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와 거북이

 토끼와 거북이는 누구나 다 아는 동화입니다. 토끼와 거북이가 경주를 했는데, 토끼가 앞서 나갔지만, 중간에 토끼가 낮잠을 자고 있는 사이 거북이가 승리했다. 이 동화가 주는 교훈은 재능이 있다고 또는 앞서 나간다고 자만하고 나태해지면, 꾸준히 노력하는 이에게 뒤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그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만약에 토끼가 이겼다면, 무슨 이야기가 될까. 부잣집 자녀로서의 배경을 만들어 주지 못한 부모님을 원망해야 하나, 아니면 천재적 재능을 내려주시지 않은 하나님을 원망해야 하나?, 과연 낮잠을 자는 토끼는 얼마나 되는가? 노력하면 무조건 다 성공하는가? 그래서 내린 결론이 더 있습니다.

 동화의 작자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성실성외에, 정당한 게임의 규칙과 내가 잘 할 수 있는 곳에서 재능을 발휘하자 입니다. 토끼와 거북이 공정한 게임은 육상에서 달리기를 한 번 경주하고, 물에서 헤엄치기 경주를 또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본인이 거북이라면, 잘 못하는 달리기를 연습하느니 보다 잘하는 수영으로 승부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거북이가 사회적 환경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경우, 달리기 경주에 내 몰릴 수 있습니다. 이 때 원망만 하기 보다는 최선을 다하는 것, 물론 중요합니다. 모든 것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없다면 아무것도 얻을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본인이 토끼인데 거북이와 달리기 경주를 하게 되었다면, 한번 거북이의 입장을 생각해 볼 여유가 필요합니다. 거북이가 게을러서 늦게 뛰는 것이 아니고, 짧은 다리를 비롯한 체형 때문에 늦게 뛰는 것을 이해주었으면 합니다. 공부 잘 하는 것과 잘 가르치는 것은 다른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공부 잘하는 사람이 나중에 아랫사람을 잘 가르치지 못하는 이유가 본인이 쉽게 공부한 경험만 생각하여, 아랫사람을 다그치기 때문입니다.

 제가 어른이 되어 다시 느낀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는 ‘공정한 게임에 대해서, 그리고 다른 사람의 이해’라는 새로운 교훈을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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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호,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드가 등 몇 서양화가들은  좋아하기는 않지만, 대체적으로 서양미술에 관해서는 잘 모릅니다.

 그런데 루벤스Peter Paul Rubens하면 떠오르는 장명이 있습니다. 어렸을 때 인상깊게 봤던 장면, 눈물까지 흘리며 봤던 장면......

 '플란다스의 개 A dog of Flanders'의 네로가 파트라슈와 함께 루벤스 그림 밑에서 하늘나라로 올라가던 장면

하나 더 루베스가 그린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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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우유 2004-02-25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들이 갑자기 생각; 이런; 성당그림에 갑자기 신들이 생각나다니; 그리고 아래그림을 보니 예전에 서양인이 그렸던 오천원짜리 율곡이이의 그림이 생각나네요; 서양인이 그리면 왠지 서양인을 닮은 그림이 나오는것 같아요;; 나만그런건가;;
 


 초등학교 시절 (어쩌면 중학교)에 다보탑과 석가탑을 비교한 글이 국어 책에 실렸습니다. (현진건님의 불국사 기행)

 다보탑을 능라와 주옥으로 꾸밀대로 꾸민 성장미인에 견준다면

 석가탑은 수수하게 차린 담장미인이라 할까.

 

 

 

 당시 저는 석가탑과 다보탑을 실제로 보지 못했고, 그림으로만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림으로 볼 때는 석가탑보다 다보탑이 훨씬 멋있게 보였습니다. 담장미인보다야 성장미인이 낫지. 어떻게 촌색시가 대감집 따님과 견주겠어.  그러나 고등학교때 실제로 석가탑과 다보탑을 보고 나서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을 느겼습니다. (감동 받은 이야기를 마이페이퍼에 올리지만 실제로 저는 목석같은 사람입니다.) 석가탑이 너무나 아름다운 것이었습니다. 오히려 다보탑은 실망을 주었습니다. 다보탑은 돌사자도 깨져 있고 화려한 외양때문이지 풍화작용을 더 많이 받은 것 같았습니다.

 어렸을 때는 당연스럽게 다보탑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던 것이 시간이 지나니 석가탑이 더 아름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모두 아름다운 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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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1-08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마립간님은 신라의 왕 다우십니다.섬세함만 보는분은 여성적인 다보탑을 좋아하지만...신라 석탑의 정형인 석가탑은 점과 면과 선이 절묘하게 조화된 알맞은 비례를 가진 석탑으로 힐끗 보면 가벼워서 그냥 지나치기 쉬운데, 조금만 살펴봐도 빈틈 하나없는 완벽한 석탑일겁니다. 妙相莊嚴......無影塔이라...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속의 부처를 찾는 眞空妙有를 담은 한송이 석조미술의 상좌가 바로 석가탑이 아닐까요?? 문화재적 심미안에 놀라움을 감출수 없군요..
 

 내가 좋아하는 여인 - 나혜석羅蕙錫

 정월晶月 나혜석이란 이름을 처음 듣게 된 것은 최초의 서양 여류화가입니다. 무엇이든지 최초는 매력이 있지요. 선구자적 이미지가 있습니다. 문필가로 소설 ‘경희’를 쓰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나혜석씨는 서양화가로서보다 여권운동자로서의 이미지가 훨씬 더 강렬하였습니다. 요즘에도 공개하기 쉽지 않은 이혼고백서라는 글을 썼다는 것은 그의 저항정신을 느끼게 합니다. 나혜석을 좋아하는 이유는 불합리에 대한 저항정신입니다. 저는 페미니스트가 아니며, 오히려 그 저항의 대상이 남성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리고 그의 말년이 불행하게 된 것은 너무나도 뛰어났기 때문에 사회와 타협하지 못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나혜석의 변 ‘현모양처란 교육가들이 자성없이 상업적으로 내세우는 주의에 불과하며, 온양유순을 가르치는 것도 여자를 노예로 만들기 위한 것이며, 정조는 취미와 같은 것이어서 도덕이나 제도로 강제할 일이 아니다. 성적 욕망을 해소하기 위해 결혼을 하더라도 각자 배우자 이외 다른 이성을 만나 사교를 하는 것이 쉽사리 권태에 빠지지 않는 길이다.’ - 지금 들어도 너무 파격적입니다. 불꽃같은 여자라는 수식어가 매우 잘 어울리죠. 최근에 나혜석 평전이라는 책이 새로 나왔는데 한번 읽어 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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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4-02-22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나혜석 좋아합니다.
 

알라딘 서재가 생기기전 제가 자주 방문하던 인터넷 사이트가 궁리(www.kungree.com) 이었습니다. 궁리의 눈이라는 곳에 실린 글입니다.

 수맹의 비애

 '국민학교'('국민학교'를 입력하니 아래아 한글이 친절하게도(?) '초등학교'로 자동 교정해준다.) 시절에 산수 과목을 배웠다. '초등학교'에서는 수학으로 과목 이름이 바뀌었다고 하던가. 산수는 셈하기이니 수학이 과목이름으로 적합하다 하겠다. 셈하기만 배우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돌이켜 보면 나는 '국민학교' 시절에 산수,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수학......정말 지지리도 못했었다. 고3 시절에는 나와 비슷한 처지의 같은 반 친구들과 '수포클럽' 그러니까 수학 포기자 클럽이라는 것을 만들 정도였다. 당시 '수포클럽' 가입 자격은 국어 및 영어 과목 성적과 수학 성적의 수준 차이가 극심한 사람, 요컨대 수학 잘하는 급우들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이 큰 사람들이었다.

 대학 시절 은사 한 분은 당신이 만일 대입 수험생 시절로 돌아간다면 철학과가 아닌 수학과를 지망하고 싶다고 말씀하시기도 했다. 인간과 세계를 이해하는 매우 중요하고 재미있고 놀라운 방식이 수학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영국의 저명한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도 자신이 수학 과목을 사실상 포기하고 고전학에만 몰두한 것을 무척 후회했다. 토인비 역시 세계를 바라보는 무척 중요한 눈 하나를 일찍 포기한 것이 한스럽다는 투로 말한다.

 버트란드 러셀은 자신의 조모로부터 어린 시절에 영국헌정사를 비롯한 인문 교육을 받기도 했다. (우리 식으로 이야기하자면 10살이 되기도 전에 조선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를 철저하게 공부한 셈이다.) 그런 그는 조모가 수문(水門)의 기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한다. 러셀의 조모는 고전학과 역사 교육을 철저하게 받았지만, 기본적인 셈하기 이외의 논리적, 수리(數理)적인 분야의 교육은 전혀 받지 못했다. 때문에 조금이라도 양적인(quantitative) 사고나 공간적인 사고, 기하학적인 사고를 필요로 하는 주제에 대해서는 어두웠던 것이다.

 여하튼, 대입 수학에 관한 한 본래부터 수학에 소질이 없었다는 핑계는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고등학교 수학, 정확히 말하면 대입 수학이라는 것이 수학 영재나 수학자를 키워내기 위한 교육 과정이 아님은 물론, 기초부터 꾸준히 다지고 문제를 많이 풀어보면 비교적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대입 수학은 부지런함과 꾸준함이 관건이지 타고난 수학 재능이 관건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국 정확히 말하면 나는 수학 과목에서 부지런함과 꾸준함을 발휘하지 못한 게으른 학생이었다. 앞서 언급한 대학 시절 은사나 토인비처럼, 나도 수학 실력을 쌓지 못한 것을 어느 정도까지는 아쉬워한다. 비교적 복잡한 수식이 자주 등장하는 책을 읽거나, 수학의 주요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으면 이해가 훨씬 빨라지는 책을 읽거나 할 때 더욱 그렇다. 천문학 관련 책을 읽다가 하도 답답한 나머지 고등학교 지구과학 참고서를 구입해서 필요한 부분을 공부한 적도 있다. 통계학 관련 내용이 많이 나오는 책을 읽다가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역시 고등학교 수학 참고서를 공부한 적도 있다. 세계를 이해하고 설명하는 중요한 언어, 수학이라는 언어를 일찌감치 포기한 수맹(數盲)의 비애!

 수학 공부에서 유달리 게으름을 피운 나이기에 남의 탓을 할 자격이 없다. 하지만 유구무언은 아니다. 문제 풀이 요령이 아니라 기본 원리나 공식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준 수학 선생님이 계셨던가? 우리가 배우는 수학의 여러 분야들이 왜 중요한지 설명해준 선생님이 계셨던가? 원리, 공식, 기본 개념 등은 주마간산으로 대충 넘어가고, 실전(實戰) 그러니까 입시에 나올만한 다양한 유형의 문제들을 푸는 테크닉을 습득하도록 내몰렸던 것은 아닐까? 미적분이 왜 중요한지, 집합론이 수학의 기초론으로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확률과 통계가 실생활에서 어떻게 응용되고 왜 중요한지.....이런 저런 중요성과 의미를 차근차근 가르쳐주시는 선생님이 있었더라면, 혹은 그런 것들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수학 교육이 이루어졌더라면 하는, 부질없는 남의 탓도 해보게 된다.

 '영어 공부 절대로 하지 말라'는 역설적이고 도발적인 제목의 책이 각광을 받은 바 있다. 생각하기로는 '수학 공부 절대로 하지 말라'는 책이 나오면 어떨지 싶다. 사실상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우리나라 중고교 수학 교과 내용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던지는 책. '우리가 정말로 알아야 할' 수학의 기초 개념과 원리, 공식 등을 가능한 한 모든 방식을 동원해서(만화, 우화, 일화, 은유, 비유.....) 알기 쉽고 친절하게 설명하는 책. 나로 하여금 '이런 책이 나의 고교 시절에 나왔더라면 수포클럽을 결성하지는 않아도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책. 자신의 게으름 탓에 구제불능에 가까운 수맹이 되어버린 사람도 심심풀이로 술술 읽어나갈 수 있는 책..... . (2002년 3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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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zzlist 2004-01-08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제로 "수학 공부 절대로 많이 하지 마라"라는 책이 "영절하"를 펴낸 사회평론에서 나온 적이 있습니다. 2000년 12월 27일이네요. 평을 하자면... "사회평론사 영절하로 돈 벌더니 이 무슨 오버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