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이 시작되기 전부터 엄마닭이 알을 품고 있다. 

찾아보니 병아리는 21일 만에 알을 깨고 나온다는데 도무지 감감 무소식이라서 답답해하니 

남편은 온도나 환경이 알맞아야 21일 걸리는 것이고 좀 부족한 것이 있으면 더 걸리는거란다. 

믿거나 말거나... 

 

여섯 마리 암탉 중에 가장 나이 든 녀석은  

종이 상자에 짚을 깔아 만들어 준 둥지에  듬직하니 앉아 꼼짝도 하지 않는다. 

뭐라도 먹기는 먹는건지 은근히 걱정이 될 정도이다. 

옆에 있는 다른 상자에는 초보 엄마닭들이  

두 마리도 모자라서 세 마리까지 몸을 부비고 같이 알을 품었다. 

보다 못한 아버지가 닭들을 쫓아내고 들여다보니 품고 있는 알이 50개도 넘겠더라고 하신다. 

그래서 지금은 종이상자 둥지가 3개가 되었고 3마리 닭이 끈기있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알을 품는 동안은 매일 알을 낳지 않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가보다. ^^;;) 

 

원래 짐승이라면 다 질색을 하는데다

어떤 것이 품던 알이고 어떤 것이 새로 낳은 것인지 알 수도 없고 

알을 품는 엄마닭은 예민해서 다가가면 부리로 쫀다고도 하고 

온갖 핑계를 갖다대어 마냥 두고 바라보기만 하는데  

새 알을 자꾸 낳아 보태면 어떻게 되는건지 정말 난감하다. 

동네 할아버지는 품고 있는 알에 매직으로 표시를 해두고 매일 들여다보아 새 알을 꺼내라고  

뒤늦게 말씀해주셨지만 그것도 엄두가 안난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저 보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드디어 어제 아침, 남편과 아이를 배웅하고 돌아서던 길에 

병아리는 왜 안 나오는지 궁금해하며 닭장을 들여다보니  

거짓말 좀 보태어 정말 콩알만한 머리가 엄마닭 깃털 사이로 고개를 쏙 내밀고 있는 게 아닌가?!  

부리도 콩알만한 머리에 점 하나 찍어놓은 듯이 작았다. 

그럼 그렇지 싶어서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열심히 일하고 있을 시간이었지만 남편에게 전화를 해서 호들갑을 떨었더니 

점심 먹으러 올 때랑 갈 때 병아리를 볼 요량으로 닭장 안에서 어슬렁거렸다.  

 

이틀이 지났지만 남편은 아직 병아리를 구경하지 못했다. 

나도 시간 날 때마다 닭장 앞을 서성거렸지만 다시는 볼 수 없었다. 

그다지 넓지 않은 닭장 안에서  

얼마 전에 사다 넣은 거위새끼 두 마리와 오골계 남매들 십여 마리까지 활개를 치니 

아마도 엄마 닭이 품 속에 폭 넣어두고 내보낼 생각을 하지 않는 모양인데

저렇게 엄마닭 아래에 깔려(?) 있으면 그 조그만 녀석이 숨이나 쉴 수 있는건지 또 걱정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 병아리가 내 머릿 속에 박혀 있는 노랑병아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나이 든 닭은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갈색인데 

초보엄마 닭들은 올리브색이라고 해야하나(그러고보니 바로 내 서재 바탕색계열이다.) 

아뭏든 그 비스무리 한 색을 바탕으로 갈색과 검정색 무늬가 들어간 깃털 옷을 입었는데 

병아리도 그 모습을 꼭 닮아보였다. 

거위새끼들은 노랗고 보얀 솜털같은 털이 환한데 갓 태어난 병아리는... 

설마 그렇다가 노래지는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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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랑주 2009-04-29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마 그렇다가 노래질 거 같아요 ㅋㅋ
 

잠깐 내리다 그치겠거니 했더니만 웬 걸 하루종일 오락가락한다. 

어제 내렸으면 3월의 눈이었을텐데 하루 차이로 4월의 눈이다. 

바짝 마른 채 가지에 매달려 있는 씨앗을 털어버린 벙글어진 오동나무 열매 너머로 

화안하게 피어있는 매화랑 산벚꽃,  

초록보다는 노랑에 훨씬 가까운 여린 연둣빛 꽃이 핀 것처럼 새로 돋은 잎새들, 

바람이 불 때마다 낭창낭창 허리를 꺾어가며 흔들리는 대숲, 

수묵 산수화에서 튀어나온 듯 멋스러운 소나무 두 그루 

그 너머로 멀리 이어지는 지리산 자락을 배경으로 함박눈이 흩날린다. 

따뜻한 구들장을 지고 잠이 든 두 아이를 품 안에 두고

마지막 걸음 떼어놓기가 그리 아쉬운 겨울을 바라보니 마음이 푸근하다. 

새 풀 옷을 입고, 하얀 구름 너울쓰고, 

진주이슬 신고, 꽃다발 가슴에 안은 채 봄처녀가 저만치 어른거리는 것이 보이는 듯 하다. 

하얗게 하늘을 뒤덮은 눈발 사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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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랑주 2009-04-05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눈이네요 그럼? ㅋㅋㅋ
 

밤이면 특히 더 건조해져서 새벽녘에는 결국 재민이가 쌕쌕거리느라 잠을 설친다. 

그래서 지금까지 한 달 반을 지내온 방을 떠나 우풍이 덜한 옆방으로 옮겼는데 

웬걸 이 방은 어찌나 건조한지 두 시가 지나자  

태민이는 자다가 벌떡 일어나 물을 마시러 네 번이나 문을 박차고 나갔다. 

결국 4시가 지나자 재민이도 잠들기를 포기하고 말똥말똥 한 시간을 버텼다. 

다섯 시에 아이들이 모두 잠들었지만 완전히 잠이 깬 엄마는  

빨래바구니 하나 가득 담긴 빨래감 주머니를 살피고 나누어 빨래망에 담아 세탁기에 넣은 다음

시래국 끓이고 콩나물 무치고 미니아빠가 올해 처음으로 직접 담근 김장 한 포기 내어 썰고 

아침 준비를 하였다.  

장만한 김에 아예 혼자 앉아 새벽 아침을 먹고  

(산후조리를 도와주신 큰형님이 집으로 돌아가신지 이틀째에 벌써 새벽밥이다.)

시래국이랑 콩나물무침 한 접시 담아 친정으로 올라갔다. 

6시라 새벽예불을 열심히 드리고 계시기에 금방 돌아나오는데 

하늘에 별이 글자 그대로 쏟아질 듯 반짝이고 있었다. 

지금까지 내가 본 것 중에 가장 많은 별들이 정말 손만 뻗으면 잡힐 듯이 가까이에 빛나고 있는 모습에 알싸한 겨울 새벽 공기도 상쾌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먼 북쪽하늘이 아니라 작은 앞마당에 선 내 머리 위에 선명한 국자 모양 북두칠성!!! 

게으른 내가 두 번째 스무 살이 하루하루 다가오는 나이가 될 때까지  

이렇게 이른 새벽에 일어나 하늘을 본 적이 있었던가? 

아이 셋을 낳고나서야 본의아니게 사람이 되어가고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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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27 22: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8-12-28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 전에 빨래를 가득 널고 자면 괜찮을 듯한대요.
멋진 새벽풍경을 가끔은 즐겨주시길... ^^

miony 2008-12-29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래를 조금 널었더니 그랬나봐요. 어제랑 그제는 가득 널고 잤더니 조금 나아졌습니다.^^

>>sunny 2009-01-08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햐!!! 탬니가 자다가 일어나서 물을 마시러 가다니!!
나도 귀찮아서 화장실가고싶어도 꾹 참고 다음날 아침에 가는데...ㅋㅋㅋ
나도 지리산의 별이 빛나는 밤을 보고싶다!!
 

토요일이라서 12시가 채 못되어 미니를 데리러 유치원에 갔는데

시간이 좀 일러서 태민이랑 운동장에서 놀았다.

 

오른쪽 끝에 농구대 뒤편이 유치원 교실이다. 건물 옆 하얀 뾰족지붕은 유치원 놀이터.




뒷 산의 신록을 휴대폰 카메라는 전혀 담아내질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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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22 17: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4-22 19: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4-22 2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1월 22일, 2층 창밖에 선 나무에 눈꽃이 피었다.

 하필이면 사진 찍을 때 태민이는 딴청이다.

23일, 날씨가 맑고 기온도 어느 정도 따뜻해서 눈은 금방 녹았지만

응달에 얼어버린 눈 때문에 아빠가 차를 세워두신 곳까지는 걸어내려갔다.

  아빠는 마른 빨래를 들고 미니는 포즈잡는 중 ㅋㅋ

비탈길엔 살얼음이 얼어서 미끄러지기 일보직전이라 다다다다다다 달려내려가야 했다.

산불점검 아저씨는 승용차를 타고 눈 쌓인 산길을 올라오시다

마지막 가장 가파른 고갯길에 타이어 하나를 낭떠러지에 걸쳐놓으셔서 간담이 서늘했다.

(미니아빠는 도대체 어떤 분인가 궁금해서 마을에 들렀다 왔다고 한다.ㅎㅎ)

 

그런데 좀 더 내려가니 칼바람 눈길을 걸어올라오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있었다.

알고보니 오리집에 오리고기 구워먹으러 올라가시는 길이라고 했다.

오리집 할머니가 중풍으로 쓰러지셔서 오리 잡아주지 못하게 되신 것이 오래인데...

결국 그 분들도 비탈길을 다다다다다다 뛰어내려 가셨다. 


아뭏든 너무나 오랫만에 아빠와 짧은 산책이 즐거운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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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랑주 2008-01-25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맨 위에 사진 예술사진이네요 와우 ^^

알맹이 2008-01-29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