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 극장 - 영원회귀와 권력의지의 드라마
고명섭 지음 / 김영사 / 2012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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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니체에 관한 책은 원문을 읽으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그럴 듯 하지만 저는 반쪽짜리 대답이라고 생각해요꼭 교과서만 보고 수능 만점을 받았다는 인터뷰같달까요그러니까 니체를 활용해오는 어떤 해설서나 에세이집이 대부분은 실패한다는 점에서그러한 의견에 절반을 동의합니다혹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니체의 일부를 전체로 오역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특히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것이지만 동시에 절반은 틀렸다고 보는 편인데 그게 무슨 얘기냐바로 오늘 소개 드릴 <니체 극장>같은 서적 때문에 그렇습니다니체 극장의 경우서두부터 정확히 이 지점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니체 텍스트의 근본적인 자기모순에 있다고 말한다니체 안에는 무신론자와 신앙인보수주의자와 급진주의자정치적인 자와 비정치적인 자자유사상가와 광신자가 함께 있어서 우리가 원하는 것을 니체로부터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지만그의 삶과 글 전체를 통일적 체계로 이해하려 하자마자 즉시 모순에 빠진다. -서문

 

 

 

 

 

 

2.

 

그러니까 니체의 어떤 일부만을 파고드는 것은 훌륭한 독법이지만 그것을 전체로 의역하면 치명적인 오역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니체는 어떤 철학자인가본문에서 얘기하고 있듯이 그 대답은 두어 문장으로 규정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니체의 텍스트들이 온통 얽히고 설켜 자기모순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인데요그러한 부분을 우아하게 펼쳐주는 책이 <니체 극장>이라고 하겠습니다단순히 니체의 텍스트를 엮었다거나 한다면 굳이 소개드릴 필요가 없을 텐데요니체 극장의 동력은 조금 의아한 곳에 있습니다바로 저자의 문장력입니다이 책의 제목에는 '극장'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잖아요실로 훌륭하게 텍스트들을 저자의 영사기를 통해 돌려 보여주는 것 같아요이를 테면 이렇습니다.

 

 

자기완성의 기술을 가르치는 삶의 예술가 니체만을 받아들였다비유하자면집 바깥의 천둥과 폭풍은 잊어버리고집 안에서 연주되는 실내악만 듣는 꼴이다분명한 것은 니체 안에 아름답고 부드러운 실내악도 있지만 뇌우를 동반하는 폭풍우도 있다는 사실이다.”

 

 

 

 

어떤가요니체 못지 않게 멋진 비유가 아닌지요니체의 모순적인 텍스트들 사이사이에 이처럼 유려한 문장들이 멋지게 스며들어 있어서 말 그대로 니체 '극장'이라는 제목이 적절하다고 할 수밖에요.

 

 

 

 

 

 

 

3.

 

니체와 관련해서는 이진우 교수님이 국내에서는 유명하잖아요최근에 클래식 클라우드에서 니체를 주제로 글을 쓰기도 하셨고요개인적으로는 니체의 함량이 적어서 다소 실망한 부분도 있습니다니체 극장의 경우 우선 니체의 함량이 높습니다그러니까 니체 관련 텍스트들을 굉장히 밀도 높게 담아내고 있어요사실 대부분의 독자의 경우니체같은 걸 알 게 뭐예요제 경우니체를 상당히 탐독하는 입장입니다만 <이 사람을 보라>, <아침놀>, 혹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같은 대표적인 책들 마저도 힘들었거든요. <차라투스트라>의 경우 그 서문이 굉장하잖아요저의 이십대를 푹 담궈 놓은 비유그러니까 낙타와 사자사자에서 어린아이로의 비유가 담겨 있는 그 명문이요하지만 그 뒤로 이어지는 니체사상들은 어떤 면에서는 상당히 평이하고 또 어떤 면에서는 그 함의가 커서 말 그대로 어렵습니다그런 부분에서 <니체 극장>같은 책의 탁월함이 돋보이는 것인데 사실 얼마간 저자의 독법을 따라가야 한다는 점에서 큰 함정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니체 극장>의 경우 충분히 따라갈만한 길잡이라고 생각해요저자의 경우한겨레신문에서 문화부 기자님이라고 해요그러니까 어떻게 보자면 니체와는 거리가 멀다고 하겠지요하지만 제가 이 책을 통해서 더욱 확실히 느끼는 것은 때론 니체를 평생 학습해 온 교수님들보다 애정과 열정으로 니체를 탐독해 온 독자의 힘이 이처럼 절절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4.

 

그러니까 이 책은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니체 읽기에 실패한 사람들니체의 원문을 도저히 읽어나갈 수 없는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지침서가 되어 줄 거예요제 경우 그런 종류의 여러 지침서를 봐왔지만 <니체 극장>의 경우 특별히 추천드립니다둘째로는니체를 빠르게 읽고 싶은 사람들책이 가볍다거나 하진 않습니다다만 니체의 텍스트들을 유려한 관점에서 한 데 모아 밀도 높게 엮고 있다는 점에서 <니체 극장>은 독자에게 상당한 효율과 재미를 선사해 줄 책입니다마지막으로 니체를 탐독하는 사람들실망시키지 않을 겁니다동의하는 부분은 열렬히 고개를 끄덕이며그렇지 않은 부분은 손가락질을 해가며 맛있게 읽을 수 있는 멋진 책입니다아니멋진 영화가 되어줄 거예요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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