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정의 발화점 1
박선우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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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1 박선우. 

 웹툰을 안 본지 아주 오래되었다. 얼마나 오래되었냐면 기안84가 웹툰 연재 마치고 만화를 안 그린지가 3년쯤 된 것도 오늘 알았다. 이말년도 침착맨이 되고, 만화가들은 다들 연예인이 되어 떠나가는 구나… 가끔 자기 블로그에 미친 만화 그려 올려주는 귀귀님 사랑합니다… 종이 만화책만 보는 놈이 되어 송구합니다…

 중고책 무더기로 사다가 제목이 독특해서 하나 담아두었다. 효정의 발화점이래. 왠지 어디서 한번 마주쳤을 이름 같기도 하고, 안개 낀 한강물과 도로를 함께 내려다 볼 수 있는 효사정도 생각나는, 그런데 발화점이라면 불이 붙잖아. 아무 때나는 아니고 어떤 조건이 갖춰진다면. 일단 이름은 잘 지었다 해서 모셨다. 그리고 다른 판매자한테 2권도 주문해 놓고, 오늘 펼쳤다. 


 학교 다닐 때 나는 주로 배경이었다. 친한 애들이 단체로 웃으며 찍어 올린 사진 뒤편에 책상에 턱을 괴고 앉아 (겉보기엔) 공부하고 있는 엑스트라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공부 좀 하고, 노래도 좀 하는데다 딱딱한 나름의 분위기가 있어 존재감이 없진 않았지만 이너서클안에 들어본 적이 드물었다. 그와중에 내가 들어있는 공동체 안에서는 꼭 누구 하나를 짚어 좋아하곤 했지만(공동체가 여럿이면 대상은 복수일 수도…) 미처 친해지기도 전에 좋아하는 걸 들통나서 서먹해지고 결국 친해지지도 못하는 뭐 그런 어린이였다. 엄청 밀착되어 끈끈한 사이는 드물었지만, 늘 반목하는 사람들은 있어서, 왜냐면 나란 새끼 아닌 건 아니라고, 싫은 건 싫다고 말하는데 스스럼없었고, 인정 투쟁에 목숨 거는 인싸들한테 어머어머 멋져멋져 시녀짓하는 것도 대놓고 거부하는 편이라(오히려 우상파괴범에 가깝게 제일 잘나가는 애들의 못난 면을 가리키곤 해…) 못 친해지는 정도가 아니라 대놓고 왕따 당하기도 여러 번이었다. 그런 초딩이 자라면 또 그런 어른이 됩니다…


 만화 속 고1 효정이도 처음엔 피곤해, 인간관계 부질없다, 어린애치고는 너무 무심하고 체념적으로 학교 생활 기대 안 했지만 같이 놀자고 덤벼드는 미소랑 로솔이 같은 친구도 생기고, 이상한 소문의 중심인 박하안 또한 효정에게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오려 든다. 만화 속 아이들의 관계, 복잡한 감정, 배척과 친밀감, 이런 것들이 만화나 드라마 속 클리셰인지 실존의 반영인지 나는 잘 모르겠긴 하다. 예나지금이나 나는 온라인 친구가 더 많고, 십년 이십년 오래도록 여태 연락 주고 받은 친구들도 죄 온라인 공동체(피씨통신 락동호회, 다음의 만화가 팬카페, 알라딘?ㅋㅋ) 인연이고, 대학 때 그나마 친해지고 이후로도 연이 닿던 친구들도 메신저나 SNS에서 수다를 많이 떨던 경우였다. 만화 속 아이들은 (스마트폰 등장 이전 과거 회상장면이라 그런지) 서로 전화 연락을 주고 받는 장면이 거의 드물고, 학교에서 모여 떠들고, 같이 떡볶이를 먹으러 가고, 방과후 귀가길을 함께 걷고, 빈집에 들어가 속내를 터놓는다. 어디서나 나쁜 소문을 내고 다가오다 멀어지고 그러다 못해 마음을 다칠만큼 나쁘게 대하는 아이들은 존재해서, 그런 아이들 때문에 등장인물들이 겪는 곤란은 평범한 듯 보편적인 듯했다. 다만 어떤 강렬한 마음 때문에 온몸이 활활 불타는 환영?에 휩싸이는 건 그나마 허구적이고 흥미로운 소재랄까… 


 시시콜콜해서 좋았고, 고1 이야기이지만 중1 큰어린이가 좋아할 것 같아서 옛다, 가져다 줄 생각이고, 주문한 2권은 얼른 오거라…ㅋㅋㅋ


+책 속 짤 줍기

강하게 키우기. 속내랑 다른 해석이지만 이런 거에 잘 꽂힘 ㅋㅋ


츤데레. 까까 가져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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