여.
음악학원() 가는 길에는 아마 복숭아꽃(?)이 활짝 피었고, 돌아오는길에는
예쁘게~ 핀 분홍색 겹벚꽃도 찾았어.
여기와서 봄꽃못봐 아쉬워 어쩌나~ 했는데 여기는 벚꽃나무도 다 키가 작아서
어떤면으로는 참 좋아

miony 2007-03-31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가보고 싶어랑~! 암튼 좋은 곳인 것 같고 너희들도 좋아하는 느낌이 팍 오는구나. 음악학원에서는 어떤 악기를 배우는데? 허셩은 피아노 질색이잖아?

hsh2886 2007-03-31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둘다 플룻배워요.^^.
단소 덕에 불기가 쉬워서..

miony 2007-03-31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겠다! 언제 한 곡 멋지게 불어주길... 그런데 선생님하고 의사소통이 되니?

hsh2886 2007-04-09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둘다 말이안통해서 교과서영어와 몸짓으로...
 

가끔 시댁에 가 있으면 논밭에 소 몇 마리 키우는 작은 마을에도

여호와 증인을 믿으라며 파수대인지 파수꾼인지 작은 인쇄물을 나누어주고 가는 사람들이 있다.

겉으로는 말끔하고 무언가에 빠져서 허우적대는 사람들 같아보이지 않는데

아마도 여러가지 자기 일들은 팽개치고 그리 돌아다니는 것이지 싶다.

어제는 진입로 가파른 길을 남자 둘, 여자 둘이 걸어올라오길래

아랫마을에서 민박한 사람들이나 가끔 지나가는 등산객이려니 했는데 자꾸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마침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며 술래잡기를 하고 있던 중이어서 없는 척 할 수도 없었다.

문을 열어주었더니 두 여자가 서 있었다.

그리고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러 왔다면서 성경을 펼쳐서 읽어주고 인쇄물을 주고 간다.

여기서 사느냐, 살림집으로 지은 것이냐 몇 가지 질문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러느라 제법 오래 세워두었는데 마음은 이 골짜기까지 온 사람들 잠깐 들어오라고 하고 싶었지만

또 이런저런 얘기 길게 늘어놓을까봐 짐짓 모른 체 하였다.

승용차로 산길을 올라도 15분이 걸리는 해발 500미터 산골에 다섯 집이 모여 사는데

이런 곳까지 찾아와 겨울 북서풍을 맞으며 서서 몇 마디하고 인쇄물 한 장 주고 내려가다니

그것이 옳든 그르든 어떤 방향을 향한 것이든 사람의 신념이란 정말 놀라운 구석이 있는 것 같다.

여호와 증인에 대해서 잘 모르긴 하지만

무엇이든 지나치면 모자라는 것만 못하다고 했다.

종교도 생활의 전부보다는 생활의 일부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저마다의 삶에 더 좋으리라 생각하기에

그들의 신념과 열정의 방향을 자신의 일상으로 돌려보게 되길 맘 속으로 빌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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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설 2007-02-21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기까지 그런 사람들이 찾아 가는구나... 들여놓지 않길 잘했어. 합리적인 사고가 어려운 상황인 사람들일테니까...
 

어제는 모처럼 비가 내렸다.

겨울 가뭄이 극심하다더니 참 좋은 일이라는 대화를 나누며

비 온 탓에 공사도 하루 쉬니 아이들과 온천에도 다녀오고

구례시장(사실은 농협마트에서 카트타고 한 바퀴 도는 것이다.)에도 들렀다.

집으로 돌아와 이것저것 챙겨넣고 한 숨 돌리니 어느 새 창밖은 깜깜했다.

밤중에 잠결에만 거의 나오지도 않는 젖을 물고 낮에도 분유가 많이 줄었지만

잠들기 전에는 200ML이상 꼭 챙겨먹고 자는터라

태민이 팔에 안고 어두운 방에 앉았노라니

창 밖 어딘가에서 마치 와글와글거리는 듯 한 소리가 요란하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니 개구리인가 싶다가도

경칩이 한 달이나 남았는데 벌써 개구리가 나왔을까?하니 무슨 새소리 같기도 하고

어제만하여도 전혀 들리지 않던 소리가 하루 사이에 온 산을 뒤덮고 있으니

좀 기괴한 느낌이 들기도 하였다.

- 저게 무슨 소리지? 수민아, 잘 들어봐!

- 엄마, 자꾸 그런 소리 하지마!!!

어디서 무엇이 내는 소리인지 알고 있으면 아무렇지도 않을 소리가

정체가 모호하니 애나 어른이나 사람을 불안하게 하는 모양이다.

한여름밤에 개굴개굴거리는 소리와는 다른 데가 있으니 맹꽁이인가?

생각이 여기에 미치는데 태민이는 잠이 들었다.

잠시 후 2층에서 내려온 수민아빠가 개구리 소리라고 단정을 지어 말했지만

근처에 그럴 듯한 개울 하나 없는데 참 신기하다 하고 잠이 들었다.

새벽녘까지 요란하더니 해 뜰 무렵(안개가 자욱하여 앞산이 보이지 않는 아침이었지만) 조용해졌다.

낮 동안은 쉬는가 했더니 점심 때도 되지 않아 다시 와글와글거린다.

태민이 낮잠 자는 동안에 얼른 구들장에 불을 넣으려고 서두르는데

오가는 사람들이 주차장으로 쓰느라 땅이 많이 패어 비오는 날은 진흙탕이 되는 집터가 내려다 보였다.

알고보니 타이어자국이 흙을 패어낸 자리에

어제 제법 후두둑거리며 내린 비가 고여 모양만 손바닥만한 연못(?)이 생긴 것이 아닌가!

그제서야 아하~ ! 하였다.

봄처럼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는 겨울이더니 개구리도 이렇게 일찍 잠깨어 인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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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여기 2007-02-09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산골에는 벌써부터 개구리가 나오는군요.... 도시에서는 눈 씻고 찾아봐도 안나오는데.....

miony 2007-02-14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네..어제 밤에도 비가 제법 내리더니 와글와글 요란했단다. 그런데 비 내리고 나니 찬바람이 엄청 불고 개구리 노래도 다시 끊겼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