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에 관한 생각 프로젝트
마이클 루이스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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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에 이어 <생각에 관한 생각 프로젝트>를 읽게 되었습니다. 이어지는 이야기라기보다는 가역적인 이야기들이라고 보는 게 맞는 것 같고요. 주인공이라고 여겨지는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가 엮이는 모양새가 시종 흥미롭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대니얼 카너먼의 경우 얼마간 내향적이고 집요한 종류의 연구자인 반면, 아모스 트버스키의 경우 열성적이고 적극적인 부류의 연구자로 보이거든요. 상극으로까지 보이는 둘의 공동작업을 (기어이 파국으로 치닫긴 하지만) 책은 훌륭하게 엮어내고 있습니다.


2.

그렇다면 행동경제학은 무엇인가. 사전적으로는 '인간의 실제 행동을 심리학, 사회학, 생리학적 견지에서 바라보고 그로 인한 결과를 규명하려는 경제학의 한 분야다.'라고 합니다. 이런 식의 이야기는 좀처럼 와닿지도 않고 휘발성도 강해서 다음 날이면 남는 게 없게 마련입니다. 책은 전반에 걸쳐 행동경제학을 얘기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흥미로운 연구들과 사례를 하나, 둘 쌓아가는 방식이기 때문에 행동경제학이 무엇이다, 라고 얘기할 수는 없지만 안다고는 할 수 있게 되는 것이겠지요. 그런 부분에서 전작과는 분명히 장단이 다르고 차이가 있겠다고는 하겠습니다만 그 미묘한 지점을 적확히 짚기에는 제가 모자라는 모양이에요. 그럼 대체 어떤 사례들을 이야기하는가. 예컨대...


가솔은 스물두 살에 키가 216센티미터로, 유럽에서 센터로 활약하는 선수였다. 스카우트 담당자들은 상체가 드러난 그의 사진을 보앗다. 약간 살찐 체격에 앳된 얼굴, 그리고 출렁이는 가슴의 소유자였다. 사람들은 그에게 별명을 지어주었다. '유방남'. 유방남이 저러네. 모리가 말했다. "내가 책임지고 선발한 첫 선수인데, 그때는 그 선발을 밀어붙일 용기가 없었어요." 사람들은 가솔의 몸을 조롱했고, 가솔의 미래를 낙관했던 그의 모델은 그 조롱에 묻혀버렸다..... -p35


이 부분은 1장 '유방남'의 일부분입니다. 실소가 터지긴 하지만 웃기에도 곤란하고 연신 페이지를 넘기는 맛이 있는 책이에요. 이 이야기는 이처럼 유방남이라는 별명, 그러니까 꼬리표가 미치는 영향을 하게 되는데 책은 이러한 사레들을 폭넓게 다루고 있습니다. 또한, 그러한 행동들에 학술적인 명칭과 해석을 덧붙임으로써 이해를 돕고 있는데 역시 전작과의 합이 좋은 지점이지요.

전작의 지적향연을 즐겁게 즐기신 분이라면 일종의 후속작인 이 프로젝트 역시 최신이론과 결부시켜 즐겁게 읽으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경제학이라는 딱지가 붙어있지만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경제학이라기보다는 어떤 행동과 심리기제에 관한 이야기에 더 가깝다고 여겨지고요. 그렇다고 일반적인 심리학 서적과는 상당히 다른 궤를 돌고 있는 특이점에 위치한 책입니다. 인간의 행동과 판단, 그 이면에 있는 모순과 이해를 도울 책으로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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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 융, 기억 꿈 사상 - 카를 융 자서전
칼 구스타프 융 지음, 조성기 옮김 / 김영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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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많은 사람들이 심리학에 대한 부푼 기대를 안고 입문하고는 표면만 더듬는 책들에게 지쳐가게 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처음에는 반짝이며 흥미진진하던 심리학 개론은 대부분의 책들에서 반복되고, 소모되며, 어느 정도 일반적인 용어나열에 그치고 마는 게 대부분이니까요. 끼워맞추기 식 사례들로 인간의 행위를 단일하게 환원하려한다는 시도 자체에서 이미 실패하는 책들이 대부분이고 오히려 심리학과 멀어지고 만 독자들이 많을 겁니다. 

  오늘 소개드릴 카를 융의 자서전은 그런 분들을 다시금 심리학으로 발길을 돌려줄 책이랄까요. 카를 구스타프 융은 84세가 되어야 이 책의 집필을 허가했고, 그마저 본인의 사후에야 발표해달라고 부탁했다고 하지요. 그렇게 힘들게 나온 책이지만서도 번역의 문제로 국내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던 책인데 여기에 애정과 학식을 겸비한 역자가 덧붙여져 국내에도 아주 우아하게 소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옮긴이의 서문에서 그러한 부분이 잘 드러나고 있어요. "나에게 가장 감동적이었던 책을 한글로 옮길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를 가지게 된 것에 대해, 신과 융과 그동안 수고해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2.
 
제가 카를 구스타프 융을 소개하는 건 역시 바보짓이겠지요. 단순한 약력을 얘기하자면... 바젤 대학교의 의학부를 졸업한 심리학의 거장입니다. 학계에서 외면받던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연구를 이해하고 확증한 입지론적 인물이지요. <리비도의 변환과 상징>이나 <자아와 무의식의 관계>같은 저술들을 통해 그의 이론과 연구들은 이미 이쪽 학계의 시원이 되었지요. 일반 독자 입장에서 보면 그의 저술들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건 오히려 이 자서전이 아닐까 싶습니다. 책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나의 생애는 무의식의 자기 실현의 역사다.


무의식이라는 것이 자기를 실현한 게 본인의 생애라고 밝히며 책은 시작됩니다. 이럴 땐 정말 책이 도끼 같아요. 책의 프롤로그는 이렇게 끝납니다. "나는 나 자신을 내적 사건들을 통해서만 이해할 수 있다. 그것들이 내 생애의 특이성을 이루며, 나의 '자서전'은 그러한 내적 사건들을 다루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 삶에서 어떤 사건들이 있잖아요. 예컨대, 이사를 간다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거나 대통령이 탄핵을 당한다거나...그러한 외적 사건들은 기억에도 남지 않고 오로지 융은 우리 내면의 사건들을 생생하게 호출해냅니다. 책의 1장은 유년시절, 2장은 학창시절, 3장은 대학시절을 다루게 되고요. 4장부터는 그의 환자들과 꿈의 분석, 마지막으로그 유명한 '집단무의식의 원형에 대하여'라는 챕터를 수록하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총 13장을 다루게 되고 자서전으로서는 상당한 성취를 거두고 있는 책임에 틀림없습니다. 당장 본인이 입지론적인 이론가이자 의학자인데다가 그 책을 이루는 컨텐츠는 시종 문학적이고 철학적인데다가, 역자의 애정어린 시선이 보태어져 아주 걸출한 작품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3.

그 말투는 아버지가 "사랑하는 아들아, 일요일마다 교회에 가겠다고 아버지에게 약속해다오!"라고 하는 것과 같았다. 내가 좀 놀라 그에게 반문했다. "보루라니요? 무엇에 대한 보루란 말입니까?" 무엇보다 나를 놀라게 한 것은 '보루'와 '교리'같은 단어들이었다. 왜냐하면 교리, 즉 논의할 필요도 없는 신앙고백은 오직 의심을 단번에 눌러버리려고 할 때 사람들이 내세우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p281


융은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의학도의 길을 걸었죠. 평생을 신과 다퉈왔고 신을 믿느냐는 질문에 다만 신을 안다고 대답한 것이 유명하지요. 위에 소개한 탁월한 텍스트들처럼 시종 신랄한 서술들이 책 곳곳에 가득합니다. 본인의 일대기를 형식으로 차용해오고 있지만 심리학과 철학, 니체와 프로이트를 횡단하며 펼쳐내는 마술들이 대단한 책이에요. 비단 심리학에 흥미가 있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교양서로서, 혹은 입문서로서도 외연을 확장해내가기에 정말 좋은 책으로 많은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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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 극장 - 영원회귀와 권력의지의 드라마
고명섭 지음 / 김영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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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니체에 관한 책은 원문을 읽으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그럴 듯 하지만 저는 반쪽짜리 대답이라고 생각해요꼭 교과서만 보고 수능 만점을 받았다는 인터뷰같달까요그러니까 니체를 활용해오는 어떤 해설서나 에세이집이 대부분은 실패한다는 점에서그러한 의견에 절반을 동의합니다혹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니체의 일부를 전체로 오역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특히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것이지만 동시에 절반은 틀렸다고 보는 편인데 그게 무슨 얘기냐바로 오늘 소개 드릴 <니체 극장>같은 서적 때문에 그렇습니다니체 극장의 경우서두부터 정확히 이 지점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니체 텍스트의 근본적인 자기모순에 있다고 말한다니체 안에는 무신론자와 신앙인보수주의자와 급진주의자정치적인 자와 비정치적인 자자유사상가와 광신자가 함께 있어서 우리가 원하는 것을 니체로부터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지만그의 삶과 글 전체를 통일적 체계로 이해하려 하자마자 즉시 모순에 빠진다. -서문

 

 

 

 

 

 

2.

 

그러니까 니체의 어떤 일부만을 파고드는 것은 훌륭한 독법이지만 그것을 전체로 의역하면 치명적인 오역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니체는 어떤 철학자인가본문에서 얘기하고 있듯이 그 대답은 두어 문장으로 규정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니체의 텍스트들이 온통 얽히고 설켜 자기모순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인데요그러한 부분을 우아하게 펼쳐주는 책이 <니체 극장>이라고 하겠습니다단순히 니체의 텍스트를 엮었다거나 한다면 굳이 소개드릴 필요가 없을 텐데요니체 극장의 동력은 조금 의아한 곳에 있습니다바로 저자의 문장력입니다이 책의 제목에는 '극장'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잖아요실로 훌륭하게 텍스트들을 저자의 영사기를 통해 돌려 보여주는 것 같아요이를 테면 이렇습니다.

 

 

자기완성의 기술을 가르치는 삶의 예술가 니체만을 받아들였다비유하자면집 바깥의 천둥과 폭풍은 잊어버리고집 안에서 연주되는 실내악만 듣는 꼴이다분명한 것은 니체 안에 아름답고 부드러운 실내악도 있지만 뇌우를 동반하는 폭풍우도 있다는 사실이다.”

 

 

 

 

어떤가요니체 못지 않게 멋진 비유가 아닌지요니체의 모순적인 텍스트들 사이사이에 이처럼 유려한 문장들이 멋지게 스며들어 있어서 말 그대로 니체 '극장'이라는 제목이 적절하다고 할 수밖에요.

 

 

 

 

 

 

 

3.

 

니체와 관련해서는 이진우 교수님이 국내에서는 유명하잖아요최근에 클래식 클라우드에서 니체를 주제로 글을 쓰기도 하셨고요개인적으로는 니체의 함량이 적어서 다소 실망한 부분도 있습니다니체 극장의 경우 우선 니체의 함량이 높습니다그러니까 니체 관련 텍스트들을 굉장히 밀도 높게 담아내고 있어요사실 대부분의 독자의 경우니체같은 걸 알 게 뭐예요제 경우니체를 상당히 탐독하는 입장입니다만 <이 사람을 보라>, <아침놀>, 혹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같은 대표적인 책들 마저도 힘들었거든요. <차라투스트라>의 경우 그 서문이 굉장하잖아요저의 이십대를 푹 담궈 놓은 비유그러니까 낙타와 사자사자에서 어린아이로의 비유가 담겨 있는 그 명문이요하지만 그 뒤로 이어지는 니체사상들은 어떤 면에서는 상당히 평이하고 또 어떤 면에서는 그 함의가 커서 말 그대로 어렵습니다그런 부분에서 <니체 극장>같은 책의 탁월함이 돋보이는 것인데 사실 얼마간 저자의 독법을 따라가야 한다는 점에서 큰 함정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니체 극장>의 경우 충분히 따라갈만한 길잡이라고 생각해요저자의 경우한겨레신문에서 문화부 기자님이라고 해요그러니까 어떻게 보자면 니체와는 거리가 멀다고 하겠지요하지만 제가 이 책을 통해서 더욱 확실히 느끼는 것은 때론 니체를 평생 학습해 온 교수님들보다 애정과 열정으로 니체를 탐독해 온 독자의 힘이 이처럼 절절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4.

 

그러니까 이 책은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니체 읽기에 실패한 사람들니체의 원문을 도저히 읽어나갈 수 없는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지침서가 되어 줄 거예요제 경우 그런 종류의 여러 지침서를 봐왔지만 <니체 극장>의 경우 특별히 추천드립니다둘째로는니체를 빠르게 읽고 싶은 사람들책이 가볍다거나 하진 않습니다다만 니체의 텍스트들을 유려한 관점에서 한 데 모아 밀도 높게 엮고 있다는 점에서 <니체 극장>은 독자에게 상당한 효율과 재미를 선사해 줄 책입니다마지막으로 니체를 탐독하는 사람들실망시키지 않을 겁니다동의하는 부분은 열렬히 고개를 끄덕이며그렇지 않은 부분은 손가락질을 해가며 맛있게 읽을 수 있는 멋진 책입니다아니멋진 영화가 되어줄 거예요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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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의 노래 - 사라진 새 도도가 들려주는 진화와 멸종 이야기 김영사 모던&클래식
데이비드 쾀멘 지음, 이충호 옮김, 신현철 해제 / 김영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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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의 생태계는 자연의 완전한 복잡성을 캐리커처로 묘사한 것처럼 단순하다섬은 과학자들이 훨씬 복잡한 육지의 산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어휘와 문법을 익힐 수 있는 장소이다...”




1.

생태학계의 손꼽히는 클래식데이비드 쾀멘의 <도도의 노래>입니다제목부터 문학적이지요이 책은 모리셔스 섬에서 볼 수 없게 된 도도새로 시작합니다그러니까 모리셔스 섬에 최초에 인류가 도착했을 때도도새는 사람을 잘 따랐다고 해요사람들은 장난 삼아 도도새의 뒷통수를 때려가며 개체수를 줄여나가기 시작했고그렇게 사람을 따랐던 도도새는 멸종의 길을 걷게 되었다고 합니다반면사람을 피했던 타조는 아직까지 버틸 수 있었고요저를 사로잡은 이 이야기의 어떤 근원이 오늘 소개드릴 <도도의 노래>에 있습니다사실 위에 소개드린 문장에서 알 수 있듯이섬 생물지리학의 어떤 시원이기도 하고요.





2.

아마 진화생물학은 진화심리학과 손잡고 앞으로도 가장 넓게 가지를 뻗쳐 갈 학제가 아닌가 해요그런 의미에서 <도도의 노래>같은 불세출의 서적은 더욱 많이 읽혀져야 할 가치가 있다고 보는 편입니다그렇게 될 것이고요책은 총 10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그리고 그 시작은 '섬 생물 지리학'이고요여기 모리셔스 섬의 도도새 이야기로 책은 생태학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사상을 생성하는 것입니다당연히 온갖 섬에서 표본을 채집수집해 온 다윈과 월리스의 얘기가 스며들어 있고요이어지는 챕터 2장과 3장 역시 섬에 사는 동물들과 섬의 법칙에 관한 이야기, 4장은 멸종에 대해서 다루게 됩니다왜 섬에서 멸종이 일어나는가같은 질문들의 답을 구비해두고 있어요그럼 이 4장에서 제게 특별히 영향을 준 텍스트를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인도양을 횡단하는 네덜란드 인 선원들은 모리셔스 섬을 가축을 방목하고 야생 고기를 공급받는 장소로 생각했다그들은 이곳에 고유하게 서식하는 거북을 마구 먹어 치웠다그들은 도도도 먹었다....



...이 새는 날개가 있어야 할 자리에 날개가 없고 깃털만 몇 개 나 있었다우리는 이 새를 발크뵈헬이라고 불렀는데 오래 끓일수록 고기가 질겨져서 먹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렇습니다발크뵈헬은 네덜란드 어로 '역겨운 새'라는 뜻이고 여기서 도도를 생각한 당대의 유럽인들의 사고가 엿보이는 대목입니다그리고 그 외에도 도도의 어원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풀고 있고 결국 도도는 공통된 개념즉 엉덩이가 크고 멍청하고 살찐 게으른 새로 수렴되는데요결국 그것이 도도의 멸종과 무슨 상관이냐도도는 순진하고 인간을 피하지 않은 동물이었다는 겁니다실제로 1631년의 기록에 "...우리를 피해 달아나지 않았다."고 기록되어 있지요이 과정에서 <도도의 노래>는 시종 문학적인 비유들과 역사적인 사료들을 바탕으로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줍니다제 경우 인간일반을 신뢰하지 않는 편이기에 더욱 주먹을 쥐기도 했고 동시에 무력해지기도 합니다대체 인간이란 무엇일까.





3.

그렇게 생태학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지다가 9장에서는 조각나고 있는 세계, 10장은 아루 제도의 메시지로 글이 끝나게 됩니다쉽게 말해서 우리가 사랑하는 가로수길 있잖아요생태학에서는 가장자리 효과라는 것이 있는데 그렇게 생태계를 파편화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합니다그러니까 피자를 8등분하면 8명이 먹을 수 있지만 생태학적인 면적은 그렇게 조각나면 그 면적에 비례하여 제곱으로 유효공간이 사라진다는 것인데요. <도도의 노래>가 출판된지 이미 20년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가로수길을 보고 생태계의 보존을 운운하는 정치가들이 있다는 사실에 치가 떨리기도 하는 것입니다혹은 생태터널을 만들어놓고 당장의 개체수 변동이 없지 않느냐하는 식의 애기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것은 무지로 인한 것인가인간의 이기로 인한 것인가생태학에 머물지 않는 많은 윤리적인 생각들을 하게끔 만드는 책이에요저는 이 책을 권한다기보다 어떤 면에서는 강요드리고 싶어요가치 있는 책입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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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위의 모든 역사 - 지구와 생물, 인간에게 일어난 놀랍고도 흥미로운 이야기!
크리스토퍼 로이드 지음, 윤길순 옮김 / 김영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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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오늘 소개드릴 책은 김영사에서 펴낸 <지구 위의 모든 역사>입니다. 거창한 제목입니다. 얼마간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가 떠오르기도 하는데요. 빌 브라이슨은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작가이기도 하고, <거의 모든 것의 역사>의 경우 저자가 저널리스트임에도 불구하고 수록하고 있는 과학사적 내용들을 수려하게 풀어낸 것으로 이미 획을 그은 걸작입니다. 저널리스트라는 이력이 핸디캡은 커녕 도리어 수많은 과학자들에게 무력감을 선사해주었지요. 그렇다면 저널리스트에 대한 얘기를 갑자기 왜 꺼내오느냐. 제가 저널리스트들의 과학교양서적들을 신뢰하는 편인 것도 있고, 무엇보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저널리스트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저자 소개를 할까요. 이름은 크리스토퍼 로이드. <선데이 타임스>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중이기도 하고, 컬리지에서는 역사를 전공했습니다. 책은 서두에서 빅뱅을 비롯해 생명의 탄생을 다루게 되는데요. 이 부분에서 저널리스트라는 저자의 이력은 역시 단점보다는 장점으로 다가옵니다. 그럼 책의 가장 첫 문장을 소개하겠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라. 아주 강력한 분쇄기가 하나 있다고 생각하고 눈에 보이는 것은 모두 집어넣어라. 식물과 동물, 건물, 여러분의 집은 물론이고 여러분이 사는 마을까지 모두. 이제 이 세상에 남은 다른 것들도 그 안에 넣어라. 우리 태양계의 다른 행성들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1천 배나 큰 태야오 집어넣얼. 우리 은하, 은하수도 집어넣어라. 우리 은하에는 우리 태양 말고도 다른 태양이 약 2천억 개 있다. 다 넣었는가? 그러면 이 모든 것이 분쇄기에 들어가 벽돌만 한 크기로 줄어드는 것을 보라. 이것이 다시 줄어들어 테니스공만 해지더니 이제는 완두콩만 해졌다......그리고 그것이 사라진다.


과학자들은 즐겨 그것을 '특이점'이라 불렀다."







  명문이죠. 과학자들의 두 손을 모으게 하는 서술입니다. 이 밀도 높은 특이점은 이제 폭발하게 됩니다. 바로 빅뱅이죠. 전공서적들에서 지루하게 답습해 온 137억년 전의 현장을 이처럼 생생하게 호출해내는 저자의 문장들이 돋보입니다. 무엇보다 이런 식의 스토리텔링은 앞으로도 매 단원의 앞에서 독자들을 기다리게 됩니다. 모든 장의 앞부분은 대개 이런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으로 시작하는데 그것이 결코 가볍지 않고 시종 흥미를 자아내는 멋진 문장들이 가득해요.






2. 


  책의 구성을 보겠습니다. 책은 총 600여페이지로 구성되어 있어요. 네 개의 파트로 나뉘어져 있고 첫번째 파트는 방금 소개드린 빅뱅을 비롯해 생명의 탄생, 판 구조론에 이어 공룡과 진화에 관한 자연과학 이야기를 다루게 됩니다. 저자의 이력을 봤을 때, 사실 금세 구심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습니다만 역시 기우였달까요. 빌 브라이슨에 이어서 이처럼 밀도 높은 과학적 지식을 맘껏 뽐내는 저널리스트는 또 오랜만입니다. 두번째 파트는 호모 사피엔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인류의 진화에 대한 이야기이지요. 유발 하라리가 즐겨 얘기하는 주제이기도 하고요. 세번째 파트는 문명의 탄생. 저자의 스펙트럼이 본격적으로 빛을 발하는 시점입니다. 문자와 고대 문명, 심지어 중국 문명과 로마 제국을 동시에 다루기도 하면서 네번째 파트로 넘어갑니다. 마지막 파트는 종교와 미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근현대사라고 할까요. 이슬람교로 시작해 중국의 과학기술, 그리고 자유와 평등의 쟁취등을 다루면서 미래를 그리며 글은 끝나게 됩니다. 실로 자연과학과 인문학, 종교와 문명을 유려하게 넘나들며 '역사'를 다루고 있는 잘 빠진 책입니다.




3.


  책은 저자가 수년간 모아온 일러스트 자료와 많은 컬러 사진들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책은 확실히 소장용으로 훌륭한 부분들이 있습니다. 역사라는 것이 미시적으로 들여다봐야 하는 순간이 있고, 또 이처럼 거시적으로 조망해야 큰 흐름을 볼 수 있는 지점이 있을 텐데요. 이 책의 경우, 특히 후자에 있어서 굉장한 강점을 보이는 책입니다. 우선 빌 브라이슨의 책만 해도 어디까지나 자연과학적인 얘기까지만을 담고 있기에 '거의 모든'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던 것이고.... 문명이나 종교에 대한 애기까지 외연을 확장해내는데는 실패하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포기했죠. 연결고리를 찾기도 힘들고요. 이 책의 경우, 그 불가능해 보이는 거리를 좁혀내는데 성공합니다. 그러니까 한발짝 더 멀리서 역사를 멋진 관점으로 조망하고 있어요. 그래서 이 책의 경우 '거의 모든'이라는 수식어 대신에 '지구 위의 모든'이라는 수식이 붙었습니다. 이왕 칭찬을 시작한 김에 조금만 더 책의 장점을 덧붙여 볼게요. 제가 특히 놀랐던 점은 이런 식의 역사서가 대개 빠지곤 하는 함정, 바로 관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니까 크리스토퍼 로이드는 서양사에 함몰되지 않으면서, 예컨대 중국의 과학기술에 주목한다거나 하는 식의 시선들을 보여주고 있어요. 사실 이런 것까지 실을 꿰 가자면 이야기가 한도 끝도 없어질 것임을 본인도 잘 알았을 것인데 저자는 결코 타협하지 않습니다.








4.


  벌써 글이 이렇게 길어지다니, 아무래도 줄거리를 간추리는 건 제 역량으로는 무리인 것 같아요. 앞부분에서 파트 1,2에 해당하는 자연과학사에 대한 본문을 보여드렸으니 그럼 파트 3,4에 해당하는 인류와 문명에 관한 본문을, 특별히 이 책의 강점을 쉽게 보여주는 부분을 소개드리며 글을 정리해볼게요. 



"빈에는 유럽의 군인들이 이 튀르크 군의 천막을 약탈한 뒤에 처음 커피가 들어왔다는 전설이 있다. 천막에서 커피콩 자루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크루아상도 빈에서 빵 굽는 사람들이 밤늦게 일하다가 튀르크 군이 쳐들어오는 것을 발견하면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빵 굽는 사람들이 승리를 거두는 데 이바지한 것을 기념해 이슬람의 초승달을 본 떠 크루아상을 만들었다는 것이다....-본문 p453

"




그러니까 이 부분의 경우, 오스만 제국과 유럽열강에 대한 얘기를 하는 과정에 나오게 된 이야기입니다. 오스만 제국이 서부 유럽에 파도처럼 밀고 들어가려다 실패한 이유를 설명하는 부분에서마저 이런 이야기를 깨알같이 담아내고 있는 책이에요. 오스만 제국을 설명하면서까지 깨알같을 수 있다면 본문에 수많은 역사들이 어떻게 반짝이고 있을지 쉽게 알 수 있으실 겁니다. <지구 위의 모든 역사>는 역시 미시사를 다루는 내용은 아니기 때문에 역사를 큰 관점으로 조망하고 싶은 독자들을 비롯해, 얼마간 학술적인 목적으로 접근하기에도 손색이 없는 걸작입니다. 많은 분들께 마음을 담아 추천드리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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