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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마음을 살린다 - 도시생활자가 일상에 자연을 담아야 하는 과학적 이유
플로렌스 윌리엄스 지음, 문희경 옮김, 신원섭 감수 / 더퀘스트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1.
플로렌스 윌리엄스의 <자연이 마음을 살린다>입니다. 자연이랄지, 생태학이랄지, 이런 식의 화두는 어딘가 거대하고 엄숙하게 느껴지기에 많은 사람들에겐 오히려 회피하고픈 주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을 다루는 방식이나, 결론까지도 사실 누구나 알고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우리가 그토록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생태계는 현재 어떤가요. 아니면 굳이 알고 싶지 않으신가요. 우리는 5년 뒤의 경제에 관해서는 그토록 궁금해하면서도 500년 뒤의 생태계에 관해서는 발을 동동 구르지 않습니다. 사실 저도 거기서 자유로울 수 없겠지요. 오늘 소개드릴 책도 그렇습니다. "나는 숲의 정령이 되고 싶은 부류는 아니다."라고 본인을 소개하며 책은 시작합니다.
2.
책은 시종 문학적이기도 합니다. 저자가 저널리스트이기도 하고, 직접 연구에 참여하기도 하면서 관련 자료를 육화한 티가 곳곳에 스며들어 있어요. 이를 테면 이런 문장들입니다.
나는 산을 갈망했다. 갈망은 상실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매우 파괴적이다.
'자연'을 정의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나는 오스카 와일드의 폭넓은 정의를 좋아한다. '요리하지 않은 새들이 날아다니는 곳.'
'우린 한심한 놈들의 식미지로 넘어갔어. 우린 우리를 식민지로 삼아줄 괜찮은 종족조차 찾지 못했어. 엿 같은 신세야. 맑은 공기를 아무리 마셔도 그건 달라지지 않아.'
“다음 연구에서는 우울증이 없는 도시 거주자 38명에게 푸르 스탠퍼드디시나 교통량이 많은 엘카미노리얼에서 걷게 하고 전후에 그들을 뇌 영상 기법으로 촬영했다. 반추 측정 질문지도 작성하게 했다. 뇌 영상을 확인하자 자연에서 걷는 조건의 참가자들은 슬하전전두엽으로 가는 혈류량이 유의미하게 감소한 반면에 도시에서 걷는 조건의 참가자들은 전혀 감소하지 않았다. 반추 측정 질문지에서도 자연 조건 참가자들은 침울한 감정이 감소했지만 도시 조건 참가자들에게서는 감소하지 않았다....-p269”
그러니까 이러한 실험결과들이 곳곳에 깨알같이 소개됩니다. 위에 소개드린 연구결과는 이런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병실에서 창밖 풍경이 좋지 않을때, 자연풍광을 모니터 화면으로 띄우면 되지 않겠는가.
거기에 이러한 연구들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질문도 탁월하고 대답도 훌륭해요. 그러니까 어떤 풍경이 주로 내면에 몰두하는 마음가짐을 관장하는 뇌 회로를 잠재워서 기분을 좋게 만드는지, 그 기제에 관한 인과적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이기 때문이에요.
어디까지나 과학적인 논증을 통해 저자는 얘기합니다. 자연경험은 도시 경험과는 확연히 다른 방식으로 반추에 영향을 끼친다고요.
3.
저는 생명과학을 전공했지만 생태학에 관한 일종의 동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가지 확신하는 것이 있다면 앞으로 생태학은 우리가 훨씬 더 중요하고 각별하게 다뤄야 할 학제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분명히 그렇게 될 거예요. 왜냐하면 생태학은 우리와의 폭을 상당히 빠른 속도로 좁혀오고 있거든요. 책은 그런 내용을 경망스럽지 않게, 담담하게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호들갑을 떤다거나 경각심을 주지 않고도 어디까지나 사례에 입각해 독자들에게 울림을 줘요. 은은한 제목이 그러한 것들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한번에 눈이 가는 책은 아니지만 표지부터 책의 컨텐츠까지 참 소중한 텍스트예요. 많은 분들께 간절히 권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