긋닛 1호 : 비대면 긋닛 1
전치형 외 지음 / 이음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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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6 구병모, 이상우, 정용준.

전치형-비대면의 방법들
구병모-있을 법한 모든 것
이상우-졸려요 자기
정용준-일요일 아침

중고책 털다가, 아는 작가들 이름 있는 책이라 샀다. 책인 줄 알았는데 잡지라고 한다. 맨 뒤에 보니까, 단편 소설 공모해서 고료 150만원씩 주고 책에 실어주는 모양이었다. 첫 호는 첫 호니까 그렇게 공모한 건 아닐 거고 섭외를 했겠지.

소설집이거니 했는데 맨 앞 여는 글은 에세이였다. 미문은 아니고 그냥 질문에 가까운 글이어서 감흥은 없었다. 그냥…왜 실렸지…싶은…

창간호에 유명 문예지도 아닌 문학잡지?무크지? 그런 지면이라면 소설가는 자기의 최선인 원고를 내놓을까, 야심작 같은 거, 으엑 안 써진다 쓰기 싫다, 이러는 소설가도 있을까… 구병모 소설 읽으면서는 그런 생각을 하고 말았다. 꿈속 영화, 이런 저런 가능성, 쪽지로 이어지는 혹은 인연이 되지 못하는, 인연. 잡지식 편집인가 문단 사이 널찍널찍 책 묶인 자리 여백도 넓은데 아…두께를 사분의 일 정도는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그러면 책값이 싸져서 안 되나…
이상우 소설은 약빤 사람이 주절주절 거리는 걸 듣고 그러모으는 느낌을 주기는 했는데 뭐 그랬다… 정말 미국에 가면 펜타닐 케타민 등등에 취한 좀비 같은 중독자들이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 마냥 거리에 널부러져 있는지 문득 궁금하고… 그게 사실이라면 슬프고… 트레인스포팅 같은 소설, 영화, 어려서는 막연하게 재미있게 봤는데 남의 인생 망하는 이야기니까 재미있지 그게 내 인생이면 안 재미있었겠다. 재미있거나 없기 훨씬 전에 죽었을 거야.
꾹 참고 제발 마지막 소설만은…정용준…믿습니다… 이러고 읽었는데 자살 방지 상담원이 나오는 슬픈 소설이었고 그래도 그나마 읽을 만했다. 읽으면서 아 그냥…잡지에서 내가 좋아할 만한 소설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도박하느니 소설집으로 묶인 뒤 그 작가 거 골라보겠어… 문학과 지성사에서 계절마다 나오는 소설보다는 소설 세 편을 3천원대에 묶어 팔고 있다. 한 권 밖에 안 보긴 했지만 운 좋게도 다 읽을 만했지. 소설 세 편에 만이천원 정기구독해도 만원은 비싸다 그러면 작가들한테 실례일까. 상금 백오십씩 세 편 주면 사백오십만원 거기에 책 만드는 비용 더하고 나면 몇 권을 팔아야 수지가 맞을까. 내가 본 1호는(중고로 샀어 미안해) 작년 12월에 나왔으니 문득 올 3월 6월 2, 3호가 나왔을 텐데 사볼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궁금했다. 지속가능한가… 편집인 중에 우다영이 있는데 우다영 소설 두 권 사 놓고 여태 한 권도 안 봤다…사진만 맨날 보고 책은 왜 안 봐…
…이런 우려를 반영한 듯 검색해본 최신 호는 가격이 내려가고 소설은 네 편으로 는 것 같다. 벌써 4호까지 나왔고 여튼 힘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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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끼 2023-06-26 22: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흑흑…. ㅠㅠ 읽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정용준 소설이 괜찮아서 다행이에요

반유행열반인 2023-06-26 22:47   좋아요 1 | URL
좀 더 분발하라규!!! ㅋㅋㅋ 야박한 독자놈입니다…

우끼 2023-06-26 22:48   좋아요 1 | URL
야박하지 않습니다 ㅠㅠ… 기대할 수밖에 없죠…

희선 2023-06-27 03: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설 한편이라도 괜찮은 게 실려서 다행입니다 이런 잡지가 나왔군요 처음 알았습니다 잡지는 잘 되기 어려울 것 같기도 한데... 여기에서 단편소설 공모하고 뽑히면 상금 받고 소설도 실리는군요 이건 신인을 찾아내려는 잡지 같기도 하네요 앞으로 죽 나오면 괜찮은 소설가가 나올지도 모르죠


희선

반유행열반인 2023-06-27 09:47   좋아요 1 | URL
처음엔 신인 찾기 의도했나 싶은데 다음 호들 보니 죄 고인물(?) 네임드 소설가들이 품앗이하는 느낌이었어요 ㅋㅋㅋㅋㅋ

Yeagene 2023-06-27 15: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문학잡지도 있군요 ㅎㅎ 열반인님 덕분에 많이 알아갑니다 ㅎㅎ

반유행열반인 2023-06-27 14:59   좋아요 1 | URL
저도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좋은 소리 못 해줘서 미안하더라구요 ㅋㅋㅋㅋ내가 몰랐으면 더 좋았겠다…
 
칠조어론 2 - 제1부 중도(관)론 2
박상륭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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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5 박상륭.
인간인 것의 지난함이여, 인간인 것의 지복함이여.

저녁에는 버터마늘새우구이 해 본다고, 냉동실에 아프기 전에 사 놓고 못 먹고 있던 블랙타이거새우 열두 마리를 꺼내 손질했다. 삐쭉한 윗뿔 아랫뿔 수염 다리 다 잘라내고, 왠지는 모르지만 검색하면 죄 똥창자 제거하라니까, 가위로 등을 따서 이쑤시개로 등허리 마디를 후비적대면서, 뭐가 차 있거나 아무 것도 없어서 투명한 가늘고 긴 새우 내장을 끄집어 내려고 애를 쓰고 있자니, 너는 무슨 죄를 지어가지고, 살이 그렇게 맛있는 거 말고는 물 속 눈에도 안 보이는 물벼룩이나 좀 건져 먹었을 건데, 겨우 그런 죄 가지고 나한테 이런 수모를 당하고 있구나… 언젠가 너랑 내 자리가 바뀌어 검고 둥근 눈을 한 새우가 이쑤시개보다는 굵은 창 같은 걸 들고 창자를 꺼내야 안 비리고 신선해…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아마 그럴 일은 없을텐데도 뭐 그런 생각을 하면서 새우 내장을 잡아 당겼다.
그러고나서 마늘이랑 버터 발라 파슬리 송송 뿌려 냠냠 새우 대가리까지 오븐이랑 에어프라이어에 바싹 구워 잘 먹었습니다.

천천히 보기로 해놓고, 1권 다 본지 열흘 만에 칠조어론 2권을 다 봐 버렸다. 그 사이 논 건 아니고 시집이랑 만화책 치트키를 쓰긴 했지만 독후감 여섯 권이나 썼잖아? 너무 빨리 봤다…
1권에 촛불중의 잡설이 길게 이어진 걸 보상하듯, 2권은 드디어 이야기가 이어진다. 혹여, ‘죽음의 한 연구’를 힘겹지만 재미있게 읽고 나서, 그 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싶은 동료 독자에게 응, 그냥 칠조어론 1권 건너뛰고 2권부터 ‘속 죽음의 한 연구’보듯 보셔도…하고 말하고 싶은 유혹과, 아니 그럼 박상륭 선생님이 힘들게 쓴 것이나, 열심히 편집 교정한 선생님들께나, 다 죄송스러운 일이 아니겠냐…무엇보다도 죽을 똥 싸고 1권 읽은 며칠 전 나새끼한테도 미안하지 않냐… ㅋㅋㅋㅋ앞에 길고 긴 잡설도 다 의도와 뜻이 있을 것인데 맘대로 빼고 읽으라 그러냐…하고 나를 한 대 쥐어 박는다. 그냥 뭔말인지 모르겠다…하면서 휙휙 넘기는 수고로움을 견디시고 읽으시면 2권은 서사가 있습니다…
그 사이 ‘소통의 잡설’이라는 요약본? 해설서?도 조금 보았는데, 고것 먼저 보고 책을 읽어도, 또는 책을 읽고 아 이렇게도 정리할 수 있군, 사후 되새김질 하는 것도 다 괜찮을 것 같다. 그러니까 꼼꼼히 읽기 책의 도움으로도 어려운 건 어려운 것… 읽고 싶은 대로 읽으세요…

죽음의 연구에도, 칠조어론에도, 유리에 사는 등장인물들은 이름이 없다. 육조스님도, 칠조스님도, 자기 형벌에 관한 문서를 받아들고 본적란에 유리, 법명란에도 유리, 이렇게 써 버린다.
오조촌장, 육조 촌장, 읍장, 읍장 손녀딸, 수도부, 목사 딸 수도부, 판관 나으리, 형장 나으리->읍장겸판관 나으리, 청지기, 이렇게 사람들은 직위나 지위로 칭해진다. 그런데 예외가 촛불중, 촛불 스님이다. 이건 직위도 지위도 아니고, 수도부들이 붙여준, 그나마 이름에 가깝다. 육조도 얻지 못했던 이름을 촛불중은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더 큰 수난이 예상된다… 아참 존자 스님도 있긴 했지… 이름을 갖는 사람은 하여간에 비참하게 죽는 것이 예상됩…

2권은 약간 전개상에, 시간상에 혼란이 있어 자꾸 뒤로 돌아가 다시 보게 되었다. 그러니까 육조 열반->읍장이랑 판관 다 죽음->큰형장지기가 읍장겸직판관됨->읍장손녀딸이랑 강제로 혼인함->어느 밤 읍장겸직판관이 들이닥쳐 읍장손녀딸 쥐어패는 바람에 읍장손녀가 임신하고 있던 육조의 유복녀 사산->읍장겸직판관이 육조 나무 밑에 죽은 아기 묻고 자기도 나무에 목매고 죽어서 그 나무 밑에 묻힘

그러니까 읍장겸직판관 죽었어? 뱃속에 아기 있을 정도고, 조산할 정도면 육조 돌아가시고 얼마 안 된 시기인데, 그런데 또 유리에 칠조 촛불중 돌아와서 설법하고->육조 모신 나무 밑(아기도 묻히고 음장겸직판관도 묻힌) 제실에서 읍장손녀딸이랑 교접하고(그런데 왜 계간, 비역, 그런지 모르겠음…왜 멀쩡한 데 놔두고 거기다 하냐고 비역쟁이 촛불중놈아…)

그런데 또 다음 전개 보니 읍장겸직판관 살아 있고 열심히 중들 때려 잡다가 촛불중도 친구지만 너도 예외 없지…이러고 촛불중의 수난이 시작된다. 촛불중은 예쁜 남자였는데, 오랜 세월 돌고 돌아 찌든 얼굴이 되어 있는 설정이니, 그런데 읍장손녀딸은 여전히 곱고…

나는 여기서 내가 서사에서 뭔 설정이나 흐름을 놓친 것인가…왜 읍장겸직판관 죽었다 살았어? 시간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어디까지가 꿈이고 현실인가…헤매다가 원래 듣보잡 신인작가가 이런 식으로 서사 구성하면 이새끼 시간 시점 다 꼬이고 틀렸어! 할 것인데 대작가님이 해 놓으신 건 다 뜻이 있고 인간사 세속의 시간과 소설, 잡설 속 시간은 뭔가 다르다…우리는 다른 차원에 있어!!! 뭐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자꾸 신경 쓰여서 못 읽겠으니 그럭저럭 넘어가기로 했다… 혹시 먼저 읽으신 도류 중 제 오독 지적하시고 정리 잘 해 주실 분 계시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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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9 셀프로 오독 바로잡기
-읍장 겸직 판관≠판관 겸직 읍장(3312쪽에서 별세한 읍장 겸직 판관~새로 판관을 겸한 읍장직 괄호 안에서 교체 장면 등장, 겸직 순서로 두 사람 구분한 것 놓침)
”겸직 순서가 중요 ㅋㅋㅋ“

-읍장 겸직 판관은?
읍장 죽고 그 아들 판관 죽으면서 황토고갯집 외동아들 ‘큰 형장 나으리’에게 읍사를 부탁함. ‘죽음의 한 연구’에서 육조와의 씨름에서 지고 나서 육조를 형님으로 모심.별세한 읍장 손녀와 강제 혼인, 육조 유복녀 유산하게 만들고 죽음.

-판관 겸직 읍장은?
읍장 겸직 판관이 큰 형장 지기였을 때부터 친구, 과거 큰 형장 문지기(3223쪽) ‘지혜의 주머니’, 심복이었던 자. 권좌 공백기의 그의 권력 승계?탈취?는 읍장 겸직 판관 실종 및 사망 확인되는 3310쪽 부터 3312쪽까지 다 나옴…
촛불중 옛 친구, 촛불중에게 형벌을 내리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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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2권 말미에 드디어 패션 오브 촛불중이 시작되었다. 새우 배 따면서 내가 언젠가 이 새우가 될지도…한 것이, 촛불중이 판관 겸직 읍장한테 형벌을 받고 죄수가 되면서 자꾸만 육조를 처형하던 과거의 자신을 돌아보는 모습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육조는 사람들이 제법 단죄를 끄덕일 만한 짓을 저지르긴 했다. 존자스님이랑 애꾸스님 둘이나 원샷 투킬로 죽여버렸으니… 촛불중은 육조의 눈에 비상 섞인 검은 초로 촛농을 뒤덮어 시력을 앗아가고, 육조의 바람대로 나무 위에 매달아 생명을 거둔다. 그런데 칠조의 죄목은?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린 이유도 그랬고, 사실 순교하고 희생되는 사람에게 붙는 죄목이란, 이유란, 상관이 없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저들은 이미 죽이기로 마음 먹었고, 죽을 이는 죽어도 별 수 없다, 죽음도 불사한다, 뭐 이런 상태로 보였다. 판관겸읍장은 칠조의 발바닥을 달군 쇠로 지져버리고, 고, 해, 두 글자 새기고 신발 속에 썩어가게 만든다. 그 순간마다 촛불중은 육조의 수난을 떠올리고, 읽는 사람도 저 정도 고난이면, 촛불중도 가엾네, 할 수도 있지만, 나는 조금 화가 났다. 이새끼의 진짜 죄는 죽음의 한 연구에서 수도부였던 보살 같은 비구니 스님을 찢어발기고 강간하고 오줌까지 뿌려 결국 죽게 만든 게 아닌가… 와 그런데 그 수도부 스님은 칠조어론에서 진짜 손톱만큼도 회자되지 않는다. 초대 읍장의 또다른 손녀 겸 수도부가 된 이는 지독하게 살아남아 짐승성 드러내는 인물로 계속 나오긴 하지만, 하여간에 똑같이 죽었어도 나무에 매달린 육조는 여전히 모두가 그리워하고 숭배하는 대상이고 보살 같은 비구니는 다 잊어버렸어… 이 부분은 돌아가신 작가님께 매우매우 유감인 부분이고…

흥미로운 부분은, 그 사이 읽은 진화심리학, 문화인류학이랑 비슷한 이야기였는데, 큰형장이 판관겸읍장의 실험적 통치(?)에 따라 잠시 자유 섹스존(?)같은 게 되었을 때, 여자 수인들은 범성애자 마냥 잘 적응해서 잘 지냈는데 남자 수인 및 형리들은 다 빙구마냥 집착부리고 사달나고 뭐 그래서 남자들은 여자들이 글이라도 배우면 지들은 생리대 빨래나 해야 되는 찌질이로 전락하고 그나마 빨래도 제대로 못하는 빙충이들이다… 이런 주장이 등장했다. 끄덕끄덕 하다가 갑자기 1권에서 좀 웃겼던 장면이 생각났다. 왠 노인네가 독룡한테 고통받는 마을 와서 사람들한테 가르침? 훈수? 이런거 두다가 아무 여자나 술 따라 봐라, 그런데 그럴 만한 사람이 없어서 마을 지도자의 부인인 할머니가 와서 술을 따라주며 조곤조곤 달랬다. 거기다 대고 노인네가 급발진하며 막 상스러운 소리 지껄이니 내내 찌그러져 있던 마을 남자 사람들이 그 모욕에 다들 열이 받아서 노인네를 죽일 기세가 되었다. 그러자 노인네가 이게 다 너희들의 분노를 끌어 올리기 위한 책략이지, 이러고 할머니한테 예 갖추고 자리 물러나게 하는 장면 ㅋㅋㅋㅋ뭔 피씨방에서 전원 내리는 분노 실험 장면도 아니고 그냥 개웃긴 장면…왜 갑자기 뒤늦게 생각남…

그리고 마음이 있다, 없다, 마음 꺼내 봐, 하는 장면은 직전에 읽은 시에서도 자꾸 어른거리던 이야기라 많은 책들은 시간 공간 장르 넘나들며 통하는가…싶었다.

하여간에 이 여름에 남들은 마동석 월드와 범죄 도시에 빠져 있을 때 난 박상륭 월드와 막장 촌락 유리에 빠져 있고… 칠조어론 다 보면 다시 수학 하기로 했는데 왜 벌써 절반이나 봤어… 이제는 좀 쉬엄쉬엄 딴 책 먼저 보고 천천히 보기로 한다… 촛불스님은 좀 더 아프다 천천히 죽어도 되요… 스님도 발이 아프군요… 제 발목은 많이 나았답니다… 폐동맥도 잘 낫는 중이랍니다… 먼저 가 계시면 천천히 따라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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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3-06-27 03: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쉽지 않을 것 같은 소설이네요 박상륭 작가 이름은 알아도 소설이 어려워 보여서 읽어 본 건 없어요 박상륭 작가 소설 좋아하는 사람은 재미있게 보겠지요


희선

반유행열반인 2023-06-27 09:48   좋아요 0 | URL
읽을 땐 어려운데 읽다보면 재미도 있고 성취감(?)도 있고 중독성도 있고 그렇더라구요 ㅋㅋㅋ아직 작가 작품 안 읽은 게 많아서 좋아요 ㅎㅎㅎ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 문학동네 시인선 194
황인찬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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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3 황인찬.

북플에는 마니아라는 제도가 있는데, 잘은 모르지만 요렇고 저렇고 복잡한 로직으로 점수를 더해서 책이나 작가나 장르에 관한 순위를 매겨준다.
대부분의 순위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왠지 황인찬 시인의 마니아 순위는 높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겨우 시집 한 권이랑 산문집 한 권을 보았을 뿐이었다. 아니 그림책도 한 권 보았다. 오늘은 시집 한 권을 더 보았고, 읽지 않은 시집 한 권은 잘 꽂아 두었다. 괜히 페이퍼에 한 번씩 끼워 놓으면 점수가 높아질 것 같아서 새로 산 초록색 키보드 색이랑 시집 표지 색이 같다고 슬쩍 들이민다.
그러고나서 나의 순위는? 빠밤 확인해 본 오늘의 나는 황인찬의 3번째 마니아이다. 1번째 마니아는 syo님이다. 그러면 나는 이길 수가 없겠다고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syo님은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 사랑을 제일 잘 하려고 애쓰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그런 마음조차 먹지 않고 사랑이 거저 되는 줄 알기 때문에 잘하겠다고 마음 먹고 애를 쓰면 이길 수가 없다. 그러니까 시에다가 사랑을 적는 시인의 마니아도 순위가 바뀌기는 어렵겠다. 내가 졌다. 알라딘의 사랑 요정은 부재중에도 건재하다.

그래도 잘 읽고 싶었는데 시집을 읽을 수록 조바심이 났다. 중간이 넘어가는 데도 나한테 닿았다, 하고 밑줄 그어 옮길 구절을 하나도 찾지 못할까 봐, 그러면서 무슨 마니아야… ‘사랑을 위한 되풀이’는 전자책으로 시집을 샀는데 너무 좋았어서 전자책으로 산 게 아쉬워서 중고서점에서 종이책으로 하나 더 샀다. 초록 시집을 읽다 말고 종이로 된 ‘사랑을 위한 되풀이’를 잠시 펼쳐 읽었는데, 역시, 여기에 시가 더 많아. 그리고 너무 좋아서 안 되겠다, 나중에 다시 읽자 하고 슈우욱 빨려 들려는 걸 탁 덮고 초록 시집을 마저 읽었다. 예전 시집에는 사랑이 많이 나오는데 지금 읽는 시집은 안 그런가? 그래서 그런가? 앞에서부터 다시 훑어보니 또 그게 그런 건 아닌데 앞부분에서는 뭔가 사랑이 부재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거의 전부 다 새로 읽는 시인데 자꾸만 읽어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개가 나오고 새가 나오고 사랑이 나오고 영혼과 영원과 천사가 나와서 그랬다. 역시 저 말들은 시인들의 단골 시어였고 나는 엄한 시인들의 시집을 엮어서 상상연애와 상상이별을 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시집 읽기도 페이지 터닝으로 경쟁을 시키더니, 요즘에는 두 시집의 독후감 블로그 조회수로 또 누가누가 이기나를 구경하는 게 취미생활이 되었다. 처음에는 양안다 시집이 빠르게 앞서 나가고 있었는데, 아니 왜, 어느새 육호수 시집이 조회수를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하아…지는 기분이 드는 건 나도 모르게 편애하고 있었구나.

그리고 나는 정말 시를 쥐뿔도 읽을 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 뿐 아니라 그냥 온갖 소설들, 산문집들, 영화와 드라마와 서사들, 마냥 오독오독 씹어서 오독하면서 아이 재미있다, 이제 무슨 색깔 똥을 싸나 볼까? 하고 독후감을 대충 휘갈기고 산다.
뭐 그러면 어떠한가… 이런들 저런들 어떠하리… 나는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


+밑줄 긋기
-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
예전에 누가 물었다는데

홀로 남은 개 한 마리가 이쪽을 보고 묻는다
거기서 혼자 뭐하시냐고

그냥 숨쉬고 있어요.

나도 모르게 대답하고 말았네
(‘구자불성’ 중)

-불만은 없음
사랑도 없음

흘러가는 저녁에 마음을 기대고 그저 눈감고 싶은 고독도 없고 무너질 듯 애처로운 자세로 스스로도 무엇인지 모르는 것을 바라는 비극도 없다

마음이 깨질 것 같은 사람이 길을 물어서
아뇨 저는 몰라요 그렇게 답했다
그때는 그 사람의 마음이 깨질 줄은 몰랐지만
(‘느린 사랑’ 중)

-그러나 어디에도 마음 둘 곳이 없군
애당초 마음도 없지만

눈을 뜨니 토끼풀 하나가 자신이 토끼인 줄 알고 머리를 긁고 있었네

좋아,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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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agene 2023-06-24 22: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갠적인 생각인데 황인찬 시인의 전작을 읽고 이 시집을 읽었음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반유행열반인 2023-06-25 08:10   좋아요 1 | URL
이것도 제 개인적인 생각인데 사랑을 위한 되풀이 에 실린 시들이 뭔가 무르익은 느낌이요 ㅋㅋㅋ제 취향 일수도 있구요.
 
가부장제 깨부수기 - 성차별의 역사와 여성의 투쟁 Philos Feminism 10
마르타 브렌.옌뉘 요르달 지음, 손화수 옮김, 권김현영 해제 / arte(아르테)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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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3 마르타 브렌, 옌뉘 요르달.


 원제 Patriarkatet Faller. 노르웨이어로 가부장제는 Patriarkatet(스웨덴어도 동일), faller는 폭포입니다. 

 

 초록 키보드 사고 씐나 씐나 하다가, 그럼 초록책을 읽자, 하면서 훑은 책등 초록 시리즈 중 한 권이면서 그림책? 만화책? 이어서 먼저 선택 되었다. ㅋㅋㅋㅋ

 가부장제가 뭔데? 하면 이런 세계관, 인간관을 가지고 이런 말을 씨부리는 놈들이 위대해질 수 있는 체제가 지배적인 상태야… 하고 짚어줄 만한 사례들을 싹 모아 놓았다.

 와, 위대한 여혐 위인들…하고 신기해서 책 한 페이지만 찍어야지, 했는데 다음 페이지에 다른 놈들 줄줄이 또 나와서 당황…그렇게 사례는 끊기지 않고 이어졌다고 한다…ㅋㅋㅋㅋㅋ 

이거 한 장이 다 일 줄…

응 아니야 우리도 있어 위대한 과학자들이야

엄마 이거 언제 끝나?

담배는 폐암 성기능 저하 등을 유발합니다

어이쿠 씨부랄 것들 내가 책을 하도 많이 봐가지고 생식력이 떨어져서 그래 애를 둘 밖에 못 낳았다 이놈들아…


 만화라 간결하면서도 귀여운(?) 그림으로다가 열심히 싸운 언니들 한폭에 잔뜩 담아줘서 좋았다. 그런데 왜 언니들 사진은 안 찍고 (응 초상권이 있거든요) 나쁜 오빠들 장면만 잔뜩 찍음? ㅋㅋㅋ 그냥 웃겨서 가장 웃긴 부분만 핵심만 추렸어요… 


아리스토텔레스야,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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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3-06-23 21: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머! 그걸로 일등한건데 저리 기뻐하는군요ㅎㅎ 욕이 저절로 나오는 내용인데 그림은 재밌네요^^*

반유행열반인 2023-06-23 21:25   좋아요 1 | URL
그림이 재미있는 책이었어요 ㅎㅎㅎ좀 얇고 그래서 쪽수 비해 비싼 게 아쉬움…
 

 나는 컴퓨터가 없다. 집에 데스크탑이랑, 윈도우 깔린 노트북이랑, 맥이랑 한 대씩 있긴 한데, 내건 아니다. 직장에선 터치스크린 되고 반대쪽으로도 확 접히는 삼성 플렉스북인가 뭔가를 새로 사 줘서 2년 간 썼는데, 휴직했으니까 이제 없다.

 관공서 증명서 뽑을 때랑 직장 원격 접속해서 연말정산할 때나 컴퓨터 (연5회 미만…) 가끔 쓰고, 태블릿으로 컴퓨터로 할 일을 다 한다. 

 2014년 초에 아이패드미니2를 사가지고 2019년에 고장 날 때 까지 인터넷도 하고 전자책도 보고 키보드 케이스 산 뒤론 소설도 이걸로 수십편 썼다. 


  로지텍에서 나온 아이패드미니2용 키보드 케이스, 울트라씬폴리오m1. 이름도 길다. 뚜껑에 태블릿을 챡 끼우면 미니노트북 마냥 귀여운 게 완성, 그런데 내구도가 너무 약해서 금세 태블릿 고정 부분이 깨져버림…쉬프트 키캡도 슝 빠져+고정부분 깨져 버림… 벌크로 사서 한글 각인도 없음… 로지텍은 마우스도 키보드도 처음 쓸 땐 사용감 좋고 간지나는데 내구도가 죄 망할 놈들이다. 가격도 비싸다. 그리고 키보드보다 아이패드미니가 먼저 고장나버림…그래도 키감 좋고 휴대성 좋아서 다음 기기 쓸 때 그냥 휴대용 키보드 마냥 들고 다니면서 잘 썼다. 최근까지도 이걸로 독후감 쓰는 중이었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만원도 안 주고 산 휴대용 키보드. 이건 위에 로지텍 키보드에서 케이스만 벗겨낸 형태와 크기. 쉬프트 하나 없어진 키보드 핑계로 이거 너무 싸잖아! 하고 질렀다. 그간 쓰던 키보드의 단점이 기기 한 대 밖에 페어링이 안 돼… 아이패드미니2 고장난 후 미쳐버린 나는 아이패드7(글 쓸 땐 커서 좋은데 전자책 보기는 너무 무거워서 가족에게 넘김), 아이패드미니5(지금까지 책 잘 보고 잘 씀), 아이패드10(수학문제집 풀겠다고 다시 큰 거 또) 기계를 많이 늘려 버렸다. 올초에는 세번째 사용자로 물려받아 오래쓴 아이폰5s 치워버리고 9년만에 새 폰으로 아이폰se3 샀다…(돈 쓸 거면 좀 벌라고…) 하여간에 이것도 미니패드랑 그냥 패드 옮겨가며 페어링 뗐다 붙였다 쓰긴 썼는데 키감이 너무 좋지 않아요… 가벼운 건 최고… 뒷면이 쇠판이라 없어보이는데 자석 케이스에 챡 들러붙어서 막 가지고 다니기 좋다. (작은꼬마가 딱 봐도 안 쓰는 것처럼 보였는가 막 낙서하고 스티커 붙여 주셔서 다 떼고 하나만 남겨둠)


 그러다가 키보드 페이퍼 스쳐 지나가다 아 나도 멀티페어링 키보드…갖구 싶어…이러고 뒤지다가 발견하고 만다.

 키보드가 왜 초록색이야… 그것도 박상륭 전집 막권과 주석책, 황인찬 시집의 그 초록색이야…

 너는 키보드가 있잖아 두 개나 있잖아… 

 저 키보드 만든 회사 왜 들어봤지… 십 년 전에 노트북용 간이 책상? 애니데스크? 그런 거 팔던 데잖아…이제는 키보드 만드나 봐…

 너는 근데 한 번에 기기 네 대 붙는 키보드 없잖아… 다 검정색이고 초록은 없잖아… 로지텍 유사 스펙보다 만원 넘게 싸… 키스킨도 그냥 준대…

 신속배송 우체국 택배로다가 오늘 아침에 상쾌하게 받아 버렸다. 키감 괜찮음. 네모 키에 거의 풀셋 크기라서 좋음. 소리 경쾌함. 

그치만 나는 소음을 싫어해서 키스킨 쓰고 쓸 거다…ㅋㅋㅋ

 요로케 아이패드미니랑 폰이랑 내키면 패드 한 개 더+usb동글 있어서 필요하면 노트북까지 한 대 더 페어링해서 왔다갔다 할 수 있다. 

 여기까지가 미래입니다. 키보드 한 대로 여러 대 쓸 수 있는 미래…

 하다하다 요즘 보는 책 색깔 따라 키보드도 깔맞춤으로 사는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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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06-23 15: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패드 미니를 유열님만큼 알차게 쓰는 사람 본 적이 없습니다 ㅋㅋㅋ 쪼끄만 화면으로 이것저것!! 전 패드도 큰거 써야 직성이 풀리고 문서작업은 노트북이 편하더라고요. ㅋㅋㅋㅋ 그리고 핸드폰 9년동안 쓴 사람 본 것도 처음....! 유열님의 물욕은 책으로 다 간것인가?!

반유행열반인 2023-06-23 15:32   좋아요 1 | URL
정독하셨으면 폰 한 대 쓸 동안 아이패드만 네 대 사는 짓거리(?)한 것이 포인트 입니다 ㅋㅋㅋ이상하게 큰 거 냅두고 자꾸 아이패드미니 가지고 뭘 하게 됩니다. 물욕은 두루두루… 죽으면 다 지고 가지도 못할 거 그만 사야하는데…

은오 2023-06-23 15:37   좋아요 1 | URL
근데 거의 다 합당한데요? 미니2를 고장날때까지 쓰셨고 미니5는 미니2 고장났으니까.... 미니로 문제집 풀긴 힘드니까 10도 인정 7이 쪼끔 걸리긴 하는데 ㅋㅋㅋㅋㅋㅋㅋ일단 폰 9년이 굉장히 신기해서 7정도야 뭐.... 이런 느낌이랄까요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3-06-23 15:45   좋아요 1 | URL
와 은오님…되게 착하신 분…내 대신 합리화 다 해 주심 ㅋㅋㅋ정확히는 2014년에 아이폰5를 사고-그 폰은 직장용으로 계속 쓰고 아이들 고모가 쓰던 아이폰5s를 곁의 분이 물려 받아 몇 년 쓰고-그걸 제가 다시 물려 받아 오 년쯤 더 썼…저 아이패드 한 대 더 사도 될 거 같아요 ㅋㅋㅋㅋ프로로다가 ㅋㅋㅋㅋㅋㅋㅋ

은오 2023-06-23 15:57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저 일단 물욕 저거 취소합니다. 프로 좋더라고요.... 12.9면 더 좋긴 한데.... 아냐 유열님은 작은거 좋아하시니까 그만!!!! ㅋㅋㅋㅋㅋ

Yeagene 2023-06-23 19: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요즘 엄마 필요하시다고 해서 제 새 것같은 중고놋북 드리고 왠지 로지텍이라도 하나 살까 이러고 있었는데 아이패드 미니 막 사고 싶어지네요ㅎㅎ

반유행열반인 2023-06-23 19:57   좋아요 1 | URL
저는 이북리더가 없어서 미니에다 눈 안 부신 필름 붙여서 화질구지 만들어서 잘 쓰고 있는데요 한글 문서랑 엑셀 이런 거 안 쓰시면 아이패드랑 키보드 조합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ㅎㅎ 한글이랑 엑셀 되긴 하는데 좀 이상한(?)앱들 거쳐야 해서? 그런데 많은 관료제 조직(특히 공무원)에선 쟤네들이 필수더라구요? ㅋㅋㅋ 아주 오랜만에 윈도우 켜고서 시스템 종료가 화면 아래 한가운데 있어서 못 찾다가 놀랬습니다…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